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미미모구리
오다 마사쿠니 / 검은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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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에게 말을 풀어내는 형식인데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점이 대단하다.

이런 기묘한 이야기를 생각해 내고
존재하지 않는 '미미모구리'를
마치 이 세상에 있는 것 마냥 그려낸 것도 놀랍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전자책 살펴보다 우연히
정말 멋진 작품과 작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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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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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제22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수상작'이라기에 혹해 읽었다. 읽어보니 대상감은 아니고 가작 정도가 딱 맞겠다. 데뷔작이라는 게 보일 정도로 좌충우돌에, 긴장감은 없으며, 제3장 '제삼자' 부분은 전형적인 일본호러영화 스타일로 만화같은 억지 설정까지 보인다. 

 

읽는내내 이해가 안됐던 것은, '보기왕이 왜 나타났는지, 왜 히데키와 가나를 목표물로 삼았는지'이다. p.309를 보면 설명이 나오기는 하나, 불충분하다.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 시즈가 보기왕을 불러들였어. 그래 알았어. 그럼 마도부(魔導符) 때문에 온거야? 가정불화가 보기왕을 불러들이는 주요원인이야? 왜 히데키지? 히데키가 육아남편이랍시고 가나를 힘들게 해서 보기왕이 왔나?" 의문투성이다.  

 

또한, 보기왕이 다카나시(p.44)와 세스코를 습격하는 장면(p.131)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 세스코는 자신을 퇴치하려 했으니 공격할 만하다 해도, 다카나시는 왜 공격했을까? 왜? 다카나시는 그냥 히데키의 직장동료일 뿐이다. 보기왕에게 적대적인 어떤 행동도 한게 없다. "보기왕이 변신한 여자얼굴을 봐서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 아냐 다카나시는 얼굴을 기억하지도 못했잖아. 보기왕이 그냥 마구 죽이는 연쇄살인악령이여서 그럴까? 아냐 원령은 원한을 품은 대상이나 적대적인 대상만 공격하잖아." 뭘까. 초반 다카나시가 의문의 습격을 당하고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 줌으로써 이야기가 한층 호러틱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왜? 소설 속 다카나시도 죽어가면서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보기왕의 정체를 추적하는 부분을 미야베 미유키나 교고쿠 나쓰히코가 썼다면, 작품의 백미가 됐을 것이다. '민속학과 전설이 뒤섞인 정체불명 보기왕 추격기'라 분명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나, 사와무라 이치는 신예작가고 이 작품은 데뷔작이다. 보기왕의 정체를 추적하는 부분은 기대이하다.

 

가라쿠사란 인물도 돌아보면 "왜 나왔지?" 싶다. 친구의 아내를 탐한 나쁜 놈이고, 보기왕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기는 하는데 작가의 갈팡질팡을 상징하는 대표인물이다. 노자키나 마코토의 경우 매력적인 캐릭터인 건 분명하다. 하나 캐릭터에 몰입이 안되고 자꾸 겉돈다. 이유가 뭘까?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는 걸까? 뭐가 문제일까?

 

결론은 다음과 같다. 위에 제기한 모든 문제의 근본은 한가지. 작가가 '보기왕이란 악령을 똑바로 그려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보기왕(보기마, 부기메)의 정체가 뭔지? 어떤 원한이 있고 누구를 공격하는지? 등등 설명이 안되기 때문에, 모호한 대상을 상대로 분투하는 노자키나 마코토가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는 거의 애니메이션 속 인물.

 

 

 

*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으나, 제2장 '소유자' 부분은 다른 차원에서 흥미로웠다. 일방적인 관심과 헌신이, 다른이에게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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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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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를 통해 '탐정 사와자키'가 아닌, '인간 사와자키'의 면모를 발견한 건 큰 수확이었다. 사실, 사와자키의 첫인상은 별로였다. 말투도 괴팍하고, 행동도 완전 밉상ㅋ 내 주변에 저런 인간이 있다면 절대 가까이하지 않을 타입이다. 이때 난, 하라 료의 스타일을 전혀 몰랐고, 하드보일드가 뭔지도 몰랐고, 하드보일드 탐정의 특징을 알지 못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런 걸 알아가면서, 어느 순간 탐정 사와자키의 매력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작품엔 전작보다 사와자키의 인간적 면모가 많이 부각된다. 작가의 의도가 어땠건, 사와자키에게 보다 더 인간적인 친근감을 느꼈다. 한 장면만 보자. 오래동안 도쿄를 떠나있던 사와자키. 다시 탐정사무소를 열지만 손님은 오지 않는다. 천하의 사와자키도 도리가 없었는지, 일거리를 얻으러 다른 탐정사무소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신문에 광고를 내야지 않을까 고민도 한다. 그러던 중, 누가 사무실 문을 노크한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의뢰인이 온 걸까? 이때 사와자키의 반응에 집중하시면서, 다음을 보시길. [누가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들어오세요'라고 힘차게 소리쳤다. 끼적이다 만 메모지를 뜯어내 휴지통에 던져넣었다. 말만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생물이건 대환영이라는 심정이었다.](p.133) 힘차게 "들어오세요!"를 외치는 사와자키의 모습이라니^^

