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의 왕국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그림책 6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김기석 그림, 이상교 엮음 / 안그라픽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1913년 103편의 연작시 <기탄잘리 Gitanjali>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동화책으로, 철저한 계급사회의 부당함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카드라는 친근한 소재로 풀어냈다. 유아책으로 분류됐지만 절대 유아책이 아닌 초등 저학년 이상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좋을 책이다.

왕실에서 쫓겨난 왕비가 아들 왕자와 바닷가에 살고 있었다. 왕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어머니의 곁을 떠나 모험을 시작한다. 그러나  폭풍을 만난 배는 부서지고 왕자와 친구들은 카드의 왕국에 도착한다. 카드의 왕국은 퀸과 킹, 잭, 열 끗부터 두 끗까지 철저히 계급에 따라 살아가는 나라였다. 

 

카드 왕국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왕자 일행을 보곤 눈이 휘둥그래졌다. 저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구나~ 놀란 그들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까? 왕자와 퀸은 서로 관심이 있고...

 

철저하게 계급에 따라 자리가 정해지고 행동까지 제한되었던 카드 왕국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자기 자리를 이탈해 왕의 자리에도 가고 퀸의 자리로 가기도 했다. 왕들은 무엄하다고 소리쳤지만, 이미 자유를 알아버린 그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왕자와 퀸은 축복 속에 결혼을 하고, 왕자는 그 나라를 다스렸다. 왜~ 퀸의 나라를 결혼한 왕자가 다스리지~ 이것도 남성우월주의? 요건 마음에 들지 않아 별 하나 감점이지만 나름대로 계급사회의 부당함과 자유의 소중함을 알려준 그림책이다.



현대사회는 경제수준에 따라 계급이 달라진다고 봐야 될 것 같다. 대한민국의 삼성왕국이 생각나는 건 나만의 감상일까? 신분과 계급이 평등한 민주주의 나라에서 경제력으로 불평등을 느낀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진짜 나일까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5
최유정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유정 작가와는 2007년 11월, 이금이 작가의 광주대 강연에서 만난 인연이라 반가운 이름이다. 제5회 푸른문학상 신인작가상 수상한 중편동화 '친구'로 안면을 텄는데, <나는 진짜 나일까>로 제6회 ‘푸른문학상’을 연거푸 수상하는 걸 보니 대단한 작가다 싶다.   

폭력 아빠에게 시달리면서 학교에선 폭력을 휘두르는 6학년 건주와, 전학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시우 이야기를 교차진술하는 방식이라 이금이 작가의 '유진과 유진'이 생각나게 했다. 나는 이런 교차진술에 매력을 느낀다. 주인공 한 사람에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두기와, 같은 사건을 다른 입장에서 조명하므로 독자에게 객관적 시각을 갖게 한다. 더구나 관찰자 입장이 아니라 화자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풀어가는 형식이라 감정이입이 잘된다.

신인작가의 이런 글쓰기는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최유정 작가는 잘 풀어내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도 힘이 있어 묵직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았다. 소재는 동화에서 자주 접하는 왕따와 가정폭력를 그렸지만, 해결책은 바람직한 상담교사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풀어 나갔다. 문제아로 찍힌 아이가 겪을 수밖에 없는 교사들의 편견과 개념없는 학부모(은찬이 엄마)의 오만과 무례는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있을 법한 일이라 공감이 됐다. 

우리가 흔히 하는 얘기로 '바람피운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이 바람피우고, 매맞고 자란 아들이 폭력을 휘두른다'는 말이 있다. 가정교육은 본대로 배운대로 한다는 실례이다. 작가도 이런 말에  동감하는지 폭력을 받고 자란 건주 아버지를, 부인과 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로 그렸다. 또한 아버지한테 폭력을 당하는 건주가 학교에선 아이들을 폭행하는 문제아로 만들었으니 악순환의 고리는 끊기 어려운 것일까? 내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를 종종 봐 왔는데 일종의 트라우마로 자기도 모르게 답습하는 것 같다.  
 
