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눈부셔 창을 열어젖힌다. 이런 날은 봄나물을 뜯으러 가야는데......  쑥이라도 뜯을 수 있던 산자락 논자락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휭~ 한차례 나갔다 오면 반찬거리 소쿠리에 가득  담아오던 그 시절이 그. 립. 다.

  이 아침은 봄나물을 뜯으러 가는 대신 어머니 독서모임에 가면서, 내게 시와 시조를 가르쳐 주신 교수님의 시를 올린다. 해남 출신으로 광주여대에 있다가 몇년 전 경기대로 가셨지만, 그분은 해마다 '해남에서 온 편지'로 내게 봄소식을 전한다.

   
 

 해남에서 온 편지       -이지엽-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동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 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시인이 있던 학교, 제자 중에 수녀가 한 사람 있었다. 몇 해 전 남도 답사길에 학생 몇이랑 그 수녀의 고향집을 들르게 되었는데 다 제금나고 노모 한 분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생전에 남편이 꽃과 나무를 좋아해 집안은 물론 텃밭까지 꽃들이 혼자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흐드러져 있었다.

이지엽 시인은 '해남에서 온 편지'로 1998년 '한국 시조 작품상'과 1999년 제18회 '중앙시조대상'을 받았다. 2007년 '북으로 가는 길'이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우리의 시조 보급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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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3-1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은 정말 종다래끼와 호미를 챙겨서 들판으로 나가 냉이 등을 뜯어도 될 만큼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이번주까지 날씨가 좋다고 하니 이번 주말에는 냉이와 쑥까지 뜯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3-12 10:10   좋아요 0 | URL
아~ 종다래끼, 반가운 이름이에요.^^
몇년 전만 해도 아이들 데리고 쑥 뜯으러 나갔는데, 이젠 아파트현장으로 바뀌어서. 요새 아이들은 이런 맛을 모르니 참 짠해요.ㅠㅠ
 

또 날짜가 한참 지났지만, 작심 두달도 안될까봐 2월 독서기록을 남긴다. 2월엔 바쁜 일정과 부도덕한 몸관리로 독서나 리뷰쓰기에 많이 게을렀다.ㅠㅠ 이 기록을 남기며 3월엔 열심히~ 불끈 다짐한다.^^

1.2월에 읽거나 리뷰를 쓰느라 다시 읽은 책

 

 

 

 

 

 

 

 

 

 

 

 

2. 2월에 읽었지만 리뷰를 안 쓴 책

 

 

 

 

3. 페이퍼를 쓰느라 다시 들여다 본 시집들

 

 

 

 

4.민경이 독서활동으로 리뷰를 올린 책

 

 

 

5. 어린이책 읽었지만 리뷰는 게으름 부린 책

 

 

 

 

 

 

 

 

 

  

 

 

 

 

*리뷰는 달랑 12개뿐이고, 페이퍼는 '시가 내게로 왔다' 카테고리 만든 덕에 끄적거린 시 페이퍼를 포함해 17개. 1월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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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3-09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2월에만 읽으신 책이 이 정도? 대단하십니다. 아이들이 초등 중학년이 되면서 그림책읽기 게을러지고 있는데 님의 글로 인해 다시 마음 잡아 봅니다. 화이팅!

순오기 2008-03-09 11:05   좋아요 0 | URL
오잉~ 제 독서는 아이들 그림동화가 주종이잖아요.ㅋㅋ
제대로 읽은 성인도서는 달랑 네권뿐이구만유.ㅠㅠ

L.SHIN 2008-03-0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데요...저는 한 달에 몇 권 읽는데...( -_-)
앙~ 그런데 저렇게 어린이책이 많다니. 너무 부럽당~ (>_<)

순오기 2008-03-09 11:06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주로 애들이랑 놀기 때문에~ 애들 책은 많이 읽어대지요.^^

bookJourney 2008-03-0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 바쁘신 중에도 많이 읽으셨네요~~ (전 반성중입니다. ;;)
큰곰과 작은겨울잠쥐의 <숲 속의 단짝 친구>가 궁금해요~ <겨울을 준비하는 가게>를 재미있게 보았었거든요. ^^

순오기 2008-03-09 13:05   좋아요 0 | URL
숲속의 단짝친구는 곧 올려볼게요.
읽기는 해도 리뷰 쓰는 것은 열정이 있어야 가능할 듯...^^

뽀송이 2008-03-09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전 심각한 수준입니다.ㅡㅡ;;
마음이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이제는 뭐든 맘먹고 해야할텐데... 님이 존경스러워요.^^
이제 곧 지천에 피어날 봄꽃들 생각하니 3월도 책읽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3-09 15:35   좋아요 0 | URL
ㅎㅎ 우리가 뭐 독서에 목숨 걸 필요있나요?
놀거 다 놀고 쉬어쉬엄 즐기면서 읽자구요!^^
 

큰딸은 학교 기숙사에 있으니 잘 살거라 믿고, 떨어져 있어도 큰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홀로서기를 시작했으니 문자나 전화로 원격조정할 필요도 없어, 그냥 잘하겠거니 믿고 편안히 지내는 중이다. 그래도 너무 심했나 싶어 좀 전에 문자를 보냈더니, 엠티 갔다왔고 오늘에서 햇반이랑 컵라면을 풀었는데 생각보다 맛있단다.^^ 그냥저냥 사 먹거나 햇반이라도 먹다가, 집밥 먹고 싶으면 외숙모한테 가서 먹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이고 고맙다. 이래서 큰딸은 뚝 떼어놓고도 안심이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된 막내에게 시선을 좀 돌려보자. 중학교 생활이 버거운지 어제 오늘 마냥 늦잠이다. 개교기념일인 6일 '일제고사'를 보느라 7일에 쉬었고, 오늘은 또 놀토니까... 몸상태가 최악인 엄마도 덩달아 어제, 오늘 늘어지게 잤다. 아함~ 그 덕인지 많이 좋아진 듯하다.^^

