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가 살인 사건의 재구성]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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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라우로 마르티네스 지음, 김기협 옮김 / 푸른역사 / 2008년 4월
평점 :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소설이 아니다. 전직 대학교수가 쓴 정통 역사서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다, 전반적인 역사흐름을 이해해야만 하기에 읽기가 만만치 않다. 처음 50페이지가량 읽었는데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로렌초, 지롤라모, 카테리나, 비스콘티, 프란체스키토…혼란스럽기만 했다. 부랴부랴 노트를 펼쳤다. 처음으로 돌아가 인물이름부터 하나하나 체크하며 다시 읽었다. '아, 그렇구나'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1478년 4월 벌어진, 피렌체의 비공식적 지도자 '위대한 로렌초'와 그의 동생 줄리아노를 노린 암살시도(파치음모)를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는 파치음모가 발생한 정치적 배경과 당시 이탈리아 일대의 사회상, 로렌초가문의 내력, 로렌초의 권력장악 과정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입체적인 전달을 위해 사진, 그림, 도표자료등를 폭넓게 활용한다. 특히 암살사건 당시의 상황을 도표로 제시한 부분(p.202,203)은 인상적.
파치음모가 발생한 정치,사회적 배경을 파헤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 듣는 이름이 많이 등장하기에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혼란스럽다.) 당시(14,15c무렵) 이탈리아 일대는 수많음 음모가 횡행하고 있었다. 오르시형제가 지롤라모 백작을 살해(p.21)하고, 미망인 카테리나는 도망간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 상황을 장악하지 못한 오르시형제는 도리어 쫒기고 카테리나는 도시로 재입성한다. 물론 오르시형제에 협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다. 마치, 밀고 밀리기는 반복하던 6.25 전쟁과 비슷한 상황. 한편, 엽색가인 피렌차 영주 '갈레오토 만프레디'는 아내에게 살해당하고(p.27), 밀라노 공작 '조바니 안드레아'(p.29이하)는 비스콘티, 제롤라모등에게 살해당한다. 당시는 완전한 음모의 시대였던 것이다.
로렌초 암살사건의 전말은 p.187이하에서 본격적으로 서술된다. 로렌초家의 세력확대를 견제하던 파치家가는 암살계획을 주도하고, 결국 로렌초와 줄리아노는 피렌체 대성당에서 습격당한다. 줄리아노는 죽지만, 로렌초는 구사일생으로 몸을 피한다. 절반의 성공이었을까? 이후 정국은 한치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공무원이나 경찰들고 사태를 관망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로렌초는 후속조치는 신속했다. 거기다 시민들의 외부세력에 대한 거부감까지 더해져(p.211) 로렌초는 정국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복수뿐, 잔혹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음모를 주도한 파치家는 거의 멸문지화를 당한다. (파치家의 재앙은 p.329이하에서 더욱 자세히 서술)
이런 생각이 들지 모른다. '로렌초 암살시도도 수많은 음모중 하나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것. 그러나 '파치음모'이후 벌어진 엄청난 정치, 사회적 파장은 보면 얼마나 이 것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전환점이 된 사건이라고 칭한다)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그리 만만한 책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차분히 읽어가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르네상스 전후로 한 수많은 음모, 정치, 사회적 흐름을 느끼고 싶다면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