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 부는 사람 - 모든 존재를 향한 높고 우아한 너그러움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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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도 놀라운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  너무 아쉬워서 천천히 아껴먹듯 읽었는데도 그렇게 되었다.

마지막 장은 '겨울의 순간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앞 세 개의 장에서는 봄과 여름의 계절이 주는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움, 그리고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한 에세이였다. 

마지막 장은 겨울에서 끝맺음을 하고 싶었나보다.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다는 프로빈스 타운의 바다와 숲을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아침 걸으며 자연을 찬양하고 교감하면서 아름다운 시를 쓰고 소박하게 살아간다고 스스로 글에서 밝히고 있다. 자연이 주는 기쁨과 경이로움을 사랑하던 시인이 살던 마을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관광객이 붐비는 곳으로 점점 변해간 듯 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계가 없었다면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환경론자들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는 않지만 자신은 환경론자는 아니라고 고백한다.

 "나에게 숲으로 들어가는 문은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나는 나무들 아래를, 창백한 모래언덕을 걸으며 점점 더 환희에 빠져들고 이 환희를 글로 찬양한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보고 그걸 맹목적으로 사랑한다. "(144)


  "내가 만일 환경에 대해 생각한다면 환경운동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전체를, 우리의 필요와 잘못된 행동의 연결망이나 우리 삶과 다른 모든 존재의 삶의 상호관계를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나는 눈만 뜨면 산책을 나가고 흔한 식물의 뿌리나 꽃잎에 발이 걸려 넘어져 마치 투시력이라도 생긴 듯 그것을 상징적인 존재로 볼 뿐이다."(145)


'겨울의 순간들'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6시간 동안 바다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었는데,

문장 하나하나의 묘사가 너무 아름답고 어쩜 그리 딱 맞아 떨어지듯 표현을 해놓았던지 여러 번 다시 읽어보아도 결코 지루해지거나 식상하지 않아서 놀랍다. 단아하고 아름다운 글씨체를 가지고 있었다면 필사노트에 천천히 쓰면서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이른 시각에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세상의 거대하고 긴박한 어둠 속에서 출발한다.
집은 무척이나 춥다. 겨울은 향로를 흔들며 마을을 돌아다니지만, 그 향로에서는 연기나 향내는 나오지 않고 소금과 눈의 불쾌한 쇳소리 같은 솔직함만 나온다. 나는 어둠 속에서 옷을 입고 서둘러 나간다. 잠이 덜 깬 개들이 몇 발짝 따라오다가 사라진다. 물이 차갑고 단단한 모래에 활기차게 부딪친다. 나는 그것이 바다가 말하는 언어라도 되는 양 귀 기울여 듣는다. 하늘엔 별도 없고 달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밀물이 들어오는 걸 알 수 있다. 바다가 노래하듯 말하고, 가로등과 부두의 주황색 불빛 덕에 조금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가느다란 은빛 줄무늬가 들어간 검정 레이스를 흔들어 과시한다.(138)

여러 해 동안 나는 밀물 때면 이른 시각에나 늦은 때나 거의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다른 세계로 갔다. 내가 ‘소나무‘라고 할 때 독자들이 상상하는 건 ‘리기다소나무‘ 또는 ‘방크스소나무‘라고 불리는 우리 마을의 소나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리 소나무는 수수한 나무로, 꾸불꾸불하고 향이 좋다. 해풍을 견디며 살 수 있고, 크고 우람한 자태를 포기하는 대신 소중한 탄성을 얻었다 큰떡갈나무와 니사나무 역시 연못가 습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 숲을 수천 번은 걸었다. 숲속이 다른 어느 곳보다 심지어 우리 집보다 더 편안했다. 숲의 세계로, 풀과 오솔길로 발을 들이면 늘 안도감 같은 게 밀려 들었다. 나는 무언가에서 도피하는 게 아니었다. 기쁨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경계를 넘는 것이었다. 경계를 넘으면 세상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변했다.(140)

세상은 변한다. 이제 밤이면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폐쇄된다. 적어도 따뜻한 계절들에는 그렇다. 해가 뜨고 몇 시간이 지나야 입구를 막아놓은 차단기가 치워지고 그 전에는 숲에 들어갈 수가 없다. 1년 365일 개들은 통행이 금지되거나 목줄을 한 채 단 하나의 지정된 길로만 걸어가야 한다. 무기와 수갑을 지닌 산림 감시원들이 땅딸막한 차를 타고 모래언덕을 넘거나 꾸불꾸불한 소나무들 사이를 지난다.(142)