배치고사와 일제고사가 끝난 어제 초등문제집을 싹 정리했다. 이제 중학교 교과서만 꽂혀 있으니 제법 중학생답다. 민경이는 막내라 엄마의 관대함과 짠함이 동시 교차된다. 때론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학습에 대해서는 이런 귀찮음이 발동되면 안 되겠다 싶어 챙겨본다. 엄마가 모든 과목을 일일히 챙기지는 않지만, 삼남매 모두 국어교과서에 실린 원작은 충실히 볼 수 있도록 신경써 주었다. 그래서 일부는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었는데, 막내까지 내려오니 집에 있는 책이 많아 수월하다. 민경이는 책이 오는 즉시 읽은 책도 많지만, 이제 단원에 맞춰 틈나는대로 한번 더 읽으면 좋겠다.

중학교는 국어와 생활국어로 나뉘어 문학과 실용적인 글로 구분된다. 국어는 문학을 접할 수 있어 시와 소설, 수필 등 10대 정서함양에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교과서 뒤에 실린 출처를 보면 년도가 오래되어 구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라 도서관을 이용했고, 관련된 시인과 작품이 실린 다른 책으로 도움을 받았다.

1권은 '정지용에서 천상병까지' 돌아가신 시인 22명이, 2권은 '김지하에서 안도현까지' 23명의 생존시인이 수록되었다. 이 책에 나온 시인 중 1학기에 김지하, 정지용 시인이, 2학기에는 윤동주, 김영랑, 도종환, 안도현, 조태일 시인이 나온다. 이 시인을 찾아 생애와 작품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 또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시인의 생가나 배경지를 답사할 수 있어 일석이조, 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필독도서다. (중,고등에서 만날 모든 시인이 담겨있어 아주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은 1.2권 합본이다. 하나로 모아진 건 좋은데 읽기엔 너무 두껍지 않을까? 

 

 

 

1단원의 '강아지똥'과 7단원의'옥상의 민들레꽃' 2학기에 나온 '나비'를 비롯하여, 중학생들이 읽어야 할 감동적인 단편들이 실려있다. 책이 크기도 작고 부피도 작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화장실에 꽂아두고 한 편씩 뚝딱 해치우기 딱 좋을...^^

 

별다른 설명 없이 읽기만 해도 시의 정서가 온몸으로 전해오고 느낌이나 생각이 고이는 시, 눈높이에 맞는 시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엮은 시집이다. '아~ 이 정도면 나도 시를 쓸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7단원의 기형도의 '엄마 걱정', 하대원의 '아버지 오실 때'(1권) 2학기에 나온 정일근의 '바다가 보이는 교실'(2권) 도 만날 수 있고, 이름을 들어본 시인들이 엄청 반갑고, 새로운 시인과 학생들의 참신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2,3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시도 있다.

동서양의 작가나 시인, 수필가를 비롯한 이 시대의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쓴 수필을 만날 수 있다. 우리말 어휘나 사전적 개념이 약한 학생들을 위해 친절한 뜻풀이가 되어 있어 좋다. 먼저 관심있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는 재미도 있다. 또한 어디선가 읽은 듯한 글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어떤 직업을 가지든 글쓰기는 기본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일기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글쓰기, 수필쓰기에 도전할 생각이 폴폴 솟아날 책이다.

이제 기본적으로 읽으면 좋은 책을 골랐으니, 교과서에 실린 원작을 찾아보자.

2단원의 '촌스러운 아나운서'가 실린 원작으로 방송국 생활과 그녀의 삶을 엿볼수 있는 에세이다. 현재 절판이지만, 지역도서관에 가면 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잘 나가면서도 겸손하고 따뜻한 이금희 아나운서를 만나는 행복한 책읽기라 좋았다. 자신들의 꿈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의 10대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3단원의 '어린왕자'는 많은 출판사에서 엄청나게 쏟아내지만, 최근에 청소년을 위한 '올에이지클래식'시리즈로 나온 보물창고의 '어린왕자'를 추천한다. 어린왕자 삽화도 컬러와 흑백으로 삽입돼 있고, 예전에 나온 책과 비교해 보니 번역도 훨씬 매끄러워 밑줄긋기를 하기에도 좋을 듯!

특히, 책 뒤에 앙투완 드 생텍쥐페리(199-1944)의 연보가 자세히 잘 정리되어 있고, 법정스님이 '어린왕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덤으로 실려있다.^^

어린왕자를 초등 저학년부터 많이 읽어 다 안다고 생각하는 10대에겐, 장 피에르 다비트의 '다시 만난 어린왕자'를 추천한다. 이 책은 고등학생들이 논술할 때 많이 도움받는 책으로 유명하지만, 어린왕자를 여러번 읽은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땐 시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두번 세번 읽으면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음~ 중학생에게 좀 어렵다면, 고등때 다시 읽으면 좋겠다.^^ 

 

 3단원에 나온 '탈무드'도 수많은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최근에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이 있어 올린다.

 

 

 

4단원 '바보 의사 이야기'가 수록된 300쪽이 넘는 책이라 중1에겐 버겁다. 좀 쉽게 장기려박사의 생애를 이해하려면, 초등고학년이 읽기 좋은 '할아버지 손은 약손'으로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의사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 많은데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기를 바라며, 진정한 의사의 삶이 무엇인지 알려면 '성산 장기려'와 요즘, 매스콤의 주목받는 박경철 공심위원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도 권할 만하다.

