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재우고 나서 한숨 돌리는 시간, 밀린 일들을 해치우다 보니 어느덧 열두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갑자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빠가 많이 안 좋으시다고, 간병인에게 연락이 왔는데 아무래도 살아 계실 때 얼굴이라도 보려면 지금 내려오셔야 할 것 같다고. 아빠는 몇 년 째 요양 병원에 계시다 얼마 전 폐에 이상이 생기고 상태가 나빠져 근처 큰 병원으로 옮기신 상태였다.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 앉았고, 서둘러 가고 싶은 마음에 남편은 거의 공중 곡예 하듯이 차선을 바꾸고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새벽을 향해 가는 시간에도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즐비했고, 어두운 도로를 달리며 남편의 운전 속도 때문에 불안해지는 순간, 차라리 이대로 사고라도 나서 한날, 한시에 모두 함께 간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고, 그 뒤에 벌어질 많은 절차와 시간들이 두렵기만 했고, 이 모든 게 다 비현실적인 풍경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잠깐 휴게소에 들렀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빠는 결국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이상하게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차에서 내내 주르륵 흐르던 눈물도 멈춰 버렸고, 갑자기 그 모든 비극이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다시 차에 탔고 병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전 톨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갑작스레 병원 냄새가 확 풍겼다. 추운 날씨라 당연히 차 안의 창문은 모두 닫혀진 상태였고, 다들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병원 특유의 냄새와 약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던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차 안의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걸까. 마치 시간이 멈춰버리고 만 것 같았다. 그것은 오늘 오후까지 내가 살아가던 세계와 동일한 세계가 아니었다. 나는 직감했다. 아빠가 오셨구나. 저 세상으로 떠나시기 전에 우리를 보러 오셨구나. 나는 아빠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는 먹먹해져 버린 마음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의 아버지는 그냥 여느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라는 존재에게서 미워할 모든 것을 갖추고 사랑할 모든 것을 갖춘 바로 그런 아버지였다. (215)

필립 로스의 <아버지의 유산>을 읽으면서, 나는 이렇게 아빠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너무도 후회스러웠다. 아버지와 함께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수술 뒤의 회복 과정을 지켜보고, 아버지가 실수로 욕실을 온통 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수습했던 그런 시간들이 너무도 부러웠다. 이제 다시는 손을 잡을 수도, 안아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빠의 기억이 점점 사라져 가는 동안 아무 것도 해드린 게 없었던 것이다. 요양 병원에 계신 이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겨우 서너 달에 한번씩 내려가서 잠깐 얼굴을 뵙고 오는 게 다였다. 치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로 엉뚱한 소리를 하실 때도, 처음에는 상대해드리다가 이내 지쳐버렸고, 나중에는 전화도 거의 받지 않았다. 이제 와서 그 모든 시간을 후회하면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아들 필립이 노인이 된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는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고 말았다. 책 속에서 필립이 죽음이란 이십 대의 젊은이에게나 여든여섯의 노인에게나 같은 무게로 다가오는 거라는 걸, 같은 크기의 두려움과 같은 크기의 절망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있다. 죽음은 무자비하지만, 그만큼 또 누구에게나 공정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홀로 남겨진 엄마를 생각한다. 살아오면서 한번도 엄마를 챙기거나 존중했던 적이 없었던 아빠를 먼저 떠나 보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언젠가는 겪게 될 죽음의 과정들이 두렵지는 않으셨는지. 엄마와 아빠가 살아오신 삶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부부가 뭔지 모르겠어... 새벽에 잠에서 깨, 그 사람 손을 슬그머니 그러잡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옆에 누워 잠든 그 사람이 이생에서는 만날 수 없는 존재처럼 멀고멀게 느껴져서. (29)

