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훔친 위험한 冊들 - 조선시대 책에 목숨을 건 13가지 이야기
이민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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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를 가장한 수준이하의 책들이 횡행하고 있다. 능력도 안되는 저자에 의한, 비슷비슷한 포맷의 책들, 답답하다. 그러다 보니 정말 훌륭한 책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도매급으로 이상한 취급을 당하기 쉽상이다.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같이 훌륭한 책이 밀리언셀러에 준하는 폭발적 반응을 얻지 못하는건 바로 저런 이유 때문이다. 참 안타까운 현실.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은 조선조의 성리학적 이념과 배치되는 책,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건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전략) 그 방법으로 이 책은 일종의 금서들의 사회사라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 사문난적으로 몰린 책과 저자들의 역사는 성리학에 포섭되지 않은 사유를 가장 잘 보여준다. (중략) 시대와 불화한 책들의 역사는 불행함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왜 시대와의 진정한 의사소통은 목숨을 담보로 한 모험이 될 수밖에 없는지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p.5-7) 멋지다. 이런 명확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하기에, 이어지는 13개의 이야기는 탄탄하고 유기적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선조대의 병법전문가 '한교'(p.119이하)이다. 조선에 한교와 같이 병법에 뛰어난 인물이 있었다는 것도 충격이고, 그런 그를 철저히 배제했던 현실이 또한 충격이다. 일본군의 백병전을 막기위해 선조는 급히 병법서를 도입한다. 바로 명나라 장군 척계광이 지은 <기효신서>. 하지만, 조선내에 이를 제대로 소화해 낼 인물이 없었다. 이때 유성룡등의 천거로 등장한 인물이 한교이다. 한교는 <기효신서>의 의문점을 명나라 장수들에게 묻고 물어서 <기효신서절요>, <무예제보>(정조대에 편찬된 <무예도보통지>의 원형 p.127참조)등으로 재탄생 시킨다.

또한 한교는 선조말 세력을 확대하던 여진족을 막기 위해 <연병실기>를 조선의 현실에 맞게 정리하고 재창조한 <연병지남> 저술한다. 이는 상당히 빼어난 병법서였지만 채택되지 않는다. 저자는 그 이유로 두가지를 든다. 첫째, 서얼로 벼슬이 미천하고 파벌이 없었다. 둘째, 명과 청 사이에서 유연한 외교를 펼치던 광해군정권의 성격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한교의 <연병지남>이 얼마나 빼어난 병법서인지는,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부랴부랴 이를 수용한 것에서 드러난다.

'<심양장계>(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등 왕세자 일행이 수도 심양에서 생활한 일을 기록한 책 p.156)'를 중심으로 인조와 세자의 갈등을 그려낸 부분(p.155이하)도 좋았다. 청나라에 볼모로 간 세자는 조선과 청사이 외교관계에 전력하며 많은 공적을 세운다. 세자의 저런 활동이 절절히 녹아있는 것이 바로 <심양장계>.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심양장계>는 이처럼 소현세자 일행과 청의 다양한 교섭 양상을 통해 미묘한 외교관계를 증언하는 동시에 명, 청 교체기의 중국 정치, 사회, 문화 상황등을 풍부하게 담고 있어 17세기 중국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중략) 한마디로 17세기 동아시아라는 스케일이 큰 삶의 영역을 잘 보여주는 사료라고 할 수 있다.'(p.177)

세자의 귀국과 의문의 죽음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권력에 눈이 먼 인조가 자식을 독살했다는 믿을 수 없는, 도저히 믿기 싫은 이야기. 인조가 취한 일련의 조치는 역겹다. 세자의 귀국을 못마땅해 하다 마중조차 못하게 하고, 아들을 독살하고, 며느리를 누명을 씌어 죽게하고, 손주들을 유배한다.(p.186이하 참조) 또한 왕위계승이 당연한 소현세자의 맏아들 석철을 물리치고 봉림대군에게 왕위를 넘긴다. 인조는 참 치졸하고 잔인한, 무능한 군주였던 것이다.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은 지금까지 읽은 소위 '대중역사서'중 손에 꼽을 수작이다. 조선조 지배계급이 두려워했던 책들, 그래서 온갖 탄압을 받았던 책들, 그 속에서 조선의 숨겨진 면모을 돌아볼 수 있었다. 쏟아져 나오는 '유사 역사서'속에서 오랜만에 진정 훌륭한 책을 만났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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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6-1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이렇게까지 추천을 하시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수가...+_+

