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군립도서관 사진 찍어왔습니다. 읍내를 도는 버스도 없어서 도서관에 가려면 30분 이상 걸어가거나 택시를 타야 합니다. 걷기 싫어하는 저는 거의 택시 타고 다녀요. 읍내에서도 좀 떨어져 있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좀 멀어서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답니다.


올라가는 길. 올라가고 나면 한참을 헉헉...  


앞에 보이는 기와집 두 채가 도서관 가는 길 맞나 의심이 들게 해요. 하지만 도서관 맞습니다.  

 호남제일번. 호남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인가 봅니다. 뒤에 있는 건물은 조선 시대 객사로 쓰던 건물입니다. 


요 건물이 이금이 선생님이 강연을 하실 도서관입니다.  



도서관 앞마당에 서서 가장 풍경이 멋져 보이는 곳을 향해 한 방 찍었습니다. 멀리 성당이랑 완도 일출타워가 보이네요.


도서관 일층입니다. 이용자가 한 분 계시군요. 이금이 선생님이 강연을 하실 곳은 2층에 있습니다.


2층 올라가는 계단 벽에 이렇게 아이들 작품을 붙여놓았네요.


어린이 열람실 들어가는 곳입니다. 수요일 오후 3시 무렵인데 이용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더라구요. 이게 바로 완도 도서관의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사실 학교에서도 멀고 아파트에서도 멀다 보니 주말에나 이용자가 좀 있는 듯.


어린이실 모습이에요. 대도시 도서관하고는 너무 비교되지요? 여기에도 어른 이용자가 딱 한 분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만난 도서관 이용자는 총 두 분입니다. 완도에도 학교 가까운 곳에 기적의 도서관 같은 게 생겼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선생님이 강의하실 곳은...


바로 어린이실 옆에 있습니다. 오늘은 아무 행사도 없어서 이렇게 불이 꺼진 채 컴컴하더군요. 하지만 4월이 17일이 되면 선생님 강연 들으러 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북적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완도 곳곳에 이런 현수막도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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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4-08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셨어요~ 이 페이퍼를 여기저기 올려 놓으면 좀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인터파크에 올렸으면 제 북피로 스크랩할게요. 그래도 내 북피는 방문자가 좀 되잖아요.^^

소나무집 2009-04-09 09:32   좋아요 0 | URL
지금 인터파크에 올려놓고 왔어요. 순오기님이 소문 쫙 내주세요. 근데 완도 사람들이 있을까 몰라...

무스탕 2009-04-0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도서관이 멋집니다. 저렇게 멋있는 도서관 이용객 수가 적은게 정말 아쉽네요..
겨울에 눈오면 언덕길 올라가기가 좀 힘들겠어요 ^^;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작가님이랑 좋은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네요..

소나무집 2009-04-09 10:28   좋아요 0 | URL
직접 보면 그렇게 멋지진 않아요. 아주 작은, 그래서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의 도서관이에요. 도서관의 위치가 너무 안 좋은 곳에 있어서 이용자가 더 적은 것 같더라구요.
 

지난 주 수요일 청산도에 또 다녀왔습니다. 청산도는 우리나라 슬로시티 4곳(담양, 증도, 장흥, 청산도) 중 한 군데랍니다. 함께 공부했던 해설가 선생님들이랑 함께한 답사 여행이었어요. 청산도에 계시는 해설가 선생님들께서 준비를 많이 하셨는데 일곱 분밖에 가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완도항에서 8시 1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청산도에 도착하니까 청산도 선생님들이 마중 나와 계셨어요. 수업이 끝난 후 처음 뵙는 거라 정말 반가웠어요. 당리 마을 돌담길에서 해설가 경력 3년의 임미화 선생님 해설을 들으며 첫번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혹시 청산도 가시거든 임미화 선생님께 해설을 부탁하세요.


임미화 선생님은 청산도의 꽃 같았습니다. 결혼해서 청산도로 들어온 지 14년이 되셨다는데 이젠 청산도가 고향인 사람보다 청산도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았어요.


임미화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 우리 초보 해설가들입니다. 사진 찍고 메모까지 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니 열정이 느껴졌어요. 


하늘색과 주황색 지붕이 눈에 확 들어오는 당리 마을이에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정을 나누며 살기에 아주 좋을 것 같아요.