 

 

 

 

5단원에 실린 '소설 동의보감'은 우리 아들이 중1때 읽고 감동 받아 '나도 한의사 될까?'라고 생각했던 책이다.^^ 그러나, 작가 이은성의 죽음으로 그 다음 이야기가 나올 수 없어 많이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요새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은 아들이 '소설동의보감에선 허준이 스승 유의태에게 배워 침을 잘 놓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록엔 허준이 침을 못 놓고 약만 지을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며, 소설과 실제의 차이를 밝힌다.^^

5단원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와 2학기에 실린 황순원의 '소나기', 하근찬의 '흰종이수염'은 많은 출판사에서 나왔으니 눈높이에 맞는 선택이 중요할 듯...단편이라 표제작 외에 여러 작품이 수록되었고 해설이 곁들여져서 학습에 도움된다

 

 

 

 

6단원의 '헬렌켈러'는 아이들이 유치원기부터 만난 인물이라, 수준을 높여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으면 좋을 듯하다.

 

 

 

7단원의 '홍길동전'도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중학 1학년이 읽기엔 창비에서 나온 '재미있다 우리고전'시리즈나, 나라말에서 나온 '국어시간에 고전읽기'시리즈라면 딱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삽화도 있고 초등고학년부터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 눈높이가 높은 책으로 질리기보단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 아들도 중1때 창비 시리즈로 읽고 알라딘 서재에 올렸다. 홍길동전 뿐아니라 중,고등 교과서에서 만날 우리 고전을 두루 읽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7단원 보충 심화과정에 나오는 '안네의 일기'는 초등때부터 명작이나 만화로 접했을테니, 한 단계 높여서 영문으로 된 책을 도전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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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에게 묻는다
    from 파피루스 2008-03-19 04:10 
    아들녀석이 중학교 1학년 때 제법 진지하게 써 놓은 글이 감동스럽다. 나름대로 충격과 감동을 받았음이 잘 드러난 솔직한 글이라 스캔받아 올린다. 이렇게 시 한편이 내 가슴으로 들어오는 날, 우린 시적 감성을 가진 시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중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7단원에 기형도의 '엄마 걱정'과 하대원의 '아버지 오실 때'가 실렸는데, 아들은 그 시보다 안도현의 이 시에 상당히 충격받은 듯하다.
 
 
bookJourney 2008-03-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굉장하십니다. 이렇게 챙겨주는 엄마가 있어 민경이는 좋겠어요~~ (부러워요 ^^)

순오기 2008-03-09 01:39   좋아요 0 | URL
용이는 엄마와 같이 실험까지 하잖아요. 님은 저보다 '한 수 위'십니다!^^

애물단지no.1 2008-03-0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은 외숙모 댁.
잘 지낸다는 말을 너무 반복하는 거 같아서 그냥 소소한 근황을 얘기할게.
나는 여전히 토요일은 '무한도전'을 꼭! 챙겨보고 (완전소중유재석! 사랑해요유재석!),
대학교에서 여자애들은 꼭 하나씩 있는 공식지정 단짝도 생겼고,
교대근처맛집탐방을 하며 어디는 뭐가 맛있다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어.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니까 강의 계획표도 뽑고,
tv나오시는 그 유명한 교수님께서 월요일까지 읽어오라는
막스베버의 글도 슬슬 읽을 계획(...).
'한국사의 재조명'강의에서 막스 베버의 글 두개와 퀜틴 스키너의 글을 읽게 시키는데
학자 이름과 책 제목만 간략하게 나오던 고등학교 수업하고는 확실히 다르더라구!
지금까지 그 이름들이랑 책 제목은 주로 논술 처음 쓰면서 뭔가 있어보이고
싶을때 써먹는 용도로 쓰였잖아.
예: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따르면 쏼라쏼라어쩌고저쩌고~
(사실 그렇게 쓰는건 교수님들의 비호감을 유발시킬 위험성이 매우 높지만!)
뭔가 글이 댓글이 아니라 포스팅이 되어가네; 이만 줄일게.
결론은 나는 very very very okay!
*영어배우라고 난리야.-_-
이죽일놈의어륀지...혹은오륀지,혹은오뤤지,혹은오린지,혹은어린쥐...(무한생성가능!)

순오기 2008-03-09 01:47   좋아요 0 | URL
오~ 외숙모집에 갔구나. 엄마는 또 자다 일어나 알라딘 들어왔지~~~ ^^
성주,민경이도 무한도전 끝나고 비빔밥 먹었다. 성주는 비빔밥하면 두 그릇, 민경인 요즘 덜 먹더니 완전 날씬이야~ 음, 새옷이 날개라 그럴수도 있지만.
공식 지정 단짝과 맛집탐방으로 잘 먹고 살아라~ 햇반, 컵라면 될 수 있는 한 자제하고. 오호~ '한국사전'에 단골로 나오시던 사회과 교수님!^^책 필요하면 문자날려 기숙사에서 받게 주문해줄게. 급하면 상품권으로 사고... 오늘도 어린쥐를 따라 Very verh Okay? Oh~ Thank you!!

뽀송이 2008-03-0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멋진 리스트 입니다.^^
교과서에 실린 원작을 찾아 읽기 좋습니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한번 보고 싶군요.

