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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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연주회 동안 시몽이 자기 손을 잡으려 들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뿐이었다. 자신이 그것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두렵기도 했다. 언제나 그런 기대가 사실로 확인되면, 떨쳐 낼 수 없는 권태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그녀가 로제를 좋아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로제는 모든 것이 너무나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언제자 그녀의 예상에서 조금 어긋나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p58)

폴은 지쳤다. 사랑하는 연인 로제의 거짓말에도 그 거짓말 속에 숨은 수 많은 여자들과의 희희낙낙거림도. 그럴때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며 다가온 스물 다섯살의 청년 시몽. 혈기 왕성한 젊은 남자의 무한 애정공세는 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데, 그런 폴이 혼란스럽게 생각하던 장면에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익숙함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발견과 새로움에서 발견되는 권태 중에 뭐가 더 좋은걸까 하고.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 새로운 것보다도 익숙함에서 발견되는 새로움이 좋긴하더라. 자주 쓰던 컵의 그림이 더 예뻐보이는 날. 읽던 페이지의 글이 새롭게 느껴지고 특히나 매일 보아온 신랑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을때. 아~ 저런 모습도 있었구나 싶은 느낌을 받을 때가 좋긴하다.

 

그래서 폴에게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저렇게 사랑해주는 시몽을 놔두고 어떻게 나쁜 남자인 로제에게 갈 수 있냐며 화를 내지도 못했다. 언젠가부터 사랑은 채우는게 아니라 만족하는 것임을 배웠기에. 폴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면 나도 폴처럼 이렇게 외쳐야 하는 것일까?

 

" 시몽, 시몽"

"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p150)

 

아! 슬프다. 나도 늙은 것같아~~

 

소설에서 시몽이 폴에게 보낸 메세지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다가 문득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워킹맘 수연(송지효)은 미팅 약속 장소인 커피숍에 헐레벌떡 나가보니  상대가 나타나지 않아서 앉아 기다리다가 울리는 휴대폰 메세지를 확인하는데.

 

매일 가방에 넣어다니지만 읽지 못했던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어보세요'

 

라던 메세지에 무너지던 장면이 떠오른다.(물론 저 대사가 정확하지가 않다) 마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시몽의 메세지에 흔들려버린 폴의 마음처럼. 폴이 오래도록 잊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환희를 끄집어내준 것처럼. 슈퍼맘이 되고 싶었지만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어 위태로웠던 수연의 마음을 흔들어 깨워준 저 책이야기(특히나 책이라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와 수연의 심정이 이해되었던 것이 떠올랐다. 

 

어쨌거나 사람은 익숙한 환경을 매일처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직장, 익숙한 가족, 익숙한 친구, 익숙한 지인, 익숙한 장소들을. 그럴때 시몽의 속삭임처럼 브람스를 떠올리며 익숙함을 환기 시키는 활동이나 즐거움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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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금동 2017-01-24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과 드라마 모두 재미있게 보아서 그런지 해피북님의 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도 시몽처럼 무한 사랑을 쏟아 부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 익숙함에서 발견하는 새로움에 기분이 좋아지는 거 보면 나이 먹었나봐요~늙ㅠ

해피북 2017-01-24 21:24   좋아요 1 | URL
아! 책과 드라마 모두 재밌게 보셨다니 반가워요ㅎㅎ 예전에는 새로운 만남, 설레임이 참 좋았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에 신선함을 못 느끼고 지금의 상태가 새로워지길 원하고..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게 정말 신호일까요? ㅎㅎㅎ 아 슬프지만 왠지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일도 재밌다는거 부정하지 못할 나이인가봅니다.ㅎ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감기조심하시고 꿀밤 되세요^~^

knulp 2017-01-24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에게 느낀 배신감. 잊을 수 없네요. 암튼 잼나게 읽었었습니다.

해피북 2017-01-25 20:17   좋아요 0 | URL
폴에 배신감 ㅎㅎㅎ 뛰쳐 나간 시몽의 뒷 모습도 잊을 수 없지요. 정말 아까운 청년인데 말이죠 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7-01-25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읽었습니다.^^

정말 슬프네요.. 저도 늙은 것 같아요..ㅠㅠ
감기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해피북 2017-01-25 20:23   좋아요 0 | URL
후애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요 소설이 참 재밌으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더라고요 혹시 안읽어보셨다면 추천합니다 ㅎㅎ 후애님도 감기조심 하시고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7-01-25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오후 2시가 조금 지나서 햇볕이 잘 들고 좋아요. 해피북님도 겨울에도 햇볕 잘 드는 기분좋은 좋은하루 보내세요. ^^

해피북 2017-01-25 20:24   좋아요 1 | URL
바깥은 찬바람 생생인데 베란다에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정말 좋은거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감기조심하시고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희선 2017-01-25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지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그 사람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 해도... 로제가 폴을 싫어하는 건 아니기도 하겠죠 익숙한 것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찾아내는 것도 괜찮고,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괜찮겠지요 이건 삶에서...


