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자서전 - 하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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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에 관한 길고 긴 여정을 끝냈다. 

러셀이 90이 넘어서도 사회 활동을 왕성히 했듯이 이 자서전도 길고 긴 글이었다. 

그렇다고 지루하다거나 하진 않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지금 우리 시대와 긴밀히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친숙한 이름들도 많이 나오기도 하고. 

그가 자신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노망이 든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도 세상일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한 이유는 바로 이 자서전의 마지막 부분에서 말해지고 있다.

"우리의 세상에서 희망을 지키려면 지혜와 정력이 필요하다.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부족한 것이 바로 정력이다." (560쪽)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위하여 정력적으로 자신이 할 바를 찾아 해나간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쥬(그의 공식 직함은 러셀 경, 즉 러셀 백작이다)를 실천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킨 참 지식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가 한 말을 다시 인용하면.  

"나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비전을 좇아 살아왔다. 개인적으로는 고귀한 것, 아름다운 것, 온화한 것을 좋아했고, 더욱더 세속화된 시대에 지햬를 줄 수 있는 통찰의 순간들을 두고자 했다. 사회적으로는, 개인들이 거리낌없이 성장하는 사회, 증오와 탐욕과 질시가 자랄 통양이 없어 죽어버린 사회의 탄생을 그렸다. 이런 것들이 내가 믿는 것이며, 비록 끔찍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세상이 나를 흔들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563쪽) 

이런 사람이었으므로, 그는 평화를 위해서 러셀 평화재단을 건립하고, 핵전쟁을 반대하며, 베트남 전쟁 등 비도덕적인 전쟁에 대한 반대운동에 나서게 된다. 

그의 태도로 미루어보건대, 그는 지금 시대에 살았더라면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반대했을 것이고,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서도 반대했을 것이다.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 그들은 자신이 세상에 대해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가 지식인이게끔 만든 사회에 대한 빚을 갚는 일은, 사회를 조금더 희망적인 사회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자세를 지니고 행동하는 일이다. 

행동하는 지식인, 그런 사람에게는 모 광고에 나오는 말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오로지 자신이 할 일이 있다면 해야지 하고 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지러운 시대, 러셀과 같은 행동하는 지식인, 세계에 희망을 주고자 애쓰는 지식인이 그립다.

삶의 자세를 바로잡고자 하는 사람, 이 세상이 희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사람, 세상을 조금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이 러셀의 자서전을 읽어보자.  

앞선 세대에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면 우리의 행동에 좋은 참고가 될테니 말이다. 

이른바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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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자서전 - 상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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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버트란드 러셀. 

세계적인 수학자이자 철학자. 

그는 내게 수학자이자 철학자일 뿐이었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넘어가는. 

촘스키를 만나기 전까지는. 

촘스키가 왜 러셀을 존경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러셀은 말년까지도 진실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모두 바쳤다는 이야기에 러셀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 

자신의 분야에서 세운 탁월한 업적도 업적이지만, 그가 세상을 향해 한 발언들이 세상을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내가 러셀을 읽어야 하는 이유. 

1872년에 태어났으면 우리나라가 개화니 마니 한참 갈등을 하고 있던 시대. 그는 이미 개화된 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가 근대화의 열병을 앓을 때 그는 근대화를 넘어선 사유를 하고 있었으니... 

부럽기도 하지만, 그것은 환경의 차이일 뿐이고... 

우리도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상당히 근대적인 사고가 싹트고 있었으니... 

서양 중심의 근대냐 아니냐는 논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다만 그가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출판하여 많은 영향을 주었다면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는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청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우리나라는 식민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싸움들이 일어나고... 

