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1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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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5년에 걸쳐 읽고 쓴 글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 마음이 죄스러웠다. 이 책을 여러번 재독하며 내 것, 내 삶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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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1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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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더 치열하게 읽고 쓰겠다고 다짐하지만 쉽지 않다. 생계가 급하다는 이유로 읽기 수월한 책부터 읽고, 삶이 힘들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미루게 되는 까닭이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를 읽으면서도 내내 반성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쓰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는 글을 쓰는 최고의 방법은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나쁜 사람 되기는 쉽고,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는 글쓰기는 어렵다. 글쓰기는 글 쓰는 이의 위치를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전복적인 행위다. 한 사회의 모든 약자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각자의 삶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차별과 폭력에 대한 고발로 인해, 강자들은 낮에도 고개를 들 수 없고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그래서?) 여전히 약자들이 쓴 글은 부족하고, 강자들이 쓴 글은 차고 넘친다.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난민 등의 글을 일부러 더 열심히 찾아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 


좋은 글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행동으로 '읽은 값'을 치러야 한다. 값을 치르는 방법은 투표, 기부, 청원, 서명, 정치적 소비 등등 다양하다. 작게는 주변 사람들한테 이 글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내가 잘하는 일이다). 올해는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기 위한,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글을 더 많이 읽고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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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 개정증보판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2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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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 힘든 시기이다 보니 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책들을 많이 읽게 된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저자 황윤은 경주를 100번 넘게 가본 '경주 마니아'다. 이 책은 저자의 경주 여행 스케줄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느 날 문득 '경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저자는 그 주 토요일 새벽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표를 끊고 버스에 오르면 몇 시간 후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봉황대, 국립경주박물관, 태종무열왕릉, 황룡사터, 분황사, 첨성대 순으로 쭉 둘러보면 1일차 일정이 끝나고, 문무대왕릉, 불국사, 석굴암, 황리단길을 쭉 둘러보면 2일차 일정이 끝난다. (당일치기로 계획한 여행을 1박 2일 일정으로 수정하고 원래 샀던 표를 환불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어른이다!!' ㅎㅎ) 


책 자체는 작고 얇지만, 각 장소에 대한 설명에서 저자의 깊은 관심과 높은 식견을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 마니아'답게 박물관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다. 언젠가 상황이 나아지면 이 책을 들고 경주 여행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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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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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인상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배경이 뉴욕이라는 것, 화자가 어리고 갑자기 아버지를 잃었다는 것 등 우연이라기에는 겹치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 니콜 크라우스가 부부라고 한다). 첫인상은 그랬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책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보다 훨씬 좋았다. 그 책도 좋았지만 이 책은 더 좋았다. 


뉴욕에 사는 소녀 앨마는 남편을 잃고 상심한 엄마 로사에게 하루빨리 남자친구가 생기기를 바란다. 그러던 어느 날 로사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온다. 제이컵 마커스란 남자가 <사랑의 역사>라는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해달라고 의뢰한 것이다. <사랑의 역사>는 어떤 책인가. 앨마의 아빠 다비드는 젊은 시절 칠레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이 책을 구입해 (당시에는 여자친구였던) 로사에게 선물했다. 이후 결혼한 두 사람은 첫딸의 이름을 <사랑의 역사>의 여주인공 이름과 같은 앨마라고 지었다. 앨마는 <사랑의 역사>를 번역해달라고 의뢰할 정도의 남자라면 엄마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깜찍한 일을 벌인다. 


이 소설에는 또 한 명의 '앨마'가 나온다.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열쇠공 레오의 첫사랑 앨마다. 레오는 10살 때 같은 마을에 살던 앨마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 둘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지만, 마을이 나치에 점령되고 레오가 피난을 떠나면서 생이별을 했다. 종전 후 마을로 돌아온 레오는 앨마가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앨마를 찾아 미국으로 간 레오는 앨마가 그 사이 부유한 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앨마의 장남이 자신의 아들인 걸 알고 기뻐한 것도 잠시. 레오는 앨마로부터 더 이상 나타나지 말아 달라는 말을 듣고 실의에 빠진다. 


같은 뉴욕 하늘 아래 살지만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소녀) 앨마와 레오를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의 역사>라는 책이다(두 사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이 책의 핵심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사랑으로 하여금 책을 쓰고, 그 책으로 하여금 또 다른 사랑이 생겨나는 기적. 그런 기적을 믿기 때문에, 작가들은 계속해서 책을 쓰고 독자들은 계속 책을 읽는 게 아닐까. 나는 오늘 또 어떤 책을 만나고 어떤 사랑을 경험할까. 책의 역사가 곧 사랑의 역사라는,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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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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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남아 있었으면 하는 풍경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여행자이자 작가인 이용한도 그렇다. 저자의 신작 <사라져 가는 풍경들>에는 저자가 그동안 전국을 누비며 눈에 담고 마음에 담은, 오랫동안 남기고 싶은 풍경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점점 그 수가 줄고 있는 옛집들을 비롯해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옛 물건,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전통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해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푸근하고도 아릿했다. 


저자는 강원도에서 제주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며 옛집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주로 흙으로 집을 지었다. 흙은 구하기도 쉽거니와 보온성이 높고 습기를 잘 빨아들여서,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에 다습한 우리나라의 기후와 잘 맞았다. 오늘날 집을 지을 때 많이 사용하는 재료는 시멘트인데, 시멘트는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통 30~50년 정도 걸린다. 그러니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살면 시멘트가 굳으면서 뿜는 독성 물질을 계속해서 들이마시는 게 된다. 


강원도 양양 빈지골에서는 전국에 딱 한 채 남아 있는 굴피집이 있다. 굴피집은 너와집, 샛집과 더불어 옛날에 산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집의 형태다. 굴피는 상수리나무(참나무)의 껍질로, 껍질 안쪽이 여러 켜의 해면질 코르크로 되어 있어 물이 새지 않고 바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굴피집보다 흔한 집의 형태는 너와집인데, 너와란 나무를 쪼개서 만든 기와를 뜻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삶의 터전을 일군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나 어릴 때만 해도 시골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풍경들도 여럿 나온다. 마루 한구석에 있던 맷돌, 집집마다 있었던 장독대, 어른들이 신고 다녔던 고무신, 아랫목에서 쾨쾨한 냄새를 풍기던 메주, 지붕 아래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곶감 등이 그것이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이런 것들을 보기 힘들고, 도시에서는 민속 박물관에 가지 않으면 알 수도 없다. 이런 것들이 그리운 걸 보면 나도 옛날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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