쥬베이 2008-06-20 01:32   좋아요 0 | URL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칼리 2008-06-2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속에서 배제되어야 했던 비주류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같아서 그것만으로도 왠지 공감이 가네요.^^

쥬베이 2008-06-24 16:00   좋아요 0 | URL
네, 주류가 두려워했던 걸 파헤치기 때문에 비주류의 입장에 가까워요^^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재미있게 읽으실 책이랍니다^^
 
[메디치가 살인 사건의 재구성] 서평단 알림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라우로 마르티네스 지음, 김기협 옮김 / 푸른역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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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소설이 아니다. 전직 대학교수가 쓴 정통 역사서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다, 전반적인 역사흐름을 이해해야만 하기에 읽기가 만만치 않다. 처음 50페이지가량 읽었는데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로렌초, 지롤라모, 카테리나, 비스콘티, 프란체스키토…혼란스럽기만 했다. 부랴부랴 노트를 펼쳤다. 처음으로 돌아가 인물이름부터 하나하나 체크하며 다시 읽었다. '아, 그렇구나'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1478년 4월 벌어진, 피렌체의 비공식적 지도자 '위대한 로렌초'와 그의 동생 줄리아노를 노린 암살시도(파치음모)를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는 파치음모가 발생한 정치적 배경과 당시 이탈리아 일대의 사회상, 로렌초가문의 내력, 로렌초의 권력장악 과정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입체적인 전달을 위해 사진, 그림, 도표자료등를 폭넓게 활용한다. 특히 암살사건 당시의 상황을 도표로 제시한 부분(p.202,203)은 인상적.

파치음모가 발생한 정치,사회적 배경을 파헤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 듣는 이름이 많이 등장하기에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혼란스럽다.) 당시(14,15c무렵) 이탈리아 일대는 수많음 음모가 횡행하고 있었다. 오르시형제가 지롤라모 백작을 살해(p.21)하고, 미망인 카테리나는 도망간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 상황을 장악하지 못한 오르시형제는 도리어 쫒기고 카테리나는 도시로 재입성한다. 물론 오르시형제에 협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다. 마치, 밀고 밀리기는 반복하던 6.25 전쟁과 비슷한 상황. 한편, 엽색가인 피렌차 영주 '갈레오토 만프레디'는 아내에게 살해당하고(p.27), 밀라노 공작 '조바니 안드레아'(p.29이하)는 비스콘티, 제롤라모등에게 살해당한다. 당시는 완전한 음모의 시대였던 것이다.

로렌초 암살사건의 전말은 p.187이하에서 본격적으로 서술된다. 로렌초家의 세력확대를 견제하던 파치家가는 암살계획을 주도하고, 결국 로렌초와 줄리아노는 피렌체 대성당에서 습격당한다. 줄리아노는 죽지만, 로렌초는 구사일생으로 몸을 피한다. 절반의 성공이었을까? 이후 정국은 한치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공무원이나 경찰들고 사태를 관망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로렌초는 후속조치는 신속했다. 거기다 시민들의 외부세력에 대한 거부감까지 더해져(p.211) 로렌초는 정국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복수뿐, 잔혹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음모를 주도한 파치家는 거의 멸문지화를 당한다. (파치家의 재앙은 p.329이하에서 더욱 자세히 서술)

이런 생각이 들지 모른다. '로렌초 암살시도도 수많은 음모중 하나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것. 그러나 '파치음모'이후 벌어진 엄청난 정치, 사회적 파장은 보면 얼마나 이 것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전환점이 된 사건이라고 칭한다)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그리 만만한 책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차분히 읽어가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르네상스 전후로 한 수많은 음모, 정치, 사회적 흐름을 느끼고 싶다면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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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6-2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나서 그와 비슷한 책들을 꽤 봤었는데 이름들이 낯익어서 그런지 왠지 반가운 리뷰예요^^

쥬베이 2008-06-24 15:59   좋아요 0 | URL
로마인 이야기, 읽지 못했어요. 뭐낙 방대해서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이 책은 사진,도표자료도 많고 상당히 멋져요. 그런데 읽기 쪼금 어려워요~
 
피의 고리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
제롬 들라포스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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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스포일러 있을지도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한 남자가 있다. 나탕 팔. 그는 북극 빙하지대 잠수작업도중 사고를 당했고 극적으로 구출되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 심지어 자신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의혹의 연속이다. 정체불명의 스트룀 박사(p.33), 면회조차 허용되지 않는 이상한 분위기, 나탕의 목숨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사내들(p.43), 나탕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는 도대체 어떤 비밀을 간직한 걸까?

