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포 아이들 아이앤북 문학나눔 16
박남희 지음, 김현영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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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곳곳에는 지금도 ‘적산가옥’이라 불리는 건물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적산’이란 말 그대로 적의 재산이란 뜻입니다. 그러니, 일제치하 우리의 적이었던 일본사람들이 살던 집을 적산가옥이라 부르죠. 이런 적산가옥들은 대체로 항구도시에 밀집해 있습니다. 부산, 인천, 군산, 포항, 마산, 진해, 목포, 강경 등 항구도시에 일본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었던 거죠. 왜냐하면, 그곳을 통해, 우리의 농산물이나 군수 물자, 그리고 문화재 등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을 실어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적산가옥들이 남아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포항 구룡포라는 곳입니다. 이곳은 지금은 근대문화역사거리라고 하여 재정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무엇을 일본으로 실어 날랐을까요? 농토도 척박한 땅이고, 육지의 물자를 구룡포로 가져가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인데 말입니다. 이곳 구룡포에서는 인근 바다의 수산물을 잡아 일본으로 가져갔던 겁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래입니다. 지금은 고래를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고래가 많던 나라 가운데 하나였답니다. 어쩌면, 이 동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마구 고래를 잡아대던 일본의 탐욕 때문에 지금 우리 곁에서 고래가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동화 『고래포 아이들』은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구룡포 마을에서 모티브를 얻은 동화속의 마을 고래포에는 일본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바로 이들 일본의 힘에 눌려 통제받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인공 웅이네 아빠는 고래를 잡는 일의 조선 인부들의 책임자입니다. 고래의 보존을 위해서는 고래를 잡는 일에 완급조절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지만, 일제의 탐욕과 독주로 인해 고래를 잡을 수밖에 없는 아픔을 떠안고 있죠.

 

이런 가운데, 잡아서는 안 되는 귀신고래를 잡게 되고, 그 잡힌 고래가 새끼가 있는 어미 고래임을 알게 됩니다. 한편, 웅이와 누나 분이는 우연히 새끼 고래가 해변 가까이 와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새끼 고래를 돌보며 나중엔 먼 바다로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과연 이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동화 『고래포 아이들』에는 이 외에도 일제의 횡포에 맞서는 행동하는 지식인을 대표하는 기득이의 형 상득이가 등장하며, 또한 당시 일제의 속삭임에 미혹되어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 수많은 여성들을 대표하는 웅이의 누나 분이가 등장합니다. 뿐 아니라,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출세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기회주의자들을 대표하는 노무라도 등장하고요. 이들 모두의 모습이 일제 치하에서 겪었던 우리의 민족의 아픔이었기에 먹먹함을 금할 수 없네요.

 

하지만, 이 동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갈등 구조는 같은 동무로 성장하였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가까워질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는 웅이와 기득, 그리고 유키코의 관계입니다. 일본아이와는 동무가 될 수 없느냐는 웅이의 질문에 누나 분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와 안 되겠노.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 마음속에 일본을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 들어있고 일본 사람들도 우리를 무시하는 마음이 있는데 우째 좋은 동무가 되겠노.(69쪽)

 

서로 진정한 동무가 되기 위해선 상대를 무시하고 핍박하는 자세가 없어야 할 것이며, 아울러 미움의 감정도 씻겨 나갈 때임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은 새끼고래를 살려내기 위한 아이들의 동일한 마음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비록 입장의 차이가 있고, 지배하는 나라의 백성과 지배당하는 백성이라는 차이가 있음에도 고래를 살려내기 위해 함께 배를 저어가는 모습이야말로 감동적인 장면이며, 이 동화를 통해 작가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이 아닐까 싶네요.

 

이처럼 생명을 살려내는 일로 우리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또한 작가의 바람처럼, 귀신고래가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올 날도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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