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들이 시칠리아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
디노 부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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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고대해 마지 않던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이 나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책을 주문해서 그야말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책을 읽었다. 후속작인 <60개의 이야기>(진짜 60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두기만 하고 읽지는 않았다. 아마 그 무렵에 디노 부차티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를 취합하다가 <곰들이 시칠리아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 (이하 습격’)이란 동화를 빙자한 소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습격>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는데 아쉽게도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어서 무슨 말인지 한 개두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세밑에 드디어 <습격>이 출간되었다.

 

기다릴 수가 없어서 바로 주문장을 날렸고, 지난주에 받아서 주말에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77년 전에 나온 <습격>은 가히 클래식이라 부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격>의 출발은 디노 부차티 아재가 조카들에게 그려주던 그림에서 출발했다고 했던가. 스타일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 스타일이지만, 소설이 품고 있는 서사는 아이들의 사고 영역을 단박에 뛰어넘는다.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즈음에, 시칠리아 산속에 곰들이 평화롭게 사는 왕국이 있었다. 나는 여기서 평화에 방점을 찍는다, 평화. 그러던 어느 날, 베어 킹덤의 왕자 토니오가 사냥꾼들에게 납치되어 갔다.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토니오의 아빠 레온치오 왕은 왜 동료 곰들에게 왜 솔직하게 아들의 납치 사실을 말하지 않고 토니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말했을까. 그 다음 위기는 혹독한 겨울과 굶주림이었다. 곰들은 결의를 다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죽을 바에야 평야에 사는 인간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자고. 갈등의 시작이다. 추위와 굶주림에 내몰린 곰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당시 시칠리아의 인간 세상은 독재자 대공이 다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히 산골에 사는 곰들보다 훨씬 더 좋은 무기로 무장한 상태였다. 그리고 궁정의 천문학자 데암브로시스 교수는 산속에서 적들이 쳐들어 올 거라고 예언한다. 대공은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산에 군대를 파견해서 살아 있는 건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깊은 동굴 속에 숨어 있던 곰들과 산의 노인 말고는 모두가 죽어 버렸다. 살아 남은 곰들과 인간의 대결 구도가 완벽하게 구성됐다.

 

곰들이 가만 있었을까? 아니다. 베어 킹덤의 군대도 인간군과 싸우기 위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뱀 같이 기다란 행렬을 만들면서. 초반에는 곰군단은 소총과 대포로 무장한 인간들에게 밀리지만, 용감한 곰 바보네의 분전에 힘입어 인간군을 전멸시킨다. 인간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신화나 판타지에서도 영웅의 탄생은 불가결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독재자 대공은 곰군단의 진격을 막기 위해 멧돼지 부대와 유령들이 사는 성 그리고 피에 굶주린 고양이 맘모네를 동원해서 공격에 나선다. 적대적인 세력을 분쇄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물론 현실에서도 종종 볼 수가 있다.

 

어쨌든 그때마다 곰돌이들은 영웅적인 분전과 운빨로 위기를 모면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곰군단은 마침내 인간들의 수도 앞에 놓인 요새 코르모라노 성에 도달한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을 뚫기에는 곰군단에게도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성을 공격할 때마다, 막심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대로 공격을 마치고 다시 추운 산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하지만 결국 곰대포라는 신무기(?)를 동원해서 프란지파네가 조직한 50마리의 곰특공대가 마지막 공격에 성공하면서 드디어 곰들의 세상이 열렸다. 혁명적 순간이 달성되지만, 그때부터 타락 역시 신속하게 진행된다.