나는 자연계가 없었다면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계 없이도 시인이 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나에게 숲으로 들어가는 문은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나는 나무들 아래를, 창백한 모래 언덕을 걸으며 점점 더 환희에 빠져들고 이 환희를 글로 찬양한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보고 그걸 맹목적으로 사랑한다.(144)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자신들과 같은 부류라고 말한다. 나는 그들의 말에 반박하진 않지만 곡 들어맞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작품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지구를 지키고, 치유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합리적이고 학식 있는 주장을 담지 않는다. 내 시는 주목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인간세계에서 시작하지도 끝나지도 않는다. 내가 만일 환경에 대해 생각한다면 환경운동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전체를, 우리의 필요와 잘못된 행동의 연결망이나 우리 삶과 다른 모든 존재의 삶의 상호 관계를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나는 눈만 뜨면 산책을 나가고 흔한 식물의 뿌리나 꽃잎에 발이 걸려 넘어져 마치 투시력이라도 생긴 듯 그것을 상징적인 존재로 볼 뿐이다. 이것은 결코 독보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며 신비주의적 성향을 지닌 모든 사람들이 간 길이라고 할 수 있다.(145)

3
폭풍은 밀물을 타고 온다. 그래서 여섯 시간 동안 우리를 향해 번쩍거리며 뒹굴며 밀려오면서 힘이 강해진다. 바람은 남남서에서 온다. 폭풍의 진로 내 취송거리(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의 힘에 의해 파도가 이는 거리)는 만 전체의 크기다. 이곳 항구의 바다에 거친 파도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거리다. 그런 취송거리와 바람이 밀물에 작용해 바다의 수면을 아름답고 경외롭게 만든다 구름이 얇고 바람에 질주하고 있어서 수면은 반짝거린다. 수면의 빛깔은 회색에서 강철색으로 변했다가 지독하게 번쩍거린다. 주름진 수면에 빛의 조각들이 득실거린다.(150)

바람이 때려댄다. 그럴 리가 없다. 때릴 대상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바다가 빛나는 뭉치들을 해안으로 굴려 보내고 그 뭉치들이 줄줄이 요란하게 해안에 부딪칠 때 파도의 조각들밖에는. 하지만 분명 바람이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울타리들이 삐걱 거리고 퍼덕거린다. 문간에서는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현관의 단단히 고정되지 않은 물건들이 쿵하고 떨어지거나 날아가거나 해변으로 굴러간다.(151)

하지만 헐거워지고 구르는 소리는 위와 아래, 즉 하늘과 바다에서 들리는 분출하고, 휘갈기고, 윙윙거리는 소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건 여러 층을 이룬 합창이다. 소프라노 파트는 날카롭게 소리치고, 알토 파트는 불협화음을 이루고, 걸걸한 테너와 바리톤 파트는 금관악기 음을 던진다. 베이스 파트는 거대한 검은 입술을 O자 모양으로 오므리고 그저 쉼 없이 숨을 내쉬기만 한다. 어둡고, 흰수염을 기르고 있으며, 해변으로 올라와 우리를 향해 다가오면서 모래를 잔뜩 머금은 파도의 대열은 결코 서두르지도 주저하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몇 시간 동안 여전히 경외롭고 여전히 아름답다.(151)

이제 만조에 가갑다. 작고 푸른 배 한 척이 나타나 방파제에 부딪친다. 애처로운 광경이다. 충돌을 피하려고 애쓰고 파도가 방파제로 거칠게 밀어젖힐 때마다 움찔거리는 듯한 그 배는 무생물이라고 믿기가 어렵다. 뱃머리가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 자꾸만 맴돈다. 배는 물에 잠겼고 희망이 없다.(152)

이윽고 절정에, 만조에 이른 바다가 방파제를 넘어 마당으로 날아든다. 넓은 주름들이 차르르 벌어지는 길고 거대한 은빛 휘장 같은 파도가 높이 솟아 밝은 주름 장식을 흔들며 방파제를 넘는다. 파고에 모래가 잔뜩 실려 있어서 마당으로 넘어온 파도가 사라질 때마다 마당은 새로운 모습이 된다. 파도가 마당에 퍼지며 모든 역사(발자국들, 개의 자취들, 쓰레기들)를 지우고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모래알들이 마당을 덮는다.(152)

그렇게 여섯 시간째에 바다가 도착해서, 장미들을 흠뻑 적시고 데크에 물보라를 뿌린 후 이렇게 말한다. "이번엔 아냐." 파도는 여전히 울부짖지만 그 무시무시한 울부짖음은 점점 약해지고 썰물이 시작된다.(152)

4
그렇게 폭풍은 지나갔다. 그 폭풍은.(153)