러셀은 이 과정에서 평화주의자가 되어, 1차 세계대전을 반대하고, 그로 인해 감옥 생활까지 한다. 물론 저명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특별감방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고 하지만,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감옥행을 각오하고 자신의 신념을 계속 글로 발표하고, 연설을 했다는 사실은 그가 참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상)권이 1924년의 편지로 끝난다. 러셀이 52세가 되었을 때라고 해야 하나. 그 때 그는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한 러시아도 가보고, 중국에도 가본다. 그가 중국에서 돌아와 두 번째 결혼을 한 장면까지가 바로 상권이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아직은 러셀의 진면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진실하게 사는가를 고민하고 실천한 사람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상)권에서도  러셀의 삶의 자세는 잘 드러나 있다. 이 점이 우리가 러셀의 자서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자서전의 편제가 자신을 합리화한다기보다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실수했던 점, 고민했던 점, 자신의 생각을 바꾼 점 등이 잘 나타나 있기에 위대한 철학자이자 지식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는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어렸을 적 양친을 모두 여의고, 할머니 품에서 자랐기에 그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 강했으리라 짐작이 되고, 지식에 대한 탐구욕으로 인해 수학과 철학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남겼으며,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 바로 그를 사회 참여 지식인이 되게 하였으리라. 

이제 그는 더 많은 분야에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한다. 참고 발표하지 않는 것이 발표하는 것만 못 하다는 생각. 이는 자신의 책임을 저버린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리라. 

이것이 바로 지식인의 자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는데, 자신의 생각을 진실, 진리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지식인이 몇이나 되는가. 우리는 러셀과 같은 지식인을 갖고 있는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지식인의 전통이 있다. 아주 많다. 지금도.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니다. 

이제 (하)권으로 가야 한다. 우리와 가까운 시대, 과연 러셀은 그 시대에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으며, 어떠한 실천을 했던가? 이 점이 촘스키가 러셀을 존경하는 이유가 되겠지. 

 

덧말 

자서전이라 러셀이 난 이렇게 살았다라고만 써도 될텐데... 러셀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한 내용보다는 그가 주고받은 편지들이 더 많다. 그래서 가끔은 읽기가 끊기기도 한다. 전기문은 시간 순서로 주욱 읽어가는 맛이 있지 않은가? 주요 사건을 다룬 일들을 러셀이 정리하고, 그 말미에 그 시간 대에 해당하는 편지들이 주욱 붙어 있다. 

그러나 처음엔 읽기가 힘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러셀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되니, 이런 편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러셀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더 좋은 자료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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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담는 시선, 최민식 - 우리시대 마이스터 3
최민식 지음 / 예문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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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사진]이라는 책이 최근에 발간되었다고 한다. 세상을 변화를 이끈 사진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또 퓰리처상 사진전도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들을 보면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는데...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사진은, 베트남 전쟁에서 폭탄을 피해(?) 달리는 어느 소녀의 모습이 찍힌 사진과, 1987년 최루탄에 맞은 이한열을 친구가 안고 있는 모습, 그리고 걸프만에서 기름에 흠뻑 젖어 있는 새의 모습인데... 

하나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을 형성해 냈고, 이한열의 사진은 우리나라가 민주화되는데 큰 기여를 했으며, 새의 모습은 석유로 인한 전쟁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인지를 알려주는역할을 했다. 

여기에 50년이 넘게 사람을 찍어온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최민식이다. 

최민식은 "나는 사진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싶다. 사진으로 세상이 조금이나마 변화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언제나 현실을 담기를 원한다. 그것이 내 삶이고, 내 사진에 담긴 구호다(142쪽)"라고  말한다. 

이런 철학으로 사진을 찍어왔기에 그는 독재정권시대에 사진으로 인해 엄청난 고난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지닌 철학을 지키고 굳건하게 사진으로 우리의 역사를 기록해 왔다. 

그의 사진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이"고, "인간 중에서도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렌즈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사진의 램브란트라는 소리를 들었으며, 그 작품은 베토벤의 심포니에 비겨 "휴먼 심포니" 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어렸을 때 영향을 받은 밀레의 그림을 그는 사진 속에서 구현했다고 볼 수 있어서, 그의 사진은 사진으로 보는 밀레의 그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은 이유는 "사진을 찍는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 평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서(77쪽)"이고, 그럼에 "그 안에 담긴 철학은 리얼리즘이(77쪽)"라고 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찍은 이유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없는, 그들이 활기차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추구하기에 애써 감추려고 하지 않고 그들을 촬영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 꿈이 있었기에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았고, 그런 활동이 지금의 최민식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최민식의 사상과 활동을 담은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의 출생에서부터 사진작가가 되기까지, 그리고 자신작가가 되어서 활동한 내용과 그의 사진에 담긴 사진철학, 인생관까지 모두가 담겨 있다. 

