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평전 - 실존과 구원의 글쓰기 서강인문정신 16
이주동 지음 / 소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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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순한 소설가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젊은 시절에 헌 책방에서 우연히 카프카의 잠언집을 발견하고 산 적이 있었는데...

 

그냥 파스칼의 팡세와 비슷하겠거니 하고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었다가 어느 순간 내 손을 떠나버리고 말았던 책.

 

교과서에 나오는 "변신"밖에는 읽은 소설이 없으니... 그를 그냥 기괴한 작품을 쓰는 유대계 소설가로만 알고 있을 수밖에.

 

아렌트 책을 읽다가 카프카의 작품이 언급된 것을 보고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과 가족들을 중심으로 문학토론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리고 그를 다룬 작은 책자들을 읽으면서 카프카에 대해 한 번 집중적으로 읽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는 순서.

 

하나, 카프카의 작품을 먼저 읽는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집을 모두 사야 한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읽어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많이 알려진 작품들은 읽어야 한다.

 

둘, 그에 관한 책을 먼저 읽는다. 평전이든, 연구서든 그에 대해서 쓴 책들을 읽는다. 그러나 잘못하면 자신의 생각보다는 남의 생각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좋은 점은 카프카를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지향점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식이든 상관 없겠지. 우선 첫번째로 카프카의 평전을 읽기로 한다. 그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한다. 물론 이 배경지식이 카프카의 작품 이해에 걸림돌로, 일정한 틀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에 대해서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에 들어가기 보다는 조금은 한정된 이해이기는 하겠지만 편안한 길을 택하다.

 

제일 좋은 책은 카프카의 유언집행인인 막스 브로트가 쓴 책이겠는데, 이 책이 없다. 내가 무지한 건지, 아니면 번역이 안된 건지. 독일어로 읽을 능력이 되지 않으니 브로트의 책은 포기하고, 다른 외국 작가들이 쓴 책을 읽자니 어떤 것이 좋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여 고른 것이 우리나라에서 카프카를 연구한 사람이 쓴 책. 이거다. 바로 이주동의 "카프카 평전"

 

'실존과 구원의 글쓰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 방대한 책이다. 무려 800쪽이 넘는다.

 

며칠 동안 카프카에 빠져 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방대하게 카프카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의 작품과 친구들과 연인들과 가족들의 관계를 자세하게 펼쳐놓았으니 한 번에 죽 읽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하여 천천히 읽으면서 카프카를 음미하는데, 머리 속에서 자꾸 우리나라 작가인 '이상'이 떠오르고 있었으니... 이것 역시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

 

까마귀, 여인들과의 결혼 실패, 문학을 통한 자기 존재 증명, 헌신적인 친구들, 아버지와의 대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이른 죽음까지...

 

이상이 카프카를 읽었을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과 카프카는 겨우 10여년을 사이에 두고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 때 우리나라에 카프카가 알려지기엔 좀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면 문학의 실존에 대한 고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하다는 얘기가 되는데...

 

문학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고자 했던 카프카는 죽을 때까지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많이 내지 못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결벽적으로 행동했다는 얘기가 되고, 문학을 통해 다른 세계에 이르고자 했지만, 그 세계에 결코 이르지 못한다는 자각이 그의 작품에 나타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는 영원한 경계인으로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이쪽 저쪽을 모두 넘어서고자 했던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카프카를 이해하고자 하는 나에게 좀 길지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의 주변 인물들, 그리고 그의 치열한 문학에의 열정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카프카에 대한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채웠다고나 해야 할까.

 

이제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그와 대화를 할 때이다. 천천히 그러나 깊게 카프카와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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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74
클로드 티에보 지음 / 시공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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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의 시 중에 카프카가 나오는 시가 있다. 그런데 그의 시에서는 여러 인물들을 마치 커피처럼 나열하고, 가격을 붙여 놓았다. 이 시에서는 카프카가 가장 싸다.

그리고 시인은 카프카를 시킨다. 세상에 카프카가 가장 싸다니...

