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머니 1 밀리언셀러 클럽 130
옌스 라피두스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복지국가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나라 스웨덴. 작가는 그 나라의 이면을 아주 신랄하게 파헤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코카인과 욕망에 자신을 내던진 세 명의 남자다. 이야기는 그들을 따라가면서 서로 교차하고 엇갈리고 서로 다른 욕망을 풀어낸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아주 현실적으로 다룬다. 살인과 폭력은 최대한 절제되고 돈에 대한 욕망은 거침없이 드러난다. 그리고 복지국가 이면에 있는 거대한 신분 격차와 타락은 그곳도 우리와 다름없는 사회임을 보여준다. 현직 형사 전문 변호사가 보여주는 암흑세계는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거부감이 생길 정도다.

 

모든 이야기는 세 남자 중심이다. 마약상인 호르헤. 그는 구 유고 연방의 세르비아 출신 갱들에 의해 감옥에 간다. 감옥은 범죄자에게 좋은 학교다. 그곳에서 그는 코카인 등에 대해 전문가가 된다. 그리고 기발한 생각으로 탈옥한다. 그의 탈옥을 보면서 화려한 복수를 기대했다. 하지만 작가는 액션과 폭력으로 가득한 복수 대신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언제 다시 경찰에 잡혀 감옥으로 들어갈 줄 모른다는 공포다. 그렇다고 그의 증오심이 사그라지거나 복수가 멈추지는 않는다. 한 번의 실패는 있지만 그 다음 번 준비는 더 철저하다. 그가 어떻게 복수를 준비하고 실천하는지 보는 것은 많은 재미 중 하나다.

 

JW. 그는 대학생이다. 상류층 학생들과 어울린다.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친구들의 생활수준을 결코 따라갈 수 없다. 상류 사회에 대한 그의 열망은 대단하다. 그들과 보내는 하룻밤을 위해 엄청난 절약을 한다. 그러나 돈은 늘 부족하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온다. 코카인 판매상인 압둘카림이다. 상류 사회 시장을 개척하려는 압둘카림과 늘 돈 부족에 시달린 JW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언제나 마약은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 많은 돈을 벌수록 JW의 돈에 대한 욕망은 거대해진다. 중고와 가짜의 자리를 신상품이 차지하고 점점 거대해진 욕망은 그 끝을 향해 달려간다.

 

므라도. 세르비아 출신 갱이다. 그의 전문분야는 폭력과 휴대품 보관소 사업이다. 휴대품 보관소는 현금이 오가고 세금 신고도 없는 알짜배기 사업 중 하나다. 이 사업은 세리비아 갱단의 두목 라도반의 휘하에 있다. 라도반은 그와 함께 유고 내전을 경험한 동료이자 욕소비치라는 거물 갱의 부하였다. 하지만 상황이 그를 라도반의 부하로 만든다. 쉽게 인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의 활약을 보면 단순히 폭력만 휘두르는 갱이 아니다. 탈옥한 호르헤가 그를 협박했을 때 보여준 행동이나 경찰의 폭력조직 진압 작전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탁월한 전술가의 모습이 보인다. 세 명 중 유일하게 폭력적이고 진짜 암흑세계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 한 여자의 납치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이 장면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녀가 JW의 실종된 누나라는 것도, 그녀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도. JW가 카밀라 누나를 찾는다. 그녀의 흔적을 따라가지만 어느 순간 끊어진다. 첫 부분에 누나가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본 독자들은 그녀의 현재를 두렵게 바라본다. 여기에 또 한 명이 누나를 그리워한다. 호르헤다. 그에게 가족 특히 누나는 중요한 존재다. 탈옥한 그를 쫓아온 므라도가 누나에게 보여준 폭력의 흔적은 그를 분노하게 만든다. 재미난 것은 므라도가 딸 양육권 때문에 전처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강렬한 폭력배도 피붙이 앞에서는 약해지는 모양이다.

 

세 남자는 돈에 대한 욕망과 가족에 대한 애정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호르헤와 JW는 누나, 므라도는 딸. 각각 다른 길을 가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서서히 겹쳐지는 부분이 나온다. 사실 이 부분이 강렬해야 하는데 조금 약하다. 전체적으로 스웨덴 암흑가의 풍경을 잘 설명해준 것에 비해 오락적인 강렬함이 약한 것이다. 복지국가 이면에 숨겨진 인종차별과 돈을 둘러싼 폭력과 살인 등은 스웨덴에 대한 환상을 깨기 충분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화려한 밤문화가 일부고 JW의 부모 같은 분들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폭력배의 세계가 마약 등으로 일반 사회로 점점 침입하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특별한 활약도 하지 않는 것 같은 경찰조직이 중간중간에 힘을 발휘하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조금 건조한 듯한 이야기지만 읽을 때보다 다 읽은 지금 더 많은 느낌과 생각이 가슴으로 머릿속으로 파고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