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망아지.불만의 겨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존 스타인벡 지음, 이진.이성은 옮김, 김욱동 해설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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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하면 내용도 잘 모르면서 신나게 읽은 <분노의 포도>와 <에덴의 동쪽>가 먼저 떠오른다. 이 두 작품이 그의 대표적인 대작인데 굉장히 몰입해서 읽은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 이 작품들에 대한 기억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그 후 몇 작품을 더 읽었는데 소설에 대한 전반적인 취향이 바뀐 후에도 여전히 몰입이 잘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도 쉽게 생각했다. 하루 이틀이면 가능할 것으로. 약속과 산만해진 마음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역시 나의 입맛에는 잘 맞았고, 성장소설인 <붉은 망아지>보다 <불만의 겨울>이 더 흥미로웠다.

 

<붉은 망아지>를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니 예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인 상태다. 이번에 그의 마지막 소설과 함께 묶어져 출간되었는데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반가운 일이다. 한 권으로 두 편의 소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만의 겨울>도 역시 출간되어 있다. 하지만 단 한 편의 서평을 보니 번역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이 책은 아직 절판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좋은 소설이 절판되지 않고 새롭게 번역되어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누구나 하는 말처럼 번역하는 시대의 문장과 생각이 번역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중편 분량인 <붉은 망아지>는 목장 일꾼 빌리 벅에서 주인공인 조디에게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첫 장면의 인상이 소년의 등장으로 바뀐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조디가 주인공일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망아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중심이 옮겨간다. 조디의 심리가 더 세밀하게 묘사된다. 이 심리 묘사는 조디의 감정을 통해 잘 드러나는데 기대와 흥분과 두려움과 불안 과 슬픔과 그리움 등이 섞여서 나타난다.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이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조금씩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또 각 장의 이야기는 성장의 관문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파이사노 영감 지타노가 갑작스럽게 사라진 것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왜 그랬을까?

 

<불만의 겨울>은 몰락한 가문의 후손 이선의 심리를 아주 역동적이면서도 세밀하게 다룬다. 동시에 이선이 살고 있는 읍의 문제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처음 이선과 아내 메리의 대화가 나왔을 때만 해도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이선의 농담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만난 은행원과의 대화나 그의 행동도 역시 산만한 느낌을 주었다. 그가 만난 사람이나 그를 유혹하기 위해 온 판매원을 대하는 행동 등을 볼 때 너무 정직했다. 약간 따분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더 나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선의 내면이 드러났다. 이때도 역시 설마하고 생각했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실천으로 옮겨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몰락한 가문의 후예. 재산도 없고 미래도 불안하다. 은행장은 아내의 유산을 예금으로 묶어두지 말고 투자하라고 유혹한다. 그의 아버지가 투자로 그 많던 재산을 날려버린 것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고민은 깊어진다. 가문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불가능하다. 냉소적인 지식인인 이선은 비열한 방법을 계획한다. 이탈리아인 가게 주인 마룰로의 불법체류를 신고하고, 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땅을 빼앗는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은행마저 털려고 한다. 한 번 뒤틀린 감정과 욕망은 다른 사람에게 정직하다는 인상을 남겨준 그의 도덕과 윤리를 심하게 뒤흔든다.

 

이선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려고 하거나 한 것을 읽을 때 한 편의 멋진 심리 스릴러를 읽는 듯했다. 욕망과 도덕심이 충돌하고, 아이들은 물질적 욕망을 순수하게 그대로 드러낸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욕망이 바탕에 흐르면서 사회문제를 조용히 나타낸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행해졌던 일들이다. 이런 모든 문제들에서 가장 순수하고 정직하게만 보였던 그가 가장 추악한 욕망을 숨긴 채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역설이기도 하다. 이것이 또 그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란 점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잘못과 부패 등이 이것을 변명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마지막에 진실과 도덕심이 욕망의 탑을 무너트리는 과정은 순식간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희망의 끈은 존재한다.

