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두레아이들 그림책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은정 옮김, 최수연 그림 / 두레아이들 / 2009년 12월
장바구니담기


두레아이들에서 나온 톨스토이 그림책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두 권이다. 내게 두레아이들 그림책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으로 친숙하다. 이 책은 초등 1~2학년으로 분류됐지만, 두레그림책 시리즈는 오히려 고학년을 위한 책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이야기를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독서 후 충분한 토론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톨스토이가 젊은 날 방탕하게 살다가 쉰 살이 되어서 회심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작품은 지극히 교훈적이고, 그의 문학은 오락(쾌락)보다는 공리주의 작품으로 분류된다. 이 작품도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인생목표를 수정하기에 좋을 책이다.

구두장이 마틴은 지하 골방에서 산다고 나오지만, 우리식으로 이해하면 반지하 방이다. 그래서 창문으로 보이는 건 사람들의 다리와 신발이다. 사람들의 신발만 보고도 누구인지 알 수 있다니 직업의식이 대단한 사람인 듯.^^ 톨스토이가 구두장이 마틴을 지하방에서 사람들의 발만 볼 수 있게 한 것은, 높은 자리에 군림하며 굽어보는 것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이웃을 돌아 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 책 그림은 위에서 내려본 형태라 인체 비율이 부조화스럽고, 잘 못 그린 그림처럼 느껴진다. 신이 위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면 이렇게 보일까?
마틴은 좋은 사람이었는데 아내와 아들을 잃고는 신을 원망하며 절망에 빠진다. 하필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가! 사람은 대체로 안 좋은 일이 닥치면 신에게 불평하며 절망하기 쉽다.

마틴은 절망에 빠져 죽게 해 달라는 소원만 빈다. 하지만 마틴을 찾아 온 순례자 노인은, 신이 하시는 일을 판단해서는 안되고, 자신의 기쁨만 위해 살지 말고 신을 위해서 살라고 조언한다. 신을 위해서 사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스도가 몸소 보여 줬다는 걸 일깨워준다.

마틴은 술마시고 쓸데없이 남을 흉보던 삶을 바꾸어, 날마다 성경을 읽으며 묵상한다. 마틴은 성경 말씀을 삶에 비추며 자신도 외식적인 바리새인과 같았음을 깨닫는다.

"마틴, 내일 거리를 내다보거라. 내가 갈 것이다."
꿈 속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은 마틴은, 그 분이 오시면 접대하기 위해 종일 창밖을 내다 본다. 그 분이 언제 오실까 기다리면서...

하루 종일 창밖을 내다 본 마틴은 끝내 그 분을 만나지 못한다. 단지 그의 눈에 띈 청소하는 스테파니츠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고,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여인에게 따뜻한 스프와 빵을 대접하고, 아기에게 먹일 우유를 살 돈과 외투를 주었다. 마지막엔 사과를 훔친 소년과 노파를 도왔을 뿐...

"내가 굶주릴 때 너희는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라 할 때 너희는 나에게 마실 물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가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마태복음 25장)

보잘 것없는 가난한 이웃으로 찾아 오신 그 분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임재한다는 걸 깨닫게 한다. 우리가 섬겨야 할 이웃이 누구인지, 사랑이 있는 곳이면 높고 낮음을 구별하지 않는 신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1-23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1-24 10:25   좋아요 0 | URL
제일 먼데 사람의 주도하에 조율해야지요~ ^^

라로 2010-01-2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멋져요!!!!언니의 타이클 뽑는 실력이 갈수록 일취월장!!!!
저 제목만 보고서 뭉클했다지요~.ㅠㅠ

순오기 2010-01-24 10:27   좋아요 0 | URL
주제를 살리지 못한 제목이다 싶어 바꾸려고 생각했는데~
나비님이 멋지다니 그냥 둬야겠군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교훈적인 책은 좀 그러죠. ^^

다크아이즈 2010-01-2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심하기 전 시기의 작품은 좀 덜 교훈적이고 덜 공리적인지 궁금해요.(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라서요.) 너무 톨스토이적한(?) 작품들보다 얼음덩이로 심장을 짓눌러대는 것도 남겼나 싶어서요. 그랬다면 어린이들 권장도서는 되지 않았겠지요.