프란츠 카프카
- 오규원 -

 

- MENU -

 

샤를르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시전집 1권 407쪽에서

 

이 시를 떠나서 사실 우리에게 카프카는 생소한 존재다. 아니, 학교 다닐 때 어쩔 수 없이 읽었던 "변신"을 쓴 작가로 남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되어 버린 주인공을 그리고 있는 소설. 그리고 기타 다른 소설들을 남겼지만... 그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아렌트의 글에 카프카가 나오고 그래서 더 흥미를 가지고 있는 중인데, 천천히 시간을 두고 카프카의 글들을 읽어봐야지 하고 있는 중.

 

머리를 예열하기 위해 그에 대한 간단한 전기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이 두 번째 책. 카프카의 생애를 작품과 그의 가족과 그리고 그가 만난 여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변신의 고통'이라고 작은 제목을 붙여서 설명하고 있다.

 

카프카는 꽤나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는, 그는 세상과 자신과 사람들과 불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런 그의 모습이 작품에 나타나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그는 유언장에서 그의 작품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했다는데, 유언집행인인 친구가 그의 말을 따라주지 않아 우리가 지금 그의 작품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를 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간략하게 카프카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핵심을 짚어가고 있단 생각이 든다. 물론 카프카의 작품을 통하여 카프카에 대한 공통의 이해 위에 자신만의 이해를 더 덧붙여야 하겠지만 말이다.

 

카프카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먼저 알고자 하는 이, 아니면 카프카의 작품을 읽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 책을 통해 나름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내용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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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람이 먼저다 : 문재인의 힘 - 문재인의 힘
문재인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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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을 읽으면서 다음엔 문재인의 책을 꼭 읽어야지 했다.

 

두 사람이 지금은 경쟁자이지만, 함께 갈 수도 있는 사람들이고, 생각이 비슷하고 삶의 방향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철수의 생각"이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안철수의 포괄적인 생각을 밝혔다면, 이 책 "사람이 먼저다" 역시 우리나라 제반 문제들에 대한 문재인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 책이다.

 

문재인의 정책이 포괄적으로 나타나 있다고 보면 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공약들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안도현이 쓴 "연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왜 일까? 아마도 문재인이나 안철수를 눈이 맑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일지도 모른다.

 

"연어"에는 좀 특이하다싶은 은빛연어를 도와주는 '눈맑은 연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눈맑은연어와 은빛연어는 함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그들은 목표에 도달한다.

 

단지 이것 때문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연어"의 한 장면은 댐을 눈 앞에 두고 연어들이 회의를 하는 장면이다.

 

그냥 이 자리에서 돌아갈 것인가,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우회로로 갈 것인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댐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할 것인가를 놓고 회의하는 장면.

 

은빛연어는 댐을 정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연어가 사는 길이라고...

 

이 장면에서 문재인은 바로 은빛연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참여정부의 공과를 고스란히 계승하는 사람이다. 그 앞에 거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장애물을 피해 후퇴하거나, 돌아가거나 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 참여정부의 공과를 안고, 잘못은 고치고 잘된 점은 더 잘되게 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이런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많은 정책들, 방향들이 이 책에 나와 있는데, 다 옳은 말이다. 옳은 말이기에 이 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이 옳은 말들을 실천하는데 수많은 장애물이 있을테고, 문재인이 이 장애물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돌파할 수 있는 뚝심을 지니고 나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두 달 정도, 대선까지는. 그 앞에 놓인 여러가지 장애물들을 그가 어떻게 정면돌파하는지 지켜보는 일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의 의무이자 권리이리라.

 

책을 읽으며, 또 참여정부 때부터 그의 행동을 보면서 어쩌면 그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가 우리 사회를 소통과 통합으로 이끌어가게 될지, 즉 이 책에 나온 자신의 말을 어떻게 실천해 갈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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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 - 빅토르 프랑클 회상록
빅토르 E. 프랑클 지음, 박현용 옮김 / 책세상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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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유명하다. 이 책은 참 많이 읽혔다고 하고, 무언가 고통 속에 빠져 허우적 대는 사람에게 그래도 삶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세계최고를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이 얘기는 더이상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세계 최고로.