 

그때 마침 대공 일당은 엑셀시오르 극장에서 공연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무대 위에서 줄타기 공연을 하던 곡예사는 바로 레온치오 왕의 잃어버린 아들 토니오였다. 세상에나! 그리고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깨달은 악랄한 대공은 레온치오에게 총을 겨누는 대신 토니오를 저격한다. , 과연 우리의 토니오는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엉터리 파시스트 지도자 일 두체 무솔리니 때문에 이탈리아는 추축국의 일원으로 2차 세계대전의 화염 속으로 뛰어 들었다.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와인을 사랑하던 이탈리아 병사들은 히틀러의 세계 정복이라는 터무니없는 욕망에 동원되어 스탈린그라드의 치열한 전투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어갔다. 북아프리카를 제패한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상륙하면서 결국 파시스트 정부는 붕괴되었다. 파시즘 통치 아래 숨죽이고 있던 이탈리아 민중들은 빨치산을 조직해서 무솔리니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마치 레온치오 왕과 곰군단처럼 말이다. 그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던 파시스트 무리들과 나치 독일군은 자연스레 독재자 대공으로 등치된다.

 

인간 세계를 정복한 다음, 곰들은 인간처럼 타락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레온치오 왕은 선량한 군주였지만, 다른 곰들은 그렇지 않았다. 시종장 살니트로 같이 타락한 곰들이 주도해서 왕의 동상을 만들기도 했다. 무언가 이상한 조짐을 느낀 충성스러운 젤소미노 같은 곰의 조언에도 레온치오 왕은 도무지 믿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 불법도박장에서 아들 토니오를 발견한 왕은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바다뱀이 출몰해서 왕국을 위협했다. 비록 측근들의 부패를 막진 못했지만, 곰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 레온치오 왕은 바다뱀을 처단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현장에 출동한다. 국난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지 않고 나서는 이게 바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던가. 참 씁쓸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레온치오는 유언으로 모든 곰들은 산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서로 다른 세계의 통합은 그만큼 어렵다는 깨달음의 소산이었을까. 산에서 살던 시절에는 비록 춥고 배고팠지만, 자신들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손실 끝에 인간 세상에 정착했지만 그 자리는 곰들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레온치오의 유언에 따라, 곰들은 위대한 왕의 시신을 메고 산으로 돌아간다.

 

작년에 만난 <타타르인의 사막>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 역시 고전의 반열에 올릴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과 반파시스트 투쟁이라는 역사의 현장을 목격한 디노 부차티는 인간과 싸우는 곰돌이들이 등장하는 판타지에 가까운 동화를 창조해냈다. 개인적으로 액션 판타지라고 생각하는 <습격>에는 정말 다양한 층위의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로 그 어느 때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별을 습격하고 있다. 곰돌이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대항해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우리는 거듭되는 자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작가가 의도한 바보네와 프란지파네 그리고 레온치오 왕으로 대변되는 영웅 서사 신화에서는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결국 역사를 이끌어 가는 힘의 원천은 도도한 민중이 주도하는 흐름이 아닌 소수 선각자들의 행동이라는 걸까. 인간 세상을 정복한 곰들이 점차 타락해 가는 과정은 어쩔 수 없는 인간 본성의 발로라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지 않은가. 세상이 다 그러하니, 나 하나쯤은 괜찮지 않겠냐는 식의 비겁한 변명에 대해서 일갈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 하나부터 그러지 말아야 하지 않겠냐고.

 

크리스 아이셔우드의 <싱글맨>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다. 시간 날 때마다 계속해서 읽는다. 디노 부차티의 <습격>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게 될 것 같다. , <습격>의 애니메이션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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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2-12-15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첫 서재의 달인이시군요! 축하드립니다^^ㅎ

레삭매냐 2022-12-16 10:4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예전 엠블럼은 부끄러버서
다 감추어 놓았는데 헷 -

물감 2022-12-15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달 축하드립니다 :)

레삭매냐 2022-12-16 10: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물감님.

alummii 2022-12-15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 타타르인의 사막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이 동화는 무엇인가 했더니 이런 내용이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서달 축하드려요