순오기 2010-01-25 15:41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참회록을 쓴 이후에 집필했고 스스로 만족한다고 했답니다.
회심 이전에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대작을 썼고, 회심 이후엔 참회록과 부활등을 썼으니까 미루어 짐작해 보면 되겠죠.^^

L.SHIN 2010-01-2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가 회심하기 전 무슨 사건이 있었을까요.
반드시 마음의 바다를 울린 무언가가 있었을 겁니다.
깨달음을 얻은 자들의 글들은 좋죠..

순오기 2010-01-25 15:42   좋아요 0 | URL
회심 전의 사건이라~ 참회록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어거스틴의 참회록은 있는데 톨스토이 참회록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도 없네요.^^
 
압록강은 흐른다 - 이미륵의 자전 소설 올 에이지 클래식
이미륵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 6학년 2학기 읽기 책 셋째 마당 2단원에 실린 '옥계천에서'의 원작소설이다. 소설보다는 동화라고 해야 더 어울릴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3.1운동 이후 쫒기듯이 독일로 건너간 이미륵 선생이 독일어로 쓴 자전소설로 1946년 독일에서 출간된 작품이다. 독일인들의 눈에는 동양의 신비로운 풍경이, 우리가 어린왕자에 끌리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어로 쓴 가장 빼어난 문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독일 중학교 고과서에 실렸다.  

우리 교과서 읽기에는 이미륵(1899~1950) 선생과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옥계천에서' 전문을 실었다. 교과서에 실린 정규화 번역의 다림출판사 글보다 이옥용 번역의 보물창고 책이 훨씬 더 매끄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냈다. 우리말로 된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고 싶은 소망을 스스로 번역하면서, 작가의 느낌과 생각이나 행간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작업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말로 쓴 원작이 없으니 최선을 다한 번역으로 접하는 것도 다행이다. 아래 사진은 교과서에 실린 전문이다. 






 아래 사진으로 교과서에 실린 '옥계천에서' 첫 부분을 비교해보면 번역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미륵 선생의 기억에 남은 유년기 추억부터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던 기억, 신식학교에서 받은 서양식 교육과 경성의전 재학 중 3.1운동에 참여했다 독일로 망명한 것까지 나온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식민지 조선의 문제를 크게 다루진 않는다. 고향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서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음이 엿보인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조용하고 온화하게 표현하면서 단호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은 참으로 바람직해 보인다. 딸 셋을 낳고 미륵불에서 사십구일 기도를 올리고 얻은 아들이라 아명을 미륵이라 했고, 작가는 이의경이란 본명을 두고 필명으로 썼다.  

사촌 수암형과의 유년기는 그야말로 악동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륵은 조용히 수암형을 숭배하며 따랐지만 의외로 만만찮은 고집을 보여주는 아이였다. 짖궃은 장난으로 얼룩진 유년기를 아름다운 수채화로 그려내,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다 끝내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돌아간 작가의 삶에 짠한 마음이 든다. 신식학교에 가거나 휴교하는 것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뜻에 따라 순종했고, 독일로의 망명도 어머니를 근심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단행했는데, 우여곡절을 거쳐 독일에 도착한 6개월 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누이의 편지를 받았으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아버지와 바둑을 두거나 술잔을 나누는 모습이 어찌나 좋아 보이던지 우리 아이들에게도 읽어주었다. 몰래 술을 나누다 어머니에게 들킨 아버지와 두 잔 술에 취한 아들이 나눈 대화는 사랑스런 장면이다.이 장면을 읽고 나서 우리 삼남매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고2를 앞두고 있는 아들녀석이 학교에 다녀오면 두어 시간씩 하는 컴퓨터 게임을 끊으면, 가족 모두 까투리에서 맛난 안주에 생맥주를 사겠다고 했더니 그날로 게임을 딱 끊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넷째 일요일이니, 그 전 토요일에 한턱 쏘는 일만 남았다.^^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한다고 했으니, 열두어 살에 아버지와 술을 나눈 미륵과 비교하면, 중3, 고2, 대딩이니까 술 한 잔 사줘도 될 나이다. 

