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레랑스 포로젝트 1권, 2권, 8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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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과 다른 가족들 - 가족 ㅣ 똘레랑스 프로젝트 2
베라 티멘칙 지음, 이경아 옮김, 스베틀라나 필립포바 그림 / 꼬마이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시대가 변하면서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는 건 막을 수 없다. 내가 좋든 싫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시대적 흐름이다. 어쩌면 가족은 자신이 선택할 여지가 없는 불가항력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가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뒷담화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세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기획서로 읽힌다. 가족이란 제도와 형태에도 똘레랑스가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특히 나처럼 가족에 대해 보수적인 부모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사는 키릴은 카프카스에서 전학 온 다우트와 친구가 된다. 둘은 서로의 가정을 방문하면서 너무나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에 놀란다. 다우트 가족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고모까지 아홉이 함께 사는 대가족이다. 키릴은 재혼한 아빠와 새엄마 사이에 낳은 동생과 새엄마가 데려온 딸로 구성된 새가족과 연결되고, 결혼은 안했지만 사랑하는 남친 사이에 아기를 낳은 엄마 덕분에 동복형제인 쌍둥이 여동생까지 생겼다. 하지만 키릴의 부모는 이혼을 했음에도 그야말로 쿨하게 서로 왕래하며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다우트가 보기엔 콩가루집안이나 나름없지만, 모든 걸 본인의 판단에 따르는 사고방식과 문화에 충격을 받는다. 키릴은 다우트 집안의 정중함과 배려에 놀라면서 완전히 다른 가족형태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키릴과 다우트의 가정을 대비시켜 필요할 때마다 세계의 결혼제도나 가족에 대해 설명이 나온다. 이런 설명이 이야기의 중간에 뜬금없이 끼어 들어 흐름을 끊어야 하는지 영 거슬리는 편집이다. 삽화도 이야기의 흐름에 맞지 않는 장면이 툭 끼어들어 좀 황당했지만 이국적인 분위기는 잘 전한다. 중학생 딸은 그런 설명은 굳이 읽지 않고 이야기 중심의 독서를 했다고 한다. 이 책의 의도는 서로 다른 결혼제도와 가족형태를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똘레랑스'에 있는데, 그런 설명을 아예 읽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독서효과를 거두기 어렵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어제 우리가족은 1년에 한 번뿐인 레스토랑에서의 우아한 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나눈 대화가 이 책과 일맥상통하는 가족이야기였다. 이혼과 사별로 새혼가족이 늘어나면서 조금 복잡한 가족 구성원을 만나게 된다. 내 가정이 이런 형태가 아니라 해도, 우리 아이들이 만나게 될 배우자의 가정이 이런 형태일 수도 있다는 걸 접수해야 된다. 그런 가정이라서 절대 결혼할 수 없다고 자식의 가슴에 못을 박지 않으려면 미리 마음으로 준비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 딸은 가족에 대해 보수적인 엄마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었고, 그런 리포터를 내고 교수님께 '너무 보수적이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허수경의 싱글맘에 대해 '본인은 좋아서 선택한 인생이지만, 아이는 아빠를 가질 권리를 원천 봉쇄 당한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비판했었다. 꼭 자기 유전자를 가진 아이만을 요구하지 않고, 입양해 키웠다면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가 모성을 향한 인간본능을 통제하거나 비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동성애자들이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내 자녀들에겐 그런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가족에 대해서는 조금 보수적이도 된다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가족해체를 막고 보수적인 가정이 유지될 거라고 생각한다.
키릴의 가족이 모든 걸 본인의 판단에 맡기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게 하는 것과, 강력한 부모의 간섭으로 인생 길을 조정하는 것이 좋고 나쁨은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자녀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부모의 욕망을 막을 수도 없지만, 시대에 따라 점차 부모의 욕망을 줄이고 자기 의지에 따르는 것이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