이제 겨울이.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겨울이 물러가기 시작한다. 그동안 무엇이 결정되고 선택되고 확실히 해결되었을까?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사건들은 지나가고. 세상은 변하고, 상처는 희미해지고, 행운은 찾아왔다가 사라졌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다.(156)

이제 초록 바다가 푸른 봄의 빛깔을 띠고 봄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지치고 졸린 겨울은 긴긴 밤에 천천히 달을 윤나게 닦고 북쪽으로 물러난다. 겨울의 몸이 줄어간다. 녹아간다. 해묵은 수수께끼 뭉치가 또 한 해 풀리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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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3-01-30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는 시인의 에세이인가 봅니다. 인용하신 문장의 ‘숲으로 들어가는 문은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고 했을 만큼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이군요. 덕분에 한 사람의 시인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은하수님.^^ 따뜻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은하수 2023-01-30 19:43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도 얼른 메리 올리버의 시 세계로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시구 한 글자, 한 글자 너무 좋았어요 저도 이렇게 찬탄을 받는 작가 사실 한발짝 물러서서 기다렸다 보는 편인데... 아니예요
그럼 안되는 거였어요
작가자신은 환경론자 아니라는데 그게 역설적이게도 더 환경보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려요
좋은 밤 되세요^^
 

소설 <순이삼촌> 중 [소드방 놀이]
소드방은 ‘소댕‘의 제주도 방언이고, 소댕은 ‘솥뚜껑‘을 뜻한다. 

기민창의 색리 윤관영은 사또의 사주를 받아 사창미 이백석을 작전하라는 명을 받아 시행하였으나 이는 사또의 농간이었을터.. 결국 환곡미를 이백석 이상 범포한 자를 적발하고 대회군민하여 효수...(후덜덜하다. 대신 죽으라는 말씀. 사또는 관리감독 잘못한 죄만 있다는 뜻)하라는 금부의 명에 따라 부형을 대신 받게 된 것이었다. [소드방 놀이]는 조선후기 만연한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사또의 비호가 없었다면 감히 색리 따위가 무슨 수로 환곡미 이백석에 손을 댈수 있단 말인가.

여기서 잠깐!
그렇다고 윤관영이 죄가 없느냐
그건 또 아니다. 먹고 죽을래도 먹을게 없어서 보릿고개란 말도 어이없는 마당인걸 사또보다 더 잘아는 게 윤관영이다.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 아마 젤 잘 알 놈일 것이다. 그런데 환곡미를 거둘때 어찌 했던가. 백성들의 말을 들어보면 세미를 안냈다고 솥단지꺼정 떼간 놈이고 씻나락 오쟁이꺼정 훑어가고 농민들 농간쳐서 더 떼어먹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 동안 쌓인 원한과 미움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물론 이건 새발의 피로 칠수 있다. 양반님네와 작은 관직이라도 얻은 양반님네부터 권문세가들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바와 같이 어마무시한 수탈을 일삼았지. 하지만아는 놈이 그러는게 더 얄밉고 미운거다. 거기다 나와 비슷한 놈이니까 맘껏 미워할수 있었을 것이다. 사또님은 너무멀리 계시는 분. 그러니 진휼이랍시고 모아놓고 꼴랑 죽 한사발 주는데 추워죽것구만 그도 오랜시간 기다리게 하니 화가 안나겠는가. 돌 맞아죽을 수밖에..
사또놈만 노났네

*색리: 감영이나 군아에서 곡물을 출납하고 간수하는 일을 맡아하던 구슬아치. 조선후기 색리의 지배구조상 최하층 천인에 비할바 없었으니 사또의 명을 어찌 받잡지 않을 수 있으리오.

*부형: 커다란 가마솥에 찜쪄 죽이는...윽!
이지만 실제로는 큰 솥 위에 뚜껑을 걸쳐 놓고 죽는 시늉만 하면서 죽은척 위장하는 것을 소드방 놀이라고 말한다. 형을 받은 색리는 이미 죽은 것이니까 그 고을에 살수 없으니 다른 마을로 도망을 가서 살면 된다나..허 참내
환곡의 폐해와 연결된 웃픈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네...?!

읽다보니 지금의 우리 현실과 맞닿아있어서 누군가가 자꾸 생각난다. 전씨도 그렇고 이씨?도 생각나고.. 또 이씨도 생각나고.
너무 큰 도둑은 도둑이 아닌 것이여. 그건 그러니까 백성들의 상상을 훨씬 능가하는 어떤 것. 손에 잡히지 않는 막연한 추상이고 그건 너무너무너무 지체높은 권세인 것이다.

