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눈부셔 창을 열어젖힌다. 이런 날은 봄나물을 뜯으러 가야는데...... 쑥이라도 뜯을 수 있던 산자락 논자락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휭~ 한차례 나갔다 오면 반찬거리 소쿠리에 가득 담아오던 그 시절이 그. 립. 다.
이 아침은 봄나물을 뜯으러 가는 대신 어머니 독서모임에 가면서, 내게 시와 시조를 가르쳐 주신 교수님의 시를 올린다. 해남 출신으로 광주여대에 있다가 몇년 전 경기대로 가셨지만, 그분은 해마다 '해남에서 온 편지'로 내게 봄소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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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온 편지 -이지엽-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동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 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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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있던 학교, 제자 중에 수녀가 한 사람 있었다. 몇 해 전 남도 답사길에 학생 몇이랑 그 수녀의 고향집을 들르게 되었는데 다 제금나고 노모 한 분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생전에 남편이 꽃과 나무를 좋아해 집안은 물론 텃밭까지 꽃들이 혼자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흐드러져 있었다.
이지엽 시인은 '해남에서 온 편지'로 1998년 '한국 시조 작품상'과 1999년 제18회 '중앙시조대상'을 받았다. 2007년 '북으로 가는 길'이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우리의 시조 보급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