레삭매냐 2022-12-16 10:42   좋아요 1 | URL
디노 부차티 작가의 다른 책들
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12-1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동화도 썼군요~
레삭매냐님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레삭매냐 2022-12-16 10:43   좋아요 1 | URL
동화를 빙자한 정치 소설
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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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리를 하지 못한다. 대신 설거지는 누구보다 잘한다고 자부한다. 이젠 거의 머신 수준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사 분담이라고 해야 하나. 고무장갑 따위는 사용하지 않는다.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하면 뽀드득 감촉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첫 부분을 읽고 나서 한 일주일 정도 묵혔다가 다시 집어 들었는데 발동이 금방 걸렸다. 주인공은 25세의 요리사 링고(린코). 산촌에 사는 엄마 루리코 여사의 곁을 떠나 십년 만에 연인 알리바바에게 배신당하고 할머니가 물려주신 메이지 시대의 겨된장을 들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아마 고향은 그런 곳인가 보다. 언제라도 돌아가도 누군가 반겨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 루리코 여사와는 사이가 좋지 못한 편이다.

 

지난 십년 동안 여러 가지 요리를 배우고, 또 할머니가 차려 주시는 음식에 대한 사랑의 추억을 품은 링고 양은 고향 산촌에서 나는 재료로 식당을 차릴 계획을 세운다. 서먹한 루리코 여사가 부탁한 옛 친구 구마 씨는 링고의 좋은 친구이자 조력자로 활동한다. 이동수단을 제공해 주기도 하고, ‘달팽이 식당을 개업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당연히 1호 손님은 바로 구마 씨였다. 무언가 거창한 요리를 대접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딸과 도망간 아르헨티나에서 온 시뇨리타가 만들어 주던 카레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구마 시는 부탁한다.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링고 씨의 요리가게가 빛을 발하게 되는 석류 카레가 그렇게 탄생한다.

 

2호 손님으로 어린 시절 무섭기만 했던 검은 상복의 미망인 할머니 그리고 3호 손님으로는 고등학교 커플이 차례로 등장한다. 곤조와 프로 정신으로 무장한 자영업자답게 링고 씨는 하루에 한 손님만 받는 원칙을 세운다. 그리고 사전 면담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요리를 선택한다. , 초기 손님 중에 후계자와 선생님 커플도 있었던가. 생각 같아서는 모든 케이스를 다 소개하고 싶으나 나의 기억력이 그에 미치지 못함을 고백한다.

 

달팽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사랑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달팽이 식당이 순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지만, 소문이 나는 만큼 시기 질투하는 인간들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머리카락(?) 테러를 당하기도 하지만, 링고 씨는 꿋꿋하게 위기를 돌파해 간다. 말이 필요없다, 면담을 통해 상대방이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 줄 알게 된 다음부터 상상력을 가미한 요리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게다가 약간의 신파 한 숟갈까지 곁들이니 어찌 책이 재밌지 아니한가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원수 같았던 네오콘 아재에게 재료가 없는 긴급 상황에서 오차즈케를 만들어 대접하는 장면도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 그동안 얼어붙었던 관계의 해빙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약간은 동화풍인 것 같기도 하고. 동네 꼬마 고즈에가 데려온 거식증 토끼의 입맛 살리기 대작전도 좀 작위적인 면이 없진 않았지만 나름 괜찮았다.

 

링고 씨가 품은 출생의 비밀 그리고 루리코 여사의 첫사랑과 불치병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애써 빌드업을 해놓고 무너뜨린단 말인가. 신파가 지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모든 게 다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결국 오가와 이토 작가는 삶의 모든 순간을 담담하게 맞이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요리에 실어 날린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실연도, 또 나를 창조해준 부모와의 숙명적인 이별도. 다만 그 모든 순간에 솔루션으로 등장하는 매개가 바로 요리라는 점에 쿵하고 방점을 찍는다. 루리코 여사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엘메스 역시 해체되어, 자신의 늦깎이 사랑의 결실인 피로연에 참석한 이들의 입을 즐겁게 해준다. 우리가 먹는 것들은 모두 대지의 어머니 그러니까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이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사실 루리코 여사를 잃은 링고가 그랬던 것처럼, 실의에 빠졌을 때는 모든 게 귀찮기 마련이다. 평소에도 해먹지 않을 요리를 먹을 자신이 없을 것 같다. 그럴 적에는 인스턴트식품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삶의 모든 순간에 요리가, 음식이 등장하는 것처럼 링고 씨가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에서 탈출하게 되는 것도 역시나 요리였다. 조금은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산비둘기 요리를 하는 장면은 좀 그렇더라.

