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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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 1954~)가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으로 작년 2021년에 출간되어 많은 화제를 낳았다. 


<클라라와 태양>은 인공지능 로봇과 유전 공학 등 과학의 발전이 실현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와 조시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AI 제조 기술의 발달로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매장에서 팔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클라라도 그런 AF(Artificial Friend) 중 하나로 매장에서 자신을 데려갈 친구를 기다린다. 클라라는 AF중에서도 유난히 인간의 행동과 감정에 관심이 많은 로봇으로 매우 영리한데, 어느 날 조시라는 소녀가 다가오고 몇 번의 만남과 기다림 끝에 마침내 클라라는 조시의 AF가 된다.


소설은 클라라의 시선으로 전개되는데 로봇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은 단순해 보이지만 대화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의 (로봇은 알 수 없는) 미묘한 무언가가 이 소설을 천천히 되새기며 읽게 만든다. 

클라라의 눈에 비친 인간은 어떤 특별한 순간에는 '행복과 아픔을 동시에 느'(p.40)끼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한 면을 마련해 놓으려(p.130) 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외로움을 기꺼이 감수하기도 한다. 클라라는 이런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인간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고 기억한다. 

소설은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로봇인 클라라의 눈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우리 자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무엇이 인간 개개인을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가?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그게 가능하다면 인간은 그 대체물을 똑같이 사랑할 수 있는가? 이런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오직 조시를 위해 존재하는 로봇 클라라가 보여주는 헌신과 사랑은 과연 진정한 인간애란 무엇인지, 인간의 가치는 어디서 생기는지 등을 생각해보게 한다.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p.442)


어떤 사람의 특별함은 그 사람 안에 있는 게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 속에 있다는 마지막 클라라의 말은 나를 전율에 휩싸이게 했다.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문장이다. 클라라가 나에게 특별한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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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12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클라라의 마지막 문장 정말 아름답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 마음 속에 남아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

coolcat329 2022-10-12 21:15   좋아요 2 | URL
이 소설 심플한데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립니다. 마지막 장면이 자꾸 떠오르네요.
예전에 토이스토리3를 보고 느낀 그 가슴앓이를 다시 하고 있네요.

바람돌이 2022-10-12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진짜 확 끌리네요. 이 책도 사두고 아직 안읽은 책. 저는 왜 산 책은 자꾸 미루는걸까요? ㅠ.ㅠ 쿨캣님 리뷰가 감동적이어서 저도 빨리 읽어야겠어요. 클라라를 만나서 싶네요. ^^

coolcat329 2022-10-13 07:26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작년 봄에 사서 이제야 읽은거랍니다. 이런 책 무지 많습니다. ㅋ
여운이 오래 남는 소설입니다.

페넬로페 2022-10-12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AI가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건 당연한데도 인간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포기 못하겠어요. 클라라의 마지막 말에 더 기대하고 돼요.
저한테도 이 책 있는데 아직입니다**

coolcat329 2022-10-13 07:33   좋아요 1 | URL
이 책 무엇보다 참 예쁘죠.
저도 작년에 사놓고 이제야 읽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을 보며 더욱 인간을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Falstaff 2022-10-13 0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F, 최근에 읽은 펠레빈 작품 <스너프>에 등장하는 ˝영성을 최고수준으로 지닌˝ 리얼돌 ‘카야‘가 생각납니다. 전 가즈오 이시구로가 영 마땅하지 않아서 이 책을 읽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거 같네요. -_-;;

coolcat329 2022-10-13 07:42   좋아요 1 | URL
아 스너프, 거기도 AF 리얼돌이 나오는군요.
최근에 읽으셨으면 곧 리뷰 올라오겠네요~기대됩니다.
골드문트님 예전에 이시구로 녹턴 읽을 계획이라고 하셨는데 아직 안 읽으셨죠?ㅎㅎ 리뷰를 못 본 거 같아요.