 

“여자들이 정말 어렸을 때부터 세밀한 관찰을 통해 자신들이 직감이라고 부르는 것의 기초를 쌓는다는 것을 알았다.”(269쪽)고 했을 때 이 통찰이 단순히 여자들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이선을 통해 들어다보는 삶의 순간들이나 욕망 등도 바로 이런 세밀한 관찰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가 욕망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세운 세밀한 계획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읽는 내내 이선의 불안한 감정들이 가슴속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이 감정들이 나의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마음 한자락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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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
수잔 최 지음, 박현주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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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가 일품인 소설이다. 읽는 내내 리 교수의 솔직한 감정과 심리 변화에 놀랐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회고록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동료 교수에게 온 폭탄의 폭발이다. 이 폭발이 잊고 있었던 혹은 잊고자 했던 과거와 현재의 삶을 심장과 머릿속에서 터트렸다. 작가는 이 과정을 아주 세밀하면서도 치밀하게 풀어낸다.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놓치는 부분이 많다. 가끔 리 교수의 심리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결론이 나올 때 혹시 하는 마음이 든다.

 

처음에 리 교수의 정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분명히 한국인인데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그가 한국에서 와 학위를 딴 후 교수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것이 알려지기 전까지 피부색에 대한 묘사도, 인종에 대한 설명도 없다. 의도적인 연출인데 이것이 뒤로 가면서 그가 겪게 되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류라는 것으로 묶을 수 있지만 현실에서 이 피부색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에서 그런 설명이 빠진 것은 역설적이다.

 

요주의 인물이란 설명이 나중에 나온다. 용의자 대신 사용한 단어다. 이 단어는 언론을 통해 발표되어지는 순간 용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변하게 된다. 폭탄이 터진 후 리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용기 있는 지식인이 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것은 자신의 의도와 감정에 몰입하면서 몇 가지를 속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FBI가 그를 주목한다. 그가 숨긴 것은 그의 아내 에일린과 그녀의 전남편 게이더에 대한 것이다. 사건 후 그에게 온 한 통의 편지를 그는 게이더가 보낸 것으로 생각한다. 답장을 보내지만 반송된다. 리 교수가 생각한 폭탄테러범의 정체는 바로 게이더다. 이 사실은 그가 FBI에게 숨긴 것이다. 그의 과거를 밝혀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의 현재를 설명하고 묘사한 장면들을 보면 황량하다. 누구보다 미국인처럼 살아가는 것 같은 그의 삶은 비어있다. 두 번의 결혼이 남긴 흔적은 유물처럼 집에 남아 있다. 유일한 딸은 자신의 삶을 찾아 어딘가로 떠났고 제대로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일상의 반복은 외로움과 회고로 가득하다. 이야기는 과거 속으로 빠져들고 그 속에서 과거의 그를 만나게 된다. 미국 대학에 와서 결혼 전 친구처럼 지냈던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들에 대한 개인 감상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독실한 선교를 꿈꾸는 게이더와 그의 아내 에일린이 나오면서 변화가 생긴다. 에일린과의 불륜, 그녀의 임신, 출산과 아빠인 게이더에게 빼앗긴 아들. 이 격렬한 감정의 변화 속에 리가 보여준 행동은 냉정하고 이기적이고 위선적이다. 어쩌면 이때부터 에일린과의 관계에 틈이 생긴 것인지 모른다.

 

그의 첫 결혼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반면에 두 번째 결혼은 거의 설명이 없다. 일본 여자였다는 것과 그와의 결혼 생활을 힘들어했고 영주권이 나오자 떠났다는 것 정도다. 길지 않은 결혼 생활이었고 그의 삶에 끼친 영향이 별로 없었다. 현재 그의 삶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내는데 중요한 인물이 아닌 것이다. 이 소설이 미스터리로 분류된다면 역시 가장 먼저 폭탄을 보낸 인물이 누군가일 것이다. 그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게이더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먼저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누구? 단서가 전혀 예상 외의 곳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금방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중반 이후 그 사실을 깨달았다.