초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어요. 청산도에서 초분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정월에 땅을 파지 않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정월에 땅을 파면 일 년 내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초분을 했다고 해요. 두번째는 자식이 배를 타고 고기 잡으러 간 사이 부모가 돌아가신 경우에 초분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장례 절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서 부자인 사람들이나 할 수 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는 설도 있답니다. 초분을 한 지 3년이 지난 후에 뼈만 모아 장례를 지낸 데서 유래. 


볏짚을 엮은 이엉으로 만들어놓은 게 바로 초분이에요. 이 사진에 보이는 초분은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가짜 초분이라고 합니다. 진짜 초분은 마을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대요. 요즘에는 부모의 합장  유언에 따라 가끔 초분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이 도락리 포구 해안가와 구불구불한 길이 그림처럼 아름다웠어요. 이 곳은 작은 고깃배들이 드나드는 포구로 전통적인 포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편제 촬영비예요. 봄에 가족이랑 갔을 때만 해도 이런 게 없었는데 새로 생겼더군요. 서편제는 1993년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영화로 우리들 세대에서는 안 본 분이 없을 거예요.


돌담이 보이는 이 장소에서 유봉, 송화, 동호가 진도아리랑을 불렀지요.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요즘 청산도를 찾는 사람들 중엔 이 곳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대요.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봄의 왈츠>라는 드라마 세트장이에요. 세트장의 모습이 안이나 밖이나 그림처럼 예쁘답니다. 지금은 관광겍들에게 차도 팔고 그러나 봐요.  

요즘은 지자체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드라마 세트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네요. 이곳만 해도 완도군에서 20억 정도를 투자한 거라고 해서 허걱 했어요. 


 
 
예쁜 화면을 위해 너무 예쁘게만 꾸며놓아서 이런 곳에서 살라고 하면 금방 질릴 것 같았어요. 마침 이곳을 관리하는 솔항공여행사 사장님의 안내로 안에 들어가 차 대접까지 받았답니다.  



세트장 2층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에요. 돌담길 양 옆으로 푸른 빛을 띠는 식물은 바로 어린 유채에요. 이 유채가 자라 4월이면 노랗게 꽃을 피우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노랗게 물들이겠지요? 저는 이 유채꽃 때문에 봄 청산도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진도아리랑을 찍었던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입니다. 오전인데 역광 때문이었는지 사진이 꼭 해질녘처럼 나왔어요. 그래서 더 분위기 있는 사진이 되었네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화랑포예요. 화랑포라는 이름은 바람이 불면 파도가 꽃처럼 일어난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갔던 날은 바람이 잔잔해서 파도는 일지 않았지만 수평선과 멀리 점처럼 보이는 한 척의 배를 품은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세편제 세트장이에요. 새로 지은 집이 아니고 원래 있던 집을 지붕만 새로 만들어 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가면 방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에는 부엌, 왼쪽에는 광(마래)이 있는 청산도 전통 가옥의 형태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빈 집에 앉아 있던 동호랑 송화랑 유봉이 그 날은 우리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을 거예요.  


세편제 세트장 골목 근처에 있는 담벼락이에요. 아직도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는 게 신기해서 관광객을 위해 일부러 써놓은 거냐고 해설가 선생님께 물었더니 예전부터 있던 거라네요. '숨은 간첩 찾아내고 자수 간첩 도와주자.'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많이 본 문구죠?


<봄의 왈츠>의 명장면이 나왔던 곳으로 가는 중이에요. 청보리밭 사이에 있는 느티나무가 듬직해 보이네요. 나무 둘레가 4.7미터나 되고요, 나무 높이는 18미터나 된대요. 저 나무들이 300년 이상 청산도 사람들의 기쁜 일과 궂은 일을 다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서 꼬맹이들이 앉아 버스를 기다리던 자리래요. 선생님들이랑 이 자리에 앉아 드라마 주인공 흉내를 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뒤처져서 사진을 찍다 보니 제 눈에 들어온 장면이에요. 나무가 만들어준 액자가 너무 근사해서 한 컷 찍었답니다. 


한 발만 크게 뛰어도 건널 수 있는 작은 밭이에요. 정말 앙증맞은 보리밭이지요? 아주 작은 땅도 놀리지 않는 청산도 사람들의 알뜰함과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었어요. 


고인돌과 하마비입니다.   


