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통로 - 인간이 만든 동물의 길 그림책은 내 친구 42
김황 글, 안은진 그림 / 논장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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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다보면, 동물들이 차에 치여 죽어 있는 모습들을 발견하고 하죠. 일명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치여 죽은 동물들을 보면, 주로 개나 고양이가 많지만, 요즘은 고라니나 족제비, 너구리의 죽어 있는 모습들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서만 연간 수만 건의 로드킬이 일어난다고 하네요. 사실, 국도에서 더 많은 로드킬을 보게 되는데,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짐승들이 길에서 차에 치여 죽게 되는 지를 짐작할 수 있네요.

 

이들이 왜 이렇게 로드킬을 당하는지 이 그림책, 『생태 통로』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하늘다람쥐인데요. 하늘다람쥐가 갑자기 생긴 길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하늘다람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늘다람쥐는 나무에서 나무로 날아 이동하기 때문에 높은 나무가 있어야 하는데, 새로 생긴 길로 인해 주변의 나무들이 다 사라져 버렸답니다. 이제 하늘다람쥐는 영영 가족과 이별해야만 할까요?

 

어느 날 갑자기 발을 동동 구르는 하늘다람쥐 앞에 못 보던 기다란 막대기가 길 양쪽에 세워졌답니다. 바로 하늘다람쥐가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생태 통로가 놓여 진 거죠. 하늘다람쥐가 가족들의 품에 돌아가는 그 발걸음(아니 날갯짓이라고 해야 할까요?)이 가볍네요.

 

이처럼 이 책은 생태 통로의 필요성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리고 뒤편에는 이렇게 우리가 동물들을 위해 어떤 생태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지 그 종류들도 보여줍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생태통로가 415개 가량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책에 나오는 2010년 수치인 164개소에 비한다면 제법 많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동물들이 통로로 사용하는 곳은 9.6%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약 90%가량은 생태 통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태 통로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높아져야 할뿐더러, 행정당국은 보다 더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생태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마침, 얼마 전 전남 영암 월출산에서 하늘다람쥐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하늘다람쥐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 328호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우리의 소중한 동물들이 아직 이 땅에 생존해 있음을 알 수 있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생태 통로를 만드는 것은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존하는 것이자, 아울러 우리의 삶을 보존하는 것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네요. 이런 책들을 아이들이 더 많이 읽고 생태통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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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2 - 숨어 있는 적 서바이벌스 Survivors 시리즈 2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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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으르렁거림이 휩쓸고 간 도시에서 살아남은 럭키와 또 다른 개들의 판타지 생존기인 『살아남은 자들』 2권이 나왔네요.^^ 1권에서 고독한 도시의 개인 럭키는 홀로 생활하길 원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개들인 ‘줄에 묶인 개들’이 야생에서 홀로 설 수 있도록 가르치고 도와 숲속에 새로운 터전을 잡아주고, 그들 곁을 떠나 자신이 꿈꾸던 혼자만의 삶을 찾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무리’였던 이들 줄에 묶인 개들이 위기에 처한 소리를 듣고는 그들에게로 달려가며 끝이 났었죠.

 

이제 2권은 이렇게 도착한 그곳에서 야생의 무리들 앞에서 위기에 처한 자신의 무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시무시한 늑대개가 이끄는 무리들 앞에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줄에 묶인 개들은 당하고 말죠. 이렇게 해서 야생의 무리들과 줄에 묶인 개들 간의 갈등이 시작됩니다. 2편은 바로 이런 갈등구조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줄에 묶인 개들을 이끌고 있는 럭키의 동생 벨라는 럭키에게 야생의 무리에 들어가 그들의 상황 정보를 빼내주길 원합니다. 이에 럭키는 야생의 무리에 들어가고, 그곳 생활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어 가는데, 과연 럭키는 나중 어느 편을 선택하게 될까요? 그리고 럭키는 어느 편에 속해 있는 걸까요?