 

폭탄범이 누군지 하는 것과 함께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그것은 리의 마음이자 숨겨져 있던 과거다. 그의 솔직한 속내가 용기와 더불어 드러나면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결혼의 실패 원인을 인정한다. 동시에 그의 삶 한 곳을 지배했던 망령에서 벗어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하나의 사건을 통해 한 노교수를 성장하게 만드는 성장소설이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수많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의 해설에서 모티브가 된 폭탄테러범 유나바머, 테오도어 카잔스키 사건을 언급한 것도 또 하나의 해석이다. 지금까지 사놓고 그냥 놓아두기만 한 그녀의 다른 소설들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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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1
스테파니 배런 지음, 이경아 옮김 / 두드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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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역사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스터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나온 것만 봐도 단테, 마키아벨리, 프로이트 등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기본 조사가 충실하지 않으면 허술한 전개와 설정으로 이어지면서 황당한 이야기로 변한다. 물론 잘 쓴다면 재미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 가능성은 엄청 낮다. 그런데 이번에는 19세기 영국 여성 소설가 제인 오스틴을 탐정역으로 내세웠다. 얼마 전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바꾼 소설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조금 충격이 약하다. 뭐 출간 순서를 생각하면 이 소설이 먼저 나왔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낸다. 작가는 제인 오스틴이 살던 시대의 세부 묘사를 충실히 재현한다. 물론 실제 있었던 사건을 엮어서 미스터리로 만든 것은 아니다. 단지 그녀가 살던 시대와 인물들을 빌려와 장르에 맞게 바꿨다. 이 과정에 시대적 한계를 일반적으로 그대로 적용한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법률적 사회적 한계를 알려주고, 그 속에서 정보를 얻고 추리를 펼친다. 현대 미스터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조금 답답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차분하게 19세기 초 영국 소설을 통해 미스터리를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탁월한 선택이다.

 

26살. 제인 오스틴은 해리스 빅 위더의 청혼을 거절한다. 도망치듯 스카그레이브 대저택을 방문한다. 최근에 결혼한 스카그레이브 백작 부인 이소벨 페인의 초대로 왔다. 축하 무도회는 성대하게 펼쳐진다. 이 무도회에서 스카그레이브 백작의 조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그가 죽으면 백작의 작위를 물려받을 사람들이다. 그들은 현재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거나 성직자가 되고 싶거나 군 장교로 살고 있다.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 이들은 백작이 갑작스럽게 죽는 순간 모두 용의자로 변한다. 처음에 백작의 죽음은 병사처럼 보였다. 이소벨에게 이상한 편지가 오고 편지 보낸 하녀가 죽기 전까지.

 

백작이 죽은 것을 조카 피츠로이 페인과 아내 이소벨의 공모라고 주장하는 하녀가 있다. 그녀는 편지로 이 둘이 공모해서 백작을 죽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소벨과 함께 바베이도스에서 왔다. 왜 이런 편지를 쓴 것일까? 당연히 이 여자 뒤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굴까? 이 소설의 추리 핵심은 그녀 뒤에 있는 누군가를 찾는 것이다. 제인을 통해 사건을 조사하는데 그 과정에 가장 유력했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와 의심이 하나씩 사라진다. 정보가 새롭게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한다. 그러다가 이 모든 의심을 불씨를 던진 하녀 마르게리트가 살해된다. 이 시체를 제일 먼저 발견한 인물은 불행히도 제인 오스틴이다. 그녀가 발견한 증거는 모두 이소벨과 피츠로이 페인에게 불리한 것들이다.

 

가장 의지하던 남편이 죽은 후 살인자 취급을 당하는 이소벨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인물은 제인이다. 그녀에게는 이제 하나의 임무가 주어진다. 친구 이소벨을 구하라는 것이다. 치안판사가 아버지 친구인 윌리엄이지만 이것만으로 살인 사건을 묻어버릴 수는 없다. 하녀의 편지와 제인이 발견한 증거물과 집에서 발견된 또 다른 증거물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이소벨과 피츠로이를 가리킨다. 이들을 구하기 위한 탐정 제인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귀족인 이들의 재판을 위해 왕실 법정까지 열린다. 런던으로 옮긴 후 또 다른 정보를 얻게 되고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된다.