청산도 사람들의 자랑인 범바위예요. 호랑이를 닮았다는데 저는 아무리 보아도 호랑이 느낌이 들지 않던걸요. 범바위에는 + - 극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자수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배들이 이 근처를 지날 때 나침반이 제 구실을 못한다고 하네요.


범바위 전망대에서 본 작은 범바위예요. 저는 범바위보다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하늘 빛깔 정말 예쁘지요? 



청산도에 남아 있는 돌담길 중 가장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돌담길이라고 합니다. 마을 이름이 상서리라고 했던가요? 


여기는 청산도에 있는 지리해수욕장이에요. 작고 아담한 해수욕장인데 가족끼리 가서 놀다 오기엔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이곳을 둘러본 후 하루 일정을 모두 마치고 4시 배로 나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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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산도~~ 덕분에 구경합니다! 고마워요~~~ ^^
서편제 촬영지, 마치 영화를 다시 보듯 떠오르네요.

소나무집 2008-12-28 16:07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서편제> 다시 보고파요.
 

추석 전 앞으로 완도의 명물이 될 공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완도에 와 살면서 아이들과 쉽게 갈 수 있는 공원 하나 없는 게 늘 아쉬웠는데 이젠 그 아쉬움을 풀 수 있게 되었어요.

어제 저녁을 먹다 갑자기 그 공원 이야기가 나와서 "한 번 가 보자!" 하고는 바로 일어섰답니다. 설거지도 뒤로 한 채 말이죠. 작년부터 산 하나를 깎아서 공원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연을 훼손하는 것 같아 욕도 좀 하고 그랬는데 완성된 공원에 가 보니 앞으로 완도를 알리는 데 한몫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다리를 놓아서 육지와 연결된 지 어언 30년이 넘었건만 지금도 완도에 가려면 배를 타야 되는 줄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걸 제가 살아 보고 알았어요. 그래서 땅끝 마을 하면 으레이 해남만 떠올리고 완도는 똑 떨어진 섬 취급을 하시데요. 

하지만 완도는 섬이 아니랍니다. 차를 타면 육지랑 연결된 다리 건너는 데 30초도 안 걸립니다. 그래서 완도의 높으신 양반들 불만이 많았던 것 같아요. 3선의 달콤함을 누리고 계신 현 완도 군수님이 신땅끝 마을이 있음을 세상에 알리기로 한 걸 보면 말이죠.


조명색에 따라 탑의 색깔이 수시로 변하데요. 이건 밤에만 볼 수 있는 보너스겠죠! 차에서 내리자마자 올려다보며 아이들이 찍은 사진입니다. 돈 엄청 들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돈 많이 들인 시설물을 볼 때마다 도서관에도 좀 투자하지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이 동네 도서관은 사랑방 수준이거든요.



카메라가 안 좋다는 걸 이 사진을 보며 새삼 확인했어요. 낮에 보면 어디 하나 눈에 띄는 곳이 없는 완도 읍내 풍경이 밤에 산에 올라가서 보니 너무 아름다운 거 있죠. 해변을 끼고 상가가 쭉~ 이어져 있어요. 멀리 보이는 다리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있는 신지도 들어가는 다리구요.

우리 아들의 한 말씀.  "홍콩 야경보다 더 멋진데..."  "홍콩도 안 가 보고 니가 어찌 알아? " 텔레비전이랑 인터넷으로 보았지요." "음, 그렇군."


어때요? 멋지죠? 우리 아들이 일기장에 서울에 있는 남산 타워랑 똑같은 게 완도에도 생겼다고 썼더군요.



타워 안으로 들어가면 완도를 홍보하는 사진이랑 설명들이 아주 많은데 저 감동받았어요. 완도 관공서에서 하는 일에 감동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정말 멋지게 잘해놓았더라구요. 완도 특산물을 파는 매장도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카메라를 딸내미가 들고 다녀서 내부 사진을 많이는 못 찍었네요. 나중에 낮에 가서 사진 다시 찍어 올게요.





이층은 야외랑 연결되어 있는데 나가자마자 맞닥뜨리는 인물이 있어요. 이 사람 누군지 다 아시죠? 바로 우리나라 최고의 골프 선수 최경주예요. 이곳 출신의  최경주는 완도 사람들에겐 최고의 자부심이고 자랑이지요. 해변에 최경주 공원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어서 친근감이 느껴져요. 그래서 온 식구가 이렇게 한 번씩 매달려 보았어요.