˝큰 부정일수록 이렇게 환골하고 탈태하여 나라 경영의 대종을 이루었던 것이다.˝(28)

작가님 말씀이 확 와닿는다.
아직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뭐라 코멘트하긴 그렇지만... 국민을 위해 엄청난 이익을 낸 사업이라니..! 난 한푼도 받은거 없는데.
전씨야 뭐... 추징금만 4천억이 넘었지 않나.. 이건 뭐 너~~~무 많아서 도저히 감도 안온다.
우리집을 몇 채나 살수 있으려나 진짜 계산하고 싶지도 않다.


[소드방놀이]
큰 흉년이던 계축년 3월, 정의고을에 진휼이 실시되어 기민에게죽사발을 돌리던 날, 같은 시같은 곳에서 기창 색리 윤관영이 부형(刑)을 받았다. - P8

윤관영은 겁에 질린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사람들이 옆으로 물러나며 앞을 트자 다섯말들이 큰 가마솥 열개가 꺼멓게 드러났다.
가마솥을 보자 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럴 수가 있나! 솔뚜껑놀이 한다고 해놓고선 가마솥을 갖다놓다니. 어찌 된 일인가?
설마 나를 저 끓는 물에 처넣어 증살시킬 요량은 아닐 테지. 뻘겋게 웃통 벗은 관노 세명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궁이에 불을 때고있었다. 그런데 호방 임춘일은 웬일로 나와서 뒷짐 지고 부뚜막 주위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것일까? 형방 관속이 아닌 호방이 미리나와서 설치는 게 이상스럽다. 더군다나 알 수 없는 일은 증살형이라면 가마솥 하나면 충분할 텐데 솥 열개에 모두 불을 때고 있는것이었다. 끓는 물에 찜 쪄 죽일 죄인이 나 말고 또 있는가? 윤관영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자 다시 욕설이 튀어나왔다.
"저놈 보게 뻔뻔스레 얻다 낯짝 돌려?"
"어찌 된 셈판이여? 저 윤가놈을 죽인다는 거여, 안 죽인다는 거여? 칼춤 추는 망나니도 없고・・・・・・ "
"글씨, 저 가마솥에 집어넣어 찜 쪄 죽일랑가?"
"저건 진휼솔이랑께. 솥 열개에 모두 죽을 끓인단 말여, 자넨 죽사발 갖고 나오란 말도 못 들었당가?"
이 말에 윤관영은 귀가 번쩍 뜨였다. 죄인을 쪄 죽일 물을 끓이는 게 아니라 진휼죽을 쑨다지 않는가. - P11

환곡미 이백석 이상 범포한 자를 적발하고 대회군민하여 효수하라. 만약 범포자가 있음에도 불문에 부친 수령은 금부로 하여금 나문정죄토록 하여 엄
중히 다스리겠노라. 삼남지방에 어사들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더니 바로 닷새 전에 이런 공문이 벼락같이 떨어진 것이었다. 예감이 어째 불길했다. 삼남지방에 민란이 속출하고 있는 때인 만큼 이번엔 아무래도 유야무야 끝날 예삿일이 아닌 것 같았다. 나야 무슨 죄가 있나, 사또가 사창미를 팔아 작전(錢)해달라기에 그 명을 좋았을 뿐인데, 이렇게자위해보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창고란 창고는 모두 텅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장부상에는환곡 이백가마가 남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은 이른바 허록(虛錄)일 따름이었다.  - P18

 사또는 잠시 연죽만 풀썩풀썩 빨며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하여간 큰일이여. 어사가 들이닥치기전에 먼저 선수 쳐서 죄인을 다스려놔야지, 어명을 거행하지 않고어물어물하고 있다간 큰 봉변을 당한다는구먼. 감사영감께서 한시바삐 죄인을 징치하라고 성화가 득달같으셔." 환곡미 횡령죄인이바로 사또 자신인데 누가 누구를 징치하란 말인가? 혹시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속셈이 아닐까? 그러자 펀뜻 문제의 공문 내용이 머리에 떠올랐다. 환곡미 이백석 이상 범포한 자를 적발하고 대회군민하여 효수하라. 만약 범포자가 있음에도 불문에 부친 수령은 금부로 하여금 나문정죄토록 하여 엄중히 다스리겠노라. 역시그렇구나! 공문에는 수령 자신이 범포자가 되는 경우를 슬쩍 빠뜨리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감독 불찰의 책임만 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일이 터지면 매양 당하는 건 아전붙이들뿐이었다.  - P27

