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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평점 :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 1954~)가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으로 작년 2021년에 출간되어 많은 화제를 낳았다.
<클라라와 태양>은 인공지능 로봇과 유전 공학 등 과학의 발전이 실현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와 조시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AI 제조 기술의 발달로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매장에서 팔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클라라도 그런 AF(Artificial Friend) 중 하나로 매장에서 자신을 데려갈 친구를 기다린다. 클라라는 AF중에서도 유난히 인간의 행동과 감정에 관심이 많은 로봇으로 매우 영리한데, 어느 날 조시라는 소녀가 다가오고 몇 번의 만남과 기다림 끝에 마침내 클라라는 조시의 AF가 된다.
소설은 클라라의 시선으로 전개되는데 로봇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은 단순해 보이지만 대화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의 (로봇은 알 수 없는) 미묘한 무언가가 이 소설을 천천히 되새기며 읽게 만든다.
클라라의 눈에 비친 인간은 어떤 특별한 순간에는 '행복과 아픔을 동시에 느'(p.40)끼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한 면을 마련해 놓으려(p.130) 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외로움을 기꺼이 감수하기도 한다. 클라라는 이런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인간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고 기억한다.
소설은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로봇인 클라라의 눈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우리 자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무엇이 인간 개개인을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가?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그게 가능하다면 인간은 그 대체물을 똑같이 사랑할 수 있는가? 이런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오직 조시를 위해 존재하는 로봇 클라라가 보여주는 헌신과 사랑은 과연 진정한 인간애란 무엇인지, 인간의 가치는 어디서 생기는지 등을 생각해보게 한다.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p.442)
어떤 사람의 특별함은 그 사람 안에 있는 게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 속에 있다는 마지막 클라라의 말은 나를 전율에 휩싸이게 했다.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문장이다. 클라라가 나에게 특별한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