담임선생님의 편견에 자신을 변호할 기회도 없이 늘 불리한 입장이었던 건주가, 상담선생님의 관심으로 이해받고 자존감을 회복하며 마음을 열게 돼 다행이다. 시우는 은찬이와 어울리며 잘못인 줄 알면서도 용기 있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은찬이의 거짓과 그동안 건주를 괴롭힌 만행을 고백하며 시우는 용기를 되찾았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와 학생회장 선거 때 부패한 어른을 모방하는 행위, 교사의 편견과 내 자식만 감싸는 학부모의 부당한 처사는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학교에서 범생이로 인정받는 은찬이의 잘못된 행동은 부모의 왜곡된 사랑이 가져 온 결과다. 지나친 간섭으로 아이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빼앗는 어른들의 행동도 바람직한 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도록 이끌어 주며, 거짓이 만연한 세상에서 진정한 자기를 찾아내도록 지켜봐 주자. 

2007년 매주 월요일마다 인근 초등학교에 상담봉사를 다닌 적이 있다. 그 학교는 영세민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인데, 우리 구에서 발생하는 도난이나 폭력 사건의 80%를 차지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내가 상담했던 아이 중에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가 있었다. 보통 때는 잘하는데 술을 마시면 무조건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였다.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습관성이라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나 지역복지관에서도 손 써보려고 해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민만 하고 있었다. 아이는 약간의 장애가 있었고, 이런 환경에 위축되어 자신감이 결여된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전문상담가와 연결해주는 역할밖에 없었다.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습관적인 폭력은 개과천선 하지 않는 한 어려운 것 같다.ㅜ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은하늘 2009-09-0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긴한데 현실도 그런지...
책에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좋은 엄마도 많이 나오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것 같아서...^^ 선생님은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이~~~

순오기 2009-09-05 14:19   좋아요 0 | URL
좋은 엄마되기도 어렵고 좋은 선생님 되기는 더 어려울 듯...

꿈꾸는섬 2009-09-0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알던 아이들중 부모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을 종종 봤었어요. 그 아이들 정말 너무 안됐어요. 부모교육부터 제대로 해야할 것 같은데, 폭력은 또 폭력을 부르고.....아, 정말 마음이 아파요.

순오기 2009-09-05 14:21   좋아요 0 | URL
부모로부터 소외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ㅜㅜ
폭력의 대물림도 분명 있어요.
동네에서도 멋쟁이 엄마를 보면 아이들은 대충 입혀서 다니고...^^

프레이야 2009-09-0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로부터 소외된다는 게 상당히 심리적, 정서적인 부분과 관련되는 것 같아요.
한번도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사람,
그런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을 제대로 하기 어렵고
책임감 같은 걸 갖기도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나저나 오기언니 보고싶어요~~ 추천!

순오기 2009-09-05 14: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랑받아본 사람이 사랑도 할 줄 알지요.
하하~ 우리 대전에서 한번쯤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 대회 8월 31일까지
나는야 미생물 요리사 - 세계 발효 음식 이야기 과학과 친해지는 책 3
벼릿줄 지음, 이량덕 그림 / 창비 / 2008년 7월
장바구니담기


제1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 저학년 대상 도서다.
학교 아이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20권 다 구입했고, 저학년 도서 10권 중 열번째 리뷰다. 과학이나 수학 분야 책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혔고, 아이들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저학년 도서지만 1.2학년은 어려워했고 3학년 이상 고학년들이 즐겨봤다.

책 뒷표지에 이 책의 내용과 가치를 잘 표현했다.

빵은 왜 부풀어 오를까?
요구르트를 먹으면 배탈이 나지 않는데 왜 그럴까?
치즈의 예쁜 '눈'을 만드는 미생물은 무엇일까?
포도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낫토는 왜 살아 있는 음식이라 부르는 걸까?

빵, 요구르트, 치즈, 포도주, 낫토 등 발효 음식을 만드는 미생물들이, 음식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숨은 과학 이야기를 알 수 있다. 미생물들의 과학 이야기를 들으며 세계의 문화와 음식도 알게 된다.

빵이야기는 '말랑말랑 빵빵' 요구르트 이야기는 '새콤달콤 냠냠' 치즈이야기는 '미끌매끌 송송' 포도주 이야기는 '사알사알 쩝쩝' 낫토 이야기는 '끈적끈적 주욱 죽' 등 챕터 글제목이 재밌어 호기심이 절로 난다. 이런 음식이 생기게 된 배경과 변천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그림을 곁들여 보여 준다.

