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 10인의 작가가 말하는 그림책의 힘
최혜진 지음, 신창용 사진 / 은행나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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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놀라면 몸이 움직이지 않고 너무 좋아도 말이 솟아 나오지 않는 것처럼 이 책을 읽고 좋은 부분이 많아서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를 두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더랬다. 수없이 쌓여가는 태그를 적어가며 한쪽 방향으로 쓰자니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아쉽고, 또 모두 다 정리해볼까 하는 야심찬 생각을 갖자니 그러자면 너무 긴 이야기가 될 거 같다는 고민들. 그렇게 고민되는 이유가 제목만 살펴보자면 그림책 작가들에 관한 그림책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책을 펼쳐 읽어보면 그곳에 삶이 있고 그 삶이 한 권의 책과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열 명의 각기 다른 작가들의 인터뷰임에도 그들의 생각은 한결같다는 걸 발견하면서 인생이란 지름길이나 샛길 없이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성실한 영역임을 깨닫는다. # 공감, 창의력, 육아, 꿈, 희망, 끈기, 도전, 편견, 상상, 놀이, 학교, 교육, 부모, 인생등 실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들과  함께 고뇌하고 부딪치고 넘어지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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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후에 두 아이가 저를 좋은 엄마였다고 회상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은 엄마 이전에 자기만의 삶을 가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어요. 아무리 음식을 잘하고 뒷바라지를 잘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 엄마의 열정과 영혼이 안느껴진다면 아이는 껍데기 엄마와 만나는 겁니다. 뭔가에 열정을 지닌 살아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표를 모으거나 봉사활동을 다니거나 정원을 가꾸는 등 그 대상은 무엇이 되어도 상관 없어요. 엄마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요.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나 자신의 행복을 디자인해가는 과정과 그리 멀지 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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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해보고, 감탄하고, 실패하고, 수정하고, 배우고 다시 해보며서 변화하는 존재가 사람입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은 거짓말이에요. 그 말좀 믿지 마세요. 아이에게든 어른에게든 산다는 건 예측 불가능한 난관을 통과하는 과정이고, 우리는 언제든 그 과정에서 배우고 수정하고 진화 할 수 있습니다"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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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생소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몽상에 빠진다는 것은 그 아이의 주의력이 산만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아이가 동시에 여러 곳에서 존재할 수 있음을 뜻한다'(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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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책에 질문을 많이 넣습니다. 하지만 답은 절대 적지 않습니다. 인생의 본질이 그래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하는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지만, 정답은 아무도 모른채 나아갑니다. 우리를 발전하게 만든는 건 인생의 그 모호함 입니다.'(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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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속에서 어떤 감정이나 장면이 쉽게 넘겨지지 않아서 자꾸만 되새김질 하고 곱씹어보게 된다면, 혹은 일을 하는데 숙련되지 않은 과제가 주어져 자신을 긴장 시킨다면 그건 좋은 신호다. 경계를 깨고 관점을 바꾸는 것들은 ' 모호하다' 그리고 '결코 편하지 않다' 안에르보에게 창의력이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불편과 막막함을 견딘 자세를 의미했다"(p220)

 

 

프랑스 아동문학의 살아있는 고전이라 불리는 클로드 퐁티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고정관념에 관한 이야기를 묻자 그는 이렇게 꼬집어 낸다.

 

 ' 부모들 중에서 핑크색 치마를 입은 공주 인형을 보며 폭력성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분은 그리 많지 않아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드는 그런 류의 인형도 폭력의 일종 아닌가요?'라고

 