병원을 탈출한 나탕은 말라테스티아나 도서관장 '애실리 우즈'를 만나고, '엘리아스의 필사본'(p.84)에 대해 알게 된다. 엘리아스의 필사본을 보고 나탕은 뭔가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사막의 모래, 어린아이, 고양이등. 양자의 접점은 무엇인가? 한편,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우즈의 옛동료를 통해 신원조회를 해보지만 나탕의 흔적은 전혀 없다. 이제 남은 실마리는 잠수작업을 주도했던 히드라사社를 찾아가는 것 뿐.

<피의 고리>를 읽으며 가장 놀란 것은 방대한 스케일이다.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제1부)에서 시작해 프랑스 생클레르, 드골공항(제2, 4부), 런던(제3부), 이집트, 수단(제5부)을 넘나든다. 다 읽고 나면 마치 세계일주를 한듯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북극의 빙하지대와 수단 사막의 강렬한 대조는 인상적이다. 이런 방대함은 10년 이상 전 세계를 누비며 다큐멘터리 제작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제롬 들라포스의 경력이 바탕이 된 것이다. 만약 '이 작품의 배경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이 있다면 답은 전 세계, 지구 전체이다.

노르웨이 롱예르비엔으로 향하던 나탕은 '로다'라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난다. 어디선가 만난듯한 친근함을 느끼는 나탕, 놀랍게도 로다는 나탕을 알레상드로라 부른다. 나탕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이들은 어떤 관계였을까? 그리고 잠깐 이어지는 나탕과 로다의 러브모드. 나탕은 엘리아스의 필사본, 로다의 증언, 경험 등을 종합하여 사건을 중간정리(p.204)한다. '1693년' 엘리아스, 폐와 뇌가 사라진 시체발견, '1994년' 대학살이 자행되던 자이르에 있던 나탕, '2002년 2월' 폴 익스플러러호, 엘리아스의 필사본과 상태가 동일한 시체 3구 유기. 시체 인양에 참가했던 의사와 선원 의문사. '2002년 3월' 세 달사이 나탕을 살해하려는 시도 두 차례 있었음.

<피의 고리>의 백미를 꼽으라면 두 장면을 꼽겠다. 첫 번째는 나탕이 르완다 카탈레 난민캠프인근의 '악마가 산다는 지하동굴'을 조사하는 장면(p.280이하), 두 번째는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악의 근원 '피의 결사단'의 본거지 '암흑의 수도원'으로 향하는 장면(p.465이하)이다. 모두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핵심중의 핵심인데다, 긴박감이 절정에 달하기 때문. 아무튼 나탕은 카탈레 인근 지하동굴 참사에서 모든 사건의 열쇠를 발견(p.313)한다. (스포일러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겠다. 읽어보시길) 그랬군.

한편, 우즈는 나탕의 지문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한다. 나탕의 어린 시절 이름은 '쥘리엥 마르텔', 프롤로그에 벌어졌던 사건은 역시 나탕의 어린 시절과 관련 있었다. 양호선생 뮈르노를 통해 밝혀지는 어린 시절, 힘겨운 가족관계. 한편, 악의 근원으로 추정되는 자선단체 '원 어스'의 비밀과 창립자 압바스 모르쿠스의 비밀도 서서히 드러나고, 나탕은 최후의 결전을 위해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 '암흑의 수도원'으로 향한다. 이 작품의 백미중 백미. (압바스 모르쿠스와 나탕의 만남에서 이전에 존재하던 모든 의문은 속시원하게 해소된다.)