새파랑 2022-10-13 0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아주 좋았습니다~!! 나를 보내지마가 더 좋긴 했지만 이 책도 99점 이었어요. 전 이시구로 책은 다 읽어서 더 읽을책이 없는게 안타깝네요 ㅜㅜ

coolcat329 2022-10-15 14:03   좋아요 1 | URL
와~이시구로 책 다 읽으셨군요. 역시 👍

그레이스 2022-10-14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문장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좋았던 책이예요

coolcat329 2022-10-15 14:04   좋아요 1 | URL
네~저 문장은 한 번도 어디서 들어본 적이 없는 그런 놀라운 문장이었어요. 😚

scott 2022-11-04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시구로 특유의 아련함이 서려 있는 라스트를 좋아합니다.
너를 보내지마
남아 있는 나날
그리고 클라라와 태양
요렇게 세 작품 가즈오 이시구로 작품 중 베스트 ^^

coolcat329 2022-11-05 07:45   좋아요 1 | URL
그쵸?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오래남습니다.
세 작품 다 그러네요~
 
예술, 도시를 만나다 - 걸작을 탄생시킨 도시들의 이야기 전원경의 예술 3부작
전원경 지음 / 시공아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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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술은 사람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걸작은 필연적으로 그가 살고 있던 시대, 그리고 공간과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p.11)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예술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도시'라는 공간을 들여다 봄으로써 하나의 도시에서 어떠한 예술 작품들이 나왔고 그 작품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예술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의 영향을 받기에 예술 작품과 도시는 서로에게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총 22장으로 구성된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체코, 스페인, 이탈리아를 지나 북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뉴욕을 마지막으로 여행을 끝마친다. 대략적인 도시의 설명과 함께 미술, 음악, 문학에 걸쳐 각 도시가 배출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도시와 예술 작품의 관계를 탐색하는데, 모든 도시가 다 저마다 특색이 있어 눈과 귀가 즐겁다.


특히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의 도시들이 가장 재미있고 인상 깊었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도시 전체가 석회암 절벽 위에 지어진' 도시 론다, 이슬람과 기독교 양식이 혼합된 무하데르 양식의 건축물들, 레콩키스타 이후 화려한 전성기를 가졌던 세비야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메리메의 소설 <카르멘>의 주인공 카르멘은 그야말로 '안달루시아의 햇빛처럼 뜨거운 여자'(p.389)인데, 안달루시아 여행은 못 가니 <카르멘> 책이라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각 도시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음악을 소개하는데, 하나같이 다 좋았고 대부분이 들어 본 곡들이라 낯선 도시가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다. 위에서 눈과 귀가 즐거웠던 이유이다. 


총 22장 구성으로 매일 한 장씩 읽었는데, 매일 다른 도시를 여행하면서 각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다. 무엇보다 책이 고급스럽고 그림과 사진들의 화질이 뛰어나 낯선 도시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 전원경은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3권인 <클림트>로 처음 만났는데,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가장 잘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클라우스 시리즈 중 유일하게 두 권의 책을 쓴 작가로 다른 하나는 21권 <페르메이르>인데 역시 훌륭하다.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이런 저자에 대한 믿음으로 고른 책이고, 코로나로 해외는 커녕 국내 여행도 맘껏 다니지 못한 나에게 선사한 또 다른 여행이었다. 여행이 떠나고 싶을 때마다 가고 싶은 곳을 골라 찾아 보며 '언젠가는 가리라'는 희망을 품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겉표지를 벗기면 더 멋있는 표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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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07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클림트 재밌게 읽었어요. 이 책 찾아보니 예술 역사를 만들다도 있네요.
두권 다 일단 보관함으로 쏙~~~ 오늘도 좋은 책 발견하고 기뻐하는 바람돌이입니다. ^^

coolcat329 2022-10-08 08:07   좋아요 1 | URL
아~클림트 읽으셨군요! 반갑습니다.😁
네~역사를 키워드로 예술을 살펴보는 책도 있어요. 총3부작이라는데 현재 역사,도시 두 개만 나와 있네요.

