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한 아이패드 드로잉
수수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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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료 어플인 '포토샵 어도비 스케치'를 사용해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드로잉 방법을 알려 준다. 데이비드 호크니도 아이패드로 그림 작업을 할 정도로, 전문가, 일반인 할 것 없이 아이패드가 대중적인 그림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구입했지만, 어떻게 그림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보면 좋을 것 같다.

 

 

드로잉 툴이 많은 데 그 중에서도 어도비 스케치는 심플하고 직관적인 앱이다. 무료 앱이라 화려하고 다양한 기능이 들어 있지만, 포토샵의 브러시 기능을 압축해 드로잉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앱이라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기기는 아이패드 프로 11형 모델, 애플 펜슬 2, iosOS 13이다. 하지만 동일한 스펙의 기기가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한다. 물론 안드로이드 같은 경우에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아이패드라면 어떤 것이든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은 우선 어도비 스케치 앱의 구석구석 메뉴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주고 있다. 그리고 드로잉 도구가 캔버스에 닿을 때의 감각을 느낄 수 없는 디지털 드로잉에 익숙해지기 위해 필요한 연습이라든가, 브러시를 선택하고 조정하는 방법, 작업한 그림을 어도비 스케치 앱 외에 다른 곳에 저장하는 방법 등 기초적인 부분부터 차근차근 알려준고 있다.

 

무엇보다 이론적인 설명보다 직접 그려 가며 배울 수 있는 책이라서 더 좋았다. 카페, 베이커리의 다양한 음료와 케이크, 브런치 메뉴를 시작으로, 드레스, 스웨터, 라탄 오브제 등의 패션 아이템, 그리고 여행, 사람, 동물 등의 드로잉들이 그리는 방법이 단계별로 설명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압권은 마지막 파트에 수록되어 있는 '서양화풍의 회화 드로잉' 편이었다. 점과 선을 자유롭게 사용해 풍경화를 그리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작품의 수준이 월등히 높아서 깜짝 놀랐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까지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해볼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흐의 작품들은 정말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너무도 그럴듯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수수진의 수수한 팁>이라는 제목으로 드로잉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요령들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두꺼운 아크릴 브러시 농도에 따른 발색 차이, 어도비 스케치 앱에 있는 자 기능 활용 방법 등등 전문가의 깨압 팁들도 유용하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들은 베이커리, 패션, 여행, 동물, 추상화 등 약 100가지나 된다. 특별한 이론이나 스킬 없이도, 무료 어플을 통해 따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저 가볍게 그림을 한 번 그려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아이패드는 가지고 있는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이들에게도, 디지털 드로잉을 배워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일상을 간단하게 드로잉으로 기록하고 싶다면, 여행에서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디지털 드로잉을 시작해 보자. 디지털 드로잉은 종이에 그리는 그림보다 수정이 쉽고,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과 질감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단계를 따라 천천히 해보다 보면 어느 샌가 멋진 디지털 드로잉 작품을 완성시키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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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 새로운 소비 권력의 취향과 열광을 읽다
최명화.김보라 지음 / 리더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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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비재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여다보자. 급격한 변화 가운데서도 왜 어떤 것은 인기 브랜드가 되고, 어떤 브랜드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가? 왜 홍보해야 할 제품의 제조사를 비꼬는 광고가 화제가 되고, 팔아야 할 제품을 때려 부수는 영상이 인기를 얻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시장 환경과 더불어 새로운 소비 세대의 성향과 심리를 알아야 한다. 복잡하고 황당해 보이는 이들의 소비에도 분명한 패턴이 존재한다.    p.40

 