제롬 들라포스의 데뷔작, <피의 고리>는 욕심이 많은 작품이다. 전 세계를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 실감나는 대추격전(p.43이하, p.181이하), 저널리스트 다운 생생한 배경지식(바이러스, 기억상실, 난민구호활동 등)까지, 놀라운 것은 저것이 단순히 욕심에 머무르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제롬 들라포스는 한편의 작품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흔히 말하는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소설'을 찾는가? 고민할 필요 없다. <피의 고리>를 읽는 순간, 당신의 무더위조차도 행복하게 느껴질 것이다.

 

* <피의 고리>는 끝없는 찬사를 들어 마땅한 작품이지만, 화려한 수식은 최대한 배제했다. 제롬 들라포스의 매력, 직접 느껴보시길.

* 제롬 들라포스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저널리스트 출신이라는 점부터, 작품스타일까지. 실제 제롬 들라포스는 선배작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밝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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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6-1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영화 "본 아이덴티티"를 연상시키는 작품인것 같네요. 물론 책의 스케일이 훨씬 방대한것 같지만요. 리뷰만 읽어도 얼핏 어려운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 들어요^^

쥬베이 2008-06-16 18:14   좋아요 0 | URL
아악!!!!! 칼리님 보고 싶었어요^^
칼리님 서재에 몰래몰래 가보곤 했는데, 바쁘셨나봐요~

네, 배경이 굉장히 방대해요. 북극부터 사하라사막까지 다나옴ㅋㅋㅋ
그런데 정말 재미있답니다^^ 추천 추천!!ㅋㅋㅋ

Apple 2008-06-1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오늘 샀어요..^^책 받아보니 꽤 두툼해서 왠지 돈을 뽑은듯한 느낌이..=_=;푸핫...지난번에 쥬베이님 서재에서 본 그랑제의 "황새"도 함께 샀답니다.흐흐흐흐흐..^^
요즘 프랑스 스릴러 굉장하죠~?

쥬베이 2008-06-20 01:43   좋아요 0 | URL
시즈님이다!!!ㅋㅋㅋ
맞아요. 요즘 막심 샤탕,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요 들라포스까지 대단합니다^^
그랑제 >> 들라포스 >> 샤탕 이라고 하고 싶어요~ㅋㅋㅋ
그랑제 작품은 뭐든 걸작!! <황새>도 짱이에요ㅎㅎㅎ

lazydevil 2008-06-2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여기저기서 대단한 이야기꾼들이 불쑥불쑥 등장하니 정신이 없네요. 관심목록 추가 또 하나요!

쥬베이 2008-06-23 07:32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래요. 책을 읽을때마다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에요
블랙펜클럽은 다 괜찮으니 읽어보세요^^

칼리 2008-06-2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저도 보고 싶었어요^^
저는 쥬베이님 서재에 몰래몰래가 아니라 대놓고 왔었어요~~~ 제 서재는 안가도^^

쥬베이 2008-06-24 15:57   좋아요 0 | URL
칼리님!!!^^ 칼리님이 계시기에 알라딘을 떠날 수 없어요ㅋㅋㅋ
정말 고맙습니다. 칼리님 안계시면 알라딘 서재 할 맘도 안나요^^
 
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지음, 이재영 옮김 / 알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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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철학의 탄생>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사상을 조명하는 책이다. '소크라테스 이전'이라 함은, 대략적으로 기원전 5세기내지 6세기이지만 생물 연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을 처음으로 개척한 이들의 사상을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의 사상과 구별하기 위한 표현'(책날개 참조)인 것이다. 고등학교때 배운 윤리는 동서양의 철학을 개괄하고 있어 유명 철학자의 이름 정도는 모두 알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은 전공자가 아닌 이상 알지 못한다. 그리스철학의 흐름을 도표형식으로 정리한 자료를 찾아봐도 그 시작은 소크라테스였다. 이전 학자들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하루 아침에 발전된 것이란 말인가?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목적(p.10)을 밝히고 있다. 첫째, 현대인들이 유럽 사상의 기초가 세워지고 발전되는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저자는 유럽 사상의 기초를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게서 찾는다. 하지만, 그들의 사상은 지나치게 축약되어 소개되거나 너무 전문적이어서 소수의 전문가만 읽게 되어 있기에(p.10참조) 일반인들은 제대로 알기 어렵다. 둘째,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자연과학적 성과를 부각하자. 저자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대한 기존 연구가 문헌학, 철학의 측면만 과도하게 부각시키고 있기에, 균형잡힌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상대성이론, 양자론등 많은 과학이론이 고대 관념의 영향아래서 발전한 것이지만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활동했던 그리스의 자연, 사회, 종교등 지역상황을 살펴보고,(p.23이하) 이들을 개관(p.57이하)한다. 이 부분은 위에서 언급한 목적과 관련을 가진다. 특히, 이들을 '과학의 창시자로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두번째 목적과 잇닿아 있다. 과학의 창시자로 볼 수 없다는 회의적 시각은 다음 두가지를 논거로 한다. 첫째, 개별 관찰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다. 둘째, 자신들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비판한다. 개별 관찰을 중시하는(귀납법) 사고는 과학의 역사를 보면 틀렸으며(p.63), 당시에는 실험과 측정을 위한 기술적 수단이 마련되지 않았다(p.64)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을 과학의 창시자로 볼 수 있다는 저자의 입장인 것이다.

