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이사카 코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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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8년쯤 <작가정신>판을 읽었고 16년만에 <현대문학>판으로 다시 읽었다.

총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A] [뱅크], [레트리버], [인] / [B] [칠드런], [칠드런2]

나눈 기준은 단편 모두에 등장하는 '진나이'의 나이다. 진나이 20대 초반 내용이 A이고, 가정법원 조사관이 된 30대 초반 내용이 B다. (B는 다른 소설인 <서브마린>으로 이어짐)

시간 순으로 단편을 나열해 본다면,

[뱅크] 진나이 19,20세(대학 초년생)
[인] 진나이 21세('강도사건이 1년 전'이라는 서술 있음)
[레트리버] 진나이 22세
------------ 가정법원 조사관 합격
[칠드런] 진나이 31세
[칠드런2] 진나이 32세

이 작품은 진나이를 중심으로, 가모이, 나가세, 유코, 무토가 엮여내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간다. 강렬하거나 미친듯이 재밌거나 하지는 않다. 그런데 차분히 읽다보면 정이 가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사카월드의 여러 떡밥을 찾는 재미도 있다.

사실, 진나이 캐릭터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진나이는 삐딱한 언행이 기분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괴짜로,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고 나중에 가정법원 조사관이 되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이라부'가 연상되는 캐릭터다. 그의 헛소리와 기행이 이해되지도 않거니와 옆에 있으면 진짜 짜증날 거 같은 인간이라 그냥 싫었다.

(이런 캐릭터가 일본소설에 종종 보이는 건, 일본사회가 정해진 규범, 가치대로 행동하는 것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사람들에게 어떠한 압박감으로 다가오는지 생각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나마 저런 캐릭터를 보며 현실의 압박감에서 벗어난 대리만족을 하는 건 아닐지.)

소설 읽는내내 진나이 캐릭터가 별로였지만, 마지막 장면, 곰인형 탈을 쓰고 아버지를 패러 가는 장면에서는 상상도 못한 전개에 웃음이 나며 진나이에게 살짝 호감을 느꼈으니, 다시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다. (가정법원 조사관에 된 후 무토에게 '자기 아버지를 아버지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때렸다' 뭐 이런 얘기를 하는데, 그게 마지막에 저런 장면이라니...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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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가는 유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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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읽을 줄 알았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다. 생각보다 잘 읽히지 않았다. 70%가량 읽었을때까지, 아쉬움이 더 많았다. 다카스키와 대화를 나누며 풀어가는 액자구성은 별론으로, 쌍둥이 설정이 진부했고, 진행이 느려 지루했다. 이름까지 "후가? 유가? 뭐야 헷갈리게스리" 이러는 지경에 까지.

그런데, 분량의 2/3 이후 하루코, 하루타가 등장하고 아버지가 재등장하고, 왜 다카스키하고 대화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하나둘 속도감있게 밝혀지면서 작품을 다시 봤다. 거기다 작가가 우리의 친구 와타보코리를 잊지 않고 재등장시킨데에는 감사한 마음과 애정하는 마음이 동시에 생겼으며, 다 읽고난 후엔 "아, 역시 이사카 코타로! 대단하다" 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예전에 작가의 다른 작품(골든 슬럼버)의 독후감을 쓰며, "작가가 어떤 등장인물을 잊고 어떻게 되었는지 결말부분에서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되도않는 불만을 제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불만 자체가 내가 뭘 모르고 떠든 것이거니와, 이사카 코타로란 작가를 제대로 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불만제기였다. 작가는 놀랍도록 꼼꼼하고 애정이 넘치며, 한번 등장시킨 인물을 그냥 버려두지 않는다.

---------- 스포일러

작품에는 놀랄만한 반전이 여럿 있는데,
1. 다카스키의 정체 <- 이것이 초반 의아한 다카스키, 유가간 대화 설정, 액자식 구성의 근본이유
2. 후가의 죽음 미스터리
3. 와타야 호코루는 누구인가 등
같은 날 읽은 반전을 정면으로 내세운 다른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보다도 더 반전이 훌륭했다.

도키와 유가, 후가, 고다마, 암굴아줌마, 와타보코리(와타야 호코루), 하루코, 하루타, 모두 내 기억속에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어떤 다른 작품에 스윽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잘 기억해 둬야지.


* <마왕>과 유사한 느낌이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1. 형, 동생, 동생 여자친구란 주인공 구도
2. 초능력 설정
3. 형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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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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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사와무라 이치의 책이다.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간략하게 단편마다의 느낌을 살펴보자.