꼭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격동기에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감동을 준다. 

특히 사진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사진은 기교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그의 말, 그리고 꾸준한 노력만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는 그의 말을 명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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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양장본)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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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에 대한 길고 긴 여정을 끝냈다. 그의 일생이 900쪽에 가깝게 정리되어 있는 이 책. 파란만장한 삶을 산 그의 삶을 이 정도로 정리할 순 없겠지만, 무엇보다도 잡스가 의뢰한 전기라는 점에서, 잡스 생전에 수많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전기라는 점에서 잡스에 대한 가장 정리가 잘 된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껏 전기는 그 사람이 죽고난 직후에 바로 읽지 않았다. 그만큼 그 사람과 거리가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나고 그 때서도 그 사람이 생각이 나면 그 때서야 전기를 구입해서 읽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이 잡스 전기는 곧장 읽고 싶어졌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고, 그의 스탠퍼드 대학 연설문이 너무도 좋았고, 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다 하는 물건들이 지금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기에, 제품 설명회를 하는 모습이 너무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어 보여서, 잡스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면 우리나라 삼성과 특허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대상의 최고경영자였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가 이룬 성과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그의 카리스마에 대해서도 말할 필요가 없다. 이는 이미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 아니던가. 하여 성과보다는 그에 대해 든 느낌으로만 이야기하자면. 

처음 부분부터 마음이 불편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어떻게 이렇게 오만방자하지? 입양이 되었으면 입양한 부모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최소한 그들을 힘들게는 하지 않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자신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모든 일을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나 하는 생각. 

애플을 창립하고 그가 경영 일선에 나선 모습도 역시 마음이 불편했다. 그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모습, 아무리 어렸을 때 버려졌다는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더라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게다가 그가 창의적인 인물임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감싸기는 커녕 쓰레기라고 하는 모습은 영 다가오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을 저렇게 이분법으로 딱 자를 수가 있는가 싶기도 한데, 그는 오로지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그에게만은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밑에서 일하는 평범한 보통사람은 어떻게 되지? 그런 사람은 아예 애플 같은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고? 그건 아니다. 보통 사람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하지 않나? 천재들만, 창의적인 사람들만 모인 회사가 과연 좋은 회사일까? 

여기에 잡스 특유의 "현실왜곡장"이 있다는데, 이는 사실을 호도하여 다른 결과를 낳게 하는 잡스만의 리더십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왜곡장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 현실 왜곡장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동 착취를 당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잡스의 말 한 마디로 직장을 잃었는지, 이 책에는 잘 나타나 있다. 물론 지은이는 이를 잡스의 성격으로 여기고 여기에 대한 옳다 그르다의 판단은 유보하고 있지만 말이다. 

잡스가 채식을 하고, 선불교에 심취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잡스는 자신의 사상과 직장에서의 모습이 너무도 다른 분열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의 모습 속에서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를 연상했다면.. 이건 나만 그런 걸까? 잡스 자신이 애플의 광고에서 빅 브라더에 대항하는 모습을 비췄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잡스 자신이 빅 브라더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인문학적, 예술적 제품으로 사회를 혁신하고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가길 바랐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겠지만, 여기에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면 과연 스마트 폰 시대가 우리가 바라는 혁신적인 미래 세계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 인간을 기계에 종속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지금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보라. 자신의 생각을 포기한채 오직 이런 기계에 매달려 지내고 있지는 않나? 이게 어떻게 인문학적 제품이고, 이런 모습이 어떻게 혁신적인 새로운 세상의 모습일까? 

이런 기계들이 잡스가 믿었다는 선불교에 통할까? 채식하고 통할까? 채식이나 선(禪)은 나와 다른 남을 포용하고, 나보다 못한 남과 함께 함으로써 잘남 못남을 떠나 같은 인간으로 함께 어울림을 추구하지 않나. 그러나 잡스는 사람을 그렇게 포용하지는 못했다는게 이 책에 나와 있는 사실이니...  

하지만 그는 기계에 종속당하지 않았다. 그가 디자인을 우선시하고, 이 디자인에 기술을 맞추라고 한데서 보듯이 그는 미적 생활을 상당히 중시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실용, 실용하는데, 이를 잡스가 들으면 "쓰레기들!"이라고 비웃지 않을까 싶다. 