 

이때 삶은 살아야 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의 고통이 당신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면 그 고통도 인생의 한 부분이 되고, 내 것으로 내가 함께 지니고 가야할 무엇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리라.

 

이런 일을 프랑클이 해주고 있다. 아니 해주었다. 그는 20세기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이고, 자신의 삶으로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서, 또 강연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깨우치도록 했던 사람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가족들이 죽음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의미를 찾고 이를 이겨낸 사람...

 

그가 90세를 맞이하여 자신의 인생을 종합적으로 회고하는 책을 펴냈다고 한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가 창시했다고 알려져 있는 '로고테라피'에 관한 책도 아니고, 또 죽음의 수용소에서 겪었던 그 긴박했던 순간들의 이야기도 아니고, 90이 된 프랑클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아, 그 땐 그런 일이 있었지.'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가족 사항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어린시절, 그리고 학창시절, 수용소 생활, 학자로서 강연자로서의 생활을 시간 순으로, 그러나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순간들을 중심으로, 결코 길지 않게 정리해서 들려주고 있다.

 

하여 그의 삶이 짧막한 한 권의 책에 다 녹아들어있기에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한 인간의 회고록이니 말이다.

 

책을 읽어가면 그가 산 시대의 전반부는 상당히 암울한 시대일텐데, 그가 얼마나 낙관적으로 견뎌냈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낙관적인 태도가 삶에서 의미를 발견해내었을테고, 그 의미의 발견이 절망의 구렁텅이로 그를 몰아가지 않았겠단 생각이 든다.

 

우리의 생활은?

수용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결코 밝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프랑클이 지닌 태도를 알게 해주고 싶다.

 

우리의 모든 삶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는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삶을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라는 말...

 

자, 우리는 삶의 의미를 우리의 삶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야만 한다. 좌절하고 절망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도 아름답지 않은가. 우리의 삶이 대답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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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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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신(修身)

모른다. 사실 얼마나 자기 자신을 잘 닦았는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자신도 모를 수도 있다. 자신이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옛사람들은 수신(修身)을 첫 덕목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안철수가 얼마나 자신을 잘 닦았는지는 모른다. 그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짐작할 뿐이다. 그가 대통령선거에 나오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그는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사람들은 그가 기업을 사적 이윤을 위해서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또 대학교수가 되었어도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서 교수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사회에서 신망을 얻고 있었다.

 

이런 신망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또 강요될 수도 없다.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삶이 사람들에게 진실로 다가올 때 신망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신망 속에서 권위가 싹트게 된다.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되었을 때 신망이 싹틀테니, 지금껏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살아왔다고 해도 좋으리라.

 

그는 말한다.

"진로를 결정할 때 저는 항상 세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열정을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28쪽)

"저는 지금까지 인생의 큰 전환기마다 '내가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30쪽)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은 안주하지 않는, 도전과 결단의 연속이었습니다."(32쪽)

"저는 말이나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결국 선택과 행동이라고 봅니다."(35쪽)

 

2. 제가(齊家)

자신의 몸을 닦은 다음에는 가정을 다스려야 한다. 가정이 화목해야 한다. 자신의 가정에서조차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그리고 가정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그는 수신에 성공했다고도 할 수 없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건 완전 가부장적 발언 같다. 아니면 가정이 해체된 집들은 문제가 있다고 하는 말과 같다.

 

그러나 가정을 다스린다는 말을 가정을 꼭 남들과 같은 형태로 유지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가정을 다스린다는 얘기는, 적어도 가정의 구성원이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자.

 

가족 구성원 때문에 고초를 겪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한 사람 때문에 가족이 고초를 겪은 일은 여기서 제외한다. 그것은 우리가 권장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가족 구성원들을 힘들게 한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이들 때문에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아 왔는가.