 

고시엔에서 승부조작 의혹을 받았던 전 야구선수, 우오즈미가 사건을 의뢰한다. (의뢰하는 과정부터가 아주 고난의 연속인데, 이건 패스) 11년 전 자살한 누나의 죽음을 조사해 달라는 것. 조사과정에서 자살 장면을 목격했던 목격자들의 비밀을 밝혀지고, 오토바이를 탄 의문의 인물이 의혹을 핵심으로 떠오른다. 과연 우오즈미의 누나 유키는 자살한 걸까? 사와자키와 우오즈미를 노리는 검은 손의 정체는?

 

결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내가 죽인 소녀>에서도 엄청난 결말에 놀랐는데, 이 작품 역시 대단하다. 하라 료의 노련함에 다시금 감탄. 다만, XX가 XX의 옷을 입고 있었다는 설정은 무리수.

 

그 외, 세이와카이의 하시즈메, 사가라 / 형사 니시고리가 사와자키를 들볶는 것도 여전하다. <내가 죽인 소녀>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하시즈메는 완전히 회복했다. 사와자키와 이들의 관계를 분석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듯. (보이는 것과 달리, 이들에겐 뭔가를 뛰어넘는 공감대 같은 게 있다.) 아, 하시즈메가 괴한에게 습격당한 사와자키를 구해주는 장면(p.434)도 있다. 그리고, 사와자키의 옛 파트너 와타나베의 신상 관련 중요한 내용도 언급(p.548)된다.

 

책 홍보문구처럼 과장된 것도 없지만, 이 책의 홍보문구는 아주 정확하다. [당신이 기대하는 정통 하드보일드 미학의 최대치!] 탐정 사와자키에 놀라는 분이 있을지 몰라도 (특히 언행에ㅋㅋ), <안녕, 긴 잠이여>에 실망하실 분은 없을 것이다.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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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 죽은 남자 스토리콜렉터 18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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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 건, 소개팅 하는 것과 같다. 거의 대부분 실망하지만, 드물게 이상형을 만나기도 한다. 이제껏 일본소설을 읽으며, 오츠 이치와 기시다 루리코, 단 두 명의 작가만이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대보다 괜찮았다'는 거지, 딱히 이상형에 가까운 건 아니었다.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드디어 이상형을 만났기 때문이다. 바로 <일곱 번 죽은 남자>의 니시자와 야스히코.

 

<일곱 번 죽은 남자>는 타임슬립이란 SF 요소를 미스터리에 결합한 작품이다.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데, 놀랍게도 완벽하다. 마치, [SF+미스터리]란 장르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자칭 'SF 매니아'에다 일본 미스터리 광팬인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작품에 경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주인공 '오바 하시타로'의 타임슬립 능력부터 보자. 사실, '능력'이라 표현하기도 뭐하다. 왜냐하면 타임슬립은 하시타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느 날 갑자기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같은 날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 거다. (하시타로는 이를 '반복함정'이라고 부름 p.18) 등장하는 사람도, 발생하는 사건도, 오가는 대화도 모두 같다. 오로지 하시타로만이 반복되는 흐름 속에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하시타로는 원래 일어났어야 하는 현실을 의도적으로 변경(p.19) 시킬 수 있다. 아, 반복함정은 9차례 반복되고, 24시를 기점으로 리셋된다.

 

정년을 맞아 할아버지(후치가미 레이지로) 댁으로, 가족들이 모인다. 할아버지는 엣지업社의 경영자로 차녀 고토노 이모와 회사를 운영 중이다. 모임의 최대 이슈는, 고토노 이모의 양자로 과연 누가 선택될 지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히사타로의 어머니 가미지, 막내 하루나 이모는 사활을 걸고 자기 자식을 양자로 보내려 한다. 양자가 되면 엣지업社를 고스란히 상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앙숙인 두 자매의 티격태격, 미녀 루나를 둘러싼 사촌 간 애정다툼 및 애정행각, 비서 도모리씨와 히사타로의 미묘한 감정교류, 할아버지의 극적인 인생역전과 괴짜행동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유머코드는 감탄할 정도였다. 읽다 웃겨서 뒤집어진 게 한 두번이 아니다. 두 장면을 보자.