   
  "술을 조금 마셨다고 애한테 해로운 건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외로우니 친구가 있어야 해요."
"오늘 한 번만 봐 주는 거예요!"
"아, 시인에게 술은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걸 어머니가 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 그렇지? 아니, 아버지께는 존댓말을 써야지요. 그렇지요, 아버지?" 
"그러게 말이다." (79쪽)
 
   

 

요즘 도시 아이들에겐 이 책에 나오는 놀이나 정서에 공감하긴 어렵겠지만, 나이가 제법 든 어른들이라면 잊고 있던 유년기의 추억을 되살리기에 좋은 책이다. 바쁜 일상과 도시생활에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유년기의 추억을 되짚어 보는 감흥에 취할 만한 책이다. 박완서 선생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그려진 유년의 풍경처럼,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수채화를 감상하는 독서였다. '무던이'와 같이 읽어보면 더 좋을 듯하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0-01-18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셨군요. 저도 이 책이 좋은 것을 읽기 전에는 몰랐어요. 고등학교 땐가 사촌 오빠 집에서 언니가 빌려 두었는데, 정말 눈길이 가지 않았었죠. 범우사에서 나온 책인데, 지금은 옷도 좀 더 예쁘게 갈아 입고 여러 출판사에서 출판도 되고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 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일찍 읽지 않은 것을 후회 할 정도로 좋았지만, 또 나이 지긋해서 읽어서 그 맛이 더 와 닿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도 했지요. 정말 좋은 책입니다.

순오기 2010-01-18 17:39   좋아요 0 | URL
전혜린씨 덕분에 우리가 이미륵을 알게 됐으니 다행이에요.^^
여기저기서 관련도서가 많이 나왔네요.

무해한모리군 2010-01-1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브이에서 하는 특집극을 보고, 얼마나 외로운 삶이었을까 몸서리가 쳐지던 기억이 나요.

순오기 2010-01-18 17:39   좋아요 0 | URL
2008년에 SBS에서 특집방송 했다는데 못 봤어요.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하늘바람 2010-01-18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던 책이어도 님이 쓰시면 다시 읽어 보고 싶어져요.

순오기 2010-01-18 17:40   좋아요 0 | URL
어머 정말요?^^

blanca 2010-01-1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순오기님 저 이 책 진짜 좋아하는데. 정말 읽다 보면 절로 미소가 빙그레 지어져요. 서당에서 한학 공부하던 얘기 어렴풋이 기억에 납니다. 경성의전 다니다 독일로 망명한 거군요.저는 이미륵샘이 하도 잘생겨서 독일에서 인기 진짜 좋았다는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나요^^ 순오기님 리뷰를 보니 다시 읽고 싶어져서 검색 들어갑니다.

순오기 2010-01-18 17:42   좋아요 0 | URL
독일에서 매력있는 동양인으로 사셨을 듯...하지만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어머니도 못 만나고 암으로 돌아가셨다니 너무 짠하네요.

같은하늘 2010-01-1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내용이 표지에서 느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군요.^^
순오기님이 가족에게 까투리에서의 한턱을 제안하셨다니 멋지십니다.
그런데 게임을 끊은 아드님은 안주가 먹고 싶은걸까요 생맥주가 먹고 싶은 걸까요?

순오기 2010-01-19 03:31   좋아요 0 | URL
아~표지는 뭔 내용일까 다른 상상을 유발시켰군요.^^
하하~ 분명 생맥주 때문일 듯... 500 사줄거야 1000 사줄거야~ 이러는 중이에요.ㅋㅋ

꿈꾸는섬 2010-01-1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압록강은 흐른다를 구하지 못해 제본해서 갖고 있어요. 옛 기억이 나네요.

