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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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을까? 엠마 도노휴의 소설, 『룸』을 읽으며 우선적으로 갖게 된 생각이다. 이 소설은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창작한 소설이다. 실화는 소설보다 더 끔찍하다. 작가가 모티브로 삼은 실화는 당시 19살인 친딸을 지하 밀실 공간에 24년간 가두어 두고 성폭행하여 일곱 명의 아이를 낳게 하였고, 이 가운데 생존한 3명의 아이들 역시 지하 밀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생활하게 한 악마와 같은 오스트리아 남성 요제프란 자의 사건이다.

 

사실 이 외에도 찾아보니 유사한 사건들이 여럿 등장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북부 클리블랜드에서 1년여에 걸쳐 여성 3명을 납치 감금해 놓고 10년간 성폭행한 아리엘 카스트로란 자(이 자에게는 두 명의 형제 공범이 있다.). 11세 소녀를 납치되어 18년간 감금하며 성폭행하고 두 딸을 낳기도 한 필립 가리도(이 자는 부인과 함께 천인공노할 이 짓을 저질렀다.).

 

이런 이들의 행각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고, 끔찍하여 생각이 오염될 것 같은 악한 범죄다. 마침, 이 소설 『룸』을 읽기 전, 안창근 작가의 신작 『사람이 악마다』란 소설을 읽었는데(이 소설 역시 근친성폭행에 대한 모티브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연쇄살인 스릴러 소설이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사람이 악마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룸』이란 이 소설 속에서의 설정은 19세의 나이에 납치되어 가로세로 3.5미터의 밀폐된 작은 방에서 7년간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악마와 같은 범인(올드 닉이라 부른다.)에게 성폭행당하여 한 아이는 사산하였으며, 그 뒤에 잭이란 아들을 낳게 되고, 이 아들이 이제 막 5살이 된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어찌 이리 악마와 같은 자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런 범죄자들의 악마성을 고발하려는 것보다는 이런 작은 방에서 태어나 살아가야만 하는 잭, 그리고 그의 엄마가 갇혀진 방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상황. 그 속에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이 방을 벗어나 바깥세상에서 겪게 되는 혼란과 갈등 등의 상황을 묘사하는 데 있다.

 

5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의 이 소설, 『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다(물론, 룸에서의 생활, 탈출, 바깥세상 적응기로 세부분으로 나누는 것도 좋겠다.). 먼저, 전반부는 룸에서의 생활 및 탈출 부분으로 작은 공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만 살아가던 잭은 텔레비전이란 통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룸과 세상을 연결하는 단 하나의 실제적 공간은 채광창뿐이다. 그렇기에 이 채광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 채광창으로 바라보이는 세상은 거의 없다. 그저 극히 제한적으로 볼 수 있는 태양과 달 뿐. 그렇기에 텔레비전이 룸에 갇힌 잭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단 하나의 통로다.). 하지만, 텔레비전 속에서 보는 세상은 잭에게는 실재하지 않는 가공의 세상, 허구의 세상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잭에게는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한다. 좁은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실재하는 제한된 세상과 텔레비전에서 보는 실재하지는 않지만, 가상의 만들어진 세상뿐이다.

 

하지만, 5살 생일을 넘기면서 엄마는 잭에게 텔레비전에서 보는 내용 가운데 많은 것은 실제 존재하는 진짜 세상을 표현한 것임을 알려준다. 룸 바깥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줄 알고 있던 잭은 이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런 과정을 소설은 잘 묘사한다.

