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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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는 이메일로만 구성된 소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에미 로트너'와 '레오 라이케'가 주고 받는 이메일만 이어진다. 이 점에서 아멜리 노통브의 <시간의 옷>과 유사하고, 이메일이란 사이버세계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국내 한 영화를 떠오르게도 한다.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이런 시도를 총평한다면 A-내지 B+정도가 적당할 듯 하다.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시간의 옷>을 읽고 느꼈던 충격정도는 아니었다.

말이 나온김에 두 작품을 비교해 보자. <시간의 옷>은 1995년을 살던 아멜리 노통브(소설속 인물과 저자의 이름이 같다.)와 2580년을 사는 셀시우스의 불꽃튀는 논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난 이 작품을 통해 아멜리 노통브의 팬이 됐다. 두 작품을 견주어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면, 그건 '이메일과 대화'의 본질적인 차이 때문이다. 즉, 대화는 당사자 사이에서 바로바로 오가는 반면, 이메일은 시차가 불가피하다. 이런 시차는 작품속에서 '5시간 뒤', '다음 날', '5분 뒤'로 제시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또한 분량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의 옷>이 유리하다. 이런 독특한 구성은 쓰는 입장에서나 읽는 입장에서나 녹녹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미 로트너'는 잡지의 정기구독을 취소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내지만, 에미가 사용한 메일주소는 '레오 라이케'의 것이었다. i앞에 e를 끼워넣는 습관때문에 메일주소를 잘못 쓴 것이다. 누가 알았던가? 이것이 운명적 만남의 시작임을. 이들은 계속해서 메일을 주고 받고 서로의 감정을 키워간다. 잘못건 전화가 인연이 된 연인처럼 영화같은 설정. (위에도 말했지만, 국내 한 영화가 떠오르지 않는가? '접속'이었던가?)

이들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접하는 건 이메일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상대에 대해 모르듯 독자역시 모른다. 조금씩 정보가 드러나고 레오는 언어심리학 조교수이자 커뮤니케이션 카운슬러임이, 에미는 신발치수 37의 기혼여성임(p.43)이 밝혀진다. 사이버공간에서 메일을 통해 이뤄지는 관계…인터넷 강국 한국의 독자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싶어하며, 현실과 허구사이에서 괴로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알 듯 모를 듯한 관계는 1년 이상 지속되고, 이들에게 이메일은 비밀스런 둘만의 소통수단이 된다. 하지만 위기상황도 닥친다. 언어심리학자이자 이메일을 연구하고 있는 레오의 진정성을 에미가 의심한 것이다. "레오, 저를 단지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건가요? 감정 전달자로서의 저를 테스트하는 거예요? 당신한테 나는 오싹한 박사논문이나 끔찍한 언어연구의 내용밖에 안 되는 거에요?"(p.167) 레오의 부재와 겹처져 에미의 메일을 레오가 무시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위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이쯤에서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극적인 결말을 예상해 버린 것이다. 사실, 이들이 아주 친밀한 관계가 아닐까 하는 것. 오래 채팅을 주고 받던 상대가 알고보니 부부였다는 해외토픽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들의 정체역시 의문 투성이다. 독자가 알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들이 상대에게 밝힌 것, 그것 뿐이다.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관계를 고려할 때 이들이 진실을 말했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에미가 사실은 70먹은 할머니일지? 그렇지 않을가?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노파심으로 덧붙이자면, 내가 한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에미와 레오는 서로에 원하고 있다. 잠깐 등장하는 갈등과 위기상황은 일시적인 것이었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고,(p.296) 마침내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한다. 가상공간에서 현실로 한걸음 전진한 이들. 남은 건 만남, 오직 만남뿐이다. 서서히 결말을 향해 치닫는 상황. 여기서 중요한 인물이 등장(p.310)한다. 바로 베른하르트 로트너. 그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는 아주 이상한 부탁을 하는데, 결국 레오는 에미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한다.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결말,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결말은 실망이다. '결말'이란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뒷정리를 하다 대충 관둬 버렸다는 느낌이다.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냐?'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저자가 여기저기 풀어둔 짐은 정리해야 한다. 다양한 해석이란, 저자가 정리해 둔 짐을 토대로 하는 것이지 어떻게 정리할까의 문제는 아니다.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이메일만으로 구성된 독특한 러브스토리다. IT강국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이메일을 매개로 한 애정은 깊은 공감을 준다. 이들의 상황, 심리는 내가 이미 경험했던 것이다. 때문에 독자에 따라 진부함을 느낄수도 있다. 이메일로만 이어지는 구성은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것이다. 다니엘 글라타우어는 이를 해냈다. 마음을 열고 받아 들이자. 새벽 세 시에 불어오는, 조금은 쌀쌀한 바람에 몸을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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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4-2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감각적이고 서정이 가득하네요.^^

쥬베이 2008-04-28 18:16   좋아요 0 | URL
네 제목이 시선을 팍 끌어요. 제목처럼 서정적인 책...
 