희선

해피북 2017-01-27 10:0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것보단 제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있는게 더 좋은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폴이 로제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ㅎ 제가 인생이라는 터널에서 보면 그다지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는 순간부터는 새로운 일보다 익숙한 일들에 둘러쌓이게 되고 무감각해지더라고요. 그런 일에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이 아직까지는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새로운 일에 관심을 넓혀 봐야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명절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7-01-26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피북 2017-01-27 10:06   좋아요 1 | URL
아~!!서니데이님
이렇게 늘 인사도 해주시고 정말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설연휴 행복 만땅으로 보내시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2017-01-28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30 0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림책에 흔들리다
김미자 지음 / 낮은산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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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그림책을 읽어 봤다면, 또 그 그림책에 마음이 흔들려봤다면 이 책을 읽고 큰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공감했고 가슴 뛰었고 단숨에 읽으면서도 너무 아까워했던 책이다. 그리고 그림책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강추 할 수 밖에 없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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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구석구석 매거진 - 개성 만발 4인방의 초밀착 취재 여행코믹스
오오타가키 후미 지음, 장은선 옮김 / 꼼지락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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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기라고 생각은 금물. 쿄토에 잡지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좌충우돌한 이야기랄까.교토 가게들의 팥빙수나 빵을 보면 군침을 삼키고 마쯔리(축제)에 대한 이야기가 가 흥미롭다. 그렇지만 어설픈 러브라인과 어설픈 사투리가 좀 아쉽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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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4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5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콩에서 잘 나가는 영화제작자인 로저(유덕화)는  미국에서 생활하는 다른 가족을 대신하여  4대째 집안일을 봐주는 아타오(염덕한)와 함께 살고 있다.

 

 

60년째 가사일을 봐주는 아타오가 장을 보던 장면이 가장 인상적인데,  양손가득 물건을 들며 야채가게로 향할때 야채가게 주인은 얼른 냉동고의 온도를 낮추고 아타오를 맞이한다. 익숙한듯 인사를 나누고 냉동고 앞에서 외투를 걸치며 들어가는 아타오를 야채가게 주인과 주변사람들은 신이난 표정으로 쳐다본다. 야채가게 안에 즐비하게 포장된 물건을 놔두고 굳이 냉동실까지 들어가 신선하고 좋은 야채로 하나하나 골라 담아내는 그녀의 성품이 괴씸 하면서도 깐깐하고 밝은 인품의 그녀를 알기에 은근히 골려주는 것이리라 생각하니 그녀의 60년의 생애가 그려지는 듯 했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탁의 음식이 결코 맛없을리 없다. 로저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아침 식탁을 차려주고  식후에는 과일까지 내주면서도 로저는 자기가 좋아하는 소혀바닥 요리가 먹고싶다 투정을 부리고, 아타오는 심장병에 걸렸던 지난일을 상기시키며 나무라는 모습이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 같지만, 주방에서 서서 혼자 밥을 먹는 아타오를 끝내 앉아서 드시라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로저은 무뚝뚝하기 그지 없다.

 

중풍이 있던 아타오가 쓰러지고 어색하게 병원에 찾아간 로저는 그녀가 더이상 집안일을 돌볼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말에 놀라고 요양원에 들어가겠다는 말에 자신이 직접 알아봐주고 병원비도 내주겠노라 말한다.

 

 

발품을 팔아가며 요양원을 알아보고 병원의 규정이나 항목까지 꼼꼼히 따져가며 1인실 병실을 얻어준 로저 덕분에 아타오는 요양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아타오는 요양원 환경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늘 쓸고 닦고 깔끔한 성품인 그녀가 보기엔 이곳저곳이  먼지 투성이에 더러워보인다. 그리고 깨끗하게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환자들과도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기쁨은 가끔 찾아와주는 로저다. 장기 출장이 잦지만 시간 날때마다 들러 필요한 물품을 챙겨주는 로저가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그런 로저를 누구냐 묻는 사람들에게 양아들이라 대답해주어 아타오는 더욱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로저의 집에 친구들이 찾아와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술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하다 우연히 냉동실에서 조리된 소혓바닥 요리를 발견하게 되고 그음식과 더불어 옛날의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학창시절 로저가 친구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한상가득 맛있는 음식이 있었노라 떠올리던 친구들은 저마다 아타오와의 추억을 상기하고 요양원에 전화를 걸어 아타오와 통화를 나눈다.