요즘 광고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기발함을 넘어서 이런 것도 광고가 되나 싶을 만큼의 의아함까지 들게 만드는 것 같다. '바나나우유' 왕관을 쓴 빙그레 왕자에, 병맛, B급 유머로 버무려 당황스런 광고 영상, 게다가 곰표 로고가 새겨진 팝, 과자를 정기 구독하는 '월간 과자' 등등.. 이런 게 재미있나? 내지는 도대체 저건 왜 잘나가는 거야? 싶은 그런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성공하는 마케팅과 실패하는 마케팅에 대해 들려주는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최초’, ‘최연소’라는 타이틀과 함께 맥킨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마케팅의 최전방에서 뛰어온 CMO 캠퍼스 최명화 대표와 기업 및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있는 한국경제신문 김보라 기자이다. 이들은 새로운 소비 권력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MZ세대)의 가치관, 습관, 감성, 취향, 코드를 마케팅의 관점으로 들여다본다.  이들 세대는 코로나 이후 언택트가 보편화되기 훨씬 전부터 온라인 커머시 시장을 주도해왔다.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무섭게 성장한 스타트업들은 MZ세대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기업들은 모든 세대의 구매력을 앞서고 있는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브랜드들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시장을 뜨겁게 달군 마케팅 사례부터 말 한마디 잘못해서 며칠 만에 중단된 최악의 광고에 이르기까지 기업들과 소비 세대가 소통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에게 "오늘 컨디션 어때?라고 물었는데 "구찌해"라고 답한다면? 명품을 떠올려선 안 된다. 구찌 Gucci 는 MZ세대에게 '좋다', '멋지다'는 의미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망해가는 모습을 보이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현재 MZ세대가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 1,2위를 다투고 있다. 구찌 전체 매출의 50퍼센트 이상은 35세 이하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나온다. 매출과 영업 이익도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오래된 명품 기업들이 '구찌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구찌는 어떻게 죽어가던 브랜드를 되살려냈을까?     p.156

 

과거의 마케팅 공식은 단순했다. 최고, 최초, 최대 가운데 하나를 잡고 미디어 광고에 돈을 쏟으면 소비자들에게 먹혔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는 그 공식이 먹히지 않는다. 이 책은 최근에 성공한 핫한 사례를 펼쳐 보이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마케팅 전략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마켓컬리, 야놀자, 빙그레, 곰표, 휠라, 구찌, 나이키, 아모레퍼시픽, LG전자, 오뚜기 등 기업들의 전략과 노력들을 꼼꼼한 취재를 통해 풀어낸다. 무엇보다 현재의 트렌드가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고, 그걸 바탕으로 지금 당장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만의 장점일 것이다.

 

본캐보다 더 중요해진 부캐가 열풍이 되었고, 멀티 페르소나에 익숙한 세대는 '사귀기'의 전 단계인 '삼귀기'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낸다. 연애에도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 소모적인 인간관계를 극도로 싫어하는 MZ세대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 세대는 소비에 있어서도 '인스타그래머블'한지를 먼저 따지고 행동을 결심한다. 이 외에도 상반기 음악계를 장악한 트로트, 앞다퉈 유튜버가 되고 있는 CEO들, 재벌가의 탈권위,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착한 팬심 등등... 트렌드를 읽어내고, 성공하고 실패한 마케팅 사례를 보여주고, MZ세대의 성향을 분석한 다음에는, 이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중 몇 가지만 짚어 보자면, 힘 빼고 자연스럽게 보여줘라, 고객은 모실 왕이 아니라 함께할 인재다, 콜라보를 통해 브랜드에 새 친구를 소개해줘라, 사람들에게 화답할 스토리텔러를 고용하라 등이다. 똑같은 걸 팔아도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 마케팅은 뭐가 다른지 궁금하다면, 지금 현재의 핫한 마케팅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마케터, 기획자, CEO는 물론이고 평범한 소비자들에게도 너무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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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낙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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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푸티쿠의 집에서 카낙을 가장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가 느낀 불협화음과 간극이었다. 카낙은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 껴 있었고, 아푸티쿠는 삼키기 힘든 바다표범 스튜와 최신식 노트북 사이, 전통과 현대를 자유 자재로 오가고 있었다. 사는 방식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은 너무도 다른 두 세계를 살고 있었다. 균형이 절실한 그들의 두 세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p.129

 