 

엄마의 눈빛은 벽 너머를 쳐다보고 있었다. 바깥세상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스키나 불꽃놀이, 섬, 엘리베이터, 요요 같은 것이 생각날 때마다, 그것들이 전부 진짜라는 것이, 바깥세상에 모두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니 머리가 피곤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소방수, 선생님, 도둑, 아기, 성자, 축구선수 등등, 모두 바깥세상에 진짜 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없다. 나랑 엄마는. 우리는 거기에 없다. 우리는 정말 진짜일까?(114쪽)

 

이처럼 소설의 전반부는 극히 한정된 공간인 룸에서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그곳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보이는 세상을 향한 소년 잭의 생각의 변화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혼란을 넘어, 잭은 바깥세상으로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물론, 여전히 잭은 바깥세상이 존재함을 믿지 못한다. 하지만, 잭에게는 전부인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기에, 엄마의 요구대로 시체를 가장하여 대 탈출극을 감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독자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며, 과연 탈출에 성공할까 하는 마음으로 소설에 몰입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제 후반부에는 탈출하여 바깥세상을 실제로 느끼게 되는 잭과 엄마가 겪는 또 하나의 혼란을 보여준다. 탈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잭은 처음 접하는 세상에 던져졌다. 닫힌 시스템인 룸에서만 살아가던 잭에게 세상은 모든 것으로부터 무방비한 열린 시스템이다.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수많은 세균들에게도 노출되게 되며, 엄마와 둘만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던 잭은 이제 수많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혼란에 휩싸인다. 이처럼 새로운 환경 속에서 겪게 되는 잭과 엄마의 혼란스러움을 소설의 후반부는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물론, 여전히 잭에게는 수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이란 부담감과 새롭게 겪어나가며 배워야 할 수많은 문화적 충격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장애물 앞에 잭은 점차 배워나가게 되며 적응하게 되는데, 그 힘은 바로 잭을 향한 엄마의 사랑과 주변 사람들의 선한 관심이다(물론, 수많은 관심이 잭을 힘겹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선한 관심은 도리어 잭을 성장케 한다.).

 

사실, 주제 자체가 읽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나도 어둡고 아픈 주제다. 분명,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힘겹게 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 나가는 가운데, 그러한 아픔과 먹먹함 안에서 따뜻한 뭔가가 솟아나게 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소설 『룸』이 갖고 있는 힘이다. 슬픔 속에서 감동이 솟게 되고, 먹먹함 가운데서 웃음이 피어나며, 힘겨운 아픔 속에서 따스한 격려를 맛보게 된다. 소설 『룸』을 통해, 이러한 아이러니한 감동의 룸 안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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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쟁이 김 선비 속담에 쏙 빠졌네! - 어휘력을 길러 주는 국어 동화 궁금쟁이 김 선비
김일옥 지음, 백명식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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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비는 어느 날 친구 송 선비에게서 편지를 받습니다. 그런데, 편지에는 아무런 글자도 쓰여 있지 않네요. 어릴 때부터 개구쟁이였던 송 선비는 친구에게 장난을 한 겁니다. 이를 간파한 김 선비는 하얀 편지에 감춰진 글씨를 읽어냅니다. 그 편지는 다가오는 송 선비의 생일에 김 선비를 초대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는데, 송 선비가 좋아하는 ‘수부수부께베끼비’를 선물로 가져와 달라고 부탁하고 있네요.

 

그런데, 과연 ‘수부수부께베끼비’가 뭘까요? 여러분! 눈치가 빠른 여러분들은 이게 뭔지 알겠죠? 맞아요. 한 글자씩 건너뛰며 읽어보면, ‘수수께끼’랍니다. 송 선비는 수수께끼를 좋아하거든요. 친구 송 선비를 위해 김 선비는 과연 어떤 수수께끼를 준비할까요?

 

『궁금쟁이 김 선비 속담에 쏙 빠졌네!』란 긴 제목의 이 동화는 <어휘력을 길러 주는 국어 동화>란 설명이 붙어 있답니다. 그러니 이 책은 동화의 스토리를 통해 아이들에게 어휘력을 길러주려는 목적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속담이란 도구를 통해서입니다. 그러니 이 책의 동화 스토리 안에는 수많은 속담들이 녹아 있습니다. 이야기를 읽어가며 문맥 가운데 사용되어지는 속담들을 보며, 자연스레 그 속담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사용되는지를 알아가게 되는 교육적 효과가 있는 책입니다. 이야기 뒤편에는 이야기 속에 등장한 속담들을 다시 하나하나 자세히 풀이해주고 있으며, 같은 의미의 속담이나 사자성어, 그리고 반대되는 속담 등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부분이 책의 반절 가량 될 정도로 설명이 대단히 충실합니다. 그러니 이야기만 읽고 책을 덮기보다는 뒤편의 속담 공부를 함께 읽어보고 익히는 것이 좋겠네요.