 


아타오는 친구들 이름과 성격까지 기억해나고 그들을 반겨주는데 그녀와 통화를 통해 비로소 로저는 그녀가 매 순간마다 자신의 곁에서 어머니처럼 돌봐줬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로저의 요양원 출입이 잦아지고, 잦아지는 횟수 만큼 아타오의 건강도 빠르게 회복되며 점차 주변 사람들과도 친분을 쌓아간다. 처음 요양원에 입원했을때 지져분한 환경과 사람들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늘 찌뿌뚱한 얼굴을 하던 아타오가 점차 웃는 일이 많아지고 사람들에게 베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 있던 로저의 엄마가 아타오의 병문안을 오고 제비집이라는 음식을 주며 아타오의 건강을 걱정했다. 그런데 잠시 로저가 자리를 비우던 그 사이에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분명히 로저의 엄마는 아타오에게 로저를 힘들게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할꺼라고. 어느 드라마에서 처럼 돈 많은 사모님이기에 자신의 아들이 집안일을 하던 여자를 돌보는 일이 마땅치 않을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렇치 않았다. 로저의 엄마는 진심으로 아타오의 건강을 걱정해주며 용돈이라고 건네고 아타오는 끝내 사양하고, 로저의 엄마는 그러면 이거라도 받으라며 새 양말과 목에 두르던 스카프를 빼주는데.. 나는 이 장면에서 내 삐툴어진 마음이 부끄러웠다. 모든 사물을 삐툴게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이 참 못나보였다.

 

 

로저에 식구들은 모두 아타오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로저가 아타오를 돌보는 일을 다행이라 말했다. 아타오가 60년간 함께 했던 세월을 그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깐깐하고 꼼꼼했던 성품과 로저의 식구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돌봤던 지난 시간들이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내가 예상했던 모든 것들이 틀렸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영화의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아타오의 병세는 다시 나빠지고 로저가 그 곁을 지키며 지내는데 끝내 그녀의 병이 악화되어 죽음에 이르자 그는 그녀를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보내주는데 동의하게 된다.

 

 

 

 

 

이 영화를 지켜보면서 나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보통 이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선 영화를 볼 때면 바닥에 휴지가 널브러지는데 말이다. 그건 이 영화의 제목처럼 삶과 죽음은 마치 하나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자연스럽게 태어나 살아가는 인간들이 죽음이 찾아와서 떠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영화 제목 <심플 라이프>처럼 삶과 죽음은 모두 심플한 일이라고.. 또 그 삶을 얼마나 값지게 살아왔느냐에 따라서 죽음을 맞이한 순간 심플함의 정도는 달라질꺼라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 병든 못난 마음을 들켜버린 것만 같다.  세상에는 그리 인면수심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걸 일깨워준 멋진 영화 한 편을 보고 말이다.

 

아참. 요 근래 기사를 보니 낙마로 큰 부상을 입은 유덕화씨의 기사가 있던데.. 빨리 쾌차해서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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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23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의 감독인 허안화 감독이 여성감독인 건 이번에 알았어요. 이 영화는 인물간 묘사가 섬세한 영화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해피북님 오늘 많이 추운 날이예요.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세요.^^

해피북 2017-01-24 16:46   좋아요 0 | URL
저두 이 영화를 통해서 허안화 감독을 알고 여성 감독이라는 사실도 알았어요^^ 그래서일까요? 인물간의 묘사가 서니데이님 말씀처럼 섬세한거 같았고 깨알 재미와 감동이 있는 그런 영화란 생각이 듭니다 ㅎㅎ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2017-01-24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5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7-01-25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중국영화하면 국뽕이 너무 심해서 거부감이 생기는데, 이런 영화도 있었네요.ㅎ

해피북 2017-01-25 20:40   좋아요 0 | URL
국뽕이 뭔지 검색하고 왔어요 ㅎㅎ
제게 중국 영화는 주윤발 장국영(아 ㅜㅜ) 유덕화 그리고 성룡의 영화들이었는데 ㅎㅎ 요즘은 중국 영화를 많이 못봐서 국뽕의 의미를 몰랐답니다. 그렇지만 요 영화는 정말 잔잔하게 괜찮았어요^^