mini74 2022-10-07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림트 페르메이르 둘 다 있어요 ㅎㅎ 쿨캣님이 훌륭하다시니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읽어봐야겠어요 *^^*

coolcat329 2022-10-08 08:14   좋아요 2 | URL
그림 좋아하시는 미니님 클림트, 페르메이르 둘 다 갖고 계시는군요.
저는 페르메이르만 갖고 있답니다. 기록이 거의 없는 화가라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즐거운 독서 하시길요~^^

미미 2022-10-07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더 중요하겠지만 이런 표지는 늘 설레네요!ㅋㅋ <클림트>좋던데 저도 믿고 담아둡니다🤭

coolcat329 2022-10-08 08:20   좋아요 2 | URL
저 속 표지를 책 다 읽고 발견했어요. 얼마나 좋았던지요~^^
예술과 도시의 만남 매력적인 주제죠?

페넬로페 2022-10-08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술과 도시, 마지막에 음악까지, 그저 읽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클래식 클라우드의 클림트까지 찜합니다^^

coolcat329 2022-10-08 12:46   좋아요 3 | URL
네~읽다 보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여행은 가기 전의 기대가 반이라더니 정말 그러네요.

새파랑 2022-10-09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도시들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ㅋ 상트페테르부르크랑 더블린은 있겠죠? ^^

coolcat329 2022-10-09 15:24   좋아요 2 | URL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있는데, 아쉽게도 더블린은 없어요. 보통 유럽 유명도시들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레삭매냐 2022-10-10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좀 쌩뚱맞지만 오늘 인스타
에서 보니 클림트 아자씨의
아부지가 체코 사람이었다
고 하네요.

에스파냐의 안 알달루스에
는 언제고 한 번 가보고 싶
습니다. 가능할 진 모르겠
지만요.

coolcat329 2022-10-11 09:30   좋아요 2 | URL
오 맞아요. 이 책에도 아버지가 보헤미아 출신의 금세공 기술자였다고 나옵니다. 클림트 예술엔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을 거 같아요.

언젠가 스페인 여행 꿈 꿔 봅니다.💃
 
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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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작가의 말' 중


김훈(1948~)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문장이 짧으면서 힘이 있어 매우 가독성이 높았다. 

'하얼빈'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곳으로, 소설은 제국 확장의 야욕을 위해 하얼빈으로 올라오는 이토와 그 이토를 암살하기 위해 동쪽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해 가는 안중근을 교차로 보여준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전의 행보와 암살, 그 후의 체포와 재판,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빠른 전개와 함께 '강도 높게 압축'(p.304 작가의 말)되어 있어, 생략된 이야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작가는 영웅 안중근이 아닌 고뇌하고 흔들리는 인간 안중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하는데, 첫 아들을 품에 안고 아기에게서 나는 젖냄새를 맡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슬픔'(p.27)을 느끼는 안중근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또한 나라를 위해 투신해야 한다는 대의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또 천주교인으로서 지켜야 하는 도리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토를 죽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그를 죽임으로써 어떤 결과를 얻는지, 그것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안중근은 고뇌하고 끊임없이 생각한다.


다음은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토를 저격하고 체포된 후 장춘에서 호송열차를 타고 여순감옥으로 가는 장면이다. 이토에게 세 발의 총을 쐈지만 이토의 생사여부를 모르는 안중근은 자신이 그를 죽인 이유를 이토가 알고 있는지, 일본 천황은 이토가 총을 맞은 이유를 알고 있는지, 이 세상은 내가 이토를 죽이려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한다. 안중근의 이 치열한 내면의 모습이 나는 가장 인상깊었다. 


