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나니 휴가를 보내러 오겠다는 지인들의 전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네요. 작년에 집에서 먹고 재우느라 은근히 스트레스 받았던 생각에 올해는 아예 여관을 예약해주고 밖에서 밥을 먹게 하니 제가 살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 일 때문에 보길도에 가는 남편을 따라 나섰습니다. 보길도는 작년에 한 번 가 보기는 했지만 완도에 살아도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회사 일로 가는 남편을 따라가는 일이 조금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용기를 내었지요.
갈 때는 회사 배를 타고 간다기에 배삯으로 수박 한 통이랑 떡을 준비했구요. 그래서 실제 배삯보다 돈이 더 들긴 했어도 선장님의 바다 이야기를 들으며 호젓하게 가는 맛이 아주 좋았답니다 .
아침 일찍 잠도 덜 깬 아이들을 깨워 갑작스레 나왔는데도 배를 탄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보길도 주변 바다는 온통 전복이랑 해초 양식장이더군요. 우리가 손쉽게 사 먹는 미역이랑 다시마 같은 것들이 이렇게 먼 바다에서 키워진답니다.
유명한 예송리 해수욕장 갯돌이에요. 모래는 발에 붙어서 영 성가신데 갯돌은 붙지 않으니까 좋아요. 신발을 벗고 걸어다니기엔 발이 아파서 좀 불편하답니다. 갯돌이 싫으면 근처에 있는 중리 해수욕장으로 가면 된답니다. 거긴 모래 해수욕장이거든요.
옷을 입은 채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썬크림을 엄청 두껍게 발랐는데도 새까맣게 탔어요. 바닷가 햇볕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바다가 정말 깨끗해요. 게 한 마리를 잡아서 집을 지어주며 놀고 있는 선우와 지우. 아빠가 없어도 친구들이 없어도 행복한 우리 아이들. 그리고 저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도 좋았어요.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놀고 있을 때 저는 무얼했는지 궁금하죠?
바로 요렇게 누워 자갈 찜질을 하고 있었답니다. 등이 따끈따끈한 게 잠이 솔솔 오더군요.
앞에 보이는 얕트막한 산이 예작도라는 섬이에요. 바로 저 섬 분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풍물을 잘해서 텔레비전에 나오기도 했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을 마친 남편과 함께 우암 송시열 선생의 시가 적혀 있는 바위를 보러 갔어요. 일명 우암 송시열 선생의 글씐바위. 송시열 선생이 83세에 제주도로 귀양을 가다가 남긴 시를 누군가가 바위에 새겨놓았다고 하네요.
시커먼 자국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먹을 묻히고 탁본을 한 흔적이라고 하네요. 처음엔 불에 탄 줄 알았어요. 문화재가 훼손된 현장을 보는 마음이 편치가 않더군요.
집에 가는 여객선을 타러 가는 길이랍니다. 올 봄 보길도와 노화도롤 잇는 연도교(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생겼어요. 그래서 보길도에서 노화도까지 차를 타고 간 후 노화도 동천항에서 완도 화흥포항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야 한답니다. 동천항에서 보길도 예송리해수욕장까지는 승용차로 20분 정도 걸려요.
우리 가족이 완도 화흥포항으로 타고 나온 여객선이랍니다. 육지에서 보길도로 들어올 때는 해남에서 노화도로 오거나 완도에서 노화도로 들어오는 배를 타면 된답니다. 배삯이 어른, 6천원, 아이들 3천원입니다.
보길도에는 윤선도 선생의 유적지가 많으니까 둘러보려면 차를 가지고 가는 게 편하긴 해요. 윤선도 유적지는 작년에 둘러보아서 우리는 이번엔 그냥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