 

2편 역시 개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합니다.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줄에 묶인 개들은 야생에 적응해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합니다. 과연 이들은 개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야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럭키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갖게 됩니다. 먼저, 자신이 어느 편인지에 대한 갈등과 혼란입니다. 줄에 묶인 개들을 자신의 ‘무리’로 생각하던 럭키는 야생의 무리들 속에 들어가 생활하며 점차 야생의 무리들의 생활에 매료됩니다. 처음 자신의 의도를 잊지 말아야 하는지, 이들 야생의 무리를 자신의 무리로 여겨야 하는지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럭키의 모습을 2편은 잘 보여줍니다.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럭키의 선택은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이런 소속의 갈등과 함께 럭키는 무엇보다 ‘고독한 개’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맞게 됩니다. 자신은 고독한 개라고 여겼는데, 무리 속에서 생활하며 점차 함께 함의 행복을 알게 된 거죠.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수많은 폭풍을 겪었던 올드 헌터가 말해 줬었지. 홀로 서 있는 나무는 늘 번개의 공격을 받는다고.(65-6쪽)

 

맞아요. 홀로 서 있는 나무는 늘 번개의 공격을 받게 마련이죠. 럭키 역시 이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고요. 함께 함의 행복, 어울림의 행복이 우리들에게, 특히 우리의 자녀들에게 가득하길 원합니다. 물론, 좋은 이들과의 함께 함이어야겠죠.

 

또 하나 생각해 보는 것은 옳고 그름의 판단은 상대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이야기는 럭키의 편인 줄에 묶인 개들과 이들을 쫓아내고 공격하는 야생의 무리들 간의 대립구도를 보입니다. 독자는 마땅히 야생의 무리들을 악당으로 분류하게 마련이죠.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가운데, 독자들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게 됩니다. 과연 어느 편이 악당인지 독자는 의아해 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구체적 삶을 들여다보고 알지 못한 상황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말입니다. 야생의 무리가 악당일 것 같았는데, 그 안에 들어가 이들의 삶을 알아가는 가운데 럭키는 자연스레 이들과 동화됩니다. 이들의 삶 속에는 치명적 행복을 주는 행위도 있고요. 바로 위대한 울부짖음입니다. 이것 역시 서로가 하나임을 드러내는 행위이기에 이 책에서는 이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럭키는 야생의 무리 안에서 드러나는 계급 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계급의 필요함을 깨닫긴 하지만, 여전히 거부감이 있죠. 그리고선 자신이 꿈꾸는 공동체에 대한 밑그림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만약 언젠가 자신만의 무리를 만들게 된다면, 자유롭고 편안하며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지는 무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 누구도 잘난 체하지 않고 괴롭히거나 두목 행세를 하지 않는 무리. 럭키는 오메가가 마지막 남은 뼈다귀까지 허겁지겁 부수어 먹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148쪽)

 

럭키가 앞으로 과연 이런 공동체를 꿈꾸고 이루어가게 될지 기대되네요. 3편에서는 럭키 앞에 과연 또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 기대해 봅니다.

 

참, 2권의 제목은 「숨어 있는 적」이랍니다. 과연 이 숨어 있는 적이 누구인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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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반짝 -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4
김수빈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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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작품인 『여름이 반짝』은 초등학교 5학년 김린아의 여름 동안의 일탈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일탈은 가슴 시리도록 아픈 일탈입니다. 대학교수인 엄마의 외국 출장으로 인해 린아는 6개월간 엄마의 고향이자 할머니가 계신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린아는 너무나도 아픈 추억을 쌓게 됩니다.

 

린아는 작은 시골학교에 전학을 왔지만, 여전히 그곳에 융화되지 못하는 이방인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6개월이라는 한시적인 전학이기에 린아가 그곳 아이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네요. 여전히 린아는 시골아이들의 구릿빛 피부와 다른 하얀 피부에 사투리도 전혀 쓰지 않는 친구죠. 말도, 외모도 이방인에 불과합니다. 그런 린아를 시골아이들과 하나 되게 만든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신유하의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입니다.