[거기에, 비틀거리는 이토의 모습이 떠올랐다. 총알 세 발이 명중한 것은 확실했다. 이토의 몸속에 총알이 박힐 때, 총알이 안중근의 몸에 신호를 보내오는 듯했다. 안중근은 그 신호를 믿었다. 그리고 조준선 너머에서 이토가 비틀거렸고, 키 작은 일본인이 이토를 부축했다. (…) 이토는 죽었는가? (…) 이토를 살려놓고 이토를 죽이는 이유를 이토에게 말해주었으면 좋았겠는데 이토가 죽었다면 이토를 죽인 이유를 이토에게 말해줄 수가 없겠구나. 메이지는 이토가 총을 맞은 이유를 알고 있을까. 이토가 죽었다면 이토 없는 세상에서 이토를 죽인 이유를 말해야 하지만, 그 세상은 이토가 만들어놓은 세상이므로 내말을 알아듣기가 어렵겠구나. 이토가 죽었다면, 총알을 맞고 나서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 왜 총에 맞았는지를 알았을까? 그것까지 알 수는 없었더라도, 총을 쏜 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알고 죽었을까. 이토가 죽었다면, 그것을 물어볼 길이 없겠구나.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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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02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마지막 문장에 심장이
쿵😿

coolcat329 2022-10-02 18:09   좋아요 3 | URL
이토를 죽일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를 이토와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안중근의 그 간절함이 책을 뚫고 나와 저에게도 느껴졌습니다.

프레이야 2022-10-02 1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감동깊고 강렬한 리뷰입니다 쿨캣 님.

coolcat329 2022-10-03 10:42   좋아요 1 | URL
소설 발췌문이 강렬하지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0-02 2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93페이지 문장 정말 좋네요 ~!! 이 책의 핵심 문장인거 같아요~!!

coolcat329 2022-10-03 10:43   좋아요 2 | URL
꾸밈없는 담백한 문장이 안중근의 마음을 더 잘 보여주는 거 같아요. ^^

레삭매냐 2022-10-03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순서는 과연 언제나
올까요.

어제 도서관에 가서 살펴
보니 모두 모두 대출 중
이네요.

예약까지 하면서 읽을 생각
은 안 들고. 아무래도 해를
넘기지 않을까 싶네요.

안중근 중장이 이토의 생사
여부를 모른 채, 감옥으로
이송되었군요. 몰랐던 사실
이네요.

coolcat329 2022-10-03 21:14   좋아요 2 | URL
그렇더라구요.
반대로 검찰관도 안중근 신문할 때 이토의 죽음을 안중근이 아는지 모르는지 알고 싶어해요. 그렇다고 아느냐고 안중근에게 대놓고 물을 수도 없는거죠.
만약 이토가 죽었다는 걸 안중근에게 알려주면 안중근이 자신의 목숨 포기하고 정치적 신념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할 것이고 그러면 일본의 위상이 떨어질테니까요.
신문 과정에서 미묘한 심리전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10-03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문열 작가의 ‘불멸‘에서,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를 먼저 만났는데 제가 존경하는 김훈 작가님은 어떻게 서술했을지 너무 궁금합니다.
고뇌하고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
정말 공감되네요^^
 
낙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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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은 202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압둘라자크 구르나(Abdulrazak Gurnah 1948~ )가 1994년에 발표해 부커상과 휫브레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1948년 지금은 탄자니아에 속하는 잔지바르 섬에서 케냐와 예맨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구르나는 1964년 잔지바르 혁명이 일어나 아랍인과 아시아인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자 잔지바르를 떠나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 후 대학에 들어가 소설 습작을 시작하였고, 학업을 마친 후에는 켄트 대학교 영문학 및 탈식민 문학 교수로 부임하였다. 


구르나는 지금까지 열 권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낙원>은 네 번째 작품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임박한 시점에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배경으로 유수프라는 소년의 모험과 성장을 담고 있다. 열두 살 소년 유수프가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소설은 독일의 식민 지배를 받는 동아프리카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 속에서 겪는 혼란스러운 모습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슬람 교도들의 삶을 유수프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부모를 떠나 낯선 곳으로 온 유수프는 상인을 따라 더 낯선 아프리카 내륙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여정 속에서 낯설면서도 어두운 아프리카의 숨겨진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책을 일주일 넘게 자꾸 끊어서 읽게 되었고 밤에는 한 두 장 읽으면 잠이 쏟아져 만족스러운 독서로 이어지지 못했다. 낯선 곳에서 한 소년이 겪는 모험 이야기지만 극적이기 보다는 정적이고, 문장은 묘사가 많고 시적이라 피곤한 몸으로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엊그제 겨우 다 읽고 그냥 별점만 남길까 하다가 그래도 읽은 흔적은 남기고 싶어 간략하게 감상을 남긴다. 