평생 당신만을 사랑하겠습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대부분 결혼을 하는 순간에는 이와 비슷한 맹세를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직 상대만 보이는 시간, 당신만 있다면 세상이 내 것만 같던 시간은 점차 당신이 있기 때문에 참지 못할 것 같던 시간으로 변해간다. 황혼 이혼이란 말이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뉴스에서 들리더니, 이제는 사후 이혼이라는 말까지 일본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죽은 배우자와 이혼을 하겠다는 걸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김숨의 <당신의 신>에는 결혼과 이혼에 관한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소설집 속 단편들은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를 보여주고 있다. <이혼>에서 민정의 어머니는 평생을 남편의 무시와 폭력에 시달리며,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았다. 아이 셋을 낳고 오십삼 년을 참고 사는 어머니를 보며 울화가 치민 민정은 직접 부모님의 이혼 서류를 준비하고 소송을 청구해서라도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지만 막상 어머니는 망설인다. 자신이 이혼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어머니의 삶이란 사실 현실 속 수많은 우리들의 어머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없이 행복해 보이지만 사실 속은 곪아가는 부부도 있고, 이혼 후 추문에 휩쓸려 직장에서 해고 당하고 힘겹게 사는 여자도 있었다. 아빠와 엄마의 삶도 그다지 평화롭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40여년을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사셨다.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내 어머니가 뒤늦게라도 이혼을 하셨더라면, 조금은 더 편한 노후의 삶을 보내실 수 있지 않았을까. 온전히 하나의 존재로 세상 속에서 완벽히 자유롭게 지내실 수 있지 않았을까. 아빠가 먼저 떠나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하는 딸의 모습이 야박하다 싶기도 하지만, 나는 평생 뭐하나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산 엄마의 남은 여생이 더 걱정이 되었다.

 

 

 

 

 

 

휴대전화 속 부고를 떠올리며 문득 유리 볼 속 겨울을 생각했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182)

오랜 만에 친구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가끔 그들과 내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요즘 유행이다 싶은 것들, 혹은 이미 유행도 한참 전에 지나서 이제는 다들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내가 전혀 모르고 있는 건 당연하고, 그들에겐 소소한 일상들이 내겐 너무도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 투성이였으니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한 생활이 3년 정도 되었는데, 나와 그들 사이의 거리는 어느 새 3억 광년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에 등장하는 '유리 볼 속 겨울'처럼,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가 바로 내 이야기였던 것이다. 김애란의 이번 작품집에 등장하는 이들은 계절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다.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상실과 결핍의 슬픔을 견디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바깥은 여름인데 여전히 겨울을 살고 있는 삶은 계절을 느낄 수 없다. 너무 이른 아이의 죽음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사는 부부, 타인을 위해 죽은 남편을 이해해야 하는 아내, 가족 같은 개가 편하게 죽을 수 있도록 혼자 힘으로 안락사를 준비하는 소년 등.. 그들 모두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과 뜨거운 열기 가득한 여름이라는 계절은 감당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지나가고 인생은 흘러가게 마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느 한 순간부터 그저 상실된 시간, 멈춰진 삶인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놓쳐버린 수많은 선택들과 내가 잃어버린 결핍들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는 손에 쥐고 있는 것, 혹은 앞으로 손에 넣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잃어 버린 것, 지금은 손에 없는 것,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아빠가 돌아가셨는데도 일상은 변함없이 계속되었다. 네 살짜리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해야 하는 시간 속에서 엄마가 감정이란 사치를 누릴 수는 없었으니까. 나에게 애도의 시간을 가질 여유란 전혀 없었다. 자연스레 서울을 비웠던 그 며칠 이전과 별다를 바 없는 매일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빵집에 들렀는데 이제 막 구운 소보로를 진열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다지 좋아하는 종류가 아니었음에도 별 생각 없이 집어 들어 고른 빵들과 함께 계산을 했다. 아이의 유모차를 밀면서 집으로 향하는데, 들고 있는 봉투 속 빵의 온기가 느껴졌다. 갑자기 가슴이 꽉 메어져 왔다. 아빠는 이제 좋아하는 소보로 빵을 드시지 못하는 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거리를 걸어가는 중이었으므로, 눈물을 참고 꾹꾹 삼켜야 했다.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하루의 대부분을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에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았지만, 시간은 여전히 째깍째깍 흘러가고 우리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 상실과 결핍의 순간보다, 나는 그 이후의 시간들이 더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 남아 있는 이들은 부재의 무게를 이겨내고 살아가야만 하니까. 아침은 매일 같이 우리를 찾아오지만 어제와 같은 아침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잃어버린 것은 영원히 되돌릴 수가 없으니 말이다. 누가 세상에서 사라졌든 말든, 계절은 바뀌고 시간은 흘러갔지만, 아빠에겐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그대로 일 테니까. 가끔은 나만 빼고 지구가 자전하기라도 하는 듯, 혼자 그렇게 제자리에 멈춰 선 듯한 기분이 든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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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2-13 0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필립 로스의 책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랍니다.
저도 3년 전 아버지 돌아가신 후 한동안 허무함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지금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어요. 피오나님이 하시는 그런 주문이 여전히 필요하거든요.
피오나님의 이 글을 읽으니 또 울컥하고 뭐가 저 밑에서 올라오네요.