세계의 최북단에 있는, 지구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 평균 기온은 영하 9도 정도에다 최저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도 잦고, 기록상 가장 추웠던 날의 기온은 무려 영하 32.5에 이르는 얼음의 땅이다. 살면서 내가 가볼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낯설고도 먼 곳에 있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그린란드 이누이트족을 다룬 최초의 범죄소설인 <카낙>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대륙빙하가 펼쳐진 그린란드에서 사는 것이 어떤 건지 체감하게 되었다. 낮이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은 깊고 어두운 겨울왕국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 거대한 굴착기와 불안정한 송유관이 들어선 북극의 풍경을 어떤 분위기인지 느낀다. 오직 문학만이 가진 힘이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을 지구 상의 어느 곳이라도 데려갈 수 있는 힘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낯선 작가가 그려낸 이국적인 풍경 속으로 기꺼이 들어간다.

 

해안선까지 낮게 내려온 하늘이 얼어붙은 광활한 바다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 시시각각 변하는 유일한 것이 날씨일 정도로 평화롭고 조용한 곳, 유럽연합에서 최고로 모범적인 통계 수치를 자랑할 정도로 범죄율이 매우 낮아 안전한 곳, 그린란드의 수도인 누크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세 명의 피해자는 몸이 사방으로 찢겨 나가고, 내장이 다 드러난 상태로 발견되었다. 범인은 엄청난 분노로 그들을 잔인하게 난도질했다. 장엄하다고 표현할 만큼 잔혹한 야만성을 지닌 살육은 누크처럼 소박한 촌구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를 수사하기 위해 코펜하겐의 강력계 형사 카낙 아드리엔슨이 그린란드로 온다. 카낙은 그린란드 태생으로 세살 때 입양되어 덴마크로 가서 살게 되었고, 무려 사십이 년 만에 다시 선조의 땅을 밟게 되었다.

 

 

카낙의 구릿빛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유럽 인의 갸름한 얼굴형과 이누이트 특유의 도드라진 광대뼈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추위와 자신의 무력함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선조들의 땅에서 생을 마감할 일만 남았다는 아이러니, 그가 이 세상에 더는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오만했던 탓이었다. 이 지역의 사냥꾼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을 테지만 그는 이곳 사람이 아니었다. 카낙은 아이들을 생각했다. 그나마 전날 통화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p.432

 

수사팀은 범행수법이 북극곰의 공격 패턴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한다. 범인이 북극곰이란 가설은 너무 터무니없는 것처럼 들리지만, 시신에서 발견된 상처의 길이, 깊이, 톱니바퀴 같은 자국들, 그리고 현장에서 피해자를 제외한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 발자국, 땀, 각질조차 모두 짐승의 것만 발견되었다는 점이 가설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상한 부분도 많았다. 북극곰은 사냥할 때 타액을 굉장히 많이 분비하는데, 세 구의 사체에선 타액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고,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도 일반적인 북극곰의 행동 패턴에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수사팀의 팀원들은 하나같이 카낙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눈치였고, 경찰서장을 비롯해 그곳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낙을 처음부터 싫어했다. 그린란드는 과거 덴마크의 식민지였고 여전히 덴마크 자치령으로 남아 있어, 그린란드인들은 덴마크인에 대해서 적대적인 상태였다. 과연 카낙은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까? 범인은 정말 북극곰인 것일까? 아니면 곰을 가장한 인간이 한 짓일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모 말로는 그의 수많은 필명 중 하나이다. 본명은 파리 출생의 프레데릭 플로통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을 쓴 소설가이자 극작가라고 한다. 그는 형사 카낙 시리즈로 이후 <디스코>와 <누크>를 연달아 출간하면서 그린란드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고 있는데, 그린란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최초의 작가로서 그린란드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그린란드는 거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는 섬이지만 천연자원이 풍부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덕분에 여러 국가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데, 이 작품에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소재로 쓰이고 있다. 석유회사들이 북극에서 무분별하게 자원을 채취하는 동안 북극곰들은 살 곳을 잃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린피스의 광고에 북극곰이 등장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 작품은 범죄 소설로서도 흥미로웠고, 카낙은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며, 무엇보다 쉽게 접하기 힘든 그린란드의 풍경들과 일상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돋보였다. 이어질 형사 카낙 시리즈의 다음 작품을 고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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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0-23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책도 있었나요. 스릴러 다 보는 저로선.. 이것도 보관함 퐁.. 쌓인다 쌓여..