소설의 마지막 문단이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비겁이 산후産後의 점액으로 뒤덮여 달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그것이 숨쉬는 것을 보았는지를 떠올렸다. 그건 버림받은 것에 대한 첫 번째 두려움의 탄생이었다. 지금, 개들의 품위 없는 굶주림을 보면서, 그는 그것이 뭐가 될지 알 것만 같았다. 그가 정원에서 문의 빗장이 걸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여전히 행진하는 행렬이 눈에 보였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고 따끔거리는 눈으로 그 행렬을 뒤쫓았다.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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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9-27 0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 쿨캣님도 압둘라자크 구르나 읽으셨군요. 저는 바닷가에서는 구매해서 읽었는데 좀 어려웠어서 낙원은 구매대신 빌렸습니다 ㅋ 이 책 가방안에 있는데 이것도 좀 어렵군요 ㅋ

coolcat329 2022-09-27 08:24   좋아요 2 | URL
아 그러셨군요. 역자도 번역이 힘들었다고 하는 걸 보니 문장이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이 작가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저도 <바닷가에서>를 읽어봐야 할 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9-28 15:37   좋아요 1 | URL
저는 바닷가에서 가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낙원을 안읽었다면 바닷가에서도 그렇게 좋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coolcat329 2022-09-28 17:49   좋아요 1 | URL
아 번역자도 낙원은 필수로 읽어야 할 작품으로 꼽더라구요. 바닷가에서 점점 더 기대가 됩니다.😊

바람돌이 2022-09-27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낙원보다는 바닷가에서가 더 좋았어요. 마지막 남은 그후의 삶 지금 대기중입니다. ^^

coolcat329 2022-09-27 18:56   좋아요 1 | URL
<바닷가에서> 저도 조만간 읽어보려구요. 낯선 이야기라 그 자체로 흥미롭네요.

레삭매냐 2022-09-28 15: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도 베스트 컨디션으로
읽어야 하나 봅니다 :>

미스터 보뱅은 고통을 읽기 위해
책을 본다고 하던데...

coolcat329 2022-09-28 17:51   좋아요 1 | URL
컨디션이 정말 중요하더라구요.
보뱅은 책 속에서 고통을 찾는다는 건가요? 특이하네요.ㅎ

scott 2022-11-06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황유원 시인이 번역한 <바닷가에서> 추천합니다
구르나 작품 왕교수님 번역은 별로 입니다 ^^

alummii 2022-11-06 23:57   좋아요 2 | URL
저도 추천해주신 번역으로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coolcat329 2022-11-07 17:28   좋아요 1 | URL
네~알겠습니다. 🙂
 
얼굴 없는 살인자 쿠르트 발란데르 경감
헨닝 만켈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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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Henning Mankell 1948~2015)의 소설로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의 출발을 알린 작품이다. 

아주 오래 전 헤닝 만켈의 소설을 처음 읽고 북유럽 추리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당시 '좋은책만들기' 출판사에서 권혁준 번역으로 나온 책들을 읽으며 순서는 신경 안 썼는데, 이 유명한 시리즈의 첫 작품이 2021년 작년에 처음으로 번역된 걸 알고 많이 놀랐다. 두 번째 작품인 <리가의 개들>도 2022년 올해 처음 번역되었는데, 발란데르 팬으로서 참 반가운 일이다. 


이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주인공 쿠르트 발란데르라는 캐릭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42살 중년의 발란데르, 아내 모나는 3개월 전 떠나고 딸 린다마저 자기 인생을 찾아 떠난 상태에서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는 치매 증상을 보인다. 외로움과 과중한 경찰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다 보니 건강은 나날이 안 좋아져 몸무게가 7키로그램이나 불어난 상태이다. 