우리의 주인공 미생물들의 어려운 이름과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생김새를 친절하게 보여줘 편집도 짱이다.^^
효모는 영어로 이스트(yeast)라고 하는데 거품이란 뜻으로, 풍선처럼 타원형으로 혹이 쑥 불거져 나와 나뉘면서 번식한다고 한다. 빵, 맥주 포도주를 발효시키는 것은 빵효모로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에'라고 불린다. 사진에 보이는 녀석이다. 유산균이나 젖산균으로 불리는 막대 모양의 '락토바실루스'는 우유 속에 유당을 먹고 살며, 요구르트를 만드는 미생물이다. 치즈를 만드는 미생물은 '테르모필루스'로 고온에서 잘 자라는 균이란 뜻이다. 장 안에서 소화에 도움을 주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나쁜 세균을 막는 역할도 한단다. 포도알의 껍질에 붙어 있는 야생 효모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에'는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내놓아 알코올은 포도를 발효시키고 이산화탄소는 빵을 부풀린다고 한다.
일본에서 낫토균이라 불리는 '바실루스 서브틸리스'는 생명력이 강해 햇볕에 말려도 살고, 번식력도 강해서 몸에 해로운 균이 활동하는 걸 막아 준다. 낫토에 들어 있는 끈적끈적한 효소 '나토키나제'는 몸에 좋은 효소가 많단다.

설명이 끝나면 한 발짝 더 나가서 요리법과 각국의 발효 음식도 소개한다. 빵으로는 인도의 난, 독일의 슈톨렌, 이탈리아의 그리시니, 요구르트는 터키의 아이란, 인도의 다히, 이집트의 라반 자바디, 치즈는 프랑스의 카망베르, 인도의 파니르,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 등 이름도 모양도 낯선 이국 음식을 보는 재미도 좋다.

우리 청국장과 사촌이랄 수 있는 일본의 낫토, 일본여행에서 먹어 보니까 먹을만했지만 내 입엔 냄새 나도 우리 청국장이 맛나더라.^^
과학과 친해지는 책 시리즈 3권으로 '세계의 발효 음식'을 살펴보았고, 우리 발효음식을 알고 싶다면 시리즈 2권 '썩었다고? 아냐 아냐!'를 보면 된장, 청국장, 김치, 새우젓, 막걸리, 가자미식해, 식초에 얽힌 과학과 변천과정도 알 수 있다. 미생물이 직접 들려주는 발효 음식 이야기를 들으며 음식과 과학의 관계도 알고, 메치니코프와 파스퇴르 박사도 나와서 반가웠다.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런 기획서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6학년 아영이가 책을 읽고 마인드 맵으로 멋지게 정리했다. 발효 음식의 대표주자를 그림으로 잘 나타냈고, 어려운 미생물 이름을 콕 집어서 동그랗게 색깔로 처리한 센스가 돋보인다. 올리고 보니까 파스퇴르 박사의 이름을 잘 못 적었넹~ ㅋㅋ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탄남자 2009-08-3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고성 참다래마을을 찾아가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미생물 농법이란 말을 듣고 이런 말을 했었던게 떠오릅니다. ^^

“미생물이 어디 있어? 안보이네? 살아 있어?”

- 미생물은 인간 눈에 안보인다는 걸 몰랐을까요? 아니면 미생물까지 보는 초능력이 있었던걸까요?

관련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53125

마치 오래 전에, 멜라민 파동 때, 식품 첨가물 목록을 보고 하던 거랑 똑같은 일이었지요.

"뭐야 이거 멜라민이 없잖아!?"

- 실컷 설명했는데, 멜라민 들어가면 안된다고...

관련동영상: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SD&mid=tvh&sid1=129&sid2=5af&oid=052&aid=0000218819

같은하늘 2009-09-01 00:18   좋아요 0 | URL
헉... 초등1학년인 우리아이도 미생물 아는데...
이걸 보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

순오기 2009-09-04 08:42   좋아요 0 | URL
정말 이양반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정말 무개념이라고 밖에...ㅜㅜ
좋은 정보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같은하늘 2009-09-0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봤는데 초등1학년 우리아이가 보기에는 조금 어려울듯 하더군요...
그래도 우리아이 재미나게 아주 잘 보고 사달라고 하더라구요...
함께 읽으며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에하며 발음이 꼬여서 웃던 생각이 나네요.^^
오~~ 그리고 마지막에 마인드맵은 정말 멋진걸요~~~