 

또 하나 이 책의 스토리 역시 재미납니다. 그렇기에 스토리를 읽는 재미도 있죠. 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보는 것도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색다른 재미입니다.

 

참, 장난을 좋아하는 송 선비의 아들 모습도 재미납니다. 대단히 맹랑한 소년이거든요. 그 맹랑한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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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뛰어넘기 1 - 선사 시대부터 삼국 통일까지 한국사 뛰어넘기 1
이정화 지음, 정은희.정인하 그림 / 열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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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논란으로 인해 우리 역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기인 지금이야말로 어쩌면 역사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은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역사에 대한 첫 단추를 아이들이 제대로 끼울 수 있길 바라며 펴낸 책이 있습니다. 『한국사 뛰어넘기』란 책입니다. 5권으로 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은 <선사 시대부터 삼국 통일까지>를 시대적 한계로 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인류가 어떤 과정을 통해 문화를 만들어가게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직립보행의 과정,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게 되는 과정 등을 다루죠. 물론, 그 도구의 발전 과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뗀석기 ⇨ 간석기 ⇨ 청동기 ⇨ 철기> 등의 과정으로 도구가 발전하는 과정, 그리고 불의 사용과 농사를 짓게 됨도 설명하죠. 이러한 인류의 보편적 역사를 다루는 가운데, 어떻게 하여 한반도까지 이동하게 되고 정착하게 되는지도 설명합니다.

 

이제 청동기시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반도에서의 첫 번째 나라가 시작됩니다. 나라가 세워지는 것은 농사와 청동 도구의 발명과 맞물려 있습니다. 농사를 지음으로 양식이 남게 되자, 이제 남은 양식을 누가 갖느냐는 분배의 문제로 인해 힘 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이 구분되는 거죠. 게다가 청동기 도구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도구는 부유한 사람만이 갖게 됩니다. 굉장히 귀했으니까요. 이렇게 힘이 있는 사람에게 청동 무기가 들려짐으로 더욱 힘의 차이는 커지게 되고, 이들은 이제 지배자가 되어 나라를 세우게 됩니다. 이렇게 세워진 한반도 첫 번째 나라가 고조선이죠. 이처럼 이 책은 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조근 조근 차분하게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건강한 역사책이라는 건, 고조선이 세워지는 가운데 우리의 단군신화에 대한 해석이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신화를 우리가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알려주고 있답니다.

 

또한 이 책은 우리 역사 속 두 번째 나라로 부여를 말하고 있답니다. 물론, 부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그럼에도 부여를 우리의 두 번째 나라로 언급함으로 우리 역사 안으로 당당하게 편입시킴이 좋네요. 부여를 말하지 않고는 삼국시대의 고구려도, 백제도 설명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부여를 시작으로 하여 그 뒤에 세워지는 고구려, 옥저, 동예, 삼한(마한, 진한, 변하) 등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들이 다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라는 나라로 틀을 갖추게 되고, 점차 이들 나라들이 주변 정세 속에서 어떻게 멸망하게 되고, 삼국이 통일되는 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 『한국사 뛰어넘기』의 가장 큰 장점을 들라고 한다면, 그건 역사의 진행되는 과정들을 논리적으로 조근조근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네요. 아울러 대부분의 아동 역사책들이 그렇지만, 다양한 그림이나 사진, 지도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자칫 우리 역사의 주류에서 빠질 수도 있는 나라들을 빠뜨리지 않고, 우리 역사의 테두리 안에 집어넣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부여가 그렇습니다. 자주 언급되는 옥저와 동예 역시 빠트리지 않았고, 가야(물론 가야는 모든 책에서 언급하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삼국과 동등하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느껴지네요.) 역시 다른 삼국과 동등하게 언급합니다. 아울러 신라의 삼국통일에 있어, 과연 고구려 영토의 많은 부분을 당나라에게 넘긴 것을 삼국통일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에 대한 언급이 있음도 좋네요(물론, 단 한 줄로 살짝 언급하고 넘어가긴 하지만요.^^).

