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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ㅣ 두레아이들 그림책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은정 옮김, 최수연 그림 / 두레아이들 / 2009년 12월
두레아이들에서 나온 톨스토이 그림책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두 권이다. 내게 두레아이들 그림책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으로 친숙하다. 이 책은 초등 1~2학년으로 분류됐지만, 두레그림책 시리즈는 오히려 고학년을 위한 책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이야기를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독서 후 충분한 토론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톨스토이가 젊은 날 방탕하게 살다가 쉰 살이 되어서 회심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작품은 지극히 교훈적이고, 그의 문학은 오락(쾌락)보다는 공리주의 작품으로 분류된다. 이 작품도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인생목표를 수정하기에 좋을 책이다.
구두장이 마틴은 지하 골방에서 산다고 나오지만, 우리식으로 이해하면 반지하 방이다. 그래서 창문으로 보이는 건 사람들의 다리와 신발이다. 사람들의 신발만 보고도 누구인지 알 수 있다니 직업의식이 대단한 사람인 듯.^^ 톨스토이가 구두장이 마틴을 지하방에서 사람들의 발만 볼 수 있게 한 것은, 높은 자리에 군림하며 굽어보는 것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이웃을 돌아 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 책 그림은 위에서 내려본 형태라 인체 비율이 부조화스럽고, 잘 못 그린 그림처럼 느껴진다. 신이 위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면 이렇게 보일까?
마틴은 좋은 사람이었는데 아내와 아들을 잃고는 신을 원망하며 절망에 빠진다. 하필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가! 사람은 대체로 안 좋은 일이 닥치면 신에게 불평하며 절망하기 쉽다.
마틴은 절망에 빠져 죽게 해 달라는 소원만 빈다. 하지만 마틴을 찾아 온 순례자 노인은, 신이 하시는 일을 판단해서는 안되고, 자신의 기쁨만 위해 살지 말고 신을 위해서 살라고 조언한다. 신을 위해서 사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스도가 몸소 보여 줬다는 걸 일깨워준다.
마틴은 술마시고 쓸데없이 남을 흉보던 삶을 바꾸어, 날마다 성경을 읽으며 묵상한다. 마틴은 성경 말씀을 삶에 비추며 자신도 외식적인 바리새인과 같았음을 깨닫는다.
"마틴, 내일 거리를 내다보거라. 내가 갈 것이다."
꿈 속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은 마틴은, 그 분이 오시면 접대하기 위해 종일 창밖을 내다 본다. 그 분이 언제 오실까 기다리면서...
하루 종일 창밖을 내다 본 마틴은 끝내 그 분을 만나지 못한다. 단지 그의 눈에 띈 청소하는 스테파니츠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고,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여인에게 따뜻한 스프와 빵을 대접하고, 아기에게 먹일 우유를 살 돈과 외투를 주었다. 마지막엔 사과를 훔친 소년과 노파를 도왔을 뿐...
"내가 굶주릴 때 너희는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라 할 때 너희는 나에게 마실 물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가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마태복음 25장)
보잘 것없는 가난한 이웃으로 찾아 오신 그 분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임재한다는 걸 깨닫게 한다. 우리가 섬겨야 할 이웃이 누구인지, 사랑이 있는 곳이면 높고 낮음을 구별하지 않는 신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