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2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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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질서보다 인생에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생각은 안 드니? 약간의 마법 같은 게 있으면 어떨까, 리처드?"
잭이 리처드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심 가득한 얼굴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있잖아, 넌 종종 혼란만 일으키려 하는 아이 같아. 날 놀리는 거니? 네가 마법을 꿈꾼다는 건 내가 신봉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는 말이나 같아. 실제로 그건 현실 자체를 파괴하는 거라고." 리처드는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다.
"어쩌면 현실은 하나가 아닐지도 몰라."      p.220~221

 

2권의 잭과 울프가 히치하이크를 해서 스프링필드로 가는 길에 경찰을 만나는 걸로 시작된다. 잭은 울프를 다소 문제가 있는 사촌이라고 소개하지만, 경찰은 그들을 의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 가 있어야 할 시간이 분명해 보이는 나이의 소년과 외모가 범상치 않은 사촌이라는 존재는 가출한 청소년들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확실치 않아 보였으니 말썽을 불러일으킬 존재들로 여겨졌다. 경찰은 그들을 판사에게 데려가고 그는 '길 잃은 아이들을 위한 선라이트 가드너 성서의 집'이라는 곳으로 잭과 울프를 보낸다. 아이들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해 세워진 보호시설이라는 그곳은 대개 열두 살짜리 애들을 받아 열아홉 살쯤에 내보낸다고 한다. 잭은 순찰차 뒷좌석에 타서도 틀림없이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두 소년이 마주하게 될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못했다.

 

선라이트 홈에서 탈출하려면 어떻게든 테러토리로 우회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잭은 어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선라이트 홈 건물에서 순간이동을 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나쁜 곳은 저쪽 세계에서는 더 나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탈출하기 위한 갈등과 나날이 심해지는 울프의 고통, 그리고 뉴햄프셔에 홀로 남겨져 서서히 죽어 가고 있는 엄마에 대한 생각으로 잭은 미칠 것 같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고, 잭은 점점 지쳐간다. 무슨 일을 하건 사람들이 죽고 안 좋은 일만 생긴다고, 잭은 자기 연민에 빠진다. 엄마와 여왕을 구하기 위한 두 세계를 넘나드는 잭의 여정은 2권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열두 살 소년이 겪기에는 무섭고 끔찍한 모험이어서 잭은 여러 번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지쳐서 절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은 혼자 일어서서 싸우든지, 쓰러져 죽든지 해야 했다.  과연 잭은 엄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부적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떤 것은 제거할 수 없어. 어떤 사람은 제거할 수 없어. 그것들은..... 음...... 단일한 성질을 가졌어.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네. 그것들은 부적과 같아. 단일한 성질이라고. 나도 그래. 단일한 존재야. 나도 트위너가 있었지만 그는 죽었어. 난 테러토리에서만이 아니라 이 세계를 제외한 모든 세계에서 단일한 존재인 거야. 난 알 수 있어. 느낄 수 있다고. 우리 아빠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나를 방랑자 잭이라고 부른 거야. 내가 여기 있을 때 난 저쪽 세계에는 없어. 내가 저쪽 세계에 있을 때 난 이쪽 세계에 없어. 그건 리처드 너도 마찬가지야!"       p.477

 

미국을 대표하는 두 호러 작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가 공저한 작품인 만큼, 굉장히 분량이 많은 작품이었다. 현재의 세상과 마법이 공존하는 또 다른 세상 '테러토리'라는 두 개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판타지는 1984년에 출간한 작품이지만, 2020년인 지금 읽어도 여전히 매혹적이다. 현실과 별도로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 즉 평행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에 의해 판타지보다는 호러 소설에 가깝도록 구축된 이야기이다. 열두 살 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소년'에게는 너무도 가혹하고 무서운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2권에서는 늑대 소년 울프 만큼이나 잭의 소중한 동료가 등장한다. 바로 잭의 어릴 적 친구인 리처드이다. 리처드는 비현실적인 일을 전혀 믿지 않고, 판타지 소설 속 꾸며 낸 이야기 조차 완강히 거부하는데, 그 이유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겪었던 경험에서 기인했다. 리처드의 아버지는 바로 모건 슬로트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리처드는 착한 마음을 가진 바른 소년이었고, 잭의 진짜 친구였다. 잭은 리처드와 함께 모험을 이어가면서 자신이 하려는 일이 단순히 엄마를 구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겪는 모든 역경이 사람을 강인하게 만든다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하기 시작한다. 잭의 앞을 가로막는 초현실적인 풍경들이 주인공이 느끼는 것만큼이나 독자로서 힘겨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 친구인 리처드와 함께 한다는 점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2권 이야기가 끝이 나고 나면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의 한 대목으로 맺음말을 대신하고 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소년의 역사이므로 여기서 끝나야 한다.... 청소년에 관한 글을 쓸 때는 절정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라고 말이다. 현재 영화화가 진행되는 작품이니,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잭 소여의 모험도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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