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 개정증보판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2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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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 힘든 시기이다 보니 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책들을 많이 읽게 된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저자 황윤은 경주를 100번 넘게 가본 '경주 마니아'다. 이 책은 저자의 경주 여행 스케줄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느 날 문득 '경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저자는 그 주 토요일 새벽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표를 끊고 버스에 오르면 몇 시간 후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봉황대, 국립경주박물관, 태종무열왕릉, 황룡사터, 분황사, 첨성대 순으로 쭉 둘러보면 1일차 일정이 끝나고, 문무대왕릉, 불국사, 석굴암, 황리단길을 쭉 둘러보면 2일차 일정이 끝난다. (당일치기로 계획한 여행을 1박 2일 일정으로 수정하고 원래 샀던 표를 환불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어른이다!!' ㅎㅎ) 


책 자체는 작고 얇지만, 각 장소에 대한 설명에서 저자의 깊은 관심과 높은 식견을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 마니아'답게 박물관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다. 언젠가 상황이 나아지면 이 책을 들고 경주 여행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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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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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인상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배경이 뉴욕이라는 것, 화자가 어리고 갑자기 아버지를 잃었다는 것 등 우연이라기에는 겹치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 니콜 크라우스가 부부라고 한다). 첫인상은 그랬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책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보다 훨씬 좋았다. 그 책도 좋았지만 이 책은 더 좋았다. 


뉴욕에 사는 소녀 앨마는 남편을 잃고 상심한 엄마 로사에게 하루빨리 남자친구가 생기기를 바란다. 그러던 어느 날 로사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온다. 제이컵 마커스란 남자가 <사랑의 역사>라는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해달라고 의뢰한 것이다. <사랑의 역사>는 어떤 책인가. 앨마의 아빠 다비드는 젊은 시절 칠레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이 책을 구입해 (당시에는 여자친구였던) 로사에게 선물했다. 이후 결혼한 두 사람은 첫딸의 이름을 <사랑의 역사>의 여주인공 이름과 같은 앨마라고 지었다. 앨마는 <사랑의 역사>를 번역해달라고 의뢰할 정도의 남자라면 엄마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깜찍한 일을 벌인다. 


이 소설에는 또 한 명의 '앨마'가 나온다.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열쇠공 레오의 첫사랑 앨마다. 레오는 10살 때 같은 마을에 살던 앨마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 둘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지만, 마을이 나치에 점령되고 레오가 피난을 떠나면서 생이별을 했다. 종전 후 마을로 돌아온 레오는 앨마가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앨마를 찾아 미국으로 간 레오는 앨마가 그 사이 부유한 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앨마의 장남이 자신의 아들인 걸 알고 기뻐한 것도 잠시. 레오는 앨마로부터 더 이상 나타나지 말아 달라는 말을 듣고 실의에 빠진다. 


같은 뉴욕 하늘 아래 살지만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소녀) 앨마와 레오를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의 역사>라는 책이다(두 사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이 책의 핵심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사랑으로 하여금 책을 쓰고, 그 책으로 하여금 또 다른 사랑이 생겨나는 기적. 그런 기적을 믿기 때문에, 작가들은 계속해서 책을 쓰고 독자들은 계속 책을 읽는 게 아닐까. 나는 오늘 또 어떤 책을 만나고 어떤 사랑을 경험할까. 책의 역사가 곧 사랑의 역사라는,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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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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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남아 있었으면 하는 풍경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여행자이자 작가인 이용한도 그렇다. 저자의 신작 <사라져 가는 풍경들>에는 저자가 그동안 전국을 누비며 눈에 담고 마음에 담은, 오랫동안 남기고 싶은 풍경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점점 그 수가 줄고 있는 옛집들을 비롯해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옛 물건,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전통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해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푸근하고도 아릿했다. 


저자는 강원도에서 제주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며 옛집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주로 흙으로 집을 지었다. 흙은 구하기도 쉽거니와 보온성이 높고 습기를 잘 빨아들여서,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에 다습한 우리나라의 기후와 잘 맞았다. 오늘날 집을 지을 때 많이 사용하는 재료는 시멘트인데, 시멘트는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통 30~50년 정도 걸린다. 그러니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살면 시멘트가 굳으면서 뿜는 독성 물질을 계속해서 들이마시는 게 된다. 