인연 1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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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인연>의 장르정체성 문제를 살펴보자. <인연>은 '일타 큰스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일타 큰스님의 삶을 돌아보고 기리는 '전기적 성격'이다. '일타 큰스님의 삶을 소설로 재구성했다'라고 말하는게 타당할 듯 하다. 주목할 것은 소설을 위해 일타 큰스님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일타 큰스님을 이야기하기 위해 소설형식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즉, <인연>은 장편소설이라 불리지만, 일반적 의미의 장편소설은 아니다. 또한 실존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했기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저것이 문제일까? 그렇지는 않다. 정작 중요한 건, 전기적 요소와 소설적 허구를 어떻게 버무려 조화시키느냐 이다. 저자는 일련의 서술적 장치와 놀라운 구성력으로 이를 해결한다. <인연>의 구성은 이렇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며 일타 큰스님의 자취를 더듬는 현재의 '고명인'이야기(A), 일타스님의 출가부터 해탈까지의 전기적 이야기(B)가 교차 서술된다. 양자는 무리없이 어우러 진다. 특히 고명인과 다른 스님들(주로 일타스님의 제자)의 추억속에서 그려지는 일타스님의 모습은, (A)에서 (B)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같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고명인은 20년전 보았던 일타스님의 법문을 떠올린다. 고명인의 회상속에서 일타스님은 생생하게 법문을 하고 있다. 또한 혜각스님이 고명인에게 들려주는 설명(p.49이하)속에도 일타스님은 미소짓고 있다. 이처럼 고명인과 혜각은 자연스레 일타스님의 흔적을 되살리고,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일타 큰스님의 전기적 요소를 녹여 넣는다. 이는 전기적 요소가 혹여 야기할 수도 있는 거부감을 제거한다. 객관적 시각을 견지할 수 있는 고명인이란 인물을 내세운 것도 좋다.

한가지 의문은, '고명인이 일타 큰스님의 흔적을 더듬는 동기가 약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오래전 일타 큰스님을 본 적 있다? 그때 깊은 감명을 받았다? 소설 속에선 자세한 설명이 없다. 이는 구성의 전제가 되기에 꽤 중요한 문제다. 저자도 이 점을 고심한 듯 하다. 관련된 부분을 보자.

"이상하고 분명한 사실은 미국에서 벌려놓은 사업들이 까마득히 멀어져버렸고, 특별한 이유없이 고승 일타의 흔적을 쫓고 있다는 점이었다."(p.219참조) " '일타 스님은 어떤 분인가.' 고명인에게 동기가 있다면 이 정도일 뿐이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의 결정이 너무 현실감이 없어 우습기조차 하였다. (중략) 그런데도 고승 일타는 자력이 강한 자석처럼 밑도 끝도 없이 고명인의 마음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무형의 무언가를 자신에게 안겨줄 것만 같았다. 고명인은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어느새 고명인은 일타 스님이 누구인지, 스님이 이 세상을 살다 간 까닭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고 싶었다."(p.220) 의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저 정도에 만족하자.

일타스님과 혜각, 혜인, 혜국스님의 이야기속에 성철 큰스님 이야기가 드문드문 등장하는데, 상당히 인상적이다. (처음 말한 것처럼 이것이 실화인지, 픽션인지 알 수 없다.) 일타스님의 세속 누나인 응민스님이 봉암사에 머물고자 일종의 시위(?)를 한다. 그러자 성철 큰스님은 응민과 대면하고 이렇게 말한다. "봉안사에서 살고 싶다꼬." "좋데이. 그라믄 내 시키는 대로 할 낀가, 말 낀가." "지금 당장인기라. 니 손가락을 끊어 보그래이."(p.214) 과연 대단한 스님이다. 손가락을 끊으라는 큰스님이나, 정말 끊는 응민스님이나 대단하다.