내 기억 속의 발란데르는 당뇨로 건강이 안 좋았고 이혼한 전처의 재혼 소식과 아버지의 죽음, 동료 경찰이 살해 당하는 등 늘 힘들었는데, 아! 1편 첫 출발부터 이렇게 외롭고 힘든 발란데르라니...마음이 짠했다. 


1990년 1월 7일 이른 아침 발란데르에게 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스웨덴 스코네 주 한 작은 농가에서잔혹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 피해자는 노부부로 남자는 잔인한 고문을 당하다 죽었고 여자는 목에 올가미가 걸린 채 죽어가고 있었다. 보고서에 적힌 '피해자는 네다섯 번 죽고도 남을 폭력에 희생되었다'(p.38)라는 의사의 메모가 말해주듯이 이런 시골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잔인'(p.25)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발란데르는 사건의 야만성과 잔인함에 충격을 받는다. 점점 잔혹해지는 세상에서 자신이 경찰로서 적합한지 의심한다. 


[아마 지금 시대에는 다른 성격의 경찰이 요구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1월 이른 아침 스웨덴 시골의 인간 도살장으로 출동해야 하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을 경찰. 불확실성과 고뇌로 고통받지 않을 경찰. (p.29)]


오랜만에 만난 발란데르는 나에게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많은 연민을 느끼게 했다. 그는 약점이 많은 인간이다. 떠난 아내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면서도 젊고 매력적인 유부녀 여검사에게 술 취해 접근하다 따귀를 맞고, 웨이트리스를 보며 함께 호텔 방에 들어가는 상상도 한다. 치매 증상이 있는 아버지와는 잘 지내지 못하고 딸인 린다는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술 마시고 운전을 하다 동료 경찰에게 걸려 경찰복을 벗을 뻔하고, 사건은 사건대로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란데르를 미워할 수 없는 건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날 과음과 불면증으로 피곤한 상태에도 진한 커피를 하루에도 몇 잔씩 마셔가며 조금이라도 실마리가 보이면 찾아가 조사하고 질문한다. 90년대라 스마트폰은 커녕 지금은 어딜 가나 있는 cctv도 흔하지 않아 범인이 변장을 안하고 다녀도 찾을 길이 없다. 발란데르를 비롯한 경찰들은 여기저기 발로 뛰어다니는 수밖엔 없고 이런 과정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노고가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사건을 다 해결하고 자신이 너무 많은 실수를 했다고 말하는 발란데르에게 선배 경찰인 뤼드베리는 "끊임없이 실수를 해도, 자넨 결코 포기한 적이 없어." (p.364) 라고 말한다. 맞다. 발란데르는 아무리 만신창이가 되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가 조금은 덜 외롭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발란데르 시리즈 2편 <리가의 개들>도 조만간 읽어보려고 한다.

앞으로 '피니스아프리카에'에서 순서대로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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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9-16 2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가의 개들 읽고 싶었는데 이 작품이 시작이군요? 마르틴 베크 시리즈도 너무 좋은데 기대됩니다

coolcat329 2022-09-16 21:56   좋아요 2 | URL
발란데르 시리즈 웬만하면 순서대로 읽기를 권합니다. 시간 순서대로 발란데르의 삶을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좋거든요. 1,2편이 이제야 번역이 되다니 참 이상합니다. 저는 3편인 <하얀 암사자>로 처음 발란데르를 만나고 완전 푹 빠졌더랬죠...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60-70년대 시대를 보여줬다면 발란데르 시리즈는 90년대 스웨덴의 사회문제를 범죄를 통해 보여줘 비교하며 읽어도 재밌을 거 같아요. 미미님 좋아하실거라 믿어요!

레삭매냐 2022-09-16 22: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놔, 이 페이퍼를 아까 오후에
봤더라면 중고서점에 책갈피
사러 들렀을 때, 냉큼 샀을 텐데
말이죠.