저희 집 큰 아들 녀석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야자까지 하느라 완전 녹초가 되었어요.^^;;
에휴... 이렇게나 오래오래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해야하는 고등학생들이 불쌍해요.ㅠ.ㅠ

애물단지no.1 2008-03-08 23:3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히히^^
'자매 시리즈 언니편' 잘 쓰고 있어요!
진짜 이뻐요~
감사합니다!
여기 인천에 있는 외사촌여동생도 이제 고등학교 올라갔는데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속으로 생각했죠. '훗, 이제 시작에 불과해...'
저같은 경우는 새벽에 학교가서 밤에 집에 오는 생활이 피곤하기도 했지만
학교에 오래오래 있는만큼 중학교 때보다 더 추억이 많이 생기더라구요.^^
(앗! 지금 이거 난 고딩탈출했다고 여유부리는 건가? ㅋㅋ;)
어쨌든 화이팅이에요!! ^^

순오기 2008-03-09 01:49   좋아요 0 | URL
우리 딸이 안다고 댓글 달았군요. 우린 애들이랑 알라딘을 공유해요.ㅎㅎ
아마 고딩 아드님 힘내라고 선배로서 응원하는 듯...^^

뽀송이 2008-03-09 14:32   좋아요 0 | URL
어머나^^ 이렇게 댓글로 인사 나누게 되어 무척 반가워요.^^
예비선생님의 댓글을 읽으니 불끈!! 힘이 납니다.^^
고딩 탈출하시고 기숙사 생활에 익숙해져가고 있겠지요?
분명~ 너무 잘 하실꺼라 생각됩니다.^^
저희 집 아들 녀석도 곧 씩씩하게 잘 적응하겠지요?^^;;
참참!! 제가 정말 많이 엄마'순오기'님 부러워 한다는 거 아시죠?
건강하게 학업도! 추억도! 많이 쌓으시기를 바래요.^.~


세실 2008-03-09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중학교 아이를 둔 엄마는 필독^*^ 내년에 보림이도 중학생이 되니 꼭 기억해 두어야 겠습니다. 아직 동화책 수준인데 상당히 업그레이드 되겠네요. 겨울방학때 읽도록 해야 겠습니다. 과연 동의보감을 읽을수 있을까요? 음...

순오기 2008-03-09 11:08   좋아요 0 | URL
ㅎㅎ사서샘 자녀인데 어련하겠어요.^^
독서의 내공이 쌓인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가도 무리없이 읽어내는 것 같아요.

마노아 2008-03-1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 가득 페이퍼에요. 이 리스트 많은 분들께 큰 도움 될 것 같아요. 큰 따님과의 소통의 공간도 되고, 두루두루 멋지다니까요^^

순오기 2008-03-10 20:32   좋아요 0 | URL
ㅎㅎ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요. 이젠 생활국어 관련 책도 찾아서 올려야지요.
큰딸과의 소통공간으로 알라딘이 한몫 하는군요.^^

미나리 2008-03-19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등 1학년 친구들이 보면 좋을 책을 이리 자세히 올려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순오기 2008-03-20 08:42   좋아요 0 | URL
어머나,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미나리'님이 다녀가셨군요.^^
이거 정리하는라 시간 많이 걸렸어요. 누군가에게 유용하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감사^^

오월의바람 2009-05-1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1학년 국어를 담당하는데 우연히 동의보감을 검색하다가 보았어요. 감동입니다. 이렇게 꼼꼼이 정리 할 수가요. 엄마의 사랑이 묻어납니다.

수진샘 2009-07-0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학교 1학년 국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렇게 정리를 해 놓으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감동적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지도를 해야 하는데 늘 부족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답니다. "소설 동의보감"을 읽은 후에 "장기려" 박사님 전기를 읽으니까 감동이 더 배가 되긴 하더군요. ^^ 잘 보고 갑니다.

최상철 2009-07-0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인 아이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리스트입니다.
교과서 연계 찾아보던 제게 더 요긴하지만요~
감사해요. 오늘 그 중 한 권 먼저 구입하려해요~

태규맘 2009-08-2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의 글 너무 감사합니다.
교과서 연계된 책들을 찾고 있는 중이였거든요.
감사합니다.
님과 같으신 분 덕분에 엄마들 수고를 덜 수가 있는거죠. 감쏴 꾸벅
 

내가 철들면서 신문을 보게 되었는지, 신문을 보면서 철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신문을 본 역사도 꽤 길다. 아~ 철들기 전에도 보았구나. 충남 촌구석에서 살때 볼거리가 없어 아버지가 보시는 '충남일보'였든가, 거기에 실린 '大미륵'이라고 기억되는 연재소설을 초딩때부터 살짝 엿보았더랬다. 나~ 제법 조숙했나 보다, 그 어린 나이에도 성적 묘사가 나오면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 장면을 다시 읽었던 것 같다. 신문 연재소설이란 날마다 그런 장면 하나씩 끼워넣는다는 걸 그 나이에 간파했었는지 날마다 우체부아저씨를 기다렸다.^^

이렇게 시작된 신문보기로 일찍 세상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과 결혼 전엔 아버지가 보시던 '동아일보'를 열심히 읽었고, 직장에서 보던 '조선일보'는 여자들이 볼거리가 많았던지라 스크랩까지 하면서 열독했다. 그땐 '조.중.동'이라 불리던 시절이 아니었던 듯하다. 결혼해선 '한겨레 신문' 창간부터 구독했고, 우리 큰딸 세살 때 살 뺀다고 '한겨레신문'을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만 60부던가 100부던가, 이제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딱 한 달 돌려봤다. 사실 더 돌렸으면 지금의 체중이 아니었을 텐데... 그만 한 달 돌리고 신문지국이 부도나서 돈도 못 받고 끝났다. ㅠㅠ 다행히 본사에서 사람이 와서 구독자 명단을 달라며 한 달 수고비로 91년에 6만원을 주었다. 그때도 기관지가 약해서 한달 새벽바람 쐬고 신문 돌렸더니 천식이 도져 결국 그 돈으로 한약 한재 먹으니 꽝이었다.^^