 

지금까지 안철수의 가족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가끔 문제를 삼는 언론이 있었는데, 그후 지속되지 않고 있으니, 그냥 문제제기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앞으로 치밀하게 이 쪽 부분에서 문제제기가 나오리라.

 

이 책을 통해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가 없다. 사실, 할 필요도 없고. 다만 지금까지는 가족 때문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단 얘기는 듣지 못했으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또 많은 언론들이 가족들의 문제를 캐고 들테니 말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진실을 가릴 줄 아는 눈을 지니는 일이다.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니 말이다.

 

3. 치국(治國)

점점 앞으로 나아간다. 몸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나라로. 이들을 순차적으로 보아도 좋고,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좋다. 사실 이를 순차적으로 하나하나의 단계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것은 순차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적이기도 한 일이다.

 

이제 안철수는 치국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가 며칠 전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고자 한다고 선언을 했다.

 

이 선언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안철수는 의사이자 백신개발자, 또 안철수 연수소 경영자, 그리고 대학교수였기에, 그가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판에 뛰어든 일은 의외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는 나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이 생각이 이 책에 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은 우리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정말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상식이 바로 안철수의 생각이다. 이를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런 상식이 아직까지 상식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 바로 우리 사회다. 그것이 그가 대선에 후보로 나서게 된 배경이기도 하리라.

 

그렇담 이런 상식을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된다. 그가 말하지 않았는가. 말이 중요하지 않고 선택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앞으로 그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에 따라서 그가 이 책에서 한 말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올 것인지 아니면 한낱 수사에 불과할지 판가름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구상을 정책으로 구체화해나갈 것인지 지켜보면 된다. 이 책을 중심으로 이 책의 상식이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지켜보는 일. 이것은 이번 대선을 지켜보는 우리들이 의무이자 권리일 터이다.

 

4. 평천하(平天下)

여기까지 가진 않으리라. 이는 세계화가 된 지금도, 하루면 지구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지구화, 세계화의 시대에도 이런 꿈은 좀 허황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말을 다르게 하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우리와 관계있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자그마한 힘을 보태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5.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 

아렌트는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은 사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는 말이었다고.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나아가는 길, 그것이 바로 정치라고. 그래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 존재를 걸 용기라고.

 

백척이나 되는 꼭대기에서도 과감하게 한 발을 내디딛는 일, 그것이 바로 정치라고.

 

안철수가 이 일을 했다. 그는 자신이 한 일을 중도에 그만두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가 이미 한 발을 내디딘 상태에서 그는 자신의 전존재를 건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사적 영역에서 충분히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고 살 수 있는 존재에서 그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정치판에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옛날, 자신이 공부한 만큼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정치계로 뛰어든 선비들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었는데... 이 선비들 중에 정치판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뜻을 펼친 사람도 있고, 좌절한 사람도 있는데... 안철수는 어떤 길을 밟을지...

 

그가 한 말이 그의 앞으로의 정치역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타입인 거죠. ... 저 역시 기성 정치권의 나쁜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장점이 될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비록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없지만 긴 기간 동안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왔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만일 정치를 한다면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39쪽)

 

"제 인생에서 성공의 정의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 그저 크로마뇽인의 벽화처럼, 누구인지도 잘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거나 좋은 제도, 좋은 책, 바람직한 조직 등을 통해 세상에 흔적이 남기를 바랍니다." (257쪽)

 

덧말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안철수 생각은 우리 사회의 상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하나 강정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좀 동의하기가 어렵다. 국책사업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데, 4개 정부에서 하나같이 추진했기에 타당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모든 정부가 같이 추진한다고 옳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인데, 예를 들면 새만금은 노태우 정부 때 시작하여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물막이가 완공(?)이 되었는데, 이게 과연 옳은가?

 

"또 만약 옳지 않다면 그 정부에 참여했던 분들이 당시 판단에 거짓이나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먼저 설명하고 반대하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겠지요."(220쪽)란 말은 참여정부 때 찬성했던 사람들이 강정마을에 대해 반대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안철수는 아직 정치인의 물이 덜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부분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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