 

초등학교 여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말한다.(p.15이하) "학교 뒷산 신사에는 절대 가까이 가면 안 됩니다. 알았죠?" / "왜요? 귀신이라도 나와요?" / "그런 비과학적인 말을 하면 안 돼요." / "비과학적이란 게 무슨 말이에요?" / "터무니없다는 뜻이에요. 뒷산 신사에는 귀신보다 훨신 더 무시무시한 사람이 있어요" "요전에 다른 학교 여학생이 신사에서 놀다가 그 아저씨한테 잡혀 갔어요. 무섭죠? 겁나죠? 그리고 불쌍하게도 그 아저씨가 억지로 그 아이의 팬티를 벗겨버렸어요." / "왜 아저씨가 팬티를 벗겨줬어요, 선생님?" / "그리고 아저씨도 자기 팬티를 벗었어요. 여기까지 말하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죠?" / "둘이 팬티를 바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히사타로의 어머니와 하루나 이모는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다 결국 폭발(p.216이하)한다. 시발점은 후자타카와 루나의 다툼이었다. 둘이 남녀관계까지 맺었음을 알게 되자, "도대체가 넌 아들놈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발정 난 개새끼도 아니고, 어쩔거야. 대체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니까? 시집도 안 간 처녀를." / "시끄럽네 진짜. (중략) 같이 잔 거라면 그건 당연히 너희 집 멍청한 딸이 유혹했겠지. 머리는 텅텅 빈 주제에 엉덩이랑 가슴만 크면 다니? 이 걸레. 못생긴 게. 멍청이." 이런 대사가 오가다, 온 가족이 대격돌을 벌이는 베개싸움으로까지 이어진다.

 

<일곱 번 죽은 남자>는 사실 긴 말이 필요없는 책이다. 엄청나게 재밌다. SF에 미스터리를 결합하고, 유머코드까지 장착했으니, 별로 일리가 있겠는가? 전기장판 위에 엎드려서 이불 뒤집어쓰고 읽으며, 책 속에 풍덩 빠져 버렸다. 이토록 몰입해서 읽는 건, 20대 이후엔 거의 없던 일이다. 니시자와 야스히코가 왜 이제야 국내에 소개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얼른 다른 작품도 쭉쭉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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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화전 - 지상 최대의 미술 사기극 밀리언셀러 클럽 133
모치즈키 료코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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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화전>은 제14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미스터리는 아니고, 범죄 스릴러에 가깝다. 읽는 내내 부러웠던 건, 일본 장르문학계의 넓은 스펙트럼이다. 미술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명화 사기극을 그려내다니. 타쿠미 쓰카사의 <금단의 팬더>도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작품 아니던가.

 

두 명의 사기피해자가, 명화 절도계획의 실행범으로 가담한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오우라 소스케] 소스케는 동생과 달리, 생활력 없는 식충이다. 사업을 연이어 말아먹고 시원찮은 광고업자로 전락했다. 그에게 야부키란 남자가 수상쩍은 잡지제작을 의뢰하고, 점점 접근(p.36)해 온다. 야부키는 비공개주식 사기를 설명하며 투자를 권하는데...

 

[후데사카 아키네] 호스티스로, 긴자 주점에서 빚을 지고 도주했다. 3년 동안 벌벌 떨며 지냈고, 겨우 도쿄 변두리에 작은 스낵바를 연다. 아키네에게 한 남자가 접근하니, 이름은 안푸쿠 도미오. 다른 남자와는 달리 도미오는 점잖았고, 아키네를 좋아한다(p.67)고 했다. 도미오가 아키네에게 접근한 이유는?

 

야부키와 도미오의 사기행각은 너무나 치밀해서, 읽는 나조차 깜빡 속았다. 사기피해자가 전부 바보는 아니다. 사기꾼들이 어떤 면에선, 대단할 따름. 아무튼, 소스케와 아키네는 가해자를 쫓다 만나게(p.132) 된다. 또 다른 피해자라 주장하는 시로타까지 합세해 이야기를 나누고(p.138), 얼마지 않아 작품의 하이라이트 '명화 절도계획'까지 세운다. 그런데, 여기도 비밀이 있다. (스포일러 때문에 모호하게 말하면) 이 모든 것은 커다란 톱니바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중간중간 부패한 미술계 이야기, 거품경제 시절 덮어놓고 명화를 사들이던 행태 비판, 물감 덩어리가 어떻게 수백억을 호가하게 되는지(p.108), 특정 작가의 작품이 항상 일정 가격을 유지하는 미술계의 담합 등등 <대회화전>만의 장기가 재미있게 버무려져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전체적으로 산만하다. 하고 싶은 말이 넘쳐서 중언부언한다고 해야 하나. 또한, <대회화전>은 내용 전체가 하나의 음모이고, 배후 실력자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이야기다. 배후자는 개념상 모호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이자 실행범은 장기말에 불과할 뿐, 주인공이 아니다. 즉, 딱히 감정이입 할 대상이 없는 거다. 이것도 산만함의 한 원인이다.

 

둘째, 후반부, 사건의 전말을 강의하듯 일일이 설명하려 든 점. 물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대회화전>은 전체가 하나의 음모이자, 반전이기 때문에 약간의 설명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꼭 이런 방법밖에 없었을까? 작가가 일일이 설명한다면, 독자가 생각하고 끼어들 여지가 없다. <대회화전>의 반전은 꽤 놀라운데도, 막상 읽으면 심드렁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사건 전말을 설명하는 p.288이후는 너무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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