[밀리토스의 탈레스](p.81이하)부터 본격적으로 스크라테스 이전 철학자을 살펴본다. 어떠한 삶을 살아는지 '생애', '생활방식'부터 다양한 저작과 이론까지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또한 '부록'에는 주석, 문헌소개, 사진출처, 찾아보기, 연대표등을 실어 입체적인 독서가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사모스의 피타고라스](p.127이하) 피타고라스란 이름은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의 주인공 아니던가? 초반부 소개되는 그에 대한 상반되는 평(p.129)은 충격적이었다. "탁월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실로 지극히 방대한 사상을 섭렵했으며, 온갖 지혜로운 작품들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인물"(엠페도클레스) / "사기꾼의 원조", "온갖 사람들로부터 입수한 다양한 정보들과 여기저기서 골라낸 책들에서 조합해낸 것들을 자신이 발견한 진리처럼 떠벌린, 현학적이며 기만적인 인물"(헤라클레이토스) 놀랍지 않은가? 도대체 피타고라스는 어떤 인물로 봐야 할까? 저자는 가장 안전하면서 무난한 결론을 내린다. 모든 특성을 어느 정도씩 지니고 있는 인물이란 것. 그의 저작과 활동에 대해선 직접 읽어보시길.

[압데라의 데모크리토스](p.413이하) 단순히 원자론으로 유명한 인물 정도로 생각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대단했다. 저자는 "다른 모든 소크라테스 이전 학자들의 틀을 뛰어 넘은 인물"(p.415)이라고 평하고, 에두아르트 첼러와 빌헬름 네슬레는 "당대의 모든 지식을 철학적 속으로 끌어들인 보편적인 정신이었으며, 이런 점에서 그와 비견될 수 있는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 뿐이다."(p.415) 그는 윤리, 자연철학, 수학등 백과사전적 지식의 소유자였으며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아쉽게도 원자론을 전개한 <자연철학에 대해서>는 남아있지 않아, 이후 해석자들의 해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등 위대한 철학자 이전엔 파르메니데스, 데모크리토스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들이 있었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파르메니데스(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가 없었다면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되었겠는가?"(p.10)라고. <철학의 탄생>, 이제껏 알지 못했던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을 알게해 준 고마운 책이다. 진정한 그리스 철학의 원류를 접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라. 깊이있는 내용, 완벽한 편집, 정말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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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6-1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나면 철학에 대해서 조금 아는척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쥬베이 2008-06-16 18:14   좋아요 0 | URL
네네^^ 저 사실 힘들게 읽었어요ㅋㅋㅋ
서재에 꽂아두면 폼나는 그런 책^^
 
즐거운 장난
전아리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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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장난>은 올해 읽은, 아니 태어나서 지금까지 읽은 소설집중 최고다. 수록된 10편의 단편 모두 흥미롭고 문학적 향취까지 뿜어낸다. 놀라운 일이다. 86년생 어린작가의, 그것도 첫 소설집이 이렇게 완벽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하나 놀라운 것은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세계가 깊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남편과 헤어지고 힘겨운 삶을 사는 중년여성(메리 크리스마스), 트랜스젠더를 등장인물로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대학생(내 이름 말이야), 서커스단을 전전하는 난장이(외발 자전거), 괴팍한 스님 밑에서 행자승노릇하는 젊은이(깊고 달콤한 졸음을)등등. 다양한 소재, 등장인물을 맛깔지게 그러낸다. '어떻게 이런 내용을 쓸 수 있을까? 이런 심리묘사는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감탄할 따름이다.

