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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시를 만나다 - 걸작을 탄생시킨 도시들의 이야기 ㅣ 전원경의 예술 3부작
전원경 지음 / 시공아트 / 2019년 10월
평점 :
결국 예술은 사람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걸작은 필연적으로 그가 살고 있던 시대, 그리고 공간과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p.11)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예술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도시'라는 공간을 들여다 봄으로써 하나의 도시에서 어떠한 예술 작품들이 나왔고 그 작품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예술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의 영향을 받기에 예술 작품과 도시는 서로에게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총 22장으로 구성된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체코, 스페인, 이탈리아를 지나 북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뉴욕을 마지막으로 여행을 끝마친다. 대략적인 도시의 설명과 함께 미술, 음악, 문학에 걸쳐 각 도시가 배출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도시와 예술 작품의 관계를 탐색하는데, 모든 도시가 다 저마다 특색이 있어 눈과 귀가 즐겁다.
특히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의 도시들이 가장 재미있고 인상 깊었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도시 전체가 석회암 절벽 위에 지어진' 도시 론다, 이슬람과 기독교 양식이 혼합된 무하데르 양식의 건축물들, 레콩키스타 이후 화려한 전성기를 가졌던 세비야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메리메의 소설 <카르멘>의 주인공 카르멘은 그야말로 '안달루시아의 햇빛처럼 뜨거운 여자'(p.389)인데, 안달루시아 여행은 못 가니 <카르멘> 책이라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각 도시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음악을 소개하는데, 하나같이 다 좋았고 대부분이 들어 본 곡들이라 낯선 도시가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다. 위에서 눈과 귀가 즐거웠던 이유이다.
총 22장 구성으로 매일 한 장씩 읽었는데, 매일 다른 도시를 여행하면서 각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다. 무엇보다 책이 고급스럽고 그림과 사진들의 화질이 뛰어나 낯선 도시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 전원경은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3권인 <클림트>로 처음 만났는데,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가장 잘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클라우스 시리즈 중 유일하게 두 권의 책을 쓴 작가로 다른 하나는 21권 <페르메이르>인데 역시 훌륭하다.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이런 저자에 대한 믿음으로 고른 책이고, 코로나로 해외는 커녕 국내 여행도 맘껏 다니지 못한 나에게 선사한 또 다른 여행이었다. 여행이 떠나고 싶을 때마다 가고 싶은 곳을 골라 찾아 보며 '언젠가는 가리라'는 희망을 품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겉표지를 벗기면 더 멋있는 표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