그렇지만 어디 가서 발명하고 누구에게 고변하랴. 저들의 허물은 서로 감추어 체통을 세워주는 것이 사대부의 미덕이라던가 심지어는 재야의 사림에서도 세도척신이나 지방 방백, 수령보다는아전의 작폐가 더 혹심하다고 지탄의 소리가 높았다. 환정의 문란은 전적으로 실무를 담당하는 아전층의 농간 때문이고, 환정 자체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참 기가 찰 노릇이었다. 농민의 양곡을 가지고 도로 그 농민들을 상대로 장리놀이를 해먹는 이 조직적인 수탈 방법이 훌륭한 제도라는 것이었다. 원래환자란 참새나 쥐가 축낸 자연 소모량을 보충한다는 명목으로 조금씩 걷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게 근래에 와서 작은 참새나 쥐가 식성 좋은 사람 쥐로 둔갑하여 막대한 양의 곡식을 축내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러한 환곡 업무에 편승하여 횡령하거나 장를 주어 부당이익을 취하며 떼돈을 만지는 수령보다 그 밑에 빌붙어잔전 부스러기나 얻어먹는 아전의 폐막이 더 크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 P28

야릇하구나, 야릇하구나. 어째서 큰 부정은 죄가
안되고 작은 것만 죄가 되나. 부정이란 그 규모가
크면 클수록 부정의 탈에서 벗어나는가? 그렇다. 도둑도 좀도둑이훨씬 도둑답다. 그것이 대담해져서 명화적쯤 되면 이미 도둑의 탈은 벗겨지는 법. 부정이란 것도 좀스럽고 쩨쩨한 구석이 있어야 진짜 부정이지, 쥐가슴 태우며 훔쳐내는 쌀 한톨, 실 한가닥은 부정이지만 환곡미 이백석 횡령은 이미 부정이 아니었다. 그건 백성들의상상을 훨씬 능가해버린 것. 손에 잡히지 않는 막연한 추상이었다.
그건 이미 부정이 아니라 지체 높은 권세였다. 큰 부정일수록 이렇게 모두 환골하고 탈태하여 나라 경영의 대중을 이루었던 것이다. - P26

물론 윤관영은 자신이 결백하다고 우기고 싶지는 않았다. 항산도 없고 녹봉도 없이 고달픈 대민업무를 맡은 아전직이라먹고살려면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종종 있었다. 먹고살 낙정미(庭)를 농민으로부터 좀 넉넉하게 받아내려고 농간 칠 때도 있고수령의 부정을 도와 잔전 몇푼 얻어먹는 일도 더러 있었다. 그렇지만 문자 그대로 뜰에 떨어진 낙정미만 주워 먹고 살라니 아전 입은사람 입이 아니고 참새 입이던가. 농가 마당에 흘린 낟알이나 쪼아먹고 살라니 말이다. 모름지기 이도(道)의 염치를 확립하려면 무엇보다도 낙정미가 아니라 호구지책이 될 만한 법적 녹봉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 P29

 문득 사또와 눈이 마주쳤다. 윤관영은 혼신을 다하여 사또의 눈길에 동동 매달렸다. 제발, 제발・・・・・・ 그러자 즉시 답이 왔다. 사또는 가만히 머리를 주억거려 보이는 것이었다. 오냐, 오냐.
걱정 말라고 넌지시 전해오는 사또의 고갯짓을 보자, 윤관영은 천야만야 가라앉았던 가슴이 다시금 붕긋이 떠올랐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공연히 걱정을 했구먼. 아무러면 사또가 금석의 맹약을 저버릴까. 형 집행을 앞당겨 거행하는 것도 다 나를 위해서 요량한것이 틀림없지. 아무렴 진휼을 다 끝낸 다음에 별도로 격식 차려서거행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안한 구석이 없지않아. 진휼이 끝나서더이상 얻어먹을 것도 없고 자루를 더 채울 것도 없어지면 혹시 저 사람들이 그때 가서 돌변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 매도 먼저맞는 놈이 낫다고, 어서 가자. - P36

복판에는 댕그렇게 윤관영 혼자뿐이었다.
사나운 짐승 목소리로 카랑카랑 울부짖던 사람들은 이제 몰이꾼같이 숟갈로 빈 사발을 두들기고 발을 구르면서 복판의 윤관영을무섭게 몰아붙였다. 장내는 온통 흙먼지에 휩싸여 뿌옇게 들떠올랐다.
문득 사기그릇 하나가 날아들어 목에 걸린 칼 밑동에 부딪쳐 박살이 났다. 윤관영이 흠칫 놀라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자 뒤미처돌과 사발이 비 오듯 날아들었다. 윤관영이 외마디 비명도 없이 모로 픽 쓰러진 다음에도 돌팔매질은 한참 계속되었다. 솥뚜껑만 혼자 살아서 쩽겅쩽겅 미친 듯 비명을 올리고 있었다. - P38