그러고 보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며 나는 줄곧 교복으로 치마를 입어야 했다. 몸이 좋지 않거나 쌀쌀한 날에 체육복 바지라도 입고 있을라치면 선생님들의 매서운 질타가 쏟아지던 기억이 사뭇 떠올랐다. 여자는 왜 여성이라는 이유로  치마를 입고 등하교 해야 했던가 라는 질문을 나는 여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셈이다. 그냥 선생님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교칙이라는 이유로 뒤집어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 남자는 왕자, 여자는 공주, 남자는 파랑 여자는 핑크 어릴 적부터 고정된 관념은 지금껏 한번도 나의 생각을 흔들어 균열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미치자 이 고정관념이라는 게 얼마나 단단하고 무서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규범, 규칙, 질서라는 정해진 틀을 흔들어 볼 수 있는 힘, 그런 힘을 기를 수 있는 건 역시 책을 읽으며 나아갈 수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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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3-17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아기옷을 남자는 분홍, 여자는 파랑으로 찍은 사진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네요. 아기옷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것도 괜찮은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해피북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해피북 2017-03-17 08:39   좋아요 1 | URL
ㅎㅎ남자아이들 분홍색 세트로 입히면 무지 귀엽고 이쁘더라고요 사진 찍으신 부모님은 센스쟁이신거 같아요~ 서니데이님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17-03-17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9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개미 2017-03-25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다 읽고 너무 좋은 부분들을 어찌 정리해야하나 고민했었던 기억이 나요 ㅎㅎ 결국 작가별로 사진과 글을 블로그에 쭉...나열해 놓았어요 ㅎㅎ 거의 필사(?)나 다름 없었지만 그게 또 넘 좋았답니다 :)

해피북 2017-03-26 17:58   좋아요 0 | URL
ㅋㅋ 정말 이상하죠? 너무 좋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을것 같은데 왠일인지 쓸수가 없게 되더라구요 ㅎ 아마도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가 다 들어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했어요 ㅋ 좋은 글은 블로그에 올리기만 해도 좋고요 ~ 지난번 달팽이개미님 블로그에 방문해서 읽었던 기억이나요^~^
 
고구려 6 - 구부의 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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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6권에서는 소수림왕(구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16대 고국원왕의 맏아들인 구부는 고국원왕 25년인 355년에 태자책봉이 되고 371년 10월 백제 평양성 싸움에서 고국원왕이 전사하자 17대 왕위에 올랐다.

 

기골이 장대하고 지략이 뛰어난 인물, 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외교 능력을 발휘 하였으며 문치주의를 표방한 최초의 인물로 불교를 공인하고 중앙학문 기관인 태학을 설립하며 율령을 반포한 업적이 있다. 또 고국원왕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백제에 대한 압박 정책을 수립하고 정치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 받는다.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김진명 작가님이 그리는 소수림왕은 정말 시크한 남자다. 모든 지략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인물. 적군의 백성까지 두루두루 살피어 전쟁시 싸움을 최소화하며 지략으로만 승리하는 인물. 조금 신비스럽고 시크하면서도 한없이 다정다감하고 속 깊은 인물이라는 설정... 이거 왠지 어디서 많이 느껴본 건데 싶은. 책을 읽으며 읽을수록 김진명 작가님의 스톼일이 뚝뚝 묻어나는 느낌. 작가님의 책에 일관되게 나오는 주인공 스톼일~~ 멋지고 천재적인 두뇌의 남자가 되살아나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간 1권부터 5권까지 풍성한 인물들로 즐거움을 느낀 나로서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다음 권에서는 더 풍성한 인물로 그려주시길 네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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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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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갈등은 끝도 없이 생기더라.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내 안에 또 다른 나로 인해서 매일 고민하고 생각하고 결정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도 이런게 인생일꺼야 자위해버리며 하루를 마감하는 날들이 쌓여 갈수록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내 또래의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거 같은데 왜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싶은 생각은, 어제의 하루가 오늘과 같고 내일도 별반 다르지 않을꺼라는  막막한 현실에 체증을 느꼈다. 인생에 딱맞는 정답은 없노라고 각자 살아가는 인생이 정답이라고 하지만 어느 순간 어느 지점에서 나도 모르게 멈춰버린 발은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채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데 이 길이 맞다고?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속 시원하게 듣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그래서 임경선 작가의 책 <태도에 관하여>를 읽으며 초반까지는 조금 실망했더랬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마치 배가 아파 죽겠는 사람이 약을 먹으려고 병원에 갔더니, 일시적인 복통이라며 참아보라고 관심을 다른데로 돌려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더랬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묵직해져가는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 인생의 전반기가 외부에 대한 적응의 시기라면 인생의 후반기는 내 안의 나와 갈등을 수용하는 시기다'(p299)라는 카를 융의 이야기를 끄집어 줄때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나는 현재 인생의 후반기라는 거친 들판에서 내달리고 있는 중이라고.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인간에게 '꿈' 만큼 허황된 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일반 사람들에게 도달하기 힘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점을 소비해버리고 그 무력함과 좌절감에 힘들어 하는 거라고. 뿐아니라 그 '꿈'에 어렵사리 도달했더라도 그 꿈이 목적이 되었던 사람들에게는 허무함이라는 씁쓸한 맛이 무기력함을 안겨주는 거라고. 그런데 나는 그 뜬구름 같은 꿈을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좋아하는지 즐길 수 있는지 보다도 나에 '꿈'은 무엇일까 하는 추상적인 개념에 사로잡혀서 많은 시간을 방황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그걸 하기 위해 고민하기 보다는 그 일을 우선 하고 있어야 한다는 진리, 누가 뭐라고 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꾸준한 계획과 자신만의 보폭을 가지고 전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크게 '꿈'이라는 틀에 포함될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모두가 꿈을 갖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서 재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꾸준함이 필요할 뿐이라는 말이 콕콕 박힌다. 여느 사람들처럼 '꿈'을 가져라 할 수 있다는 막연하고 달콤한 말보다도 현실을 직시하며 살되 나무의 잎사귀가 되어 흔들리지 말고 나무의 단단한 뿌리가 되어 흔들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쟁쟁하게 울린다.