희선 2017-01-25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순해나 집안일을 했다면 거의 식구나 마찬가지네요 식구가 아니어도 식구처럼 여기고 사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사람이 나고 살다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삶과 죽음을 따로 생각할 때가 많기도 하잖아요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일 텐데...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텐데 싶네요


희선

해피북 2017-01-27 10:10   좋아요 1 | URL
ㅎ 제가 막상 아고 힘들다~~ 이놈의 세상 짧게 보내고 싶은걸 하고 생각하다가도 어딘가 크게 아픈 곳이 발견되면 겁이나고 무섭고 아~~이러면 안되는데 나 오래오래 살아야하는데 라고 생각하는게 제 스스로 웃습더라그요 ㅋㅋ

삶과 죽음은 하나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잔잔하게 그려주는 이영화를 보고 나서야 왠지 조금 덜 슬프고 덜 아프고 했답니다.ㅎ

희선님 댓글 감사해요!
명절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안전운전 하시길 바래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너의 이름은>을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다. 영상이 흐르는 동안 아기자기한 배경과 음악이 좋아서 마냥 신카이 마코토란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런데 소년과 소녀의 사랑 뒤에 숨겨진 장치들, 매듭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나는 맥스무비에서 발간한 <신카이  마코토>편을 읽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단순히 아름다움으로 치부했던 한편의 영화가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이토모리에서 사는 마츠하와 도쿄에서 사는 타키가 서로 몸이 바뀌는 첫 장면. 엉뚱하고 황당한 표정 덕분에 코믹하게 즐길 수 있는 이 영화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 서로를 기억하지 못해서 노력하는게 포인트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사이에 흐르는 과거와 대재앙의 키워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면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결정적인 건, 2011년 일어난 일본 대지진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 당했습니다. 그 후로 일본 사람들은 ' 모두 살아있기를,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도 <너의 이름을>을 만들면서 그때의 기도를 담고 싶었습니다. 기적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p147)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마츠하가 살아가는 이토모리가 혜성으로 어떻게 되는지. 또 타키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런데 이토모리를 향한 타키의 마음이 무스비와 연결되어 간절함, 희망, 용기로 변화되는 과정이 얼마나 많은 위로와 치유를 전달하는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달려가는 그들과 함께 얼마나 숨이 거칠어지는지. 그것이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예술가들의 힘이 얼마나 센지 새삼 실감했다. 우리에게도 아픈 세월호 참사가 있을 당시 '거짓말거짓말거짓말'이라는 노래를 짧은 시간 속에 완성해 우리를 위로했던 이적씨처럼 예술가들은 정말 힘이 쎄다 느낀다.

 

무스비(むすび)

'잇는다'는 뜻. 명사로는 실을 엮어 만든 매듭이라는 의미다. 땅의 수호신도 '무스비'라 불렀다. <너의 이름은>에서 미야미즈 신사의 현 신주이자, 미츠하의 할머니 히토하는 손녀들과 사당으로 향하는 길에 무스비의 의미를 들려준다. "얇은 색실을 꼬아 만든느 매듭 끈도 신의 능력,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한 거란다. 한데 모여들어 형태를 만들고, 꼬이고, 엉키고, 때로는 돌아오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고 그것이 무스비, 그것이 시간이지. 물이건 쌀이건 술이건, 사람 몸에 들어간 것이 영혼과 이어지는 것도 무스비" 무스비는 사람의 인연, 이는 모두 신의 영역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무스비를 소망한다.(p141)

 

맥스무비 매거진이 2017년을 여는 첫 이슈로 신카이 마코토를 택한 건, 이런 이유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작품을 만든 "대박"감독이라거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을 것 같은 '대세'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시대를 위로하는, 동시대 거장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거장의 탄생을 함께 목도하는 즐거움을 모든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편집장-

 

 

그런데 이 잡지 정말 대박이다. 왜 그런거 있잖나.

영화를 한 편 보면 어디서 촬영했지? 뭘 먹는거지? 이 감독의 다른 영화는 뭐가있지 등 끊임없이 찾아들던 궁금증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일들이. 그런 일을 한꺼번에 해소해주는 잡지 책 한 권을 발견했으니 왜 대박이지 않겠나. 마치 무슨 보물을 발견한 심정이다.