순오기 2010-01-19 03:31   좋아요 0 | URL
복사본을 제본했다는 건가요?
이미륵을 소개해 준 전혜린에게 감사를!!^^

bookJourney 2010-01-19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마시고 가족이 나눈 대화, 너무 따듯한 풍경이에요.
순오기님 가족의 대화는 어떨지 궁금해요~ ^^

순오기 2010-01-19 06:05   좋아요 0 | URL
우리집 대화는 행사(?^^) 끝내면 올려볼게요.^^
 
<똘레랑스 포로젝트 1권, 2권, 8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모두를 위한 인권 선언문 - 인권 똘레랑스 프로젝트 8
안드레이 우사체프 지음, 이경아 옮김, 타티야나 코르메르 그림 / 꼬마이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러시아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똘레랑스 프로젝트 1015'는 10세에서 15세를 대상으로 만든 책이다. '사람들 사이에 관용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신과 다른 것은 무조건 미워하고 공격하는 현상을 사회가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소개하는 글 7쪽)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시리즈 8권으로 인권에 대한 이야기로 '작은이'를 등장시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러시아에서 만든 책이라 예를 든 사례가 좀 황당한 것도 있지만 시리즈 중에선 아이들이 제일 재밌게 읽고 좋아할 것 같다.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인권선언문은 포스트잇을 붙인 것처럼 편집해 알아보기 좋고, 내용 이해를 돕는 삽화도 예뻐서 책읽는 재미도 있다.  





