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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ㅣ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1
스테파니 배런 지음, 이경아 옮김 / 두드림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터인가 역사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스터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나온 것만 봐도 단테, 마키아벨리, 프로이트 등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기본 조사가 충실하지 않으면 허술한 전개와 설정으로 이어지면서 황당한 이야기로 변한다. 물론 잘 쓴다면 재미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 가능성은 엄청 낮다. 그런데 이번에는 19세기 영국 여성 소설가 제인 오스틴을 탐정역으로 내세웠다. 얼마 전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바꾼 소설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조금 충격이 약하다. 뭐 출간 순서를 생각하면 이 소설이 먼저 나왔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낸다. 작가는 제인 오스틴이 살던 시대의 세부 묘사를 충실히 재현한다. 물론 실제 있었던 사건을 엮어서 미스터리로 만든 것은 아니다. 단지 그녀가 살던 시대와 인물들을 빌려와 장르에 맞게 바꿨다. 이 과정에 시대적 한계를 일반적으로 그대로 적용한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법률적 사회적 한계를 알려주고, 그 속에서 정보를 얻고 추리를 펼친다. 현대 미스터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조금 답답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차분하게 19세기 초 영국 소설을 통해 미스터리를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탁월한 선택이다.
26살. 제인 오스틴은 해리스 빅 위더의 청혼을 거절한다. 도망치듯 스카그레이브 대저택을 방문한다. 최근에 결혼한 스카그레이브 백작 부인 이소벨 페인의 초대로 왔다. 축하 무도회는 성대하게 펼쳐진다. 이 무도회에서 스카그레이브 백작의 조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그가 죽으면 백작의 작위를 물려받을 사람들이다. 그들은 현재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거나 성직자가 되고 싶거나 군 장교로 살고 있다.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 이들은 백작이 갑작스럽게 죽는 순간 모두 용의자로 변한다. 처음에 백작의 죽음은 병사처럼 보였다. 이소벨에게 이상한 편지가 오고 편지 보낸 하녀가 죽기 전까지.
백작이 죽은 것을 조카 피츠로이 페인과 아내 이소벨의 공모라고 주장하는 하녀가 있다. 그녀는 편지로 이 둘이 공모해서 백작을 죽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소벨과 함께 바베이도스에서 왔다. 왜 이런 편지를 쓴 것일까? 당연히 이 여자 뒤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굴까? 이 소설의 추리 핵심은 그녀 뒤에 있는 누군가를 찾는 것이다. 제인을 통해 사건을 조사하는데 그 과정에 가장 유력했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와 의심이 하나씩 사라진다. 정보가 새롭게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한다. 그러다가 이 모든 의심을 불씨를 던진 하녀 마르게리트가 살해된다. 이 시체를 제일 먼저 발견한 인물은 불행히도 제인 오스틴이다. 그녀가 발견한 증거는 모두 이소벨과 피츠로이 페인에게 불리한 것들이다.
가장 의지하던 남편이 죽은 후 살인자 취급을 당하는 이소벨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인물은 제인이다. 그녀에게는 이제 하나의 임무가 주어진다. 친구 이소벨을 구하라는 것이다. 치안판사가 아버지 친구인 윌리엄이지만 이것만으로 살인 사건을 묻어버릴 수는 없다. 하녀의 편지와 제인이 발견한 증거물과 집에서 발견된 또 다른 증거물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이소벨과 피츠로이를 가리킨다. 이들을 구하기 위한 탐정 제인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귀족인 이들의 재판을 위해 왕실 법정까지 열린다. 런던으로 옮긴 후 또 다른 정보를 얻게 되고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된다.
중반까지 미스터리 분위기보다 오히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그 시대 속에 풀어낸 느낌이 더 강했다. 그녀와 그녀 작품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은근한 로맨스와 엇갈린 사랑 등이 펼쳐지고, 절제된 감정과 심리 묘사가 표현된다. 사랑보다 조건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과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식들의 대립은 여전히 강하다.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제인을 통해 알려줄 때 이 시대 젊은이들이 겹쳐보인다. 개인적으로 미스터리를 뺀다고 해도 재미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