 

전체적으로 편협한 역사관이 아닌 건강한 역사관으로 우리의 역사를 아이들에게 전해준다고 여겨지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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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도의 노래 - 2015 볼로냐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수상작 산하작은아이들 51
로마나 로마니신.안드리 레시프 지음, 최혜기 옮김 / 산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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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도의 노래』는 201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뉴호라이즌 부문 라가치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두 명의 작가가 함께 작업한 작품인데, 이분들은 ‘아그라프카’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크라이나의 아름다운 도시 르보프에서 살면서, 이 책을 함께 쓰고 그렸다고 하는데, 바로 자신들이 사는 나라에 작년에 일어난 전쟁으로 인한 아픔 때문에 탄생하게 된 책입니다.

 

론도라는 도시는 평화로운 곳입니다. 이런 평화로운 곳 론도에서 단코와 파비안, 지르카, 세 친구는 평범한 일상의 삶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론도는 평범한 일상이 보장되어 있고, 꽃들이 피어나며, 노래가 울려 퍼지는 곳이랍니다. 얼마나 좋은 곳인가요? 이곳엔 언제나 ‘론도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하지만, 이처럼 평화로운 땅에 어느 날 전쟁이 몰아닥칩니다. 전쟁이 무언지도 알지 못하던 론도의 사람들은 점차 전쟁의 끔찍함을 알아가게 됩니다. 이제 론도에는 노래가 사라졌습니다. 온통 어두움과 파괴뿐이죠.

 

작가는 말합니다. “전쟁에는 심장이 없다.”고 말입니다. 이제 심장이 없는 전쟁으로 인해, 론도의 사람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숨게 됩니다. 거리는 텅 비어 버렸고, 세상은 어두워졌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단코는 ‘론도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깨닫게 되죠. 노래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말입니다.

 

단코는 이제 모든 걸 알게 되었어요. 전쟁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를 두려워한다는 걸요. 아주 약한 빛으로도 어둠을 쫓아낼 수 있다는 걸요. 전쟁을 멈추려면 빛을 만드는 기계가 필요했어요. 노래하는 꽃들을 지키고, 어둠을 무너뜨려야 하니까요.

 

이제 사람들은 다시 희망을 품고 한마음으로 일하기 시작합니다. 전쟁을 멈추도록 ‘빛을 만드는 기계’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드디어 빛이 어둡던 론도에 비취기 시작하고, 전쟁은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합니다. 이제 어둠도 걷히게 되고, 론도의 노래가 다시 울려 퍼지게 됩니다. 하지만,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게 되죠. 사람들은 가슴속 깊은 곳에 슬픈 기억을 갖게 된 겁니다. 그리고 전쟁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붉은 양귀비꽃이 론도에는 가득 피어나게 됩니다.

 