 

말미에 수록된 <초코문>은 스핀오프 스타일의 이야기로 좀 간지러운 느낌이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서사의 전개는 좀 진부하게 다가왔지만, 다른 건 몰라도 작가의 요리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평가해주고 싶다. 링고 씨가 꼴랑 십년 만에 그렇게 전 세계 요리를 마스터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긴 하지만. 책 읽는 동안, 즐거웠다. 그거면 됐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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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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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역사라는 학문은 해석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팩트는 다르게 보여지지 않을까. 이번에 유발 하라리 작가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화된 느낌이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먹고사니즈므이 디폴트값은 수렵채집이었다. 그들은 광활한 대지의 어머니의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먹고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혁명이 발생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폭력을 수반한 기득권 세력을 타파하는 그런 혁명이 아닌 굉장히 순조로운, 하지만 훗날 인류의 역사를 바꾸게 될 그런 혁명이었다. 그것은 바로 농업혁명이었다.

 

만화가는 파우스트밀을 등장시켜, 인류를 속박의 굴레로 몰아가는 파우스트밀의 속삭임을 듣게 해준다. 우리 인간은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시절에는 당장 먹고 사는 일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좀 더 복잡한 상상의 허구가 만들어낸 불안감에 떨고 있다. 내가 애써 마련한 아파트값이 폭락하지나 않는지, 몇푼 더 받겠다고 저축은행에 넣은 예금이 날아가지나 않을지, 노년에 돈이 없어 폐휴지를 모으는 일을 하게 되지나 않을지 기타 등등.

 

이런 모든 두려움의 근원이 되는 출발점이 바로 농업혁명이었다. 인류는 수확량이 많은 밀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근심 걱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비가 너무 적게 와도 걱정이었다. 게다가 병충해는 또 어떤가. 비록 생산성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조금 덜기는 했지만 그 댓가는 혹독했다. 평생 노동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유발 하라리 작가는 여전히 수렵채집을 고집하는 원시인들과 최신 유행인 농업혁명에 가담한 이들의 비교를 통해 우리네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들려준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삶인지 여전히 가늠이 되지 않는다. 원시시대 이래 인간이 풀 수 없는 그런 고민이 아닐까 싶다.

 

농업혁명에 수반된 것이 야생동물들의 가축화다. 인류의 벗인 댕댕이가 가장 먼저 가축화가 되었다지. 지금은 댕댕이들이 상전이 되었지만, 인류가 던져주는 먹거리에 길들여진 댕댕이들과의 협업은 아주 성공적이었던 모양이다. 그 다음에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닭, 치킨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분까지 읽어 보고 나서 마침 뜬 치킨 로드에 대한 기사도 검색해 봤다. 현생 닭의 기원은 동남아에서 살던 적색야계(red jungle fowl)라는 녀석이었다. 가축화의 아주 성공적인 케이스로 지금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인류에게 단백질원으로 공급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70%의 이상이 가정이 일주일에 한 번은 닭을 먹는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220억 마리 정도가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야생에서 살 수 있는 평균 수명의 1/50 정도 밖에 살지 못하는 점은 비극이긴 하다. 돼지나 소도 마찬가지 운명이라는 점을 저자는 콕 찝어서 지적한다.