오호, 이 사람도 몰라주면 안 돼요. 최경주 이전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인물 장보고예요. 청해진 하면 바로 떠오르죠? 지금은 장도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완도 옆에 있는데 물이 빠지면 걸어들어 갈 수 있어요.

이 섬에 장보고 대사께서 청해진을 설치하고 당나라와 무역을 하셨거든요. 그러니 최경주와 나란히 서서 완도를 알리는 역할을 할 만하죠. 이 섬도 지금 열심히 공원 꾸미는 작업중이니 완도 오시는 분들 꼭 들러서 가세요.



이 타워는 밤에 보는 게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완도 오시는 분들 기억하셨다가 꼭 다녀가세요. 완도 다도해 일출공원입니다. 완도 들어서는 순간 훤히 보입니다. 그리고 기억해 주세요. '이젠 땅끝 마을은 해남이 아니고 완도다!' 제가 갑자기 완도 홍보 대사 된 느낌!

우리 아이들 공부할 시간에 이렇게 나와 노니까 너무나 신나서 매일 밤 운동 나오자고 그러는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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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9-20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도해일출 공원요! 언제 한 번 가보려나요.
소나무집님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해요.
맑은 아침입니다.^^

소나무집 2008-09-20 12:15   좋아요 0 | URL
완도 자체는 별로 구경거리가 없는데 주변 섬들이 참 좋아요.
보길도, 청산도, 소안도...
언제 기회 되면 남편이랑 함께 다녀가세요.
가을,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서 저도 살아났답니다.
 

소안도는 완도에서 갈 수 있는 섬 중 보길도, 청산도 다음으로 유명한 섬이라고 한다. 보길도 들어가는 노화도 바로 옆에 있어서 동천항을 거쳐 소안도로 간다. 내가 완도에 와서 살기 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섬이니 유명세가 좀 덜 하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름답고 조용해서 며칠 쉬었다 가기 딱 좋은 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안도 가는 배 안에서 만난 소리꾼들이다. 완도군에서 배를 타고 가는 관광객을 위해 이런 서비스도 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소안도까지 가는 40분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바닷물이 빠지는 걸 기다리는 동안 섬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여기는 소안도에 있는 미라리 해수욕장이다. 보길도 예송리 해수욕장에 비해 아주 작은 규모의 갯돌 해수욕장이었다. 바닷물도 주변 풍광도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바로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소안 미라 펜션이다. 폐교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천연 잔디 운동장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면 놀기에 그만일 것 같았다. 동네 청년회에서 운영하는데 여름 성수기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펜션 내부 모습이다. 운동장에서 기웃거렸더니 이곳 관계자인 듯한 분이 홍보 좀 해달라며 내부까지 안내를 해주었다. 콘도처럼 숙식이 가능하게 이부자리랑 주방 용품이 다 구비되어 있다. 원룸과 투룸이 있는데 여기는 원룸의 모습. 아래 사진은 펜션 베란다에 서서 내다 본 방풍숲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저 너머에 바로 그림 같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소안도에서는 여름이면 물때에 맞춰 개매기 축제라는 것을 한다. 개매기라는 말은 갯벌을 막는다는 뜻으로 어촌에서는 흔히 쓰는 말인 듯했다. 갯벌에 미리 그물을 쳐놓고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방법이 바로 개매기란다.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사이에 바닷물이 다 빠진 걸 보니 물고기 잡을 욕심에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었다. 인구 3천 명이 조금 넘는 조용한 섬에 이 날 행사에 참여하러 온 사람이 600명이 넘다 보니 섬이 들썩들썩했다. 안내해주던 지역 어르신께서 오늘 소안도가 바다에 좀 가라앉았겠다고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욕심내지 말고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어르신의 말씀에 충실히 따랐더니 우리 같은 얼뜨기 어부한테도 잡히는 물고기가 정말 있었다. 첫 물고기는 바로 반찬 한 가지 마련해 보겠다고 벼른 아줌마의 손에 잡힌 전어였다. 물 속에서 첨벙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여기저기서 "잡았다"는 고함 소리에 덩달아 신이 났다.



우리 가족이 한 시간 넘게 잡은 물고기다. 오로지 손으로 요놈들을 잡았으니 "어이쿠, 대견해라!" 작은 전어 20여 마리에 제법 큰 숭어 세 마리랑 학꽁치도 있다. 거기에 꽂게도 한 마리 잡았다.