어라, 이게 웬 떡이여. 숨막히게 되우 놀라 있던 사또는 눈이 더욱 회동그래졌다. 그러면 그렇지, 무지한 것들이 감히 어느 앞이라고 대들 거냐. 제 주인을 무는 개가 어디 있어. 자, 그럼 수창자(唱者)가 따로 있을 턱이 없는 이 우발적인 난동을 어찌 다스린다? 누가 죄인을 허벌했든지 간에 아무튼 일단 끝나버린 일, 공연히 긁어부스럼 만들 필요없지. - P38

더구나 저것들이 죄를 뉘우친다고 엎드려대죄하고 있는데… 형 집행권이 잠시 농락당한 것이 서운하다면서운하지만 저 실성한 것들이 그만하면 실컷 화풀이도 됐을 테니오히려 잘된 일이다. 하여튼 죽은 놈만 불쌍하구나. 쯧쯧....
사또는 잠시 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다음, 남은 진휼을 마무리짓기 위해 피 묻은 돌무더기와 윤관영의 시신을 치우라고 명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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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라는 이름의 남자
로버트 프로스트의 서정시에는 거의 항상 뭔가 잘못된것이, 불만족이나 고통이 들어 있다. 시인은 설명하고 바로잡으려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평온을 깨뜨리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에 종종 은유적언어로 이름을 붙인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들은 읽거나 듣기에무척이나 유쾌하다. 아주 대단히 유쾌하다. - P78

 그는 습관처럼 들판이나 산허리, 숲가에 멈추어 서서 정확하고 종종 상징적인 묘사를 한다. 프로스트의 모든 시에서는 한 남자가 사물을 보고 생각하고 느낄 시간을 갖는다. 이것은 프로스트의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세상이 멋지거나 매력적이거나 심오한 장소들로 가득하다고 해도프로스트라는 화자는 불편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 P79

 우리는 시인은 소유하지 못하지만 그의 작품은 소유할 수 있다. 프로스트시의 목소리는 그것이 프로스트 자신의 목소리든 그렇지 않든인생을 하나의 시련으로 여기는 사람의 목소리다. 물질계가 아름다우면서도 무상하다는 것을 아는, 현실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을 절감하는 고독에 대한 갈망과 공동체에 대한 동경이 쉽게 해결될 수 없음을 느끼는 사랑과 고통을 아는 씁쓸함과 연결되지 않은 달콤함은 없음을 깨달은 그런 사람의 목소리다. - P81


더욱이 프로스트의 작품 전체에서 완전히 빠져 있는 요소가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희열이다. 초기 시에서도, 이따금 유희와 즐거움이 넘치는 후기 시에서도 우리는 희열을 찾을 수 없다. 넘치는 만족감도, 미칠 듯한 행복감도, 유형이나 무형의 기쁨도 없다. 위트는 있다. 경이, 이성, 짧은 순간의 평온, 무수한희망, 삶의 무게를 늘 꿋꿋이 견디는 자세도 있다. 하지만 절정은 없다. 바람의 휘파람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 등골과 장기가 반응하는 희열이 없다. - P82