이런 인연과 워낙 '한겨레신문'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장기 구독했는데, 내가 워낙 비판적인 성향이라 그 신문을 오래 보니 세상 살맛이 없어지더라는 것. 그 후에 '중앙일보'로 바꿔 몇년을 보았나? 아마 10년은 훨씬 넘은 듯하다. 선거때마다 신문 바꾸자는 남편의 성화에도 꿋꿋이 봐 왔는데, 왜 그랬을까?ㅎㅎ 중학교 동창이 있어서 끊기가 그랬나, 사실 그 친구가 거기 있는 것은 5~6년 전에 알았는데.....

그렇게 투덜대고 빈정대며 '중앙일보'와 지속했던 관계를 2월 29일부로 끝냈다. 물론 남편이 지국에 연락해 3월부터 넣지 말라 했고, 무슨 신문을 보겠냐고 물으니 '경향신문'을 보잔다. 오우~ 거긴 또 초등동창이 있는데... 그 친구 때문에 2003~4년까지 열심히 '뉴스메이커'를 열독했다. 그 덕에 중학생이던 큰딸이 나의 비평적 성향을 충실히 따르게 된 것 같다. 당장 문자를 보내 통화하고 3월부터 '경향신문'이 들어왔는데 어제 아들녀석의 한마디,

"엄마, 중앙일보를 볼 때는 완전 2MB 찬가였는데, 확실히 경향은 다른 것 같아. 머릿기사부터 어~~ 이렇게 써도 되나? 놀랐어." 라는 말로 소감을 피력한다. 어~ 이 녀석도 비판성향을 제대로 따라주겠군. 물론 신문이 그런 성향을 키우기도 하지만, 그동안 쌓인 '독서내공'으로 신문보는 눈이 생겼을 거라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러는 나는, 거의 1년도 넘게 신문을 제대로 안 보았다. 대충 머릿기사나 부자 신문답게 찬란한 섹션을 자랑하는 '열려라 공부' 'Weekend' 'Book'정도나 가물에 콩나듯 훑어보았다. 내가 신문 안봐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고, 대한민국도 여전히 돌아가고 있으니, 굳이 누가 어떤 논조로 무슨 말을 썼을지 뻔히 아는 신문을 머리 아프게 보겠는가 아줌마스런 사고에 젖어버렸다.

자~ 이제는 우리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슬슬 '경향신문'을 봐 주셔야 할 것 같다는 맘을 먹었는데, 9시 뉴스에서 재밌는 소식을 전한다. 이제는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께서 미국을 방문해 대통령을 부시별장에서 만날 거라나~ 대단해용 부라보! '고이즈미'부럽지 않겠구만!ㅎㅎ'영어올인'한다고 자랑하려나, 아니 내친김에 이라크 파병 늘리겠다 알랑거릴까 심히 걱정되어, 손택수시집 '목련전차'를 보다가 큰딸한데 읽어주었던 '콘돔전쟁'이란 시가 뜬끔없이 생각나더이다.^^

   
 

콘돔전쟁     -손택수-

걸프전 때도 그랬고

아프카니스탄 침공 때도 그랬다.

사막에서 전쟁이 시작되면

콘돔 회사 주가가 껑충 뛰어오른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막이용

총구덮개로 콘돔이 힘을 쓰기 때문이다

주도면밀한 강간범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총열에 덮어씌운 콘돔

드르륵 드르륵 교성을 지르며

총알은 단번에 콘돔을 찢고 뛰어나가

모래언덕 깊숙이 파고들어가 박힌다

무진장의 석유를 애액처럼 핥아댄다

CNN을 타고 생중계되는 미국식 포르노

바지를 까내린 점령군들 허여멀건 엉덩짝이 보이지 않도록

빙 둘러서서 망을 봐주고 있는 이십일 세기

뭔가 더 짜릿한 장면이 없나, 드르륵드르륵

나는 충혈된 눈으로 밤새 채널을 돌린다

 
   

 

흐흐~~~~ 난, 이런 맛에 시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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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3-0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특이한 시네요..

순오기 2008-03-07 01:27   좋아요 0 | URL
정말 특이하지요. 그러면서 통쾌한 느낌이~ㅎㅎㅎ

bookJourney 2008-03-0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바꾸는 거 귀찮아서 계속 ㄷ 일보를 받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바꿔야할까 봐요. 방송에서 다룰 정도로 2MB 찬가라서 말이지요 ㅠㅠ (용비어천가가 따로 없어요, 정말.)

순오기 2008-03-07 01:29   좋아요 0 | URL
우린 참 찬가가 많았어요. 용비어천가를 필두로 서울의 찬가와 정권마다 나오는 수두룩한 찬가들~~ 참 발전없는 모양새라니!ㅉㅉ

2008-03-07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3-07 12:31   좋아요 0 | URL
옙, 저도 동감합니다. ㅠㅠ
열심히 살펴서 권면할랍니다~~~~^^

L.SHIN 2008-03-0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또 하나 시집을 사게 생겼군 ㅋㅋ
저 출판사에서 나오는 시집 시리즈는 다 저런 깨끗한 이미지인데다 좋은 시인들이
많아서 좋은거 같습니다.^^

순오기 2008-03-07 17:25   좋아요 0 | URL
S님, 신문 바꾸라는 페이퍼인데 시집을 사시겠다고라~ㅎㅎ 그럼 땡스투 해줄실거죠?^^ '목련전차'에 실린 시들이 제 정서엔 딱 맞더군요.'자전거 연애학'은 전번에 올렸고 앞으로도 '닭발'과'단풍나무 빤스'등 올릴 게 많아요.^^

L.SHIN 2008-03-07 21:49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당연히 오기님한테 Thanks~♡ 해야죠 ^^
좋은 시 자주 올려주세요~

순오기 2008-03-08 14:57   좋아요 0 | URL
좋은 시인과 시가 있어, 그래도 숨통이 트이고 살만한 세상입니다!^!