 

린아는 유하와 친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린아는 유하의 죽음에 충격을 받게 되고, 이후 유하가 평소 좋아하던 비눗방울을 우연히 찾아 불다가 유하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비눗방울이 있는 동안 유하의 영혼(귀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이 일은 이제 유하와 단짝 친구였던 지호, 그리고 유하를 좋아했던 사월이(그래서 사월이는 린아를 미워합니다. 유하가 린아에게 친절하게 잘 대해줬거든요. 짝꿍도 빼앗겼고요. 그래서 둘은 앙숙이죠.)도 알게 되고, 이제 셋은 죽은 유하와의 죽음을 초월한 만남을 갖게 됩니다. 이 만남은 7일마다 이루어지고, 매번 만날 때마다 만나는 시간이 1분씩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만남에서 유하의 영혼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잃어버린 목걸이를 찾아주길 요청하는데, 과연 주어진 시간 동안 친구들은 목걸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처럼 죽은 유하의 목걸이를 찾아가는 과정은 또한 우정을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앙숙이었던 린아와 사월이는 진한 우정을 쌓게 됩니다. 아울러 린아는 이제 조금씩 시골 마을의 이방인이 아닌, 그들의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래서 여름이 반짝이는 거죠.

 

물론 6개월의 시간이 끝나고 린아는 다시 자신이 살던 서울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린아의 6개월간의 일탈은 이제 새롭게 쌓은 우정 위에 반짝 거리게 됩니다.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이지만, 그 슬픔 속에서 우정이란 목걸이가 유난히 반짝이는 동화네요. 우정이 있기에 슬픈 여름은 반짝입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반짝이는 우정이 가득하게 되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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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다 - 이쯤에서 내 청춘도
김대연 지음 / 황금시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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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짧은 경구나 짧은 문단으로 이루어진 에세이집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 책, 『핀다, 이쯤에서 내 청춘도』 역시 그러한 책입니다. 하지만 여타 책들과 다른 이 책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 책은 캘리그라피를 이용한 에세이집이라는 점입니다.

 

작가는 글씨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분이라고 하네요. 남들이 그것으로 어떻게 밥 먹을 수 있겠느냐고 모두 염려어린 반대를 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감으로 하나의 일가를 이루게 된 저력도 느껴지는 책입니다. 자신만의 장점인 캘리그라피를 통해 아주 짧은 경구들로 이루어진 에세이들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그래서 ‘캘리에세이’라 말하고 있네요.

 

그 내용은 짧은 경구들이기에 금세 읽혀집니다. 대다수의 글들은 가볍게 말하면 말장난이 가득한 글들이고, 조금 유식하게 표현하면 언어유희가 가득합니다. 이처럼 말장난임에는 분명하지만, 그저 단지 말장난이라 폄하하기에는 뭔가 묵직한 느낌이 문장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저 말장난이라 치부하기엔 우리네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특히, 오늘을 살아내는 젊은이들의 삶의 무게를 짧은 글귀 안에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를 ‘세내기’라 표현하네요. 왜냐하면 사회생활의 첫걸음이 월세내기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세내고 나면 남는 것 없는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열심히 일하는데, 과연 그 결과물들은 어디로 흘러들어가는 걸까요? 그런 그들 젊은이들에게서 점점 약해져가는 근육이 있답니다. 그건 바로 ‘퇴근’이며, 없어도 될 근육은 ‘출근’이라네요. 왠지 서글퍼지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힘겨운 건 사실이지만, 힘겨워도 그 힘겨움조차 누군가에게는 꿈이고 소망일 수 있음을 알기에 청춘들을 향해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물론, 작가는 이처럼 젊은이들의 힘겨움만을 냉소적으로 말하는데서 그치지는 않습니다. 그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어 앞으로 나가길 권면합니다. ‘밀폐용기’란 글귀가 있네요. 그 곁엔 이런 문구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꼭꼭 닫아 놓기만 할 건가 용기를” 그렇습니다. 오늘 이 땅의 젊은이들이 힘겹다고 해서,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실패가 두렵다고 해서, 혹 밀폐용기처럼 용기를 닫아두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용기를 닫아두지 않고 이제 활짝 열고 끄집어내어 자신들의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어느 광고 카피처럼, 지금 흘리는 땀방울은 10년 후의 나의 명함이 되어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기만을 권고하진 않습니다. 때론 삶의 여유를 갖길 권면합니다. 인생은 장거리경주니까요. 그러니 천천히 가도 된다는 거죠. 이런 글이 있네요. (달려라 하니)

맞아요. 요즘 우린 안 그래도 지친 청춘들에게 계속하여 쉼을 허락지 않고 더 열심히 달리라고 채찍질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때론 쉬고, 때론 방황도 하고, 때론 귀여운 일탈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 모든 것은 자신의 꿈 안에서의 쉼과 꿈을 찾는 일탈이 되어야겠죠.