[메리 크리스마스](p.29이하) 떠나버린 남편, 주인공은 전셋방에서 딸(유리)과 단둘이 살아간다. 남겨진 두모녀의 끈끈한 사랑, 깊은 애정을 떠올렸는가? 아니다. 주인공에게 딸은 화풀이 대상일 뿐이다. "내가 눈치 보면서 밥 먹지 말랬지? 왜 병신처럼 그렇게 눈치를 보면서 밥을 먹어? (중략) 엄마 말이 말 같지 않아? 꼭 맞아야 사람 말을 들어?"(p.33) 딸아이의 피를 보고서야 진정하는 주인공…. 아파트 단지를 돌며 책을 팔고, 보험영업을 하는 주인공에게 삶은 전쟁이었다. 보험을 대가로 노골적인 요구하는 사람들, 아파트 관리인의 성화, 집주인 여자의 독촉, 딸아이를 향한 무한한 사랑은 애당초 무리한 요구인지 모른다.

여고동창 '명희'가 등장한다.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 남편은 둔 명희는 화려하고 안정된, 주인공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부러움 섞인 주인공의 생각, '명희의 삶에는 갓 지은 쌀밥의 따뜻한 온기와 반드르르한 윤기가 돈다'(p.32) 이어 주인공은 보험때문에 명희남편을 찾아가고 어색한 이야기를 나눈다. 부러워 했던, 그렇게 화려해 보였던 명희의 삶 이면의 씁쓸함, 그렇다. 뭐든 소유하지 못한 것이 크고 대단해 보일 뿐이다. 막상 가지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선물을 내미는 유리의 모습(p.55)에서 두 모녀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참 마음이 찡해지는 마무리다.

한가지 주목한게 있다. 바로 '까마귀'의 상징성이다. 딸아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다음에 등장하는 까마귀(p.38), 잔잔한 결말이전에 등장하는 목 졸려 죽은 까마귀(p.54)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의 장편 <시계탑>에서도 주인공 연이들 둘러싼 까마귀 상징이 등장한다. 과연 전아리 작가에게 까마귀는 어떤 의미일까?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깊고 달콤한 졸음을](p.151이하) 남의 집 일하며 힘들게 번 돈을 사기당한 어머니, 집을 나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동생 경선, 도선이 열아홉 나이로 절에 들어 온 것은 저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스님이 되는 것은 만만하지 않았다. 혹독하다 못해 괴팍하기까지 한 큰스님의 타박은 도선을 힘들게 한다. 저것도 수련인걸까?

절에 먹을거리를 들고 오거나, 빨래를 해주는 긍골노파는 이야기에 활력소 역할을 한다. 긍골노파가 꺼낸 앨범속 사진(p.170)은 큰스님과 긍골노파의 뭔가 말할 수 없는 관계를 나타낸다. 노파의 모습에서 어머니를 느끼는 도선. 한편, 큰스님에게 단주를 훔쳤다는 오해를 받게 된 도선은 절을 떠나기로 하는데. 과연 도선은 어떤 깨달음을 얻을까?

단 두편의 단편을 소개하지만, 저 단편이 특별히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누누이 말했지만, 모든 작품의 완성도가 탄탄하고 훌륭하다. 책 가격이 아깝지 않다. 음…'즐거운 장난'이란 제목을 한번 생각해 보자. '즐거운 장난'은 수록 단편의 제목중 하나가 아니다. 저자에게 글쓰기가 하나의 '장난', 그것도 '즐거운' 장난이란 의미일까? <즐거운 장난>, 절대 후회하지 않을 멋진 소설집이다. 문학천재 전아리 작가의 매력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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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6-1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작가의 나이를 감안하면 책의 주제가 굉장한 설정이네요. 쥬베이님이 최고의 소설집이라 할만하네요...

쥬베이 2008-06-16 18:15   좋아요 0 | URL
<즐거운 장난> 강력 추천입니다!!^^
칼리님께서도 분명 좋아하실거에요. 어린 작가인데 어쩜 이리 잘쓰는지...
정말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