초록사람 작은이는 정원을 가꾸는 일을 한다. 큰사람들의 무례와 횡포, 개발이란 명분하에 가하는 폭력 등 세상살이에 부딪히는 온갖 문제들이 등장한다. 작은이는 그런 일을 겪으며 뒤로 물러나거나 위축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 똑같은 가치와 권리가 있다는 걸 당당하게 외친다. '모두를 위한 인권선언문'에 명시된 사람의 권리와 의무를 알기 쉽게 풀어간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 투덜대며 불평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현대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지극히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에 이런 사소한 것도 들어 있구나, 새삼스럽게 깨닫는 것도 많았다. 책에 소개된 인권선언문 일부를 옮겨 본다.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난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가치와 권리가 있다.
아무도 남을 모욕하고, 멸시하고, 심하게 벌을 줄 권리는 없다.
누구나 좋은 근로 조건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업무 시간은 과도하게 길면 안 된다.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월급을 받아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에 따라 일을 하고 직업을 고를 권리가 있다.
누구나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
죄가 없는 사람을 감옥에 가둘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누구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누구나 재산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
또한 아무도 다른 사람의 재산을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밝힐 권리가 있다. 
누구나 믿고 시은 종교를 믿을 권리가 있다.
누구나 법정에서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며 모든 사람들을 보호해 준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살 권리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많은 일들이 인권선언문에 어긋난다는 것을 초등생도 알 수 있겠다. 용산철거민 사건으로 극명하게 드러난 개발논리에 밀려나는 도시 서민이나 평생 삶의 터전으로 일궈 온 농경지를 잃게 된 농민들, 생태계를 파괴하는 각종 개발사업들은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결코 자랑스런 국가라고 할 수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똘레랑스 포로젝트 1권, 2권, 8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내 가족과 다른 가족들 - 가족 똘레랑스 프로젝트 2
베라 티멘칙 지음, 이경아 옮김, 스베틀라나 필립포바 그림 / 꼬마이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시대가 변하면서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는 건 막을 수 없다. 내가 좋든 싫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시대적 흐름이다. 어쩌면 가족은 자신이 선택할 여지가 없는 불가항력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가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뒷담화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세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기획서로 읽힌다. 가족이란 제도와 형태에도 똘레랑스가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특히 나처럼 가족에 대해 보수적인 부모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사는 키릴은 카프카스에서 전학 온 다우트와 친구가 된다. 둘은 서로의 가정을 방문하면서 너무나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에 놀란다. 다우트 가족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고모까지 아홉이 함께 사는 대가족이다. 키릴은 재혼한 아빠와 새엄마 사이에 낳은 동생과 새엄마가 데려온 딸로 구성된 새가족과 연결되고, 결혼은 안했지만 사랑하는 남친 사이에 아기를 낳은 엄마 덕분에 동복형제인 쌍둥이 여동생까지 생겼다. 하지만 키릴의 부모는 이혼을 했음에도 그야말로 쿨하게 서로 왕래하며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다우트가 보기엔 콩가루집안이나 나름없지만, 모든 걸 본인의 판단에 따르는 사고방식과 문화에 충격을 받는다. 키릴은 다우트 집안의 정중함과 배려에 놀라면서 완전히 다른 가족형태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키릴과 다우트의 가정을 대비시켜 필요할 때마다 세계의 결혼제도나 가족에 대해 설명이 나온다. 이런 설명이 이야기의 중간에 뜬금없이 끼어 들어 흐름을 끊어야 하는지 영 거슬리는 편집이다. 삽화도 이야기의 흐름에 맞지 않는 장면이 툭 끼어들어 좀 황당했지만 이국적인 분위기는 잘 전한다. 중학생 딸은 그런 설명은 굳이 읽지 않고 이야기 중심의 독서를 했다고 한다. 이 책의 의도는 서로 다른 결혼제도와 가족형태를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똘레랑스'에 있는데, 그런 설명을 아예 읽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독서효과를 거두기 어렵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어제 우리가족은 1년에 한 번뿐인 레스토랑에서의 우아한 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나눈 대화가 이 책과 일맥상통하는 가족이야기였다. 이혼과 사별로 새혼가족이 늘어나면서 조금 복잡한 가족 구성원을 만나게 된다. 내 가정이 이런 형태가 아니라 해도, 우리 아이들이 만나게 될 배우자의 가정이 이런 형태일 수도 있다는 걸 접수해야 된다. 그런 가정이라서 절대 결혼할 수 없다고 자식의 가슴에 못을 박지 않으려면 미리 마음으로 준비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 딸은 가족에 대해 보수적인 엄마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었고, 그런 리포터를 내고 교수님께 '너무 보수적이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허수경의 싱글맘에 대해 '본인은 좋아서 선택한 인생이지만, 아이는 아빠를 가질 권리를 원천 봉쇄 당한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비판했었다. 꼭 자기 유전자를 가진 아이만을 요구하지 않고, 입양해 키웠다면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가 모성을 향한 인간본능을 통제하거나 비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동성애자들이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내 자녀들에겐 그런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가족에 대해서는 조금 보수적이도 된다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가족해체를 막고 보수적인 가정이 유지될 거라고 생각한다. 

키릴의 가족이 모든 걸 본인의 판단에 맡기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게 하는 것과, 강력한 부모의 간섭으로 인생 길을 조정하는 것이 좋고 나쁨은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자녀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부모의 욕망을 막을 수도 없지만, 시대에 따라 점차 부모의 욕망을 줄이고 자기 의지에 따르는 것이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렌지 1kg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사거리의 거북이 6
로젤린느 모렐 지음, 김동찬 옮김, 장은경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9년 여름 책따세 추천도서로 초등 고학년이면 읽을 수 있겠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엄마를 암으로 잃은 열세 살 알리스가, 죽음에서 삶을 발견하는 철학이 묻어나는 얇지만 무거운 책이다. 그러나 죽음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통곡과 절규는 없어서 그리 무겁게 읽히지는 않는다.  

세련되고 개성있는 완벽한 엄마는 암 진단을 받고도 밝게 생활하지만,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서서히 허물어져 간다. 그런 엄마를 지켜보는 알리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
"알리스, 돌아올 때 오렌지 사 오는 것 잊지 마!"  알리스는 엄마를 떠나 보내며 
"살아라, 내 딸아, 살아야 한다." 는 의미로 마법의 주문처럼 깨닫는다.  

