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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황새>를 읽고 나서 확신 하게 됐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세계 최고의 스릴러작가라는 것을. 누군가 '스티븐 킹에 필적할만한 작가'라고 말했다지만,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스티븐 킹을 능가한다. 그를 숭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직까지 <황새>가 던져준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는게 바보 같이 느껴진다. 이런 완벽한 작품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한가지 확실한 건, <황새>를 읽고난 후엔 다른 작가의 작품이 한없이 우습게 느껴질 것이란 사실이다.
사실 제목이 좀 이상했다. 스릴러가 분명한데, 제목이 '황새'라니…스릴러와 황새를 도통 연결시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고 진실이 밝혀지면서, 황새와 스릴러의 접점이 드러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구성을 생각해 내다니. 이게 능력이다. 이런게 위대한 작가만에 선보일 수 있는 능력이다. 더구나 <황새>는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데뷔작 아닌가?
조류학자로 알려진 '막스 뵘'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막스 뵘은 수십년간 황새를 연구한 황새전문가. 주인공인 '루이 앙티오슈'는 양부모의 소개로 막스 뵘의 일을 돕게 된다. 막스 뵘은 루이에게 '매년 규칙적으로 돌아오던 황새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황새의 이동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황새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밝혀달라'(p.28)고 한다. 그런 막스 뵘이 살해당한 것이다. 막스 뵘이 심장수술을 받았다는 것, 그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사건을 맡은 뒤마형사는 공동조사를 제안(p.55)한다. 즉, 자신은 남아 사건을 파헤치고, 루이는 막스 뵘과의 약속대로 황새의 경로를 뒤쫒으며 의혹을 조사하자는 것.
결국, 루이는 황새의 이동을 경로를 따라 먼저 불가리아로 떠난다. 이동경로를 추적하면서 '조로 그리빈스키'(p.71), 언어학자 '마르셀 미나우스'(p.96), 집시의사 밀란 듀리크(p.149)등을 만나 비밀을 파헤치는 루이. 하지만, 누군가 루이를 살해하려 하고, 마르셀은 죽임을 당한다. 계속 드러나는 충격적인 살인행각. (라즈코, 그리고 고모운) 한편, 뒤마는 간간히 팩스를 보내(p.80,97) 조사결과를 알려준다. 이를 통해 막스 뵘의 정보가 대략적으로 드러나는데, 핵심의혹은 부의 출처, 심장수술, 미묘한 가족관계등이다.
이스라엘로 이동한 루이는 살해당한 또다른 인물 '이도 가버'를 조사하고, 그의 누이 '사라'를 만난다. 이들의 짧지만 정열적인 사랑, 그리고 진실. 루이는 막스 뵘과 황새의 관계를 알아낸다.(p.249이하 참조) 막스 뵘이 황새를 연구한데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 (스포일러 때문에 여기까지만) 이쯤에서 또다른 의문이 생긴다. 바로 비밀이 가득한 루이의 가족관계다. 화상을 입은 손과 모호한 가족관계, 뭔가 중요하게 부각될 거 같은 느낌이다.
루이는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황새의 아프리카쪽 이동경로를 따라가기로 하고 중앙아프리카로 향한다. 피그미족 소녀 고모운 살해사건(p.92)을 접한 루이는 일련의 살인뒤에 감춰진 경악할만한 사실을 밝혀낸다. 한편, 독재자 보카사, 하수인 오토 키에퍼, 그리고 정체불명의 백정의사의 의심스런 행각들. 하나씩 진실은 밝혀지는데…
황새가 사용된 교활한 음모와 심장이식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사실적이고 절제된 문장과 어울려 한층 놀랍게 다가왔다. 뭐낙 치밀한 구성이라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마지막에 밝혀진 '루이 앙티오슈'와 관련된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던 사실이 루이의 복잡한 가족사와 얽혀 그런식으로 풀려가다니…이런 완벽한 구성이 있을까? 초반 의혹을 품었던 루이의 가족관계, 결국 엄청난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구나. 아, 더 이상 말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 말만 하겠다. <황새>,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