순오기 2009-09-04 08:45   좋아요 0 | URL
미생물 이름이 어렵긴 하죠~ 아이들도 꼬이는 발음을 재밌어했어요.ㅋㅋ
마인드맵 한 아이는 1학년 10월에 시작해 6학년 졸업때까지 다닌대요~ 개교와 더불어 지금까지 긴 인연이지요. 이번엔 과제물로 종합상 받는대요.^^
 
동생을 찾으러 보물창고 북스쿨 4
방정환 지음, 임수진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쓰신  방정환(1899-1931)선생님은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고, 1922년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 기념으로 '어린이날'을 제정. 선포해서 지금의 어린이날을 있게 하신 분이다. 아동문학잡지 '어린이'를 발간하고 아동문화단체인 '색동회'를 조직해서 아동문학가를 키우며 본인도 동화를 많이 썼으며, 어린이 문화운동가.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사상가이기도 하다. 19세에 손병희 선생의 따님과 결혼했으며, 3·1만세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선언문을 배포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고문을 받고 1주일만에 석방된 적이 있다. 나라와 어린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셔야 했는데, 33세에 돌아가셔서 정말 안타깝다. 

<동생을 찾으러>는 방정환 선생님이 쓴 중편 탐정소설로 장편 '칠칠단의 비밀'과 더불어 사랑받는 작품이다. 1925년 잡지<어린이>에 연재했던 작품을 보물창고에서 3.4학년 눈높이에 맞춘 책으로 냈다. 방정환 선생님에 대해서 배우고 탐정소설의 재미를 듬뿍 맛볼 수 있다. 맨 뒤에는 함께 생각할 논제 일곱가지를 제시해 꼼꼼히 읽고 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시대적 배경을 알아두자.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 겪은 고통을 생각하고, 나라를 빼앗긴 우리 어린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작품이라는 걸 알면 좋겠다. 당시 어린이를 위한 변변한 작품이 없을 때, 이 작품을 발표하여 굉장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리라 짐작된다. 청국사람들에게 잡혀 간 동생 순희를 기어이 찾아내는 창호는 어린이들이 박수 치며 환호할만한 주인공이다. 독자들도 창호가 된 듯이 손에 땀을 쥐고 마음 졸이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방정환 선생님은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책 속에서도 해설자처럼 등장하면서 독자를 쥐락펴락 하신다.  

어른들이 보기엔 우연이 겹치고 어려움을 척척 해결해내는 상황이 객관적인 공감을 얻기는 어렵지만 불의와 맞서 싸우는 그 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나라를 빼앗긴 것을 동생을 빼앗긴 것에 비유해, 되찾기 위해선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한다는 것을 어린이에게 심어주는 작품이다. 단순한 탐정소설이 아니라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해 방정환선생님이 치밀하게 빚어낸 작품이다. 어른들은 유년의 추억을 되살리며 다시 읽어도 좋겠고, 이 책을 읽은 후엔 장편 '칠칠단의 비밀'을 꼭 읽어보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라 마시는 북극곰 - 제5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초록연필의 시 6
신형건 글,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나가는 치과의사였던 신형건 시인은 치과병원을 접고 출판사를 차린지도 10년 세월이 훌쩍 지났다던가... 어린이와 청소년 도서를 내는 푸른책들의 대표로, 2008년엔 울산시에서 주는 '서덕출시인상'을 받았다. 1984년 '새벗어린이'에 이금이 작가와 같이 등단한 인연으로 25년째 우정을 나눈다고 한다.  

초등고학년이면 교과서에서 신형건 시인의 시를 만날 수 있다. 4학년 1학기 말.듣.쓰기에는 '거인들이 사는 나라' 5학년 2학기 읽기에는 '시간여행'이  5학년 2학기 말.듣.쓰기에는 '발톱' 이 실렸고, 6학년 2학기 읽기에 '그림자'6학년 2학기 말.듣.쓰기에 '넌 바보다'까지 다섯 편이나 실렸다. 이 시집은 여섯번째 시집으로 시인은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며, 시를 쓰고 또 써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가슴에서 새로운 시가 샘솟기를 소망한다.  