『론도의 노래』는 전쟁의 끔찍함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을 몰아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희망의 노래, 평화의 노래를 불러야 함을 이야기하죠. 전쟁은 결코 같은 폭력으로는 이겨낼 수 없습니다. 이게 작가들이 말하는 메시지입니다. 아무리 폭력을 행한들 전쟁은 깨닫지 못하고, 아파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은 심장이 없거든요. 그렇기에 같은 폭력은 전쟁을 아프게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전쟁은 빛과 노래처럼 아름답고 밝은 것으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린 함께 평화의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게다가 아무리 전쟁에서 이긴다 할지라도 상처는 끝내 남게 됩니다. 그러니, 전쟁은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닌, 멀리해야 할 대상인 거죠. 전쟁은 이긴 편도 진 편도 씻을 수 없는 슬픈 기억을 갖게 되니 말입니다. 이 땅에 전쟁이 아닌, 평화의 노래가 언제나 울려 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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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포 아이들 아이앤북 문학나눔 16
박남희 지음, 김현영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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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곳곳에는 지금도 ‘적산가옥’이라 불리는 건물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적산’이란 말 그대로 적의 재산이란 뜻입니다. 그러니, 일제치하 우리의 적이었던 일본사람들이 살던 집을 적산가옥이라 부르죠. 이런 적산가옥들은 대체로 항구도시에 밀집해 있습니다. 부산, 인천, 군산, 포항, 마산, 진해, 목포, 강경 등 항구도시에 일본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었던 거죠. 왜냐하면, 그곳을 통해, 우리의 농산물이나 군수 물자, 그리고 문화재 등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을 실어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적산가옥들이 남아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포항 구룡포라는 곳입니다. 이곳은 지금은 근대문화역사거리라고 하여 재정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무엇을 일본으로 실어 날랐을까요? 농토도 척박한 땅이고, 육지의 물자를 구룡포로 가져가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인데 말입니다. 이곳 구룡포에서는 인근 바다의 수산물을 잡아 일본으로 가져갔던 겁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래입니다. 지금은 고래를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고래가 많던 나라 가운데 하나였답니다. 어쩌면, 이 동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마구 고래를 잡아대던 일본의 탐욕 때문에 지금 우리 곁에서 고래가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동화 『고래포 아이들』은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구룡포 마을에서 모티브를 얻은 동화속의 마을 고래포에는 일본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바로 이들 일본의 힘에 눌려 통제받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인공 웅이네 아빠는 고래를 잡는 일의 조선 인부들의 책임자입니다. 고래의 보존을 위해서는 고래를 잡는 일에 완급조절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지만, 일제의 탐욕과 독주로 인해 고래를 잡을 수밖에 없는 아픔을 떠안고 있죠.

 

이런 가운데, 잡아서는 안 되는 귀신고래를 잡게 되고, 그 잡힌 고래가 새끼가 있는 어미 고래임을 알게 됩니다. 한편, 웅이와 누나 분이는 우연히 새끼 고래가 해변 가까이 와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새끼 고래를 돌보며 나중엔 먼 바다로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과연 이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동화 『고래포 아이들』에는 이 외에도 일제의 횡포에 맞서는 행동하는 지식인을 대표하는 기득이의 형 상득이가 등장하며, 또한 당시 일제의 속삭임에 미혹되어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 수많은 여성들을 대표하는 웅이의 누나 분이가 등장합니다. 뿐 아니라,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출세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기회주의자들을 대표하는 노무라도 등장하고요. 이들 모두의 모습이 일제 치하에서 겪었던 우리의 민족의 아픔이었기에 먹먹함을 금할 수 없네요.

 

하지만, 이 동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갈등 구조는 같은 동무로 성장하였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가까워질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는 웅이와 기득, 그리고 유키코의 관계입니다. 일본아이와는 동무가 될 수 없느냐는 웅이의 질문에 누나 분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와 안 되겠노.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 마음속에 일본을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 들어있고 일본 사람들도 우리를 무시하는 마음이 있는데 우째 좋은 동무가 되겠노.(69쪽)

 

서로 진정한 동무가 되기 위해선 상대를 무시하고 핍박하는 자세가 없어야 할 것이며, 아울러 미움의 감정도 씻겨 나갈 때임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은 새끼고래를 살려내기 위한 아이들의 동일한 마음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비록 입장의 차이가 있고, 지배하는 나라의 백성과 지배당하는 백성이라는 차이가 있음에도 고래를 살려내기 위해 함께 배를 저어가는 모습이야말로 감동적인 장면이며, 이 동화를 통해 작가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이 아닐까 싶네요.

 

이처럼 생명을 살려내는 일로 우리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또한 작가의 바람처럼, 귀신고래가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올 날도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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