대신 그 반대인 절망과 불굴의 용기는 프로스트의 작품 중심에, 그가 그리는 혹독한 뉴잉글랜드 시골 풍경의 중심에 강한 정서로 자리하고 있다. 언덕 아내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양치식물 숲으로 달려 들어가 영영 보이지 않는다. 

~~~언덕 아내???
무슨 뜻인지???? 아무리 생각하고 또 또 읽어봐도
뜻을 모르겠다..ㅠ.ㅠ
누가 설명 좀 해줘요..
오탈자인가? 출판사 전화? 작가한테 멜로 질문?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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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UNAMATATA 2023-02-1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안 읽었지만
메리 올리버 시인이잖아요
언덕 아내 비유~^^?
다음에 전문을 읽어 보겠습니다

은하수 2023-02-14 20: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네 메리 올리버 넘 멋진 시인이죠! 한 권 읽고 사랑에 빠지다니... 그래서 또 책을 들이게 하네요
정말 무슨 뜻일지 궁금합니다^^
 




언젠가


 어린 사슴이 철조망 고리에 앞발이 걸려 

울타리에 달려 있고, 사나운 농장 개들이 

그리로 달려갈 때, 

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았어. 

눈을 가리거나 달리는 것. 그래서 나는 달렸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빨리 달렸어. 

사슴에게 몸을 던져 둘이 함께 철조망 울타리에

매달렸고, 개들은 이리저리 날뛰었어. 

하지만 사슴은 내 마음을 모르고, 

아니면 알긴 해도 내가 붙어 있는 걸 

딜 수 없었던 건지 염소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앞발을 홱 빼더니 숲으로 돌진했어.


 며칠 후, 나는 들판에서 그 사슴을 보았어. 

울타리에는 사슴이 앞발을 뺄 때 흘린 핏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었지만, 사슴은 멀쩡했어. 

빠르고 민첩했으며 아름다웠지.


 나는 생각했어. 그 일을 평생 기억하리라. 

그 위험, 달음박질, 개들의 으르렁거림, 숨막힘. 

그리고 행위와 도약 - 그 행복. 초록의 달콤한 거리감. 

그리고 나무들. 주위를 둘러싼 나무의 무성함과 연민.

(56)


내겐 아직도 너무 어려운 시의 이해...

처음 접하는 메리 올리버 시집인데 내 수준에서도 이해가 가능하고

충분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산문시여서 

작가의 다음 책을 기약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출판하기 전에 작가에게 신비주의가 있었나 보다.

30 년이 넘게 함께 살고 있는 연인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러니 나의 사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조금이나마 드러 내는 글을 써서 장차 나를 안다고 주장하게 될 

사람들이 참작할 만한 실마리를 제공할 강력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려는 성향이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 하여 거듭 말하는데. 나 자신이 이 책의 저자이며 

다른 공식적인 화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 시집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연대순의 초상이나 나의 직업적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 소중한 마음속 비밀은 기대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그저대화의 한 토막, 길고 천천히 도착하는 편지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자연스럽고, 기꺼이 미완성인." (서문 중에서)



날씨가 연일 너무 추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수록되어 있는 시들에서 강력하고 따뜻할 것 같은 햇살의 느낌이 난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읽어도 작가가 숲과 바닷가 근처에 산다는 것을 알만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육지 가장자리 물의 궁전들, 해안, 해수 소택지, 무더운 여름, 거북이가 사는 연못,

6월의 끝자락, 흰 꽃들, 양귀비 빛깔 부리의 백조, 인동덩굴, 박새, 블랙베리, 이끼, 사슴...


느닷없이 이런 소재들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내가 연일 계속되는 추위에 지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서 어서 따뜻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집 마당에 푸른 잔디가, 푸릇하고 풍성한 텃밭 채소가그리워 죽겠다.

마음도 따뜻하고 몸도 따뜻했으면 좋겠다.

겨울이 싫어!!!

창밖으로 보이는 햇살은 좋은데 쌓인 눈은 이제 너무 싫어!!!



시 <휘파람 부는 사람>은 읽을 수록 너무 마음이 달달해진다.

머릿 속으로 그 광경을 그려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소리를 내어 낭송을 해보았다.

아주 아름다운 시다.


휘파람 부는 사람

.

.

 갑자기 그녀가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어. 

내가 갑자기라고 말하는 건 그녀가 30년 넘게 휘파람을 불지 않았기 때문이지. 

짜릿한 일이었어. 난 처음엔. 집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나 했어. 

난 위층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그녀는 아래층에 있었지. 

잡힌 게 아니라 스스로 날아든 새, 야생의 생기 넘치는 그 새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지저귀고 미끄러지고 되돌아오고 희롱하고 솟구치는 소리였어.


이윽고 내가 말했어, 당신이야? 당신이 휘파람 부는 거야? 응, 그녀가 대답했어.

 나 아주 옛날에는 휘파람을 불었지. 지금 보니 아직 불 수 있었어. 

그녀는 휘파람의 리듬에 맞추어 집 안을 돌아다녔어.


나는 그녀를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했어.

팔꿈치며 발목이며, 기분이며 욕망이며, 고통이며 장난기며, 분노까지도, 헌신까지도.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기 시작하긴 한 걸까? 