다음 주 월요일까지 부디 젭알
아무도 안 집어 가길...

coolcat329 2022-09-17 07:40   좋아요 3 | URL
아 이 책 살까말까 고민하셨군요. ㅎㅎ
행운을 빕니다~^^

페넬로페 2022-09-16 23: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유럽 스타일의 추리소설은 어떤 분위기가 있을지 기대됩니다.
한국 액션 영화에서 발란데르 같은 형사가 종종 나오는데 저는 이런 아날로그형 형사가 좋더라고요~~
읽을 책이 쌓여만 갑니다^^

coolcat329 2022-09-17 07:51   좋아요 3 | URL
북유럽 추리소설은 춥고 스산하고 건조하면서도 어딘가 묵직한 느낌이에요.
범죄가 스웨덴의 사회문제에서 파생된 것이라 어둡고 우울하답니다.
여기서는 인종차별, 난민문제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그에 비해 책표지는 지나치게 밝네요...
저도 아날로그를 많이 그리워하는 중년이라 더욱 발란데르에게 감정이입이 됐습니다.

새파랑 2022-09-17 1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발란데르는 약간 미숙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형사인가 봅니다. 이런 유형이 더 정이가고 좋은거 같아요~!! 요즘 대세는 스웨덴 이군요~!!

coolcat329 2022-09-17 15:06   좋아요 1 | URL
사생활에서는 늘 힘들지만 경찰로서는 꽤 훌륭하지않나 싶습니다. 😉

mini74 2022-09-17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저러면 빨리 죽을텐데 하다가 ㅎㅎ 직업이 형사니~~그러고보면 스웨덴은 스릴러 추리 잔혹범죄 맛집같아요. 복지국가란 이미지와 달리 ㅎㅎ ~ 리가의
개들 순위가 높던데 작가님이 유명하신가봐요. 전 잘 몰라서~ 쿨캣님 글 읽으니 재미있을거 같아요. 사실 범인이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ㅎㅎ *^^*

coolcat329 2022-09-17 15:09   좋아요 1 | URL
저도 발란데르와 동료들 수사하는 거 보면서 늘 건강 걱정이 앞섭니다.😥 근데 결국 당뇨에 걸리거든요. ㅠ

북유럽 추리물 읽다보면 살해 수법이 참 버라이어티해요. ㅠㅠ
작가 유명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4억부 판매~

얄라알라 2022-09-17 15: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15년 타계면 최근까지도 활동하셨던 작가군요.
쿨캣님께서 요약해서 옮겨주신 줄거리만 보아도 주인공 인상이 그려져요. 아내와헤어지고 외로이 혼자 살며(패스트푸드 도움) 건강이 별로고, 그런데 본직과 관련된 일을 하면 옛 프로페셔널리즘이 살아나는 캐릭터....많이 들어본 듯 하면서도 또 다른 맛이 있네요.


근데 4억부라고요?^^ 와!!!! 진짜 유명한 작가군요. 헤닝 망켈

coolcat329 2022-09-17 17:11   좋아요 2 | URL
4억! 저도 놀랐습니다. 지친 중년 남성이 실낱같은 단서를 쫓아 발품팔아 다니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끌립니다.막 통쾌하고 극적이고 이런 거 기대하시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 발란데르처럼 쓸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레삭매냐 2022-09-17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그전에 사둔 시리즈 3번 하얀 암사자로 달려 봅니다. 역시나 재밌네요.

coolcat329 2022-09-17 17:23   좋아요 3 | URL
아 역시 이미 사 두셨군요! ㅋ
<하얀 암사자>와 <다섯 번째 여자>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페크pek0501 2022-09-21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과 CCTV가 없던 시대엔 경찰들이 일하기 힘들었겠군요. 증거를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니기도 했겠지만 머릿속에서 지금의 경찰들보다 더 많이 상상하고 유추하고 추리했을 거란 생각에서 더 유능했을 거라고 짐작이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