또한 세속의 정을 끊지 못하고 방황하는 혜국스님에게 호통치는 성철 큰스님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성문제로 방황하다 절을 떠난 혜국스님이 돌아오자, "야, 이 샹놈의 새끼야. 너 가스나 생겼지." "니 동자때 준 세뱃돈이 아깝다. 좋은 중 되라고 했더니만 도망친 놈 아이가."(2권.p.24) 이처럼 엄격했던 성철 큰스님. 혜국스님은 성철 큰스님의 깨우침 덕인지 손가락을 연비하고 큰스님이 된다.

일타 큰스님의 삶을 돌아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무교지만 불교에 상당한 호의를 갖게 되었다. (만약 종교를 갖게 된다면 불교에 마음을 줄 것 같다.) 일타스님의 행적을 더듬는 고명인의 여정도 인상적이었으며, 실제 여정을 함께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저자가 일타 큰스님을 이야기하기 위해 시도했던 일련의 소설적 장치는 성공했다. <인연>, 일타 큰스님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책이다. 소설적 완성도도 뛰어나기에 종교적 색채에 부담갖지 않고 읽어도 좋다. 책으로나마 일타 큰스님을 만나 보시길.

 

* 일타 큰스님의 어린시절, 출가과정, 가족관계등 모든 것을 정리해 언급하려고, 노트에 일일 체크해가며 읽었다. 하지만, 서평을 쓰면서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소설'인 작품속 내용을 '이건 일타 큰스님의 출가과정이야, 가족관계야'하며 정리한다는게 주제 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큰스님의 삶은 1권 앞부분에 잘 요약되어 있다. 원하시면 그걸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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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오류 - 되짚어볼 세계사의 의혹 혹은 거짓말 50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 지음, 이지영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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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혀야 한다. 특히 세계사를 공부하는 고등학생들, 내가 느낀 충격과 당혹스럼을 그들만은 느끼지 않길 바라기에. 이 책을 읽으며 학창시절 배웠던 세계사 지식이 상당수 왜곡되었거나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역사 자체가 승자에 의한 왜곡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또한 이 책 역시 하나의 역사관이라 할 수 있지만) 충분히 헤아려 '진실'로 접근할 수 있다면 기꺼이 다가가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역사의 오류>는 '되짚어 본 세계사의 의혹 혹은 거짓말'이란 부제처럼, 왜곡내지 오류가 의심되는 역사적 사건을 돌아보는 책이다. JFK케너디, 루이14세부터 드랴큘라, 마릴린 먼로, 로빈 후드까지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다룬다. 저자가 서양인(독일)이다 보니, 아시아권의 인물과 사건은 이야기되지 않는다. 아쉽다면 아쉽지만 '세계사의 오류'라는 관점에서 이해하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프랑스 혁명, 바스티유 습격은 없었다'(p.199이하)이다. 세계사시간에 배운 바스티유 습격사건은 이렇다. '폭압적인 왕정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이 왕정을 타도하고 갖혀있던 정치범을 구출하기 위해, 왕정을 상징하는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다. 이 사건은 프랑스혁명의 시발점이 된 영웅적이고 위대한 사건이다' 하지만 저자는 바스티유 습격사건이 지금껏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전략) 이(바스티유 습격사건을 말함) 내용이 부정확하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7월 14일에 벌어진 상황은 대단히 극적이기는 했지만, 영웅적인 행동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p.200) 영웅적 행동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먼저 저자는 바스티유 감옥이 악명높은 정치범 수용소가 아님을 밝힌다. 도리어 이곳은 특혜받은 죄수들이 안락(?)하게 보내던 곳이었다. 시민들과 죄수들과의 연대감도 없었다. 한마디로, '정치범 구출'이란 사유는 얼토당토 않다는 것. 이어 시민들의 행동을 하나씩 언급한다. 시민들은 바스티유 감옥의 대포때문에 몰려 갔으며, 이곳의 책임자인 '드 로네'는 시민의 요구를 상당수 수용한다. ('드 로네'는 이후 벌어지는 사태에서도 유혈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흥분한 시민들은 만족하지 않고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결국, 요새안으로 몰려드는 시민들. 저자는 말한다. '애초에 무력을 쓸 이유조차 없던 일에 얼떨결에 무장하게 된 폭도들이 잔뜩 흥분한 채 바스티유로 몰려갔다.'(p.205)고. 저자가 인용한 '빌헬름 폰 볼초겐'(사건을 목격한 튜링엔 출신 유학생)의 글을 재인용한다.