피오나 2017-12-13 18:46   좋아요 0 | URL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렇군요.. 평생을 함께한 부모이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 당연하겠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괜찮아 질 그 날까지.. 오래오래 부모님의 모습을 기억해요.
 

 꽤나 오래 기다렸던 마이 셰발,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나왔다.

 

 

 

국내 최초 출간이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사실 오래 전에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인 <웃는 경관>이 국내에 출간된 적이 있다. 2003년에 출간되었으니, 무려 14년만이다.

 

어쨌건 엘릭시르에서 다시 출발하는 시리즈라 전체 10권을 모두 다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기대가 된다. 벌써 번역은 5권까지 다 끝났다는 소문도 있고 말이다. ㅋㅋ

 

 

3대 북유럽 경찰 소설을 보통 헨닝 망켈의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들란두르> 시리즈, 그리고 마이 셰발,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로 꼽는다. 특히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요 네스뵈와 스티그 라르손 등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요 네스뵈는 이 시리즈를 일컬어 "범죄소설의 모범"이라고 했다.

 

 

국내에 출간된 헨닝 캉켈의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이다. 빠른 전개와 극적인 구성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북유럽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가 매우 문학적인 시리즈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 출간된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들란두르> 시리즈이다. 물론 지금은 모두 절판된 책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뭐 이미 읽어본 이들도 꽤 많을 거라고 짐작한다. 지금은 아이슬란드 작가들의 추리 소설이 몇몇 출간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매우 신선한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자, 다시 <마르틴 베크> 시리즈로 돌아오면.. 국내 첫 정식 출간 기념으로 스페셜 패키지로 구매할 수 있다. 물론 특별 한정판이니 소진되면 종료된다.

 

 

책을 구매하면 이렇게 특별 제작 봉투에 담겨져 있다. 각각의 패키지 구성 엽서, 메모지와 함께 말이다. 내 돈 주고 내가 사면서 꼭 선물 받는 기분이라 포장을 뜯기 전부터 설레었다. ㅎㅎ

 

 

<로재나> 패키지 구성이다. 작가가 한국 독자들에게 남기는 멘트가 쓰인 엽서 뒷면에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스톡홀름 지도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마르틴 베크의 범죄 수사 메모지.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패키지 구성이다. 역시나 엽서와 메모지가 함께 들어 있는데, 메모지의 프린트가 두 책이 달라서 소장용으로 더 가치가 있다.

 

워낙 유명한 시리즈이기에 그렇지만, 시리즈의 첫 번째, 두 번째 작품 모두 서문부터 화려하다. <로재나>의 서문은 헨닝 망켈이 썼고,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의 서문은 밸 맥더미드가 썼다.

 

 

책의 옆면을 보면 제목 옆에 마르틴 베크(Martin Beck)의 M과 A가 보인다. 시리즈 10권을 모두 다 모아서 한꺼번에 세워두면 Martin Beck가 될 것이다. 원서의 책등은 이렇다. ㅎㅎ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한 출판사에서 내는 다른 잡지에서 각자 일하다가 만나게 되었고, 예전부터 품고 있었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다 함께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스웨덴 사회가 십 년에 걸쳐서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하고자 했던 그들은,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10권의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 열 권의 시리즈는 사실상 삼백 개의 장으로 이뤄진 하나의 긴 소설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렇게 일 년에 한 권씩 완성하여 십 년 만에 시리즈가 마무리 되었다.