다락방 2008-03-0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시 좋은데요!

순오기 2008-03-09 01:50   좋아요 0 | URL
손택수 시인이 '목련전차'로 무슨 시문학상인가 받았던데...찾아보긴 귀찮고 가물거려요. 암튼 좋은 시가 많은 시집이에요.^^
 

지난해 8월 17일부터 시작된 아들 중학교의 원어민강사 홈스테이를 접었다. 처음엔 담임샘의 부탁에 '애들 영어 공부에 도움 될'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주변에서 음식은 어찌하고, 대화는 어찌할거냐, 영어는 자신있냐? 질문이 많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의 대표격인 아줌마 순오기인지라, "지가 한국에 왔으면 한국음식 먹는거고, 지가 한국말 못하는거나 내가 영어 못하는거나 피장파장인데 뭐. 사전 갖다 놓고 통하며 돼, 것도 안되면 만국공통어 '바디랭귀지'가 있잖여!" 이러면서 겁없이 시작했다.

뭐~ 처음 한달은 좋았다. 흑인이라고 걱정하는 교감샘 말씀에 열린사고를 자부하는 순오기, 그게 뭐 문제겠나 싶었다. 애들에게 한마디라도 건네게 하려는 맘에 통역도 시켰고, 것도 아니면 지는 영어사전 찾아 디밀고, 나는 한영사전 찾아 디밀어가며 나름 소통이 됐다. 문제는 이 친구가 한달 월급을 받으며 생겼다. 17일 월급을 받자마자 주말이면 여행다니느라 피곤한지, 학교 갔다 돌아온 오후엔 거의 잠을 자고, 깨워서 저녁 먹이면 바로 샤워하고 외출했다 심야에 들어왔다. 어딜 가고 무얼하는지... 처음엔 어디가는지 언제 오는지 물었지만 그도 매일 묻기가 그래서 말았다. 이러니 아이들과 얼굴을 대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일부러 간식 시간을 만들어 식탁에 둘러 앉아도, 우리애들도 입도 뻥긋 안하고 이 친구도 침묵이었다. 하긴 관심이 있어야 궁금한 게 있을텐데 처음부터 본능적으로 싫어하던 아들녀석도, 영어를 많이 배우지 못한 민경이도 물어볼 말이 없는거다. 이 친구도 여행을 목적으로 왔기에 한국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한 주에 한 두번이라도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하길 원한다고 요청했더니, 흔쾌히 대답하고 몇 번은 해 주었다. 같이 영화 본 '조디악' 얘기도 나누고, 뉴욕타임즈를 복사해서 아이들에게 읽히고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너 댓번 하더니 나중엔 시간을 바꾸고 제대로 안했다. 그렇다고 홈스테이 가정에서 영어지도를 요구할 수없이 계약되어, 그들도 '도덕적 의무'로는 받아들이지만 안 해주면 그만이다. 음~~~~게다가 음식은 또 얼마나 까다로운지, 이슬람이라 금지식품도 많지만 입에 맞는 볶음밥이나 튀김류와 닭요리 같은 건 그런대로 잘 먹지만, 새로운 음식이나 완전 한국식은 손도 대지 않았다.

3개월 지나 학교에 다른 가정을 구해보라 말씀드렸다. 처음부터 이 친구가 약속을 소홀히 하는 통에 별로 좋게 여기지 않던 교감샘은, 내가 홈스테이를 관두면 올려보낸다는 것이다. 이럴 땐 맘 약한 순오기,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애들에게 시간을 내달라는 요구만 수용하면 그대로 하겠다고 양보했다. 교감샘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성주맘이 홈스테이를 그만두겠다 한다."  "왜, 홈스테이를 안한다는 거냐?"  "애들 영어공부 도움될까 하는데, 니가 그 역할을 안 해주니 그만둔단다. 한국사람들도 먹고 살만해서 영어 아니면, 굳이 외국인 홈스테이 안한다. 음식 까다롭지, 말 안 통하지, 문화도 다른데 뭐가 좋다 하겠느냐?"  "좋다, 그럼 요구대로 잘 해주겠다." 대충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간 덕에, 잘 해보겠다며 아이들과 시간을 정하더니, 딱 두번 더해서 모두 여덟 번으로 끝났다. 참, 미국인 치곤 약속이행이나 성실성이 상당히 부족한 친구다. 그래도 난, 이 친구 갈때 선물이라도 해줄까 공부한 횟수대로 일만원씩 아들 통장에 적립했으니... 결론은 8만원만 굳었다.^^