 

<맥스 무비 매거진>이 창간 3주년을 맞아 하나의 주제로 한 권의 잡지를 완성하는 원 이슈 매거진으로 탈바꿈했다." 37호 p143)

 

 

기존부터 맥스무비를 알았던건 아니다. 아주 운좋게 발견했는데 37호 주제가 원피스 38호 주제가 신카이 마코토 였으니 이런 횡재가 어디있겠나?

 

 

 

 

 

 

 

 

 

 

 

 

 

 

아직 37호편은 읽지 않았다. 아껴 읽고싶어서 부러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놓아 두었다. 볼때마다 엄마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지금은 많이 성장해서 좀 징그러운 녀석들이지만, 초창기 순진했던 모습의 원피스를 너무 좋아하기에 또 내 일본어 공부에 일등 공신인 녀석들이기에 무튼 부러 읽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고...

 

 

신카이 마코토 컬렉션이라고 해도 좋을 이 작품집은 그의 초기 작품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이야기한다. 그가 게임회사에 입사해 일본 사상 처음으로 혼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사람들을 놀랬켰던 당시의 이야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더욱이 재밌었던 점은 마코토 감독의 영화 속 등장한 책들을 소개하고 또 마코토 감독이 좋아하는 책들을 소개하는 부분이다. 그가 하루키의 팬이라고 하는데 하루키 작가는 실로 다양한 팬층을 가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너의 이름은>으로 검색하면 무수히 쏟아지는 책 때문에 뭐가뭔지 헷갈리는 부분이 많은데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 놓은 부분 역시 인상적이다.

 

 

신카이 마코토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인터뷰 나눈 장면도 인상적인데 특히 최현석 셰프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아내에게 <언어의 정원>을 보러 가자고 말했는데 거절 당해서 혼자 극장으로 가는 길이 무지 막혔다는 것, 어렵게 도착한 영화관에서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 까지 일어서지 못했다는 부분을 읽으며 참 섬세한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섬세함이 요리와 연결되는 건가.

 

책 후반부엔 영화의 실제 배경이 된 장소와 음식 그리고 찾아가는 경로까지 꼼꼼하게 담아놓았다. 그런데 경로이동을 살펴보니 경비가 무려 7천엔이라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7만원이 넘는다는 소리인지라, 이렇게 직접 가보지 않아도 살펴볼 수 있게됨을 감사하게 된다는. 

 

참 기쁘게 읽고 즐기고 생각하고 느끼고 감동하고 이해하고 행복하게 책을 덮었다. 요즘 이동이 불편해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데 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아니 기쁘게 보낼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신카이 마코토 그의 영화를 쭉 살펴볼 생각이다.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러니 기대가 크다. 맥스무비가 앞으로 어떤 주제로 찾아올지 쭉 지켜보고 싶다. 맥스무비 꼭 화이팅하시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래본다!

 

 

책은 기쁘게 읽는 독자로 하여금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책은 자신만의 시력으로 찾아낸 독자가 자기보다 더한 시력을 얻게 한다. 책의 호흡은 독자에게서 비로서 생겨난다. 책은 무수한 점들의 모음이다.<언니들이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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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7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채팅창에 ‘무스비‘를 쓰더군요. 아직 만화를 보지 않아서 처음에 저게 무슨 단어인지 몰랐어요. ^^;;

해피북 2017-01-18 11:58   좋아요 0 | URL
ㅎㅎ 무스비가 유행어가 되었나봐요. 실은 저두 무스비 뜻을 알고서 닉네임을 바꾸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했답니다 ㅋㅡㅋ

고양이라디오 2017-01-17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 읽다가 말았어요. 영화를 보고 다시 읽고 싶어서요. 영화 기대되네요^^

해피북 2017-01-18 11:59   좋아요 1 | URL
ㅎ 고양이라디오님 마음에 꼭 드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빛을 잘 다루는 감독이라는 평이 자자하니 영화보실때 참고하시길요^~^

김민혜 2017-01-17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되네요

해피북 2017-01-18 12:00   좋아요 0 | URL
혹시 영화 안보셨다면 한번쯤 보는것도 좋은거 같아요. 저는 워낙에 이런 영화를 좋아해서요. 영화보시고 궁금하시면 이 잡지가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희선 2017-01-17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잡지가 있었군요 저는 처음 알았는데, 지난번 것이 <원피스>였다니... 다른 일본 만화는 잘 모르지만 <원피스>는 알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이것을 끝까지 보고 싶기도 한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제 반 조금 넘었는데... 반 이상이라 하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우연히 처음에 만든 <별의 목소리> 봤어요 예전에 봐서 거의 잊어버렸지만... 그때는 감독 이름도 몰랐습니다 지금도 이름만 알고 다른 건 거의 모릅니다 다른 것보다 어떤 영화를 만들었나만 알아도 괜찮겠지요 그렇다고 다 아는 건 아니군요

영화에 마음을 울리는 게 있을 것 같고, <맥스무비 매거진>에는 볼 게 많겠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곳 정보도 있다니...