배삯(어른 7200원, 아이들 3100원)이랑 참가비(어른 오천원, 아이들 삼천원)가 생선값을 훨씬 넘어섰지만 너무도 신나는 경험이었다. 손 안에 잡혀서 팔딱팔딱 뛰던 손맛을 잊을 수가 없다. 아이들도 내년에 또 가자고 했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아그들아, 내년 여름엔 우리가 이곳에 있을지 없을지 알 수가 없단다."

이렇게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소안도는 완도에 와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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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8-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도 보길도도 못 가본 제겐 소안도도 꿈나라 같네요.
바다색깔이 파란게 정말 멋져요. 가족들이랑 기억에 남을 시간 보내셨네요.^^

소나무집 2008-08-05 10:25   좋아요 0 | URL
저도 완도에 살지 않았다면 어림없는 섬여행이에요.
완도에 사는 동안 좋다는 데 다 놀러 다니는 대신 아이들 공부는 완전 뒷전이랍니다.

무스탕 2008-08-0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소나무님이랑 아가들이랑 아빠님랑 즐거웠겠어요 ^^
미라리 해수욕장은 정말 이쁘네요. 규모도 작아서 사람도 많지 않을것 같고요.
언제 가보나..

소나무집 2008-08-05 10:27   좋아요 0 | URL
정말 즐거웠어요.
단지 쉬고 싶어서 해외로 가는 분들에게 우리나라 땅끝에 있는 이런 섬으로 쉬러 가라고 권하고 싶어져요.

아영엄마 2008-08-05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고기를 직접 잡다니, 아이들이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일이 될 것 같아요~.

소나무집 2008-08-05 10:30   좋아요 0 | URL
여름에 두세 번밖에 기회가 없는 행사라서 꼭 가야 한다고 남편이 부추겼어요.
늘 이것 저것 생각 안 하고 일을 저질러놓는 남편 덕분에 좋은 구경을 많이 하긴 해요. 아이들 데리고 한 번쯤 가볼 만한 축제였어요.

소진과준형 2008-08-07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얼굴보니 참 반갑네 ^^ 여기서야 벼르고 별러 갈 수 있는데... 그렇게 수월하게 가다니! 에구에구 부러워라~~

2008-08-08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8-08-0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런 가족들 모습을 뵐때마다 참 많이도 닮았구나..싶어요..
정말 잊지 못할 추억를 담아오셨군요..

소나무집 2008-08-12 09:48   좋아요 0 | URL
우리가 그렇게 닮았나요? 늘 예쁘게봐 주시니 고마워요.
소안도에서 물고기 잡던 추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전진 2010-08-17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 좋은 섬 제가 거기 출신입니다.

박찬례 2013-08-0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기대가됩니다. 소안도 큰마트도있나여? 내일 출발해여^^

신준서 2017-03-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용~~ 전 소안도 출신 진산리 4444번지 김.봉.심 할머니 손자입니다. 저희할머니가 2016년 6월 초에 돌아가셔서 ㅠ,ㅠ 할머니 집도 돌려보고싶은데.. 힝 ㅠ,ㅠ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나니 휴가를 보내러 오겠다는 지인들의 전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네요. 작년에 집에서 먹고 재우느라 은근히 스트레스 받았던 생각에 올해는 아예 여관을 예약해주고 밖에서 밥을 먹게 하니 제가 살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 일 때문에 보길도에 가는 남편을 따라 나섰습니다. 보길도는 작년에 한 번 가 보기는 했지만 완도에 살아도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회사 일로 가는 남편을 따라가는 일이 조금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용기를 내었지요.

갈 때는 회사 배를 타고 간다기에 배삯으로 수박 한 통이랑 떡을 준비했구요. 그래서 실제 배삯보다 돈이 더 들긴 했어도 선장님의 바다 이야기를 들으며 호젓하게 가는 맛이 아주 좋았답니다 .

 
아침 일찍 잠도 덜 깬 아이들을 깨워 갑작스레 나왔는데도 배를 탄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보길도 주변 바다는 온통 전복이랑 해초 양식장이더군요. 우리가 손쉽게 사 먹는 미역이랑 다시마 같은 것들이 이렇게 먼 바다에서 키워진답니다.