 

 

그리고 또 하나 ' 다시 말해 과거의 어떤 일에 대한 경험도 쓸모 없는 것은 없다'던 글귀를 노트에 적고 또 적으며 곱씹어 봤다. 나를 가장 갈등스럽게 만들던 질문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본어 공부가 내 커리어 쌓는 일과는 무관한데 계속해서 무얼하나 싶은 이 불확실성은 살아가면서 때때로 모양을 바꿔 몇번씩 찾아와 고민스럽게 했다. '지금 이걸 해서 뭘해~'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와 같은 생각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미래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해줄 수 있다는 믿음. '어떤 경험도 쓸모 없는 것은 없다'는 확신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값지게 찾아낸 삶의 혜안이었다.

 

변화가 생기면 사람은 과거의 자신으로 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려고 애쓰는 것보다 자신이 그간 무의식적으로 쌓아온 ‘좋은것들‘을 소중히 살려내면 그것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가져다주는지 모른다.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그것들을 새로운 환경에 풀어놓아보면 그것들이 얼마나 귀중한 자산들인지가 새삼스레 보인다.
어찌 보면 결코 내 안에서 변하지 않을 단단하게 다져진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현재 어떤 일을 하건 일의 기술적 내용보다 그 일에 접근하는 태도를 배우고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방식의 틀을 견고하게 잘 잡아놓으면 그 안에 어떤 내용물의 일을 적용시켜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저력이 되어준다. 다시 말해 과거의 어떤 일에 대한 경험도 쓸모 없는 것은 없다.(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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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7-03-16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단순히 노오오력을 하라는 글이 아니라 참 마음에 들었어요.저자가 가진 솔직한 마음을 투영한 에세이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 때 그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해피북님 서평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7-03-16 21:05   좋아요 1 | URL
꿀꿀이님^^
임경선 작가님의 글이라고는 ‘책과 삶‘에서 기고하신 글을 조금 읽었는데 그때도 참 솔직하신 분이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리고 책으로 접한건 처음인데요 역시 꿀꿀이님 말씀처럼 솔직하게 마음을 투영하고 계셔서 공감하는 부분이 참 많았어요. 특히 집안일에 관해서 남편분과 마찰이 있었다던 부분에서는 역시 한국이라는 나라의 고질병 이라는 공감도 갖게 되었고요 ㅎ 꿀꿀이님 덕분에 그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ㅎㅎ 댓글 주셔서 감사하고요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셔요^~^

단발머리 2017-03-17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임경선 작가책을 좋아해요. 소설은 끝까지 읽지 못했는데...ㅠ 에세이는 참 좋아요. 전 이 책을 읽고 후배를 줬거든요.
주면서~~~ 괜찮은 책이다~ 했던 기억만 또렷하네요. ‘어떤 경험도 쓸모 없는 것은 없다‘는 문장이 귀에 쏙쏙 박히네요.
결국 오늘의 경험도 내일에는 어떤 쓸모가 있겠죠... ㅎㅎㅎ 즐거운 불금 🔥 되세요