희선

해피북 2017-01-18 12:10   좋아요 2 | URL
원피스를 좋아하신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ㅎㅎ 워낙 그 초창기 멤버 캐릭터들을 좋아해서 한참 빠져지냈던 기억이나요. 그런데 후반부에 갈수록 사람이 늘어나고 어수선해지는 분위기인지라 아쉽더라고요. 저는 원피스에서 특히 아리바스타에서 비비를 구하고 돌아갈때 ‘우리는 하나다‘는 표식으로 손목에 x표 표식을 보여주던 장면이 참 멋지다 생각했는데 살짝 본 잡지에 그 부분이 있어 정말 좋았어요 ㅋㅂㅋ 저두 반덕후 일까요 ㅋ

저도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를 제대로 본 건 (너에 이름은)인데 일본에서는 혼자서 애니메이션을 구성하고 만든 최초의 사람이라는 평이 많더라고요. 아마 말씀 하신 작품도 혼자 만들었다 읽었던거 같고요. 작품이 꽤 있더라고요. 아마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께 궁금한게 있으시다면 볼 게 많은 시간이 되실꺼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달팽이개미 2017-01-18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잡지 완전..꺄~>.< ㅎㅎ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으로서 꼭 소장해야겠어요~!!! ^~^

해피북 2017-01-18 12:11   좋아요 1 | URL
우앗! 달팽이개미님은 역시~~독서 뿐 아니라 영화에도 깊은 안목이 있으시군요 ㅎㅎ 잡지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단발머리 2017-01-19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도 <너의 이름은>에 꺄악!!! 을 외치는 사람이 한 명 있어요. 최근에 일어 원서를 한 권 산 것 같기는 한대 저는 어떤 책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맥스무비 매거진> 정말 알차보여요. 저는 잡지는 챙겨서 읽지 않는 편인데, 해피북님은 정말 골고루 독서 하시는 것 같아요. 덕북에 맥스무비 매거진 실컷 구경하고 갑니다. ㅎㅎㅎ

해피북 2017-01-19 10:05   좋아요 0 | URL
ㅎㅎ 꺄악을 외치는 순수하고 매력적인 분은 뉘실지요 ㅋ 일본어 원서를 구입하실 정도의 ...아! 혹시 야나님 카페에서 함께 공부 하신다는 묘령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맞나요 ㅎㅎ혹시 도련님은 아니겠죠? 긁적긁적ㅎ

제가 워낙 지조없는 독서를 하는가봐요. 제목에 이끌려서 내용이 좋아서 궁금해서 읽다보니 이것저것 읽게 됩니다 ㅋ 저도 이번에 알게된 맥스무비인데 참 알차더라고요 ^~^

고양이라디오 2017-01-22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너의 이름은> 봤습니다! 영화는 인생영화 등록하고 저는 신카이 마코토님의 팬으로 등록했습니다. 저도 앞으로 신카이 마코토님 영화찾아보려고요ㅎ

해피북님이 <원피스> 팬이시라는 것도 반갑고, 신카이 마코토님이 하루키팬이라는 사실도 반갑네요. 저도 둘다 팬입니다^^

원피스는 초창기가 좋았는데 요새는 제 맘속에서 <킹덤>과 <원펀맨>에 자리를 내줬습니다ㅠㅋ

해피북 2017-01-23 15:33   좋아요 1 | URL
꺄~~짝짝짝짝!
인생의 영화로 등록하셨다니 정말 반가워요 ㅎㅎㅎ
그리고 고양이라디오님이 원피스 팬이신 것두요 ㅎㅎ
정말 원피스는 초창기가 재밌었는데 요즘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가끔 상디가 죽었네 ~ 조로가 에꾸눈이 되었네~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철렁 하지만요 ㅋ 그리고 킹덤과 원펀맨은 아직 안봤는데 저도 나중에 살펴봐야겠어요.
오늘은 한파라고 하는데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오후 시간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