 

이 책을 열일곱 살에 처음 읽었다는 헨닝 망켈은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로재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책이다. 이 자리에서 자세한 플롯이나 범죄의 해결에 관해 누설할 마음은 없지만, 한 가지만 짚어두겠다. 아마도 <로재나>는 범죄소설에서 시간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야기로는 최초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자주 길게 이어진다. 로재나라는 여성을 살해하여 예타운하에 던진 범인에 대한 수사가 답답하게 답보하는 시기다. 그러다가 불과 몇 센티미터쯤 진척이 있는가 싶더니, 또 덜컥 멈춰 선다. 마르틴 베크와 동료들에게는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이 절망의 근원인 동시에 필요악이다. 참을성이 없는 수사관이란 중요한 도구 하나가 부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로재나>는 경찰의 근본적인 덕목, 즉 참을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이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소설이다. 생생하고, 간결한 세련미가 있으며, 교묘한 연출에 따라 플롯이 전개된다. 이것은 현대의 고전이다."

그리고 밸 맥더미드는 이 시리즈를 1979년 미국에서 미스터리 소설 전문 책방에서 처음 만났다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책을 손에 넣는 방법은 내가 직접 가서 사 오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했다. 어마어마한 양을. 배낭에 담아 온 책들 중에는 빈티지 프레스 특유의 까만 표지를 입은 문고본 열 권이 있었다. 스웨덴의 부부 소설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함께 집필한 열 권의 범죄소설이었다." 그는 즐리언 시먼스의 <블러디 머더>를 일고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이 사십 년 전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가치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찰 수사물이라는 하위 장르에서 클리셰가 되다시피 한 갖가지 핵심적인 장치들이 바로 이 열 권의 소설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염세적인 한숨을 지으며 당연하게 여기고 마는 수많은 특징들이 바로 이들, 기자였다가 범죄소설가로 전업한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작품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 추리, 스릴러, 범죄, 경찰 소설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당장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이 시리즈를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로 헨닝 망켈과 밸 맥더미드의 서문만큼 멋진 대답이 또 있을까 싶지 않은가. 이 시리즈 전체를 다 만날 수 있게 되어 너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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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뒤 풍경
케이트 앳킨슨 (지은이), 이정미 (옮긴이) | 현대문학 | 2016년 3월

 

비밀과 복선, 반전으로 이루어진 탄탄한 플롯과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는 아주 매혹적이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점은 ‘주(footnote)’를 소설에 도입한 독창적인 기법이다. 현재의 삶에서 예고치 않은 순간에 끼어드는 ‘주’에는 루비 윗대에 있었던 주요 사건들이 담겨 있고, 그 사건들은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이러한 서술 형식은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설킨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투명하게 형상화하고, 보다 밀도 높은 감동을 전해준다

 

 

 

 

 


편혜영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특별한 일 없이 흐르던 일상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기도 한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재앙과 고난을 기다렸다는 듯이 편혜영은 그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를 당긴다. 이 책은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사고로 시작한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교통사고. 이 사고로 오기는 아내를 잃고, 스스로는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구가 되어버린다. 예상치 못한 사건은 오기의 일상을 한순간 뒤흔든다.

 

 

 

 

 

 

 

에논
폴 하딩 (지은이), 민은영 (옮긴이) | 문학동네 | 2016년 3월

 

어느 폭우가 쏟아지던 날, 딸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전화를 받은 뒤, 한 남자가 끝도 없는 나락 속으로 빠져든다는 게 이 소설의, 거의 모든 내용이다. 별 한 개를 준비하고 싶은가? 하긴 고통을 통해 이 세상은 지옥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중년 남자가 나오는, 삼백오십 쪽에 달하는 소설이라면 참신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면 어떨까? 이 절절한 고통과 먹먹한 환상 앞에서 별 하나를 던질 마음이 들겠는가?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 때문에 그저, 무조건 궁금해진다.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파트릭 모디아노 (지은이), 권수연 (옮긴이) | 문학동네 | 2016년 3월

 

소설은 작가 장 다라간이 사소해 보이는 한 사건으로 인해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시작된다. 그는 과거의 공간을 집요하게 더듬어가며 자신의 기억과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과거의 수수께끼'를 풀려 애쓰지만, 서로 맞춰지지 않는 기억의 조각과 메워지지 않는 공백에 가로 막힌다.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은이), 조구호 (옮긴이) | 문학동네 | 2016년 3월

 

마약과 폭력, 광기와 야만으로 점철된 콜롬비아의 현대사와 그러한 공포의 시대를 살아낸 개인의 운명을 절묘하게 교차시켜 직조한 작품으로, 의문에 휩싸인 한 남자의 죽음과 그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콜롬비아 암흑기의 잔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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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마무리가 되었네요.

