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지음, 이재영 옮김 / 알마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의 탄생>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사상을 조명하는 책이다. '소크라테스 이전'이라 함은, 대략적으로 기원전 5세기내지 6세기이지만 생물 연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을 처음으로 개척한 이들의 사상을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의 사상과 구별하기 위한 표현'(책날개 참조)인 것이다. 고등학교때 배운 윤리는 동서양의 철학을 개괄하고 있어 유명 철학자의 이름 정도는 모두 알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은 전공자가 아닌 이상 알지 못한다. 그리스철학의 흐름을 도표형식으로 정리한 자료를 찾아봐도 그 시작은 소크라테스였다. 이전 학자들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하루 아침에 발전된 것이란 말인가?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목적(p.10)을 밝히고 있다. 첫째, 현대인들이 유럽 사상의 기초가 세워지고 발전되는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저자는 유럽 사상의 기초를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게서 찾는다. 하지만, 그들의 사상은 지나치게 축약되어 소개되거나 너무 전문적이어서 소수의 전문가만 읽게 되어 있기에(p.10참조) 일반인들은 제대로 알기 어렵다. 둘째,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자연과학적 성과를 부각하자. 저자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대한 기존 연구가 문헌학, 철학의 측면만 과도하게 부각시키고 있기에, 균형잡힌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상대성이론, 양자론등 많은 과학이론이 고대 관념의 영향아래서 발전한 것이지만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활동했던 그리스의 자연, 사회, 종교등 지역상황을 살펴보고,(p.23이하) 이들을 개관(p.57이하)한다. 이 부분은 위에서 언급한 목적과 관련을 가진다. 특히, 이들을 '과학의 창시자로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두번째 목적과 잇닿아 있다. 과학의 창시자로 볼 수 없다는 회의적 시각은 다음 두가지를 논거로 한다. 첫째, 개별 관찰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다. 둘째, 자신들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비판한다. 개별 관찰을 중시하는(귀납법) 사고는 과학의 역사를 보면 틀렸으며(p.63), 당시에는 실험과 측정을 위한 기술적 수단이 마련되지 않았다(p.64)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을 과학의 창시자로 볼 수 있다는 저자의 입장인 것이다.

[밀리토스의 탈레스](p.81이하)부터 본격적으로 스크라테스 이전 철학자을 살펴본다. 어떠한 삶을 살아는지 '생애', '생활방식'부터 다양한 저작과 이론까지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또한 '부록'에는 주석, 문헌소개, 사진출처, 찾아보기, 연대표등을 실어 입체적인 독서가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사모스의 피타고라스](p.127이하) 피타고라스란 이름은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의 주인공 아니던가? 초반부 소개되는 그에 대한 상반되는 평(p.129)은 충격적이었다. "탁월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실로 지극히 방대한 사상을 섭렵했으며, 온갖 지혜로운 작품들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인물"(엠페도클레스) / "사기꾼의 원조", "온갖 사람들로부터 입수한 다양한 정보들과 여기저기서 골라낸 책들에서 조합해낸 것들을 자신이 발견한 진리처럼 떠벌린, 현학적이며 기만적인 인물"(헤라클레이토스) 놀랍지 않은가? 도대체 피타고라스는 어떤 인물로 봐야 할까? 저자는 가장 안전하면서 무난한 결론을 내린다. 모든 특성을 어느 정도씩 지니고 있는 인물이란 것. 그의 저작과 활동에 대해선 직접 읽어보시길.

[압데라의 데모크리토스](p.413이하) 단순히 원자론으로 유명한 인물 정도로 생각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대단했다. 저자는 "다른 모든 소크라테스 이전 학자들의 틀을 뛰어 넘은 인물"(p.415)이라고 평하고, 에두아르트 첼러와 빌헬름 네슬레는 "당대의 모든 지식을 철학적 속으로 끌어들인 보편적인 정신이었으며, 이런 점에서 그와 비견될 수 있는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 뿐이다."(p.415) 그는 윤리, 자연철학, 수학등 백과사전적 지식의 소유자였으며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아쉽게도 원자론을 전개한 <자연철학에 대해서>는 남아있지 않아, 이후 해석자들의 해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등 위대한 철학자 이전엔 파르메니데스, 데모크리토스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들이 있었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파르메니데스(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가 없었다면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되었겠는가?"(p.10)라고. <철학의 탄생>, 이제껏 알지 못했던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을 알게해 준 고마운 책이다. 진정한 그리스 철학의 원류를 접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라. 깊이있는 내용, 완벽한 편집, 정말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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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2008-06-1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나면 철학에 대해서 조금 아는척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쥬베이 2008-06-16 18:14   좋아요 0 | URL
네네^^ 저 사실 힘들게 읽었어요ㅋㅋㅋ
서재에 꽂아두면 폼나는 그런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