해피북 2017-03-19 23:12   좋아요 0 | URL
요즘같이 뭔가 이루고자 하는데 이룰 수 없고 낙심이 조금 클때(?) ㅎ 여서 그런지 쓸모에 대해 좀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인거 같아요. 그러지말아야지 싶으면서도 ‘이걸하면 뭐나하. 이렇게해서 뭐해‘뭐 이런 생각이 가득 들었던거 같고요. 이런 마음에 읽어서인지 마음에 콕콕 와 박혔던거 같아요 ㅎㅎ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결국 오늘의 경험도 내일에는 어떤 쓸모가 있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말씀 감사해요 ~~ 단발머리님 꿀밤되셔요^~^

달팽이개미 2017-03-25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경험도 쓸모 없는 것은 없다‘라는 문장에서 어렸을때 아빠가 늘상 하시던 말씀이 들리는듯해요 ㅎㅎ 어떤 일에도 감사해야한다고 하시면서 우리집 가훈이라고 ㅎㅎ 어렸을땐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젠 조금 알 것 같아요. :)

2017-03-26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너무나 바래왔던 봄날은 모두의 염원으로 이뤄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 남았다. 연이어지는 대선 주자들의 토론을 관심있게 듣고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곰곰하게 생각해 봤다. 나는 어떤 나라에서 어떤 사람과 어떻게 지내고 싶은가. 그에 대한 대답을 유홍준 교수님의 책에서 찾았다. 바로 '안목'이 있는 사람의 곁에서 함께 꿈꾸고 생각하고 나아가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안목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현상을 보고 분별하는 식견이다......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같은 안목이라도 분야마다 그 뉘앙스가 조금 다른 것 같다. 예술을 보는 안목은 높아야 하고, 역사를 보는 안목은 깊어야 하고, 현실정치,경제,사회를 보는 안목은 넓어야 하고, 미래를 보는 안목은 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 굴지의 안목들이 버티고 있어야 역사가 올바로 잡히고 정치가 원만히 돌아가고, 경제가 잘 굴러가고, 문화와 예술이 꽃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당대에 안목이 높은 이가 없다면 그것은 시대의 비극이다. 천하의 명작도 묻혀버린다. 많은 예술작품이 작가의 사후에야 높이 평가받는 것은 당대에 이를 알아보는 대 안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를 보는 눈이든 세상을 보는 눈이든 당대의 대안목을 기리는 뜻이 여기에 있다.(p18~19)

 

 

그런 '안목'있는 사람을 가리기 위해 책을 읽는다. 나부터 안목을 갖춰 상대를 알아보는 눈을 틔우기 위해서. 그런데 내가 찾는 사람은 공자처럼 대학자를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아픈사람을 아프게 들여다볼 수 있고, 미안한 사람에게 고개 숙여 미안함을 전할 수 있고 잘못된 과오를 쉽사리 덮으려 않고 타인에 생각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 거기에 덧붙여 좋은 책을 즐기고 함께 나누려는 사람. 그런 사람이 만든 세상에서 노력이 배반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그간 미뤘던 책을 서둘러 구입해 느린 걸음이라도 걸어야겠다.

<지금 다시, 헌법>은 한참 전에 읽어보려 했으나 상당한 두께에 압도되어 차일 피일 미루며 지냈는데 팟캐스트 '빨간 책방'에서 상당한 두께에 부담감이 크지만, 법에 관한 이야기인데 가독성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라게 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던 이동진씨의 말에 용기를 내어 읽어가야겠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완성하지 못했만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긴 <진보의 미래>가 개정판으로 나왔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워 구매 목록에 올렸다. 무엇보다 판형을 줄이고 가격도 낮춰 보급판으로 내놓은 출판사의 마음이 참 훈훈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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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3-14 0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잖아요. 안목을 갖추는 데 있어 관심가짐이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해피북 2017-03-16 20: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오거서님^^ 말씀처럼 관심이 첫걸음이 되어서 책을 구입했어요 ㅎㅎㅎ 아직 시작은 못했지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든든해지는 것같아요^^ 댓글 감사드리구요 행복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cyrus 2017-03-14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근,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이 맞는지 틀렸는지 스스로 헤아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런 과정이 번거롭고, 상대방의 비판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자기 성찰과 반성이 반복될수록 조금씩, 천천히 안목이 형성될 거로 믿습니다. ^^