 

이처럼 작가의 짧은 경구들은 때론 독자들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아하~ 맞아! 하며 무릎을 치게 하는 글귀도 있으며, 때론, 짧은 경구 안에 커다란 위로의 힘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때론, 부모님을 향한 아련한 감정을 담아내기도 하고요. 이렇게 언어유희를 통한 짧은 경구들에 독자들이 공감할 내용들을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작가의 내공이며, 삶을 향한 작가의 통찰력이 아닐까 여겨지네요. 짧은 경구들을 통해, 긴 여운을 느끼며 삶을 돌아보며, 삶을 재충전하기에 좋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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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 터지는 개그노트 아이앤북 창작동화 39
한영미 지음, 경하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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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누구나 자신의 단점을 감추고 싶어 하죠. 때론 그런 단점이 없는 양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기 자신의 단점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친구가 있답니다. 바로 민수라는 친구입니다. 민수는 뚱뚱한 아이입니다. 얼마나 뚱뚱한지, 뱃살이 파도를 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뱃살파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민수는 사실 이렇게 자신의 뱃살을 가지고 이리 불퉁 저리 불퉁하며 움직이는 것은 피나는 연습의 결과랍니다. 이렇게 할 때, 친구들이 웃고 좋아하거든요. 민수는 남들을 웃기는 게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꿈도 개그맨이 되는 거랍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민수의 모습이 영 마땅치 않답니다. 민수의 꿈 역시 인정하지 못하고요. 그래도 민수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나 때문에 웃으며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축복이거든요. 그래서 민수는 자신의 단점이 더욱 두드러질 옷차림을 몰래 입곤 한답니다.

 

민수의 이런 고백이 참 멋지네요.

 

나는 뚱뚱한 것 때문에 부끄럽지도 않고, 그것 때문에 왕따를 당하지도 않아. 그리고 뚱뚱한 건 내 탓이 절대 아니야. 아빠도 큰 아빠도 배불뚝이인 걸 보면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유전이라고.(14쪽)

 

우리 역시 나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민수의 고백을 통해 해보게 되네요. 여러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길 바라요.

 

하지만, 동화 속의 민수는 결국 자신의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물론, 뚱뚱한 모습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랍니다. 뚱뚱한 것으로 남들을 웃긴다고 생각할까 그것이 싫은 거예요. 민수는 자신이 아무런 재능도 없이 그저 외모로 남을 웃기는 것은 싫거든요. 한 마디로 자신이 품은 꿈은 자신의 외형적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오히려 멋진 재능과 노력의 결과를 통해, 남들을 웃기는 개그맨이 되기 위해 애씁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매일 웃긴 소재들을 적어놓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개그 노트’죠. 이렇게 멋진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민수라면 반드시 그 꿈을 이루게 될 것이라 여겨지네요.

 

이 책, 『팡팡 터지는 개그 노트』는 참 재미있는 동화입니다. 뿐 아니라, 민수의 모습이 참 멋지죠. 게다가 자신의 단점마저 사랑하고, 남을 웃길 수 있는 재능을 자랑스럽게 여길뿐더러, 자신의 꿈을 향해 멋지게 노력하며 나아가는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나요. 오늘 우리의 자녀들 역시 이런 모습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또한 우리 자녀들의 꿈이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모두가 다 같은 꿈을 품고, 같은 취업 준비만을 하는 세상, 어쩌면 이것부터 희망이 사라진 세상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세상은 생각만 해도 재미 없지 않나요? 민수네 할머니의 말이 귓가를 울리네요.

 

민수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줘라. 의사, 판사 좋다고 너도나도 공부에만 매달리면 세상이 너무 심심하지 않겠냐? 병 고쳐 주는 사람, 나쁜 짓 한 사람에게 벌주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도 있어야지.(80쪽)

 

맞아요. 이처럼 다양성이 존중받고, 아이들이 다양성을 꿈꾸게 될 때, 그 아이들이 자라 울긋불긋 멋진 그림을 만들게 되는 거죠. 모두 같은 꿈, 같은 생각만 하게 된다면 그런 세상은 얼마나 끔찍할까요? 그런데, 이런 같은 생각, 같은 생각, 같은 관점만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문제죠. 우리 아이들은 그런 강요 속에서도 자신들의 다양한 꿈들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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