피오나 2020-10-23 12:38   좋아요 0 | URL
스릴러를 다 챙겨보신다면 이 시리즈도 꼭 만나 보시길! 저는 북유럽의 차가운 풍경이 묘사되는 작품들이 좋더라구요^^
 
부적 2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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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질서보다 인생에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생각은 안 드니? 약간의 마법 같은 게 있으면 어떨까, 리처드?"
잭이 리처드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심 가득한 얼굴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있잖아, 넌 종종 혼란만 일으키려 하는 아이 같아. 날 놀리는 거니? 네가 마법을 꿈꾼다는 건 내가 신봉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는 말이나 같아. 실제로 그건 현실 자체를 파괴하는 거라고." 리처드는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다.
"어쩌면 현실은 하나가 아닐지도 몰라."      p.220~221

 

2권의 잭과 울프가 히치하이크를 해서 스프링필드로 가는 길에 경찰을 만나는 걸로 시작된다. 잭은 울프를 다소 문제가 있는 사촌이라고 소개하지만, 경찰은 그들을 의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 가 있어야 할 시간이 분명해 보이는 나이의 소년과 외모가 범상치 않은 사촌이라는 존재는 가출한 청소년들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확실치 않아 보였으니 말썽을 불러일으킬 존재들로 여겨졌다. 경찰은 그들을 판사에게 데려가고 그는 '길 잃은 아이들을 위한 선라이트 가드너 성서의 집'이라는 곳으로 잭과 울프를 보낸다. 아이들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해 세워진 보호시설이라는 그곳은 대개 열두 살짜리 애들을 받아 열아홉 살쯤에 내보낸다고 한다. 잭은 순찰차 뒷좌석에 타서도 틀림없이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두 소년이 마주하게 될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못했다.

 

선라이트 홈에서 탈출하려면 어떻게든 테러토리로 우회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잭은 어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선라이트 홈 건물에서 순간이동을 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나쁜 곳은 저쪽 세계에서는 더 나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탈출하기 위한 갈등과 나날이 심해지는 울프의 고통, 그리고 뉴햄프셔에 홀로 남겨져 서서히 죽어 가고 있는 엄마에 대한 생각으로 잭은 미칠 것 같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고, 잭은 점점 지쳐간다. 무슨 일을 하건 사람들이 죽고 안 좋은 일만 생긴다고, 잭은 자기 연민에 빠진다. 엄마와 여왕을 구하기 위한 두 세계를 넘나드는 잭의 여정은 2권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열두 살 소년이 겪기에는 무섭고 끔찍한 모험이어서 잭은 여러 번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지쳐서 절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은 혼자 일어서서 싸우든지, 쓰러져 죽든지 해야 했다.  과연 잭은 엄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부적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떤 것은 제거할 수 없어. 어떤 사람은 제거할 수 없어. 그것들은..... 음...... 단일한 성질을 가졌어.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네. 그것들은 부적과 같아. 단일한 성질이라고. 나도 그래. 단일한 존재야. 나도 트위너가 있었지만 그는 죽었어. 난 테러토리에서만이 아니라 이 세계를 제외한 모든 세계에서 단일한 존재인 거야. 난 알 수 있어. 느낄 수 있다고. 우리 아빠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나를 방랑자 잭이라고 부른 거야. 내가 여기 있을 때 난 저쪽 세계에는 없어. 내가 저쪽 세계에 있을 때 난 이쪽 세계에 없어. 그건 리처드 너도 마찬가지야!"       p.477

 