 

중반까지 미스터리 분위기보다 오히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그 시대 속에 풀어낸 느낌이 더 강했다. 그녀와 그녀 작품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은근한 로맨스와 엇갈린 사랑 등이 펼쳐지고, 절제된 감정과 심리 묘사가 표현된다. 사랑보다 조건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과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식들의 대립은 여전히 강하다.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제인을 통해 알려줄 때 이 시대 젊은이들이 겹쳐보인다. 개인적으로 미스터리를 뺀다고 해도 재미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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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파맨이 간다 - 제7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황규원 지음 / 노블마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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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 작품이다. 표지만 놓고 보면 참 촌스럽다. 이 촌스러움도 옴파맨으로 가면 더 심해진다. 물론 여기에는 나의 오독이 큰 힘을 발휘했다. 장미하관이 부른 <오빠라고 불러다오>의 이미지가 겹친 것이다. 찬찬히 읽으면 옴파맨이 잘 보이는데.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변두리 인생의 SF 활극이란 소개는 그 흔한 맨들 중 한 명으로 다가왔다. 수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처럼 옴파맨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각성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판타지 장르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서 읽은 이 소설은 조금 혹은 아주 많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옴파맨이 무엇인지 말하기 전에 주인공 장호준의 일상이 나온다. 조그만 IT회사에 평범한 실력을 가진 회사원이다. 이때 세상을 뒤흔드는 카멜레온 바이러스가 나타난다. 코드 분석이 전혀 되지 않아 백신을 만들지 못한다. 평범한 실력의 장호준이 백신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진다. 꿈속에서 악어의 도움을 받아 바이러스 백신을 만든 것이다. 세상의 날고 긴다는 전문가들이 못한 일이다. 엄청난 일을 해내었지만 회사는 이것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켕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장호준의 일상을 깨트리고 모험 활극 속으로 몰아넣는 일이 생긴다.

 

장호준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경찰청의 사이버수사대를 사칭한다. 처음에는 조폭 생활하다 도망간 동생이 속했던 조직 상조회를 의심했다. 그런데 두 팀이 등장하면서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를 강탈하려는 두 조직 사이로 도망간다. 숨지만 그들은 그를 금방 찾아낸다. 이때부터 그의 모험 활극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소박한 샐러리맨이 잡히지 않기 위해 옥상을 뛰어넘고 도로를 달린다. 그러다 매연을 심하게 풍기는 한 스쿠터맨의 도움으로 달아난다. 우연이 두 번 연속으로 겹치면 인연이다. 이 인연으로 그는 두 조직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리고 왜 그를 납치하려고 하는지도.

 