"바스티유 함락은 확실히 유럽을 들끓게 할 것이다. 이 사건은 프랑스인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그들의 용기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습격이 단지 대포를 손에 넣기 위해서, 단지 폭력을 휘둘러보기 위해서 이뤄진 일이라는 게 알려진다면, 그리고 죄수들을 해방시키고 감옥을 파괴한다는 계획이 습격 이후에야 떠오를 생각이며 실제 습격동기와 무관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이 사건에 대한 찬사는 싹 사라질 것이다."(p.206)

폭넓게 퍼진 의혹을 다룬,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투탕카멘의 저주, 어이 없이 죽어간 고고학자들?'(p.255이하). 파라오 무덤 발굴과 관련된 인물들이 파라오의 저주 때문에 죽어간다는 것은 꽤 널리 알려진 의혹이다. 일부에선 곰팡이균이 무덤에 남아 있다가 발굴자의 죽음을 야기했다고도 한다. (난 지금까지 이 곰팡이균, 병균설을 진실로 믿어 왔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모든 의혹을 일축한다. 곰팡이균이 그렇게 오래 남아 있을 수도 없고, 오래 접촉해야만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파라오의 저주 역시 '황색언론과 초자연현상 애호가들의 호응'(p.260)으로 탄생한 것이라 주장한다. 실제 탐험대의 평균수명은 당시 평균사망연령보다 높았다고 한다. 음...그렇군.

'달 착륙, 할리우드가 연출한 희대의 사기극'(p.317이하)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아직까지 미국인의 20%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이 사기라고 믿는다. 나 역시 일련의 증거들(달엔 바람이 불지 않는데, 사진 속 미국기는 펄럭인다. 달표면엔 발자국이 생길 수 없다등등)을 보고 사기극이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사기극이란 주장을 일축한다. 정말 사기극이었다면 수천명에 달하는 NASA 직원들의 입을 막을 수 없었을 것, 국기가 펄럭인 것은 바람때문이 아니라 달의 중력때문이라는 것등. 저자의 주장도 공감할 만하지만 이 부분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뭐낙 놀랍고, 충격적인 내용이 많아 전부 소개하고 싶은 심정이다.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에 숨겨진 비밀(p.31이하), '빵대신 케익을 먹으라'는 말을 했다고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실(p.207), 마릴린 몬로 죽음 이면에 숨겨진 음모와 비밀(p.299이하)등등. 마리 앙투아네트는 저런 말을 한적이 없으며 역사의 음모에 철저히 농락당했다는 것, 당신은 세계사 시간에 배웠는가? (약간 흥분-_-) 노파심때문에 덧붙이자면, 물론 저자의 주장이 모두 진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주장, 하나의 설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에 상당한 공감이 간다. 저자는 지금껏 우리가 타성적으로 믿어 왔던 것들을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주장을 펼쳐가기 때문에.

<역사의 오류>, 지금껏 당신이 알고 있던 세계사 지식을 뒤짚어 놓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오류과 거짓말에 사로 잡혀 있었는지 일깨워 줄 것이다. 책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많은 것을 전해주는 멋진 책이다. <역사의 오류>, 이 책을 읽어라. 당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계사는 전부 거짓이었다.

 

* 표지를 보면, 오류의 '류'자 ㄹ이 뒤집혀 있다. 역사의 오류, 거짓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멋진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과감하게 전부다 뒤집어 버리는 것도 좋았을텐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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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잡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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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설래고, 때론 두렵다.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심정쯤이라고 할까? 표지와 저자소개를 보고 걱정을 털어냈다. 컬트적이고 유머가 담긴 표지, 그리고 엉뚱한 상상력의 작가 크리스토프 무어, 내가 기다리던 작가와 작품이었다. 남은 것은 두근거리는 설램뿐. … 역시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발한 착상, 광대한 상상력, 놀라운 재미를 발견했다. 더군다나 영미권 특유의 유머와 여유가 더해져 '크리스토프 무어'만의 독특한 작품이 탄생했다.