아이가 보면 안 된다는 이웃 아주머니의 만류도 물리치고, 엄마가 숨을 거둔 마지막 모습을 알리스에게 보여주는 아빠. 영영 떠나보내기 전 작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건 나도 동의한다. 최대한 절제한 채 진행되다가 슬픔이 극대화 된 이 장면에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나는 엄마 방의 문턱을 넘었다. 순간 온몸이 뻣뻣해졌다. 엄마가, 엄마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가 더 이상 숨 쉬지 않았다. 엄마의 입술 사이로 숨 한 가닥도 빠져나오지 않았다. 얼음장 같은 두려움이 나를 덮쳤다. 현실에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엄마를 붙들고 싶었다. 다시 살아나라고 떼를 쓰고 싶었다. 나는 엄마를 사랑하니까, 그리고 엄마도 나를 사랑하니까. 엄마가 나늘 떠났다는 사실을, 정말로 떠나 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우리에게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를 안아 보았다. 한 자락의 생명도 남아 있지 않은 엄마의 몸을 바라보는 것은 견딜 수가 없었다.   
훨씬 나중에 그 무서운 장면을 목도하도록 한 아빠의 뜻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죽음의 얼굴을 본 것이다. 죽음은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51쪽)
 
   

엄마의 마지막 말 '행복했어요' 는 알리스가 힘들 때마다 따라다니며 버티는 힘이 되었다. 아빠는 집안 일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속수무책인 채, 열세 살 알리스가 모든 걸 감당한다. 아직 열세 살인 알리스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도 아빠는 모른다. 알리스는 소소한 일상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낀다. 친구들과 노느라 장보기를 깜박했을 때 골을 낸 아빠에게 알리스는 소리친다. 

"나를 아빠 마누라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빠 마누라가 할 일을 내가 대신하기를 바라는 거야. 내가 마누라 대신이냐고, 잘 봐, 아니야, 아니라고! 난 아빠 마누라가 아니야, 아빠 마누라는 죽었어. 알기나 해? 난 아빠 마누라가 아니라고." 

"내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걸까, 네 말이 옳다. 백변 옳아. 그게 그러니까, 너무 힘들구나. 그리고......." '엄마가 보고 싶구나. 너도 엄마가 보고 싶고, 우리는 엄마가 보고 싶어. 둘 모두에게 엄마가 필요해.' 아빠가 잇지 못한 마음 속의 말까지 알리스는 알아 듣는다. 

비로소 맞딱뜨리는 산자의 몫이 된 엄마의 죽음이다. 알리스와 아빠는 서로가 외롭고 힘들다는 걸 이해하고 의기투합하지만, 점차 둘이서만 앉는 식탁이 끔찍하고 무섭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어른도 쉽지 않다. 내 나이 마흔이 넘어 친정아버지와 시어머니가 암으로 가셨지만, 두 분을 보낼 때보다 보내고 나서 더 많이 힘들었다. 함께 했던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몸살을 앓듯 했지만 6~7년이 지난 지금은 무덤덤해졌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고 잊어야 살 수 있듯이, 엄마가 떠난 지 6개월이 지나 아빠의 외로움을 채워 줄 사랑이 시작된다. 알리스는 아빠의 사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엄마를 배신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다. 알리스와 아빠는 모순된 감정으로 혼란스럽지만, 엄마도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확신한다. 엄마를 배반하거나 추억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렌지 1킬로를 잊지 않고 사오는 것처럼 산사람의 삶은 계속돼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엄마의 죽음을 받아 들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듯 엄마가 없이 살아가는 삶도 힘겹다. 아빠와 알리스 두 사람에게 필요했던 엄마의 존재, 죽은 엄마가 할 수없는 그 자리를 산자가 대신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금술 좋게 살았던 사람일수록 배우자의 빈자리를 견디지 못하고 재혼하는 걸 주변에서 흔히 본다.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이 아내와 사별하고 금세 재혼했다고 많은 이들이 배신감 운운했지만, 그렇게 애틋한 아내를 보내고 혼자 살 수 없었던 시인을 나는 이해할 것 같았다.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홀로 남겨졌을 때, 새 사람과 새로운 인생을 시작 하는 게 절대 배신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