스쿠터맨을 통해 인류의 역사는 새롭게 구성된다. 알파와 오메가라는 두 단체가 나오고, 이 사이에 수퍼옴파를 가진 옴파맨들이 누구였는지 알려준다. 가까이는 히틀러, 좀더 가서는 징키스칸이다. 물론 조용히 사라진 수퍼옴파도 있다. 수퍼옴파를 가진 사람이 자신들의 조직을 위해 힘을 쓰면 힘의 추가 기울게 된다. 알파와 오메가가 그를 납치하려는 이유다. 알파와 오메가들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으로 지금까지 세상을 암암리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체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사람의 형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런 놀라운 사실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평범한 시민의 평범한 소원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잠재능력 때문에 깨진다. 능력을 각성하기 위해 게임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이 와중에 세계를 지배하는 두 세력에 대한 설명과 그 존재들의 역사가 흘러나온다. 그 흔한 음모론보다 거대한 설계다. 하지만 이 설정이 문학 소설가의 상상력이 갇혀 있다. 마구 뻗어나가지도 못하고 억눌려 있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앞으로 나가야 하는 시점에 소설가의 시선으로 살짝 숨을 고른다. 개인적으로 빠르고 재미있게 읽은 와중에 어딘가에서 막힌 느낌이다. 마지막 장면은 옴파맨의 탄생을 보여주는 듯한 설정인데 너무 낯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풋하고 웃게 된다. 평범한 한 회사원의 각성은 유쾌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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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웃어줘 라오스 - 칫솔을 선물하러 떠난 청년의 777일간의 라오스 체류기
오동준 글.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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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개인적으로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있으면 가장 가보고 싶은 동남아 여행지 중 일순위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루앙프라방이다. 몇 년 전부터 이곳은 휴가를 길게 내어 다녀오고 싶었다. 일상은 이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나의 욕심이 과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소 일주일 정도의 시간만 계속 생각하니 쉽게 가지지가 않는다. 그러다가 가끔 읽게 되는 라오스 관련 여행기 등은 그곳 이외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욕심은 더 긴 시간을 들여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저자가 그곳에서 보낸 777일간의 체류는 부럽기만 하다. 실제 들여다보면 나의 부러움이 굉장히 피상적이란 것이 쉽게 드러나지만.

 

저자는 KOICA 요원으로 군복무 대신 라오스에 왔다. 2년 동안 방비엥 중학교 체육교사로 활동한다. 그냥 시간만 보내고 그 나라를 여행하면서 지낼 수도 있지만 그는 굉장히 활동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현지에 동화된다. 라오스 말과 문자를 열심히 배우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 사회에 발을 깊게 들여놓는다. 학생과 친해지기 위해 사진을 찍어 이름을 외우고, 체육 교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첫 단계로 라오스 말을 배우는 것인데 나중에 외국친구가 그곳에서 본 외국인 중 가장 라오스 말을 잘한다고 칭찬할 정도다. 이런 노력은 그의 글과 사진 속에 잘 녹아있다. 아마 이와 같은 생활이 계속 되었기에 한국 치과 의사와의 대화 후 치카치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표지에 나오는 치카치카 프로젝트가 이 책의 핵심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의 복무 끝 부분에 오지의 라오스 소수부족을 돕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시작한 것이다. 콜라나 나쁜 과자 등을 먹으면서 아이들의 이가 급속하게 썩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사실 책을 읽기 전 이 프로젝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도 한때 이런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피터의 물결 파문 이야기는 현실을 똑바로 보고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을 주었다. 현재까지 모두 네 번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라오스 뿐이었지만 그의 영역은 더 넓어질 모양이다.

 

저자가 라오스 사람들을 보고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착하다’는 말이다. 얼마 전 라오스를 길게 여행한 한 여행자가 속된 말로 돈맛을 알게 된 라오스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모두가 착하다는 환상을 깨트렸지만 실제 그가 만난 수많은 라오스 사람들은 친절하고 착했다. 아마 이것은 그가 라오스에 장기간 살았고 라오스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짧게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어딘가에서 이런 사람을 노리는 라오스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항상 있다. 몇몇 나쁜 사람들 때문에 전체를 매도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실제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아직 자본주의 물을 덜 먹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빨리 가보고 싶다.

 

많은 외국 체류기가 그곳을 칭찬한다. 나쁜 인상이 강했다면 아마 책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살면서 겪었던 문화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많이 나온다. 왜 1등에게만 상품을 주는가 하는 물음처럼. 모두가 노력한 것을 감안하면 이런 불평이 나올 만 하다. 우리는 이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데 그만큼 경쟁 속에서 살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일 앞에 나오는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완주라는 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속도 속에 놓치는 수많은 즐거움과 의미는 포기라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곳곳에 우리의 방식으로 그 나라를 보는 저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은 나의 시선이기도 하다. 라오스 사람들의 삶은 급하게 변하고 있다. 이들의 하얀 미소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치카치카 프로젝트가 더 발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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