<더티잡>을 간단히 말하면, 아내를 잃고 딸아이와 평범한 삶을 살던 인물이 '죽음의 사자'가 되어 벌이는 감동, 웃음, 사랑의 이야기다. 일단, 기발한 설정에 시선이 가지만 저건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보게되는 감동적 이야기,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웃음, 찰스와 오드리ㆍ민티와 릴리의 사랑등 인간존재에 대한 따스한 시각이야말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근본주제이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애셔 중고품점'을 운영하는 찰리 애셔,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찰리는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가진 다소 괴짜인물이다. 막 태어난 딸을 보며 손발가락이 21개 같다는 둥, 꼬리가 달린거 같다는 둥, 난리도 아니다. "회복실에서 아기 꼬리를 잘랐을 수도 있잖소.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아기의 꼬리를 잘랐다면 그걸 갖고 싶어. 소피가 나이를 먹으면 갖고 싶어할 테니까."(p.13) 찰리의 이런 성격은 <더티 잡>의 블랙유머같은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출산 후유증으로 아내 레이철이 사망한 것(p.18)이다. 찰리는 병실에서 본 박하색 옷을 입은 흑인남성을 의심하지만, 그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박하색 옷을 입은 이 남자…과연 누구일까? 이제 남은건, 어린 딸 소피와 자신뿐. 이상한 일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월리엄 크릭이란 인물이 사고로 죽고, 찰리는 자신의 책임이라 자책한다. 또한 정체불명의 그림자와 까마귀떼(p.86)가 그를 쫒는다. 꼬리를 무는 의문.

애셔 중고품점엔 개성 넘치는 종업원 릴리, 레이가 있다. 큼지막한 엉덩이에 창백한 얼굴을 한 16세소녀 릴리, 인터넷과 현실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서른 아홉의 독신남 레이. 릴리는 찰리앞으로 온 '죽음의 백서'를 받는다.(p.46) 찰리가 죽음의 사자로 선택되었다는 걸 본인보다도 먼저 알게되는 것이다. 찰리는 의문의 빨강머리여성(p.96)을 만난 후에야 자신이 '죽음의 사자'가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찰리는 아내의 병실에서 만났던 흑인(민티 프레시)을 만나 '죽음의 사자'의 역할과 '죽음의 백서'관련 내용(p.163)이하을 듣는다. 죽음의 사자, 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지하에는 모리안자매와 네메인등 어둠의 세력이 음모를 꾸미고, 소피는 점점 자라면서 충격적인 능력(p.210이하)을 보여주는데…곧이어 등장하는 오드리와 다람쥐인간, 그리고 악어인간. 이야기는 점점 통제불가능한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 죽음의 사자와 어둠의 세력, 이들의 운명은? <더티 잡>, 크리스토퍼 무어의 상상력과 유머가 버무러진 통괘한 소설이다. 두툼한 분량이지만, 앞 3페이지만 읽어보시길. 순식간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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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4-20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이런 책도 있었네요.ㅇ.,ㅇ 일단 보관함으로~~~^^

쥬베이 2008-04-21 10:06   좋아요 0 | URL
ㅋㅋ 재밌는 책이에요^^

칼리 2008-04-2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정말 인상적이네요. 막 태어난 딸을 보며 하는 말들은 책표지와 잘 어울리는 그야말로 블랙유머네요. 독특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많아서 그것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배가될것 같아요.

쥬베이 2008-04-21 16: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블랙유머적이랍니다.
여기다 이야기 끝부분에 가면 환타지적 요소도 약간 가미되어 있어요.
상당히 독특하고 재밌는 책이에요.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
 
황새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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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를 읽고 나서 확신 하게 됐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세계 최고의 스릴러작가라는 것을. 누군가 '스티븐 킹에 필적할만한 작가'라고 말했다지만,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스티븐 킹을 능가한다. 그를 숭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직까지 <황새>가 던져준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는게 바보 같이 느껴진다. 이런 완벽한 작품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한가지 확실한 건, <황새>를 읽고난 후엔 다른 작가의 작품이 한없이 우습게 느껴질 것이란 사실이다.

사실 제목이 좀 이상했다. 스릴러가 분명한데, 제목이 '황새'라니…스릴러와 황새를 도통 연결시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고 진실이 밝혀지면서, 황새와 스릴러의 접점이 드러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구성을 생각해 내다니. 이게 능력이다. 이런게 위대한 작가만에 선보일 수 있는 능력이다. 더구나 <황새>는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데뷔작 아닌가?