 
[거울] A 몽환적이고 환각제를 50알정도는 먹은 듯한 정신병적인 단편. 읽기는 힘들었지만, 도전적인 서술과 몽롱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마을의 레이코 씨] B 도시전설을 토대로 풀어가는 내용이 흥미로웠음.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 A 처음에는 별로였으나, 기요코의 심리에 이입하게 되면 작품의 진가를 이해하게 됨.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빨간 학생복의 소녀] D 작품의 공포분위기나 병원 장소설정은 괜찮았으나, 전체적으로 별로임. 특히 중후반 무리한 전개가.. (히가 미하루가 하마기? 억지야 억지)
 
[젠슈의 발소리] E 표제작이고 분량도 제일 많은데 제일 별로였음. 

이전에 <보기왕이 온다> 독후감에도 썼는데, 일본특유의 만화적 설정이 몰입도를 떨어트림. 공감이 안됨. 히가 자매의 맹활약을 재미있게 보실 분도 분명 있겠으나... 내가 선호하는 것과는 정반대임. 특히 후반부에 마코토, 고토코, 덴이 모여서 젠슈와 대결아닌 대결을 하는 장면은 너무 작위적이어서 웃음이 나옴. (장편으로 완성하려다 실패한 중편?) 사와무라 이치 특유의 만화적 설정이 도통 나와는 안맞는 듯 한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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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미모구리
오다 마사쿠니 / 검은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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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에게 말을 풀어내는 형식인데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점이 대단하다.

이런 기묘한 이야기를 생각해 내고
존재하지 않는 '미미모구리'를
마치 이 세상에 있는 것 마냥 그려낸 것도 놀랍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전자책 살펴보다 우연히
정말 멋진 작품과 작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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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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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수상작'이라기에 혹해 읽었다. 읽어보니 대상감은 아니고 가작 정도가 딱 맞겠다. 데뷔작이라는 게 보일 정도로 좌충우돌에, 긴장감은 없으며, 제3장 '제삼자' 부분은 전형적인 일본호러영화 스타일로 만화같은 억지 설정까지 보인다. 

 

읽는내내 이해가 안됐던 것은, '보기왕이 왜 나타났는지, 왜 히데키와 가나를 목표물로 삼았는지'이다. p.309를 보면 설명이 나오기는 하나, 불충분하다.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 시즈가 보기왕을 불러들였어. 그래 알았어. 그럼 마도부(魔導符) 때문에 온거야? 가정불화가 보기왕을 불러들이는 주요원인이야? 왜 히데키지? 히데키가 육아남편이랍시고 가나를 힘들게 해서 보기왕이 왔나?" 의문투성이다.  

 

또한, 보기왕이 다카나시(p.44)와 세스코를 습격하는 장면(p.131)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 세스코는 자신을 퇴치하려 했으니 공격할 만하다 해도, 다카나시는 왜 공격했을까? 왜? 다카나시는 그냥 히데키의 직장동료일 뿐이다. 보기왕에게 적대적인 어떤 행동도 한게 없다. "보기왕이 변신한 여자얼굴을 봐서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 아냐 다카나시는 얼굴을 기억하지도 못했잖아. 보기왕이 그냥 마구 죽이는 연쇄살인악령이여서 그럴까? 아냐 원령은 원한을 품은 대상이나 적대적인 대상만 공격하잖아." 뭘까. 초반 다카나시가 의문의 습격을 당하고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 줌으로써 이야기가 한층 호러틱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왜? 소설 속 다카나시도 죽어가면서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보기왕의 정체를 추적하는 부분을 미야베 미유키나 교고쿠 나쓰히코가 썼다면, 작품의 백미가 됐을 것이다. '민속학과 전설이 뒤섞인 정체불명 보기왕 추격기'라 분명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나, 사와무라 이치는 신예작가고 이 작품은 데뷔작이다. 보기왕의 정체를 추적하는 부분은 기대이하다.

 

가라쿠사란 인물도 돌아보면 "왜 나왔지?" 싶다. 친구의 아내를 탐한 나쁜 놈이고, 보기왕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기는 하는데 작가의 갈팡질팡을 상징하는 대표인물이다. 노자키나 마코토의 경우 매력적인 캐릭터인 건 분명하다. 하나 캐릭터에 몰입이 안되고 자꾸 겉돈다. 이유가 뭘까?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는 걸까? 뭐가 문제일까?

 

결론은 다음과 같다. 위에 제기한 모든 문제의 근본은 한가지. 작가가 '보기왕이란 악령을 똑바로 그려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보기왕(보기마, 부기메)의 정체가 뭔지? 어떤 원한이 있고 누구를 공격하는지? 등등 설명이 안되기 때문에, 모호한 대상을 상대로 분투하는 노자키나 마코토가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는 거의 애니메이션 속 인물.

 

 

 

*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으나, 제2장 '소유자' 부분은 다른 차원에서 흥미로웠다. 일방적인 관심과 헌신이, 다른이에게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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