 

농업혁명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농업혁명으로 잉여생산이 이루어지고 정주생활이 기본이 되면서 기근과 전염병 그리고 폭력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기술발전과 세계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몇 년 동안의 기억이 떠올랐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수년 내에 더 쎈 놈들이 올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농업혁명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지도자와 사제 같이 무위도식하는 계급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도시국가와 제국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게 됐다. 이런 스케일이 큰 국가들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수와 양을 기록하는 문제였다. 그 해결책이 바로 문자의 발명이었다. 그렇게 발명한 문자로 시나 신화 그리고 이야기들도 다루게 된 것은 부차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관료제 역시 이런 시스템을 부양하기 위한 아주 효율적인 제도였다고 언급한다.

 

국가나 집단의 통치를 담당한 계급들은 저자가 주장하는 이른바 상상의 질서를 만들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해 신의 이름을 빌리기도 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시스템을 영원히 지속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계급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고 시간을 녹여 정교하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케이스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인도의 카스트 제도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여전히 태어나면서부터 얼토당토않은 야만적인 카스트 제도에 고통 받는 수억의 호모 사피엔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떤 점에서 부에 따른 차별과 인종주의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지 않나 싶다.

 

인종주의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의 경우를 보자. 그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1776년 독립선언에서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다고 선언했지만, 흑인과 여성은 그들이 말하는 인간에서 배제되었다. 독립선언 백년 뒤, 60만 명이 죽은 내전까지 치르면서 노예해방을 선포했지만 흑인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했다. 비슷한 형편의 백인 가정에 비해 흑인가정의 진학률을 형편없이 낮았다. 그리고 사이비 생물학까지 동원한 백인들의 프로파간다는 집요하게 진행됐다. 학업을 통한 성공의 사다리 오르기는 흑인들에게 쉽지 않은 태스크였다. 그러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퍼뜨린 혐오의 메시지는 계속해서 전파되면서 흑인차별의 철옹성은 굳어져 갔다. 젠더 이슈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바로 이런 허구 위에 지어진 상상의 질서와 고루한 가부장 시스템을 철저하게 타파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농업혁명 같이 획기적인 역사의 발전은 상당 부분 우연에 근거해서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말한다.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모를 상상의 질서 해체는 보다 더 복잡한 미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각한 민중에 의해 지난 백 년 동안, 말도 안 되는 상상의 질서는 조금씩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 49년 동안 존속되어온 낙태법 폐기 같은 반동적 움직임도 있었지만, 이후 선거에서 깨어 있는 시민들은 이런 반동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었다. 언제나 그렇듯 역사는 퇴행과 진보의 조합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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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12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사피엔스를 얼마 전 다시 읽었는데 그래픽노블이라. 흥미롭습니다^^ 그림은 어떤가요? 덕분에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래픽노블이 점점 더 많이 나오는 듯 싶네요. 사피엔스는 고전까지는 아니지만 스테디셀러인데 이런 책들이 그래픽노블로 나오는 것을 보면 새로운 독자층을 유입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2-12-13 08:56   좋아요 0 | URL
전 아직 사피엔스는 책으로
만나 보지 못해서 이렇게
그래픽 노블로 보고 있답니다.

그림은 제가 유럽쪽 작가들의
그림체를 좋아해서 그런진 몰
라도 만족했습니다.

원소스멀티유즈의 전형이라고
나 할까요. 공감하는 바입니다.
 
곰들이 시칠리아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
디노 부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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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올까 고대하던 디노 부차티의 <곰들이 시칠리아>가 드디어 출간됐다. 2022년 마지막 달에 최대 기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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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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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인천에 갔다가 방구석에서 쌓여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낡아가는 책들 정리를 좀 했다. 정리라고 부르고 걸레로 먼지를 닦고, 다시 스택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제럴딘 머코크런이란 작가의 <시라노>였다. 내가 시라노는 좀 알지, 그런데 이 책을 읽은 기억은 도통 나지 않는다. 12년 전, 한창 책 읽을 시절에 어디선가 수배한 책이라는 것 정도. 그날 차에 실어서 집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어제 13권으로 끝날 11월 독서의 말미에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에 대한 소설을 읽었다. 단숨에. 초반에는 정말 유쾌하게 시작했다. , 그전에 절망적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라는 저자의 머리말이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말이지.