이 친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의 글이 될 것 같아 '홈스테이 이야기' 카데고리를 만들어 놓고도 몇 번 올리고는 할 수 없었다. 음~ 이 친구가 특별한 취향을 가졌는지라 피해를 주는 것은 없지만, 생활방식과 문화가 다른지라 어울리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홈스테이 2주쯤 지나 본인의 취향을 '왕의 남자' 영화얘기를 하며 고백했다. 언제부터, 왜?라는 내 질문에 웃으면서 "16`th, I don`t know."라고 답하는 그가 나름 귀여웠다. 게다가 어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외롭게 자랐고, 새엄마에게 별 사랑을 못 받아 그렇게 되었는가 짠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서 나만 알고 우리 애들이나 남편에게, 학교에도 말하지 말라 했다. 아직 한국사회는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아이들도 이상하게 생각하며 '여자같다'는 말을 자주 했고, 늘 핸드백을 메고 칼라플한 옷을 입고 엉덩이를 흔들며 뻔질나게 드나드는 그를 보며 주변 사람들도 짐작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협력교사와 여선샘들이 이상하게 느끼기 시작했고... 점심시간이면 '호스트맘이 이야기 하자며 집으로 오라고 했다.'고 자주 집에 가는 이 친구가 이상했던지, 교감샘이 지나치게 잘해주지 말라며 전화하셨다. 헉~~ 이럴수가! 그 시간에 난, 방과후학교 수업가기 때문에 집에 없는줄 이 친구도 아는데 그런말을 하다니... 교감샘은 물건 간수 잘하라며 걱정하시기에, 우리집은 만날 열어놓고 다녀도 가져갈 거 없어요. 그보다는 다른 면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시라 했더니 '비밀'로 했던 그 부분을 알게 되었다.

이 친구는 국내 여행이나 일본여행도 그런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기에, 핸드백을 메고 다닌 이유가 00심볼이라 그런 친구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아이들은 어떤 상상을 하는지 혐오감을 갖게 되어, '우린 홈스테이하면서 '인종에 대한 차별과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만 생겼다'는 말로 간결하게 요약했다. 그래서 내 의도와는 다르게 홈스테이가 영어공부에도 국가가 부르짖는 '세계화'에도 별 도움이 안 되었으니, 끝낼 수밖에 없지 않겠나? 겨울방학 전 교감샘께, '한 겨울에 나가라 할 수는 없으니 2월까지만 하고, 3월은 신입생 가정을 구해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이 친구는 1월 21일 새벽에 미대사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3월에 오겠다며 떠났고,  학교에서는 홈스테이가정을 구하기도 어렵고 이 친구의 처신도 맘에 들지 않으니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할 수없이 일년을 계약하고 데려 온 한미교육위원회에선 데려다가 과천지역으로 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남겨둔 짐을 가지러 3월 1일에 온다기에 내가 딸 때문에 인천에 가니, 주소를 알려주면 택배로 보내주겠다 했더니 3월중에 시간내서 내려온다고 답했다. 그래서 그런줄 알았는데, 그제 저녁 7시쯤 한 친구가 '버논'을 찾는 전화를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집에 간다고 내려왔다는 것이다. 아직 안 왔다고 전화를 끊었는데 혹시, 이 친구가 살짝 다녀갔나 싶어 방문을 열어보니 그의 짐이 없었다. 헉~~~이럴수가!! 아무리 우리가 문을 안 잠그고 다닌다고, 오후에 모두 학교 간 사이에 살짝 다녀가다니~~~ 몰상식하고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잘했든 못했든 그래도 만 5개월을 지 빨래 해주고 음식해 주었는데 이렇게 뒷통수를 치는거야!'

교감샘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이 친구 끝까지 말썽이라며 교육위원회에 연락하겠단다. 이 친구가 신발장에 넣어 둔 여름슬리퍼는 챙겨가면서, 남기고 갔던 빨래감을 빨아 행거에 걸어 둔 겉옷은 가져가고, 서랍장에 넣어 둔 속옷이랑 대형타올, 츄리닝 바지는 안 가져갔다. 나야 기분은 별로지만, 혹시라도 지 옷가지를 우리가 탐나서 숨긴 줄 알까봐(^^) 기어코 택배라도 보내야겠다. 별로 이쁘게 생활하진 않았지만, 그 친구 입장에선 우리가 이해안되고 영어도 못하니까 그랬을 수도 있다 싶어서...꿀꿀하긴 해도 한국가정에 대한 나쁜 인상을 남길까봐 홈스테이 6개월을 상큼하게 정리하고 싶다.

요기까지 썼는데, 마침 교감샘이 전화를 주셨다. 남긴 옷은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까지 같이 산 그 친구를 보면 역시 철저한 개인주의자 미국놈답게, 한국에 대한 존중도 부족하고 지가 먹으려고 지 돈 주고 산 것은 쓰레기통에 버릴지언정 우리와 절대 나누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가 식탁에 사 놓은 것은, 심지어 '즐거운 인생'을 보고 우리 남편이 짠해서 모처럼 사왔던 '자이리톨껌'도 그 친구가 가져가서, 우리 남편은 구경만 하고 고맙다고 말만 했을 뿐이다.ㅠㅠ  그래서 결론은 한미교육위원회 전화를 알려주시면, 전화해서 그동안 만족스럽게 못해줘서 미안하고 옷가지를 택배로 보내겠다고 했다. 국제적인 문제에선 개인이 국가의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걸 우리도 경험한지라, 이렇게라도 마무리하면 그래도 이 친구가 지 잘못을 알고 생각을 좀 바꾸지 않을까 싶다.

*홈스테이 본래의 내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영어공부 해야겠단 마음으로 영어공부 책 몇 권 사들인 것으로 족하련다.

