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낙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낙원>은 202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압둘라자크 구르나(Abdulrazak Gurnah 1948~ )가 1994년에 발표해 부커상과 휫브레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1948년 지금은 탄자니아에 속하는 잔지바르 섬에서 케냐와 예맨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구르나는 1964년 잔지바르 혁명이 일어나 아랍인과 아시아인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자 잔지바르를 떠나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 후 대학에 들어가 소설 습작을 시작하였고, 학업을 마친 후에는 켄트 대학교 영문학 및 탈식민 문학 교수로 부임하였다.
구르나는 지금까지 열 권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낙원>은 네 번째 작품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임박한 시점에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배경으로 유수프라는 소년의 모험과 성장을 담고 있다. 열두 살 소년 유수프가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소설은 독일의 식민 지배를 받는 동아프리카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 속에서 겪는 혼란스러운 모습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슬람 교도들의 삶을 유수프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부모를 떠나 낯선 곳으로 온 유수프는 상인을 따라 더 낯선 아프리카 내륙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여정 속에서 낯설면서도 어두운 아프리카의 숨겨진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책을 일주일 넘게 자꾸 끊어서 읽게 되었고 밤에는 한 두 장 읽으면 잠이 쏟아져 만족스러운 독서로 이어지지 못했다. 낯선 곳에서 한 소년이 겪는 모험 이야기지만 극적이기 보다는 정적이고, 문장은 묘사가 많고 시적이라 피곤한 몸으로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엊그제 겨우 다 읽고 그냥 별점만 남길까 하다가 그래도 읽은 흔적은 남기고 싶어 간략하게 감상을 남긴다.
소설의 마지막 문단이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비겁이 산후産後의 점액으로 뒤덮여 달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그것이 숨쉬는 것을 보았는지를 떠올렸다. 그건 버림받은 것에 대한 첫 번째 두려움의 탄생이었다. 지금, 개들의 품위 없는 굶주림을 보면서, 그는 그것이 뭐가 될지 알 것만 같았다. 그가 정원에서 문의 빗장이 걸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여전히 행진하는 행렬이 눈에 보였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고 따끔거리는 눈으로 그 행렬을 뒤쫓았다. (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