 

연극의 주인공으로만 알았던 가스코뉴 출신 시인검객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실존 인물이었다. 게다가 국왕 근위대 출신으로 검술에 있어서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런 용감무쌍한 가스코뉴 전사였다. 자존감도 뛰어나서 누구에게 신세 지고 사는 걸, 차라리 그 자리에 칼을 맞고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그런 검사가 아니었을까. 여기서 검사는 요즘 공화국에서 머슴이 아닌 주인 행세를 하는 그 검사가 아니라 칼잡이 검사다. 그리고 보니 둘 다 비슷하긴 하네.

 

시라노는 게다가 글도 잘 쓴다. 아니 본업이 검객이 아니라 시인 혹은 작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그의 단점은 바로 무지막지하게 큰 코였다. 큰 코 때문에 도저히 미남자라고 부를 수 없는 행색이었지. 그런 콤플렉스 때문에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시라노는 선뜻 연애전선에 나서지 못한다. 대신 연애 조작에 나선다.

 

대상은? 팔촌누이 록산 로비노였다. 게다가 그녀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이건 완전 <미녀와 야수> 17세기 버전이 아닌가. 게다가 우리의 록산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으니, 근위대 신참내기 크리스티앙 드 뇌비예트라는 작자였다. 모르긴 몰라도, 추남자 시라노의 대척점에 서 있는 캐릭터가 되기 위해 그는 조각 같은 미모를 가진 상남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라노의 속도 모르고 외간남자와 사랑에 빠진 록산은 팔촌오빠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크리스티앙을 가스코뉴 심술쟁이들의 갈굼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요청한다.

 

바로 이런 게 바로 사랑의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실존 인물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일대기를 희곡으로 만든 에드몽 로스탕은 일찍이 이런 사랑의 엇갈리는 쌍곡선이 주는 비탄과 쾌락의 즐거움을 익히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이런 원래 스토리의 고갱이를 유지하면서 변주를 가미한 작가의 실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무식한 남자 크리스티앙을 대신해서 문학천재 시라노가 자신의 뜨거운 연애 감정을 담은 편지로 록산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나중에 드러나게 되지만, 록산이 사랑한 건 크리스티앙의 껍데기가 아닌 바로 그 심장이자 정수였던 말과 글들이었던 것이다. 심각한 자기혐오와 콤플렉스에 빠진 시라노가 그걸 알 리가 있나 그래.

 

자 이쯤에서 빌런 한 명 쯤 등장하는 것도 극의 전개를 위해 아주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작가는 여기에 권력과 지위 그리고 재산 무엇 하나 빠지지 않게 완비한 빌런 드 기슈 백작을 배치한다. 다른 두 남자와 마찬가지로 드 기슈 백작 역시 록산을 사랑해 마지않는다. 다만 다른 두 남자가 순수한 마음으로 들이댔다면, 드 기슈는 오로지 아름다운 여성 록산을 트로피처럼 생각했다는 점이지.

 

그런데 나는 또 이 지점에서 드 기슈 백작 역시 엇갈리는 사랑의 희생물이 아니었나 싶다. 주인공 시라노에게 몰입한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를 위한 신원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드 기슈 백작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드무아젤 로비노를 열렬하게 사랑했다. 문제는 그 사랑이 일방통행이었다는 거지만. 따지고 보면 시라노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록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애 조작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사랑하지 않았던가. 내가 보았을 적에 시라노와 드 기슈의 사랑은 다를 게 없지 않나 싶다.

