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데
황스쥔 지음, 박정원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19년 1월
평점 :
1
"다시 태어나고 싶어,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어, 캠퍼스를 누비던 대학시절이 그리워"
누구나 한번은 저런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 요즘 내가 그렇다. 난 내 인생을 뒤틀어버린 아주 사소한 (돌아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사소한) 일이 벌어졌던 중학교 1학년, 2학년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난 더 행복했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존중을 받으며 살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이 불행한 것도 아니고 나름 안정적인 삶을 살지만, 마땅히 누려야 할 '내 것'을 빼앗긴 기분이다. 내게 허락된 비단길을 통제당한채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늪으로 빠져 버렸다.
이런 생각이 가득하던 차에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데>를 접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나! 나!!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이 책이야 말로 지금 내게 필요한 책이야!"
2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데>는 대만에서 오래동안 심리상담을 하고, 꿈 탐색카드 등을 연구 개발한 황스쥔이 저술한 자기계발서이다. 상큼한 표지만 보고 소설내지 에세이를 생각했고, 자기계발서임을 알고는 스토리라인이 있는 자기계발서를 기대했는데, 이 책은 그냥 자기계발서이다^^ (하지만, 저자의 삶이나 생활이야기, 상담이야기가 많이 있으니 아쉬움은 접어두자.)
크게 4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자아를 확립(1부)한 후, 자신감(2부)을 키우고, 현실세계의 도전에 맞선다.(3부) 그리고 4부는 잠재의식을 컨트롤해 멋진 삶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전체 내용은 저자의 심리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냈다. 4부는 꿈해석이라는 다소 번외편 같은 느낌이다.
[제1부] 제1부는 자아를 확립하는 기초 작업이다. 핵심개념으로 '공존'(p.31)이 제시된다. 공존은 모순되어 보이는 내면의 여러 모습을 조정하고 조화롭게 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진정 꿈꾸는 것은 역사학자(A)이지만, 어떤 이유로 공무원시험을 보고 공무원(B)이 되었다. 여기서 저자는 B를 깡통으로 사는 것이라고 비유하는데, A의 삶과 B의 삶이 병존가능하다고 한다. 공무원이 된 후 저녁시간에 역사를 공부하거나 하는 식으로. 이후 p.84에도 구체적으로 공존 연습하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공존'이란 개념은 동양철학의 '중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이는데, 적당히 '타협'하는 걸 '공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도 있다.
[제2부] 제2부는 '자신감'을 이야기한다. 이론적으로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 저자의 경험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의 딸이야기가 많이 나와 재미있었다. 약을 안먹으려는 작은 딸(동생)을 큰 딸(언니)이 달래서 약을 먹게한 장면(p.102), 질문을 통해 주도적으로 어른들의 대화에 참여하는 저자의 큰 딸의 모습(p.149) 등등. 경험 위주 이야기 전개는 마음에 들지만, 이런 사례를 통해 전달하는 바가 명쾌하게 전달되지 않은 느낌인 건 아쉽다.
[제3부] 제3부는 현실세계의 도전에 맞닥드리는 실전 연습을 이야기한다. 역시 저자의 경험이 많이 녹아있다. 저자가 학생 시절 터득했다는 '팥 세기'(p.178)를 소개한다. 팥을 가득 채운 유리병을 두고, 자신을 만족하게 하는 일을 한 경우 유리병 속 팥을 꺼내 접시 위에 올려둔다. 3주나 한달뒤에 접시 위에 팥을 보고, 나 자신을 건강하게, 만족하게 하는 일을 얼마나 했는지 확인한다. 접시 위에 놓여 있는 팥이 적으면 더 분발하여 자기를 건강하게 하는 일을 더 해나간다. 평온함을 되찾는 방법(p.160)도 소개되는데, 너무 개략적이고 '신체의 곡선을 만지라' 같은 내용이라 공감이 힘들었다.
[제4부] 이 부분은 꿈해석을 이야기하는 번외편 느낌의 장이다. 생생한 꿈해석 사례가 등장하여 재미는 있으나, 공감이 안됐다. 각자의 꿈을 그냥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한 느낌. p.249이하에는 샤오찬이 자신의 꿈에서 새롭게 발견했다며 이메일을 보내 오는데, 그냥 자신 내키는대로 해석한 내용 아닌가? 저런 꿈해석 과정이 어떤 이로운 점이 있는지를 모르겠다.
여기서 이 책의 한계점(?)을 확인했다. 저자의 심리 관련 워크숍에 참석했거나 저자의 연구성과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스폰지처럼 한글자 한글자 흡수해 많은 것을 얻어갈지 모른다. 하지만, 그냥 새로운 나를 찾고 싶어 이 책을 손에 잡은 독자라면 '이거 뭐지, 그래 알았어. 이제 새로운 나를 찾는 법을 알려줘'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3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나, 그리고 누군가.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더욱 갈망하게 되는 인생의 리셋. 책 한권으로 저런 욕망을 채울 수 없음은 이미 알기에 이 책을 마냥 비판할 수는 없다.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데>는 체계적인 자기계발서는 아니고 저자의 심리상담경험이 녹아든 책이다. 읽기 전, 비판은 최대한 삼가고 내용에 몸을 던지려 하였으나, 스물스물 고개를 쳐드는 의구심, 회의, 비판의식이 나를 괴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