이금이작가는 '아이가 되어 쓴 동시'라는 제목으로 독자에게 신형건 시인과 시집을 소개한다. 제1부-우리를 비추는 거울같은 시, 제2부-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살아야 함을 일러 주는 시, 제3부-온몸의 감각을 일깨워 주는 시로 나누어 조목조목 칭찬했다. 역시 두 분의 찐한 우정이 느껴진다.  애정어린 해설을 해주셔서 어줍잖은 독자의 서평을 덧붙이기가 송구하니 직접 시를 감상하시라 안내만 하련다.^^

 

콜라 마시는 북극곰

엄마북극곰이 
서로 몸을 감싸고 잠든
아기곰 형제를 살살 흔들어 깨우더니
아빠북극곰이 가져온 병을 내밀었어.
아기곰 형제는 그 병을 보더니 반짝! 눈을
더 크게 번쩍! 뜨고는 좋아라 받아 마셨지.
- 야, 콜라다! 정말 맛있다!
.
중략
.

하지만 북극곰들은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하고는 달콤쌉쌀한
콜라 몇 병을 모델료로 챙긴 대가로
그만, 콜라 중독이 되고 말았대..
.
중략
.
만날 콜라만 찾으며 칭얼거리던 아기곰 형제는
엄마곰과 아빠곰이 주워다 준 콜라를
홀짝홀짝 마시더니 결국, 이가 다 썩고 말았대.
북극곰을 치료해 주는 치과가 없으니
아기곰 형제는 이젠 이가 아프다고 앙앙 울고
그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자니
엄마곰과 아빠곰도 눈물이 철철 날 수밖에.
요즘 북극의 빙산이 자꾸자꾸 녹는 까닭은
바로,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한 북그곡 가족의
슬프디 슬픈 사연 때문이래.
온 입을 콜라로 적시고, 온몸을 코라로 적시고,
온 지구마저 콜라 거픔으로 흠뻑 적시려는
사람들의 뜨거운 욕심 때문에
북극의 커다란 눈도 질금질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래.

 

표제작처럼 환경문제를 고발하는 시도 있지만,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 시를 보고 듣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시도 많다. 시인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에게 주는 시집이라는데, 시를 읽고 나면 나도 같은 마음이 된다.  

이 시집은 넉넉하고 재치있는 그림도 한몫 한다. 대개의 동시집 삽화가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데 비해 전면을 차지한 그림이 많다. 줄무늬 셔츠 아이와 짝으로 등장하는 곰돌이(?) 캐릭터가 웃음을 유발한다. 애석하게도 우리 디카가 어제부터 컴퓨터로 사진 전송이 안돼서 찍어두고도 못 올린다. 왜 그런지... 해결되면 사진을 추가로 올려야겠다.ㅜㅜ 

안아 주기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느티나무나
그윽한 솔향기를 풍기는
소나무에게 

문득, 고맙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꼭 껴안아 주는 거야. 

신형건 시인의 시집을 네 권째 읽었는데 내 느낌은 위에 시처럼 '그냥 꼭 껴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른이 아이의 마음과 눈으로 순수하고 예쁜, 혹은 날카로운 세상보기를 시로 읊어내는 시인이 고맙기 때문에....^ㅇ^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샘 2009-08-1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요즘... 다시 아이가 되고 싶다... 이런 생각 많이 합니다.
정말 아이가 되면 실컷 책을 읽고 싶어요. ㅠㅜ

순오기 2009-08-12 22:26   좋아요 0 | URL
하하~ 아이가 되면 실컷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글샘님은 지금도 엄청 읽으시면서...

행복희망꿈 2009-08-12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동시집 읽었는데요. 정말 동시를 읽고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것 같아요.

순오기 2009-08-12 22:27   좋아요 0 | URL
시인들은 참 존경스러워요~ 어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표현을 찾아내는지...

같은하늘 2009-08-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거 보고싶었는데...
TV에서 콜라를 열심히 마시던 곰이 생각나요...
4살 먹은 둘째가 콜라를 사주지도 않았는데 "콜라~~"
노래를 부르는거보면 성공한 작전 같아요...ㅜㅜ

순오기 2009-08-14 05:36   좋아요 0 | URL
나는 TV를 잘 안보니까 저 광고도 못 본 거 같아요.
인간이 동물에게 주는 먹을거리도 일종의 폭력일 수 있지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