해피북 2017-03-16 20:59   좋아요 0 | URL
하.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요즘은 워낙에 상식이 통하지 않은, 생각의 틀에 갇혀 사시는 분을 뵈어서인지 자신의 생각에 고정 된다는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새삼 느끼고 있었어요. 자신의 생각을 끈임없이 검증하고 성찰하고 반성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안목을 기르는 것 잊지 말아야겠어요 ㅎ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셔요^^

일상의준 2017-03-14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보의 미래 개정판은 저도 구매했습니다. ^^
저는 해피북님의 리스트에 강준만 선생님의 손석희 현상도 한 권 얹어 읽어보려고요.
리뷰를 너무 잘 쓰셔서 우와~하고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해피북 2017-03-16 21:02   좋아요 0 | URL
우앙~ 그러고 보니 지난번 3월달 독서리스트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저는 어제 받아서 오늘읽고 싶은데 도서관에 반납해야하는 책들하고 겹치는 바람에 군침만 흘리고 있어요 ㅎ 이 한 권의 책이 제게 입문서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한가득이랍니다. 일상의 준님께도 재밌게 읽으시구 소식 전해주세요^^ 그리고 손석희 현상도 저도 참고해야겠어요 ㅎㅎ 또 칭찬 감사하면서도 부끄럽습니다 아직 부족한 실력이라서 ㅎㅎ 무튼 감사드리고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셔요^^
 

화창했던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팔공산으로 외출을 했다. 그간 꽃샘추위로 움츠렸던 기분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달뜬 기분이 되었는데  팔공산 식당가와 주차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등산을 하거나 길거리 음식을 먹거나 커피를 즐기며 야외 테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신랑이 좋아하는 음식은 주로 한식이었지만, 이날은 내가 먹고 싶어하는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어주기로 해서 팔공산 동화 캠프장쪽에 위치한 '수다'라는 곳에 갔다. 도착 시간이 두시쯤이라 그런지 우리 앞에 한 테이블이 막 일어서던 참이었고 그 외에는 우리 테이블 밖에 없었다.

 

 <SUDA>

 

주메뉴는 파스타와 피자인데 까르보나와 피자를 주문했다. 워낙에 좋아하는 조합인지라 정말 맛있게 먹었지만, 이 두조합이 마지막까지 좋진 못했다. 나중에 조금 느끼해지더라는. 그래서 다음엔 해물 파스타처럼 매콤한 것과 피자를 시키는게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했고 가게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오는 찰라까지 친절하게 해주셨던 사모님의 인상이 너무 좋아서 스파게티가 먹고 싶은날 종종 들릴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대구 불로동에 있는 화훼 단지를 찾아갔다. 대구 공항과 맞닿는 부분이라서 그런지 차가 많이 막혔는데 겨우 자리를 찾아 주차하게 되었다. 관엽식물만 즐비한 베란다에 다육이라는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기 위해 <에버 그린 다육이>라는 화원을 찾았다.

 

 

화원에 들어서자 비슷비슷해 보이는 다육이들이 한가득이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특색이 있지만 많은 다육이를 구경하다보니 모양을 구별하는게 힘들어졌고 마치 틀린그림 찾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들여다보며 집에 데리고갈만한 아이들을 선별했다.

 

 

 <마블선인장>

 

 

 <파인애플을 닮은 다육이>

 

 

 

<청울>

 

 

 

 

 <이름을 몰라 아쉽지만 동들동글 귀엽다>

 

 

 집에 데리고온 녀석들.

 

 

 

 

이 화원이 좋았던 게 구경하는 동안 사장님의 무관심으로 마음껏 구경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고, 구입하려는 다육이 마다 이름도 써주시며 물줄 시기를 알려주셨다. 가격마저 착했는데  바나나처럼 생긴 청솔과 장미를 닮은 라울, 또 파인애플처럼 생겼으나 요 녀석은 둥글게 클 거라던 아이린은 이천 원씩 그리고 앙증맞은 마블 선인장은 천오백 원으로 구입할 수 있었는데 500원은 빼주시더라는 ~~ 그리고 다른 화원에서 평소에 키워보고 싶던 '장미허브'를 발견하고 이천 원에 데리고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앙증막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들이고보니 덜컥 겁이났다. 그간 집에 있는 식물들은 벵갈 고무나무, 해피트리, 칼라벤자민, 금전수와 스파트필름 또 율마와 같은 관엽식물이 주를 이루고 있고 올해로 4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라 요녀석들의 생태계는 거즘 파악하고 있는데 요 다육이들은 키워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야할지 약간 걱정스런 마음도 든다.