조류학자로 알려진 '막스 뵘'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막스 뵘은 수십년간 황새를 연구한 황새전문가. 주인공인 '루이 앙티오슈'는 양부모의 소개로 막스 뵘의 일을 돕게 된다. 막스 뵘은 루이에게 '매년 규칙적으로 돌아오던 황새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황새의 이동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황새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밝혀달라'(p.28)고 한다. 그런 막스 뵘이 살해당한 것이다. 막스 뵘이 심장수술을 받았다는 것, 그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사건을 맡은 뒤마형사는 공동조사를 제안(p.55)한다. 즉, 자신은 남아 사건을 파헤치고, 루이는 막스 뵘과의 약속대로 황새의 경로를 뒤쫒으며 의혹을 조사하자는 것.

결국, 루이는 황새의 이동을 경로를 따라 먼저 불가리아로 떠난다. 이동경로를 추적하면서 '조로 그리빈스키'(p.71), 언어학자 '마르셀 미나우스'(p.96), 집시의사 밀란 듀리크(p.149)등을 만나 비밀을 파헤치는 루이. 하지만, 누군가 루이를 살해하려 하고, 마르셀은 죽임을 당한다. 계속 드러나는 충격적인 살인행각. (라즈코, 그리고 고모운) 한편, 뒤마는 간간히 팩스를 보내(p.80,97) 조사결과를 알려준다. 이를 통해 막스 뵘의 정보가 대략적으로 드러나는데, 핵심의혹은 부의 출처, 심장수술, 미묘한 가족관계등이다.

이스라엘로 이동한 루이는 살해당한 또다른 인물 '이도 가버'를 조사하고, 그의 누이 '사라'를 만난다. 이들의 짧지만 정열적인 사랑, 그리고 진실. 루이는 막스 뵘과 황새의 관계를 알아낸다.(p.249이하 참조) 막스 뵘이 황새를 연구한데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 (스포일러 때문에 여기까지만) 이쯤에서 또다른 의문이 생긴다. 바로 비밀이 가득한 루이의 가족관계다. 화상을 입은 손과 모호한 가족관계, 뭔가 중요하게 부각될 거 같은 느낌이다.

루이는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황새의 아프리카쪽 이동경로를 따라가기로 하고 중앙아프리카로 향한다. 피그미족 소녀 고모운 살해사건(p.92)을 접한 루이는 일련의 살인뒤에 감춰진 경악할만한 사실을 밝혀낸다. 한편, 독재자 보카사, 하수인 오토 키에퍼, 그리고 정체불명의 백정의사의 의심스런 행각들. 하나씩 진실은 밝혀지는데…

황새가 사용된 교활한 음모와 심장이식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사실적이고 절제된 문장과 어울려 한층 놀랍게 다가왔다. 뭐낙 치밀한 구성이라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마지막에 밝혀진 '루이 앙티오슈'와 관련된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던 사실이 루이의 복잡한 가족사와 얽혀 그런식으로 풀려가다니…이런 완벽한 구성이 있을까? 초반 의혹을 품었던 루이의 가족관계, 결국 엄청난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구나. 아, 더 이상 말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 말만 하겠다. <황새>,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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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04-18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고 작가인가요????? 역자도 눈에 띄네요. 호기심 일백퍼센트네요.

쥬베이 2008-04-18 13:33   좋아요 0 | URL
네^^ 미친듯 재밌습니다ㅋㅋㅋ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작품은 전부 다 대단하더군요. 강추합니다^^

쥬베이 2008-04-1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읽고나서 너무 흥분한 나머지 글을 제대로 못썼습니다.
명작을 읽으면 서평이고 뭐고 쓰기가 힘들다는.....
뒤부분은 거의 스토리 요약, 그것도 스포일러 피해 조심조심-_-

lazydevil 2008-04-21 10:07   좋아요 0 | URL
뭡니까? 좋은 작품 읽고 자랑하시는거죠?? 암튼 쥬베이님이 쏟아지는 신간들 중 옥석을 가려주시니, 전 편할 따름입니다~~^^

칼리 2008-04-2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제는 알라딘 들어와서 보는 책소개보다 쥬베이님 리뷰보는게 더 유익하고 재미있으니 중증입니다.^^

쥬베이 2008-04-21 16:5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영광이에요^^
제 리뷰를 즐겁게 읽어주시니, 행복하네요~
감사합니다, 칼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