강원도 양양 빈지골에서는 전국에 딱 한 채 남아 있는 굴피집이 있다. 굴피집은 너와집, 샛집과 더불어 옛날에 산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집의 형태다. 굴피는 상수리나무(참나무)의 껍질로, 껍질 안쪽이 여러 켜의 해면질 코르크로 되어 있어 물이 새지 않고 바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굴피집보다 흔한 집의 형태는 너와집인데, 너와란 나무를 쪼개서 만든 기와를 뜻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삶의 터전을 일군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나 어릴 때만 해도 시골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풍경들도 여럿 나온다. 마루 한구석에 있던 맷돌, 집집마다 있었던 장독대, 어른들이 신고 다녔던 고무신, 아랫목에서 쾨쾨한 냄새를 풍기던 메주, 지붕 아래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곶감 등이 그것이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이런 것들을 보기 힘들고, 도시에서는 민속 박물관에 가지 않으면 알 수도 없다. 이런 것들이 그리운 걸 보면 나도 옛날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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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관계 걷어차기 - 사람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장성숙 지음 / 스몰빅라이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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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도 용량이 있다.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관계가 많을수록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관계를 돌보는 데 쓸 에너지가 줄어들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 여력도 사라진다.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상담 전공 교수로 30년간 재직했고 현재는 극동상담심리연구원 소장으로 재직 중인 장성숙의 책 <불행한 관계 걷어차기>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각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쪽 면에 열중하는 사람은 다른 면에 소홀하기 쉽다.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상담실 안팎에서 만난 다양한 문제 사례와 그에 대한 해결 방법에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문제와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가족, 연인, 친구, 직장 관계 등등 문제의 종류와 양상도 다양하다. '장칼'이라는 별명답게, 저자의 상담 내용은 날카롭고 시원시원하다. 부부 싸움 후 툭하면 눈물을 흘리는 여자에게는 별것도 아닌 일에 그렇게 우는 모습이 '추하다'고 했다. 야물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남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는 건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다.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남편이라도 실망하고 지겹게 느낄 수 있다. 


남편 문제로 찾아온 여자에게는 남편이 알아듣든 알아듣지 못하든 간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보라고 조언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일단 말을 한 사람은 속이 시원해져서 전보다 살 만해진다. 중요한 건 나를 괴롭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피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모 CM송의 가사인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환상이다. 말해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 말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문제는 해결의 물꼬를 트게 되고 자신 또한 성장하게 된다. 


정신 건강은 환기(ventilation)가 중요하다. 실내 공기가 탁해지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주듯이,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무거워지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밖으로 표현함으로써 정서적 환기를 해줘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환기를 적재적소에서 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풀거나, 가족에 의해 생긴 트라우마를 연인에게 푸는 식이다. 이런 문제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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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토킹 트래블 - 여행할 때 이 책 한 권이면 끝! 잉글리시 리스타트 (English Restart)
Ellie Oh & Tasia Kim 지음, 2da 그림 / NEWRUN(뉴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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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는 사람들 중에는 미국 드라마나 미국 영화를 반복해서 보다가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이 늘었다는 사람이 제법 많다. 원래 언어 감각이 좋거나 영어 실력이 나쁘지 않았던 사람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특정 상황에 필요한 구체적인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힌 덕분이 아닐까 싶다. ​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영어책 <리얼토킹> 시리즈는 구체적인 상황과 그에 필요한 단어와 표현들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총5권이 출시될 예정이며, 현재 <리얼토킹 오피스>와 <리얼토킹 트래블> 편이 출시된 상태다. 그림과 문장을 효과적으로 배치해 별다른 설명 없이도 장소와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각각의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을 떠올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책의 내용을 보다 정확히 듣고 따라 말할 수 있도록 원어민 음성으로 녹음된 MP3파일이 제공된다. 그뿐만 아니라 총 15일 일정으로 책 한 권을 마스터할 수 있도록 구성된 학습일정표가 수록되어 있고, 책의 후반부에는 MP3 파일을 들으면서 문장을 직접 써보고 암기할 수 있는 딕테이션북이 첨부되어 있다. ​ ​


<리얼토킹 트래블>은 여행할 때 사용하면 좋은 영어 표현들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짧고 단순하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단어와 표현들을 소개한다. 내용은 공항, 호텔, 카페, 식당, 패스트푸드점, 술집, 옷가게, 화장품 가게, 서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에 필요한 회화책인 만큼 환전할 때 쓸 수 있는 영어 표현, 차를 렌트할 때 쓸 수 있는 영어 표현, 길을 묻거나 가르쳐줄 때 필요한 영어 표현 등도 나온다. 혹시라도 여행지에서 병이 날 경우를 대비해 아플 때 쓸 수 있는 영어 표현까지 꼼꼼하게 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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