 

<시라노>는 과연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다수의 요소들을 품고 있다. 우선 못생긴 야수 같은 시인검객이 사랑하는 록산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친 사랑을 한다는 로맨스물로부터 시작해서, 시라노-록산-크리스티앙-드 기슈로 이어지는 사각관계 그리고 30년 전쟁의 복판에서 벌어진 아라스 포위전(1640)과 서글픈 결말에 이르기까지 거의 완벽한 서사가 아닐 수 없다.

 

대략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640년경이라고 가정했을 때, 진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나이는 21세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는 36세에 죽었다고 한다. 아라스 공방전에서 전사한 남편 크리스티앙을 추모하며 15년의 세월을 보낸 록산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 시라노.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희비극의 서사에 그만 눈물샘이 주책없이 터지고 말았다. 예나 지금이나 그저 이런 신파 스타일의 이야기들이야말로 약발이 주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작년에 영화로도 다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구해서 한 번 봐야지 싶다. 그리고 여주의 이름 록산을 볼 때마다, 폴리스 시절 스팅이 텁텁한 목소리로 샤우팅하던 <록산>의 가사가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 미쿡 친구 브랜던이가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한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불러서 동행한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는 에피소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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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01 1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윽, 오별! 이 장편소설이 에드몽 로스탕의 원전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이것이죠? 오.....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 - 푸치니 유작 <투란도트> 종결부를 작곡한 사람 - 의 오페라 <베르쥐라의 시라노>도 무쟈게 좋습니다만, 그것 조차도 제가 읽기엔 로스탕 원작 보다는 못했던 거 같은데 아이고,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러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오페라에선 사다리 아래에서 크리스탕을 대신해 록산느를 위해 노래한 코 큰 시라노의 세레나데가 죽여줬는데요. 흑흑.. 록산느가 바보예요. 코가 크면 좋다는데, 흑흑흑..... 삼종오빠의 순정도, 큰 코도 몰라주고....흑흑.....

레삭매냐 2022-12-01 19:24   좋아요 2 | URL
제가 원작을 읽지 않아서 리메이크
에 더 정신이 팔린 게 아닐까 싶습
니다. 리메이크를 읽고 나니 다시
원전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로옥새앤~ 바보 맞습니다. 좋아하는
남자들이 셋이나 되는데...

라로 2022-12-01 1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멋진 책을 소개해 주셨군요!! 전자책 알림 신청했어요!!^^;;
늘 전자책 알림 신청만 하는 라로씨.ㅎㅎㅎㅎ

레삭매냐 2022-12-01 19:25   좋아요 1 | URL
되게 옛날 책인데, 전자책
으로 나와 있는지 모르겠네요.

171쪽이라 금방 쉭쉭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알림 신청 완완쉐!

페넬로페 2022-12-01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라노를 뮤지컬로 봤어요.
내용이 넘 재미있고 뮤지컬 넘버도 좋아서 완전 빠져버렸거든요.
뮤지컬에서는 시라노를 생긴 것 빼고 다른 모든 걸 완벽하게 해 놨어요.
그래서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시라노같은 사람으로
끝까지 이 인생을 꿋꿋하게 살아 내리라! ㅋㅋㅋ

레삭매냐 2022-12-02 09:06   좋아요 1 | URL
작품의 무한한 변용이자
원소스멀티유즈의 전범이
<시라노>가 아닐까 싶습
니다.

시라노 뮤지컬도 재미질
것 같네요.

자존감 넘치는 시라노의
좌충우돌! 단 사랑 앞에선
고저... 파이팅~입니다.

mini74 2022-12-01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제라드 드 빠리디유? 의 시라노 봤던 기억나요. 큰 코에 딱 맞지요 ㅎㅎ

레삭매냐 2022-12-02 09:11   좋아요 0 | URL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예전
에는 프랑스 국민배우라
불렸는데, 부유세 때문에
러시아 국적 취득한 다음
에는 바로 그 타이틀이 사
라지고 글로벌 배신자로
등극했더라는.

돈 앞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입니다.

큰 코 시라노로는 제격이
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