유명한 예송리 해수욕장 갯돌이에요. 모래는 발에 붙어서 영 성가신데 갯돌은 붙지 않으니까 좋아요. 신발을 벗고 걸어다니기엔 발이 아파서 좀 불편하답니다. 갯돌이 싫으면 근처에 있는 중리 해수욕장으로 가면 된답니다. 거긴 모래 해수욕장이거든요.



옷을 입은 채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썬크림을 엄청 두껍게 발랐는데도 새까맣게 탔어요. 바닷가 햇볕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바다가 정말 깨끗해요. 게 한 마리를 잡아서 집을 지어주며 놀고 있는 선우와 지우. 아빠가 없어도 친구들이 없어도 행복한 우리 아이들. 그리고 저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도 좋았어요.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놀고 있을 때 저는 무얼했는지 궁금하죠?



바로 요렇게 누워 자갈 찜질을 하고 있었답니다. 등이 따끈따끈한 게 잠이 솔솔 오더군요.



앞에 보이는 얕트막한 산이 예작도라는 섬이에요. 바로 저 섬 분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풍물을 잘해서 텔레비전에 나오기도 했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을 마친 남편과 함께 우암 송시열 선생의 시가 적혀 있는 바위를 보러 갔어요. 일명 우암 송시열 선생의 글씐바위. 송시열 선생이 83세에 제주도로 귀양을 가다가 남긴 시를 누군가가 바위에 새겨놓았다고 하네요.



시커먼 자국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먹을 묻히고 탁본을 한 흔적이라고 하네요. 처음엔 불에 탄 줄 알았어요. 문화재가 훼손된 현장을 보는 마음이 편치가 않더군요.



집에 가는 여객선을 타러 가는 길이랍니다. 올 봄 보길도와 노화도롤 잇는 연도교(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생겼어요. 그래서 보길도에서 노화도까지 차를 타고 간 후 노화도 동천항에서 완도 화흥포항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야 한답니다. 동천항에서 보길도 예송리해수욕장까지는 승용차로 20분 정도 걸려요.



우리 가족이 완도 화흥포항으로 타고 나온 여객선이랍니다. 육지에서 보길도로 들어올 때는 해남에서 노화도로 오거나 완도에서 노화도로 들어오는 배를 타면 된답니다. 배삯이 어른, 6천원, 아이들 3천원입니다.

보길도에는 윤선도 선생의 유적지가 많으니까 둘러보려면 차를 가지고 가는 게 편하긴 해요. 윤선도 유적지는 작년에 둘러보아서 우리는 이번엔 그냥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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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07-3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곳이네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도 좋구요.

소나무집 2008-08-01 10:48   좋아요 0 | URL
대도시에서 너무 멀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성수기에도 바가지 요금 같은 것도 없도 정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며칠 쉬러 가기에 딱 좋은 곳이 아닐까 싶어요.

무스탕 2008-07-3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며칠전에 땅끝마을에 갔다왔어요. 정말 멀더라구요..
소나무님 생각도 당연히 했지요 ^^

소나무집 2008-08-01 10:49   좋아요 0 | URL
님 여행기 가서 보고 왔어요.
서울에서 오기는 정말 너무 멀어요.
완도는 해남에서 한 시간이나 더 들어와야 한답니다.

하늘바람 2008-07-3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사진은 하나하나가 다 예술이에요. 저도 태은이 태어나지 않았을때 다녀왔었는데 지금 엄두가 안나네요.
님 좋은 곳에 사셔서 휴가만 되면 정신없으시겠어요

소나무집 2008-08-01 10:50   좋아요 0 | URL
늘 사진 칭찬을 해주시는 님, 고마워요.
보길도, 갈 때마다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도 다 친절하고...

전호인 2008-07-31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뇌로부터 이번 휴가에 꼭 다녀오라는 압력이 팍 오는 데염.
너무 맑고 께끗하다는 것을 사진이 증명해주는 군요.
담주 휴가인데 걍 시골이나 다녀오려고 하는 데 망설여지게 되네염.

소나무집 2008-08-01 10:52   좋아요 0 | URL
뇌의 압력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사실 보길도는 너무 멀어서 서울에서는 쉽게 엄두가 안 나는 곳이지요?
해남에서 배까지 타고, 또 승용차 타고.... 최소 2박 3일 코스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