내가 30년간 함께 살아온 이 사람은 누굴까?


이 맑고 알 수 없고 사랑스러운, 휘파람 부는 사람은?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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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2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올리버의 시는 어떨지 좀 궁금하기도 했는데 저 휘파람 부는 사람이란 시는 정말 좋네요. 덕분에 좋은 시를 읽고 토요일 오후 마음이 약간 설레기도 합니다. ^^

은하수 2023-01-28 22:24   좋아요 0 | URL
저두 이 시 읽고나서 마음이 설레더라구요
너무 아름다운 연인들의 언어이기도 하고...정경이 훤히 그려져서요..
메리 올리버 벌써 사랑하게 됐어요^^
정말 책 안늘리고 버티는데 전서 소장각이예요^^
 


3장의 제목 '기억의 숲을 가꾸는 법'에서 이미 유추가 가능한 부분들이 있다.

이 책을 여기까지 읽어 왔으므로 어느 정도는 무엇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지 예측이 가능하다. 일단은 뭔가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주의 집중이 필요하다. "되뇌기, 자가 테스트, 시각과 공간 이미지, 기억술 등을 활용하거나 정보에 의외성, 감정, 의미를 부여할 때 기억은 향상된다."(205) 또한 기억을 떠올릴 때의 맥락이 기억이 생성될 때의 주변의 맥락과 일치할 때 기억을 훨씬 더 많이, 더 빠르게 떠올릴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미래기억, 일화기억, 근육기억, 의미기억 모두에서 나타난다. 

이런 용어들이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스트레스는 기억을 생성할 때 독일까 약일까. 기억을 생성을 촉진하는 급성 스트레스 작용도 있지만 만성 스트레스는 분명 우리의 해마를 공격한다고 한다. 일시적이고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기억형성에 도움이 되는 반면 기억 회상에는 방해가 될 수 있다. 만성 스트레스는 기억에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해마의 신경세포의 수를 줄어들게 한다. 인간의 신경 생성은 일생에 걸쳐 뇌의 여러 부위에서 일어나고 특히 해마에서 가장 활발하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해마의 신경 생성을 방해한다. 기억을 생성할 해마의 크기가 작아져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


'잠이 부족할 때 벌어지는 일'이라... 인간은 하루 7-9시간의 수면을 취해야 각종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6시간의 숙면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보다 더 적은 시간을 자고 있는 나는 각종 성인병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에도 굉장히 취약한 수면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현재 내가 가장 무서운 질병은 치매라고 하는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최대 위험 요소는 '나이'이지만 난 이미 50대 후반이고 수면 시간도 적으니까 앞으로 다시 생각을 심각하게 해봐야 할 것 같다. 알츠하이머병 예방법을 참고해서 실천을 해보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알츠하이머병 예방법 : 

 1. 우선 먹고 마시는 것으로 지중해식 식단?이 1/3 가량 위험을 줄여준다고 한다.  

 지중해식 식단은 이렇다. 신선한 과일, 채소 통곡물, 견과류, 허브, 올리브유 등은 매일 섭취.  

생선, 해산물은 주 2회 이상 섭취, 

가금류, 달걀, 치즈, 요거트는 일단위, 주단위 적당량만. 

육류, 당류, 인스턴트등은 조금만 섭취. 

적당량의 와인. 

커피는 의외로 알츠하이머병 예방책의 하나로 좋다고 하네... ㅎ~~~ 다행이다!


 2. 걷고 뛰고 배워라.

 북플 하면서도 걷고 캐시워크 하면서도 걷고, 또 토스로도 걷고 삼성화재, 삼성**으로도 걷고...

기본적으로 만보는 걸으려고 한다. 겨울엔 추워서 집안에서 뱅뱅.. 

수면은 정상적인 기억을 향상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줄인다. 매일 빠르게 걷기만 해도 위험을 40% 줄인다고 한다. 결코 작지 않은 효과라 꾸준히 실천해야겠단 투지가 솟는다.

정신 활동은 열심히 책 읽는 것으로 대체하자.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은데...


 끝으로 작가는 기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16 가지나 제시해 놓았다. 

참고로 여기 제시한 방법들은 이미 각종 연구를 통하여 검증된 방법들이다. 믿고 실천해도 좋다.

이 책을 읽으며 이미 한 번쯤은 본 것이지만 한 번 더 적으면서 한 가지라도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도록 노력해볼까...

 

~~~ 주의를 기울인다. 본다. 의미를 부여한다. 상상력을 동원한다. 공간,공간,공간을 활용한다.  나와 연관시킨다. 극적으로 연출한다. 변화를 준다. 연습하면 완벽하게 잘할 수 있다. 다양한 단서를 활용한다. 긍정적 태도를 갖는다. 보조 장치를 사용한다. 맥락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충분히 잔다. 사람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면 고유명사를 일반 명사화한다.



내일 거대 제약 회사가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신약을 내놓는다면 사겠는가? 얼마까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가? 그런데 사실 그런 약이 이미 있다. 잠이라는 약이다.(224)

수면 중에도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분주하게 활동한다. 잠이 부족하면 심장병, 암, 감염병, 정신질환, 알츠하이머병, 기억장애의 위험이 높아진다. 잠이야말로 진정한 슈퍼히어로인 셈이다.
삼은 여러모로 기억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집중하려면 잠을 자야한다.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전두피질이 맥을 못추고 그러면 집중력이 떨어진다.(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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