신청자수가 워낙 적어서.. 추첨하고 뭐고 하긴 좀 그렇고해서... 신청하신 분들 다 드리는 걸로.. ㅎㅎ

 

다락방님 : 뉴욕미스터리

새벽의누나님 : 오베라는 남자, 기억나지않음,형사

헤르메스님 : 그랜드마더스

 

혹시 다락방님은 다른 책 필요하신 게 더 없으실까요? 두 권 신청하셨는데, 한 권만 보내드리려니.. ^^;;

 

 

세 분은 비밀 덧글로 주소, 연락처, 성함 남겨주세요!!!

 

 

그럼 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들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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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3-24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그러면 저 <창백한 잠>도 신청할게요!! ㅎㅎ
고맙습니다, 책 나눔 해주셔서요. 주소삼종셋트 밑에 비댓으로 쓸게요.
:)

피오나 2016-03-24 15:08   좋아요 0 | URL
우체국택배로 보냈어요! 재미있게보세요^^

2016-03-24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4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피오나 2016-03-24 15:08   좋아요 0 | URL
우체국택배로 보냈어요! 재미있게보세요^^

헤르메스 2016-03-24 15:22   좋아요 0 | URL
웃!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사과나비🍎 2016-03-2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 나눔하셨나 봐요~^^* 신청을 놓쳤네요...^^; 아무튼 좋은 일하셨네요~^^*

피오나 2016-03-25 02:04   좋아요 1 | URL
담번 나눔때는 사과나비님도 참여해주세요^^

다락방 2016-03-25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책 두 권 잘 받았습니다. 책 상태도 참 깨끗하네요! 고맙습니다, 잘 볼게요.
:)

피오나 2016-03-25 21:51   좋아요 0 | URL
네넹! 책과 함께 행복한 주말 되세요^^

헤르메스 2016-03-26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잘 받았습니다^^ 피오나님 덕분에 도리스 레싱의 마지막 작품을 잘 감상하게 되었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피오나 2016-03-26 01:49   좋아요 0 | URL
ㅎㅎ 네. 재미있게 보시고, 기분 좋은 주말 되세요. ^^
 

 

어찌하다보니 종종 같은 책을 두 권씩 가지게 되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요.

서재에 책들이 넘쳐나서 주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조금이라도 정리를 할까 합니다.

 

이곳을 가끔 들러주는 분들께 작은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

 

책은 증정 표시가 있지만 모두 페이지 한 번 넘겨보지 않은 새 책들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나머지 책으로 독서를 했으니까요. ㅋㅋ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1.공허한 십자가/히가시노 게이고

2.범인에게 고한다/시즈쿠이 슈스케

3.오베라는 남자/프레데릭 배크만

4.기억나지않음, 형사/찬호께이

5.창백한 잠/가뇨 료이치

6.그랜드마더스./도리스 레싱

7.뉴욕미스터리/리 차일드 외 16

 

택배비는 착불이고요.

읽고 싶은 책을 1권 혹은 2 ( 3권 까지도. 이유가 있다면...) 덧글로 남겨 주시면 됩니다.

신청하신 도서가 겹칠 경우, 공정하게 랜덤으로 추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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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이 2016-03-1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응원합니다.^^

피오나 2016-03-21 00:10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6-03-1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두 권 신청해도 되나요?
그랜드 마더스와 뉴욕미스터리 요!!
꽥!! 이런 일이 다 있네요!!

피오나 2016-03-21 00:11   좋아요 0 | URL
ㅋㅋ 넹. 신청접수요!!

새벽의누나 2016-03-1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베라는 남자, 기억나지 않음 형사 두 권 신청해봅니다~~ 못받더라도 감사한 일이네요!!!

피오나 2016-03-21 00:11   좋아요 0 | URL
신청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

헤르메스 2016-03-1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 우연히 이런 좋은 나눔 글을 보는군요. 제게도 기회가 온다면 그랜드마더스 신청하고 싶습니다. 이번 신간 추천했던 책이기도 해서^^ 그럼, 나눔 이벤트기 성황리에 마무리 되길 빌며^^

피오나 2016-03-21 00:12   좋아요 0 | URL
하핫. 그러고보니 <그랜드마더스>는 담달 신간평가단으로 선정이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게 되면 저는 책이 세 권이 되니 부디 다른 책이 선정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