미국을 대표하는 두 호러 작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가 공저한 작품인 만큼, 굉장히 분량이 많은 작품이었다. 현재의 세상과 마법이 공존하는 또 다른 세상 '테러토리'라는 두 개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판타지는 1984년에 출간한 작품이지만, 2020년인 지금 읽어도 여전히 매혹적이다. 현실과 별도로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 즉 평행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에 의해 판타지보다는 호러 소설에 가깝도록 구축된 이야기이다. 열두 살 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소년'에게는 너무도 가혹하고 무서운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2권에서는 늑대 소년 울프 만큼이나 잭의 소중한 동료가 등장한다. 바로 잭의 어릴 적 친구인 리처드이다. 리처드는 비현실적인 일을 전혀 믿지 않고, 판타지 소설 속 꾸며 낸 이야기 조차 완강히 거부하는데, 그 이유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겪었던 경험에서 기인했다. 리처드의 아버지는 바로 모건 슬로트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리처드는 착한 마음을 가진 바른 소년이었고, 잭의 진짜 친구였다. 잭은 리처드와 함께 모험을 이어가면서 자신이 하려는 일이 단순히 엄마를 구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겪는 모든 역경이 사람을 강인하게 만든다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하기 시작한다. 잭의 앞을 가로막는 초현실적인 풍경들이 주인공이 느끼는 것만큼이나 독자로서 힘겨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 친구인 리처드와 함께 한다는 점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2권 이야기가 끝이 나고 나면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의 한 대목으로 맺음말을 대신하고 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소년의 역사이므로 여기서 끝나야 한다.... 청소년에 관한 글을 쓸 때는 절정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라고 말이다. 현재 영화화가 진행되는 작품이니,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잭 소여의 모험도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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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플랫폼 - 빅데이터의 가치가 현실이 되는 순간
이재영 외 지음, 김길래 감수 / 와이즈베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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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얼린은 인간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접하는 정보의 양이 무려 신문 174쪽 정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러한 정보는 양이 실로 방대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의 깊이는 얕은 특징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각종 뉴스를 비롯한 새로운 정보와 거리를 거닐 때 노출되는 CCTV, 그리고 다양한 센서 정보 등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서 살고 있다...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했다. 빅데이터는 이미 산업의 원천으로서 비즈니스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 있은 지 오래다.    p.44

 

4차 산업 혁명과 인공지능이 핫한 키워드가 된지 꽤 되었지만, 사실 일상에서 손에 와 닿게 느껴지지는 않는 개념이었다. 그저 언젠가는 우리의 삶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거라고, 수십 년 안에 사람들의 일자리를 로봇과 컴퓨터가 차지하리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일년도 채 되지 않아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해 버렸다.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이니, 코로나19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버렸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아마도 내년 이후에 우리가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제조업과 대면 서비스업들이 차츰 사라지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 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언택트 시대'는 모든 것이 멈춰버린 세상에서 일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필수 요소가 되어 버렸고, 이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실제 삶에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두 개의 축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정치와 빅데이터를 융합하는 데 매진 중인 이재영 전 국회의원과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강의하고 있는 문영상 교수 등 전문가 5인이 모였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현실화되면서 미래가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실제 우리 삶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 문명이 고도화되어 갈수록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세분화된다. 그리고 인간은 철저한 작동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적 사고 문명 속에 종속되어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기계적 사고 문명에 의해 삶 자체가 획일화되어 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인간 내면에서는 더욱 철저히 개인화되는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소위 디지털 문명을 이끌어가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 인터넷, 5G통신망 등 신기술들은 각각 융합되어 인간의 활동 영역에서 라이프 로그 데이터라는 형태의 막대한 빅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p.182

 

팬데믹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과거의 생활 패턴이 지금과는 절대로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 제조, 의료 등 산업 전반에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많아 지고 있고, 이와 함께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기술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보 기술과 빅데이터를 통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서비스 융합이 점점 더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세상에서 데이터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가 부의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저자의 예측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기존에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다루고 있는 책들은 많았다. 나도 꽤 읽어본 편이지만, 대부분 미래의 변화상을 추측하는 수준이라 손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이 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빅데이터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 우리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주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학생, 실무자, 경영자 모두가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지식들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지금껏 우리가 꿈꿔왔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현해낼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정치, 경제, 생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오게 될지 그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제대로 된 가이드를 해 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내 옆으로 다가온 미래를 준비해보자. 빅데이터의 시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들을 이 책 한 권으로 모두 끝낼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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