 

 

일단은 작은 메모판을 만들어 꽂아두었다.  다육이는 물을 한 달에 한 번꼴로 주기 때문에 약간에 방심으로 물을 말려버리는 경우가 있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키우고 있는 다육과의 '사막의 장미'도 몇 번 물을 말렸던 기억이 있어서 메모판을 만들어 물 준 날짜를 기록했더니 과습이나 물 말림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키우는 방법에 관해서는 역시 책을 참조해야 할거같다. 먼저 도서관에서 찾아본 후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해야 할 것 같아 책을 검색해 본다. 그리고 식물관련 새롭게 출간된 신간도 있어서 함께 정리해 둔다.

 

 

 

ps. 대구 불로동 화훼 단지를 가실 적에 대구 공항 방면으로 화초 구입을 원하신다면 지하 도로 내려가지 마시고 오른쪽으로 들어가시면 좋고, 조경수를 원하신다면 지하 도로 내려가서 유턴하여 왼쪽으로 들어오시는 게 좋다. 우리는 <에버 그린 다육>이라는 상호로 검색해서 갔던 터라  조경수가 즐비했던 왼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화초를 구경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컸다. 화훼 단지는 횡단보도을 찾기 힘들고 공항 쪽으로 들어가는 차들도 많아서 쉽사리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없기 때문에 목적에 맞는 장소를 꼭 기억하며 가시는 게 좋다.

 

▶ 다육이들 ◀

 

 

 

 

 

 

 

 

 

 

 

 

 

 

 

 

 

 

 

 

 

 

 

 

 

 

 

 

 

 

 

 

 

 

 

 

 

 

 

 

 

 

 

 

 

 

 

 

 

 

 

 

 

 

 

 

 

 

 

▶식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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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14 14: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구 · 경북에 사시는 알라디너 분들이 있어요. yureka01 님, 북프리쿠키 님은 대구에, 경북에 박균호 님이 계셔요. 해피북 님을 포함한 모든 분들이 시간이 되신다면 한 자리에 모여서 만나 뵈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해피북 2017-03-16 20:55   좋아요 0 | URL
우앙 ~~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계시는군요^^ 말씀하신 분들 모두 cyrus님도 포함하여 실로 내공이 높으신 분들이라 제가 참석해도 경청만하며 조용히 있다가와야할듯 합니다 ㅋㅋ 그래도 그런 모임이 있으면 참 든든할거 같아요~~ ^^

cyrus 2017-03-17 11:29   좋아요 1 | URL
독서 모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유롭게 수다 떨면 됩니다. ^^

보슬비 2017-03-17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울은 저도 키우고 있는데, 그나마 잘 자라주고 있어요. 장미허브는 이쁘게 키우려했는데, 보내버리고....ㅋㅋㅋ 사실 보내기도 은근 많이 보냈네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파트에 금요장 있는데, 꽃파시는 분이 들어오셔서 이름 모를 다육(알려주셨는데, 인터넷 검색하니 없더라구요.ㅋㅋㅋ)이랑 지난번 죽였던 철쭉 다시 사보고, 키우기 쉽다는 카롱코에 하나 들여봤어요.

파시는 분도 잘 살리면 좋지만, 그냥 꽃보는셈치고 키우리고 하셔서 좀 부담이 적어지긴합니다.^^;; 꽃만 봐도 저렴하니깐, 저 역시 꽃보다가 잘 자라주면 우리식구 되는거고 못살아주면 꽃보여주었으니 됬다...하고 마음 먹으니 좀 편해진것 같아요.^^

내일 오랜만에 화분 정리하면서 분갈이 해주려해요. 해피북님도 이쁘게 다육이 키워보세요. 진짜 저도 키워보니 다육이가 손이 젤로 덜 가더라구요. - 물론 게중에 죽기도 하지만... ㅠ.ㅠ;;

2017-03-19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0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2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상의준 2017-03-18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도라에몽 머그컵 굿즈가 눈에 띕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해피북 2017-03-19 23:27   좋아요 0 | URL
도라에몽이 깜짝 출연했는데 ㅋㅋ 일상의준님이 잘 찾아주셨어요 이히히~~ 댓글 감사합니다. 일상의준님도 꿀밤되시고 힘찬 한 주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