그가 빌게이츠를 비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도 잡스처럼 그러한 일탈문화를 경험해 봐야 하지 않아 했을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이라 말해줄 수 있을까? 그래 그래야만 창의적인 인물이 돼 라고 하나? 아니면, 그건 범죄야 하나? 둘 다 옳지 않은 답임에는 분명한데... 

환각제나 히피문화가 꽉 짜여진, 또는 주어진 세계에서 탈출을 꿈꾸는 일종의 반항일 수 있지만, 제대로 된 반항이란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억압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에 맞서 대응을 할 때 반항, 저항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환각제나 히피문화들은 저항이 아니라, 회피에 불과하지 않을까? 즉 자유란 이름을 띤 방종이지 않을까. 물론 잡스는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그 때의 경험이 창의성을 살리는 쪽으로 작동을 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할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적당한 경험이란 도대체 어느 선까지일까? 이런 선 긋기가 이미 창의성을 억압하는 걸까? 잡스에 대한 책을 읽으며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이다. 

그의 제품 설명회는 부흥회와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그는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관객들을 매료시킨다는 의미다. 자신이 이미 제품에 매료된 상태에서 홍보하는 제품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보하는 제품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잡스는 그래서 제품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절대로 홍보를 하지 않고, 그가 홍보를 할 때에는 이미 제품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통제를 할 때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그는 관객들도 통제하게 된다. 

결국 제품의 질만이 아니라, 제품을 홍보하는 과정도 역시 제품의 질과 연결이 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잡스이고, 이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잡스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어떤 경영자가 자신의 제품을 이토록 잘 알고, 이토록 열정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저런 점을 떠나 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꿔놓은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걸 인정한 상태에서 이제 우리는 그가 바꿔놓은 세상에서 우리가 좀더 인간적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잡스의 유산을 계승하는 방법일 것이다.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우리도 서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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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 - 신화가 된 여자
자넷 로우 지음, 신리나 옮김 / 청년정신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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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 쇼의 주인공,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의 여왕이라는 소리를 듣고, 부와 명예를 다 획득한 여자라서 호기심이 발동했다기 보다는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었던 피디수첩과 연관되어서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광우병에 관한 왜곡보도라고, 사실을 왜곡했다고 재판에까지 간 방송이었고, 법원은 피디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는데, 이들에 대한 방송사의 반응이 싸늘했다는 것이 윈프리를 생각나게 했다고 해야 한다. 

도대체 이 여자는 얼마나 힘이 있는가? 

윈프리 쇼에서 광우병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고, 그 일로 인해 윈프리는 법정에 서야 했다. 그리고 무죄판결을 받았다. 

윈프리 역시 자신이 방송한 내용에 대해서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며 당당하게 재판을 받았다.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래서 그에 대한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민주주의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감없이 내보내며, 인정해 줄 수 있을 때 꽃 피울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기에, 우리나라와 상반된 반응을 보여주긴 했지만, 비슷한 구석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신화가 된 여자라고 했는데, 난 신화가 된 여자가 아니라, 진정 사람이 된 여자 오프라 윈프리라고 해야 옳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 하는 일이 과연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가?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바꾸어 갈 수 있는가? 이런 생각들을 하고 그를 실천에 옮긴 사람이기에, 윈프리는 신화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많은 부와 명예를 획득했지만, 그것으로 다가 아니다. 그는 그 부와 명예를 세상을 위해서 쓸 줄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다운 사람이다. 

이 책은 윈프리에 대해서 마냥 찬양만 하지 않는다. 윈프리도 사람인지라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고 고뇌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일을 그 역시도 겪고 있다고, 다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윈프리는 우리보다 낫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모두가 윈프리를 찬양하지는 않는다고, 지지자만큼 적대자도 많다고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받을 수 없기에, 오히려 그것이 윈프리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윈프리 이야기를 읽으며, 기가 죽을 필요는 없다. 그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므로. 

다만 그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을 우리가 명심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사는 나를 발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짧은 글들을 주제별로 모아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어서 읽기에 편하다. 윈프리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먼저 읽으면 그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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