바로 요 책이 뽀송이님 리뷰를 보고 산 것^^

그리고 서평단으로 뽑혀 아주 아주 늦게 도착한 '하루 30분 텔미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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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2008-03-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고생끝 행복시작. 문화적 차이는 아무래도 극복하기가 어려운가봐요...어륀지족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원어민 참 어이 없네여..6개월간 괜히 속만 상하셨겠어요..

순오기 2008-03-06 17:17   좋아요 0 | URL
ㅋㅋ 어륀지족이 되고자 한 거였군요, 제가~^^ 뭐 그렇게 많이 속상하진 않았어요. 그냥 음식 해주는 게 스트레스였지요!

세실 2008-03-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래서 글도 올리지 않으신거군요. 순오기님의 따뜻한 마음도 몰라주는 버논 바보. 에휴 맘 고생 심하셨네요.

순오기 2008-03-06 17:19   좋아요 0 | URL
글쎄~ 앞으로 정부에서 들여올 원어민 강사들 수준은 더 형편없지 않을까 싶어요.ㅠㅠ
풀브라이트 재단 장학금 받은 이 친구들은 나름 검증받은 사람이라는데, 동성애 부분은 별로 문제 삼지 않는다는군요 >.<

마노아 2008-03-06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친구가 제 복을 발로 차버렸군요. 끝까지 최선을 다한 순오기님께 박수! 고생 많으셨어요.

순오기 2008-03-06 17:33   좋아요 0 | URL
오히려 그 친구에겐 잘 됐는지 몰라요. 광주까지 내려 와 사는것보단 과천이 더 좋을수도, 다행히 홈스테이 가정이 영어실력까지 좋다면 금상첨화일테고...뭐 그렇게라도 해서 한국가정을 좋게 생각한다면 그도 나쁘지 않고요!^^

웽스북스 2008-03-07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과천이면 저희집이랑 가까운데 말이죠 ^^
암튼 순오기님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 복을 차버린 친구네요. 정말 앞으로의 정책들이 걱정이기도 하구요. 한국이 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쥬, (아악 부끄러워)

순오기 2008-03-07 01:17   좋아요 0 | URL
정말 앞으로 들어올 원어민 강사 수준이 걱정됩니다. 우린 정말 봉이야욧!ㅠㅠ
방과후강사들도 올해부턴 신원조회에 성범죄기록 조사까지 합니다.ㅎㅎ 내국인이야 그렇지만 외국인은 이게 쉽지 않을거란 말이죠.><

bookJourney 2008-03-07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까운 사람의 경우에도 남의 식구 데리고 밥해 먹이기가 쉽지 않은데 ... ... 고생 많으셨네요.

순오기 2008-03-07 01:3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우리딸을 데리고 있겠다던 동생의 말을 마음으로만 접수하고...내가 홈스테이 해봐서 아는데,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거 장난아니라고 기숙사에 넣었어요. 가끔 주말에 나오면 집밥이나 먹게 해주라고 부탁하고요!
어쩜 내가 영어 실력이 좋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수도 있었겠죠!ㅠㅠ

bookJourney 2008-03-07 02:26   좋아요 0 | URL
글쎄요 .... 순오기님의 영어 실력(?)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쪽에서 잘해주는 걸 제대로(!)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이 문제인거죠. 누군가 나에게 잘해주면 나도 그만큼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잘해주어야 '제대로' 받는 게 아닐까요?

뽀송이 2008-03-07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렇게 끝이 났군요.ㅡㅡ;;
처음 님이 홈스테이 하신다고 했을 때 나라면 아마 하기 힘들텐데...했어요.
흑인이라고 하셔서 쬐끔 걱정했었고(아직은 우리나라 고정관념 때문에...)
고기는 닭고기만 먹는다고, 한국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고 하셔서 음식 팍팍!
해대지 못하니 힘드시겠다 생각했지만...ㅡ,.ㅡ
그래도 영어권 사람과 함께 다양한 문화적교류와 언어생활이 되지않을까?
부러웠거든요. 조금 더 멋지고 그나마 보편적인 사람이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러면 그 사람 성격이 별로였다고 하겠지만...
아이들에게 조금은 충격적인 편견을 준 것이 못내 씁쓸하군요.ㅡㅜ
그래도 순오기님~ 님은 따스하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님의 사랑을 받을 줄 몰랐던 그가 불쌍하군요.
앞으로 원어민 강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절실한 것 같아요.
님^^ 좋았던 것만 기억하시고, 화사하고 눈부신 봄 맞을 준비하자구요!!!


순오기 2008-03-07 12:33   좋아요 0 | URL
경험세계가 꼭 좋은 것만 건질수는 없지만, 나름으로 의미있는 일이었다 생가해요. 우리 아이들이 다가가지 않은 것도 한 이유가 되겠고, 엄마만 열심있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다시 깨우친 사례!ㅠㅠ

프레이야 2008-03-0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좋은 추억이 되지못해 안타까워요. 편견과 차별만 키우게 되었다는
말이 참 그러네요.ㅜㅜ 전에 송편 만드는 사진에서 다리를 여자처럼 외로 꼬고
앉아 있던 버논이 생각나요. 그때 참 특이하다 싶으면서도 제가 귀엽다고 댓글
썼는데,, 어울려서 잘 산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동안 애 많이 쓰셨어요. ^^

순오기 2008-03-07 12:35   좋아요 0 | URL
추석 때만 해도 좋았는데... 그때 미국에서 어학연수하고 왔던 조카가 00아니냐고 바로 묻더군요.^^ 외국에 갔던 사람들은 금방 알던데, 저는 우물안 개구리라 그랬나 봐요.ㅠㅠ
어울려 산다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걸 깨달은 계기가 되었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해요. 그래서 아버님 모셔올 생각도 들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