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1. 오쿠다 히데오 한번 까보자??

오쿠다 히데오는 관심을 끊었던 작가다. 이라부, 마유미에 질릴데로 질렸고, <오! 수다>의 망언엔 정내미까지 떨어졌다. 600페이지 가까운 책(4*6양장이었다면 900페이지 정도는 될 듯)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오쿠다 히데오 한번 까보자'란 생각이 없었다면 아마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최악>은 평범한 세 사람의 이야기이다. '가와타니 신지로'(A) 가와타니 철공소란 작은 공장을 운영한다. 사장님보단 수더분한 동네아저씨 이미지가 더 어울리는 인물. '후지사키 미도리'(B) 남들은 부러워 하는 은행에서 근무하지만 반복되는 일에 따분해 하고 있다.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 '노무라 가즈야'(C) 한마디로 불량배다. 파친코로 시간을 보내고 강도 짓거리로 한두푼 벌어들인다. 이후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제시된다.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최악의 상황과 친하다는 것^^

2. 세 사람을 괴롭히는 최악의 상황 

1) 신지로를 힘들게 하는 것은 원청업체의 횡포(p.64), 종업원 마츠무라의 대책없는 행동(p.280,397), 은행의 갑작스런 융자거부(p.466), 딸의 대학진학문제등이다. 하지만 가장 괴로운 건 공장소음에 대한 이웃의 항의다. 공장 인접지역에 주거지가 하나둘 생기면서, 공장의 영업활동과 주민의 생활권이 충돌하게 되었다.

오타 내외는 항의 선봉장이다. 오타의 말이다. "...수도권이고, 주택이 밀집한 곳이고, 이웃집에서 자동차 시동만 걸어도 아, 누구누구 씨가 어디 나가는구나 하고 알아차릴 만큼 개개인의 생활이 다 보이는 지역이에요.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모두 사이좋게 어울려 살 수 있을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와타니 씨?"(p.179) 신지로는 곤혹스럽다. 나름대로 방음재 시공도 하고, 이것저것 노력하지만 애당초 완벽한 방음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갈등은 계속 쌓이고 쌓이다 오타 폭행사건(p.354)으로 이어진다. 꼬치꼬치 따지고 드는 오타 내외를 신지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다.

<최악>에는 신지로의 입장이 서술되기 때문에, '신지로=약자, 오타 내외=무리한 요구를 하는 재수없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소설만 놓고보면 분명 그렇다. 하지만, 공장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오타 내외와 주민들의 잘못도, 신지로의 잘못도 아니다. 공장과 주거지를 마구 뒤섞어 버린 도시행정의 탓? 참 곤란한 문제다.

2) 다음은 후지사키 미도리. 미도리는 반복되는 일상과 폐쇄된 은행조직에 답답함을 느낀다. 이것 역시 최악이라 할만하지만, 더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다. 미도리는 신입행원 환영캠프에서 지점장에서 성추행 당한다.(p.172) 힘겹게 사실을 털어놓지만, 돌아오는 건 어이없는 반응뿐.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잠깐 껴안은 정도로 공연히 일을 크게 벌일 거 뭐 있어?" / "술이 좀 들어가면 그런 일쯤은 있게 마련이야. 서로 허물없이 어울리는 술자리라는 게 원래 그런 거지. 반대로 여자 쪽에서 남자한테 안기기도 하고 때로는 살살 눈웃음도 치고 그러잖아?"(p.160) 아첨꾼 다마이 과장의 말이다. 지점장 역시 아무일 없다는 듯 당당하다. 피해자인 미도리만 아픔을 떠 안아야 하는 상황.

3) 마지막으로 노무라 가즈야. 가즈야의 삶은 최악 그 자체다. 파친코와 강도짓으로 연명하는 뒷골목 인생. 다카오와의 만남이 다가올 악의 서막이었다. 도둑질(p.130)하다 야쿠자에게 얽히게 된 둘은, 구타당하고 한달 안으로 300만엔을 만들어야 하는 궁지에 몰린다.(p.191) 어쩔 수 없이 금고털이를 하고 운좋게 성공하지만, 다카오는 돈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비슷한 또래여서 그런지 가즈야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라라피포>도 그렇고 오쿠다 히데오는 젊은 군상들을 잘 그려내는 듯.

3. 세 사람의 접점

A,B,C가 중간중간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첫 번째는 신지로가 융자대출 문제로 미도리가 근무하는 은행(갈매기 은행)을 찾는 장면(p.207)이다. 당시 고민이 많았던 미도리는 신지로에게 다소 무뚝뚝하게 대하는데, 이를 신지로는 '동네 공장 아저씨라고 깔보는구나 싶어 적잖이 부아가 났다'(p.222)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잘 끝난 다음 은행을 나서면서는 '저 아가씨도 찬찬히 보니 꽤 미인이네'(p.225)라며 여유를 부린다.

두 번째는 납품가던 신지로가 차를 훔쳐 도망가던 가즈야를 보는 장면(p.434)이다. 신지로는 가즈야를 보며, '무슨 짓을 한 거야, 저 젊은이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보다 힘든 놈도 있구나,하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생각한다. 신지로는 몰랐을 거다. 나중에 있을 가즈야와의 운명적 만남을. 또한 가즈야를 따라다니는 메구미란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 역시 A,B,C사이의 접점이다. 좀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이니 이 정도만.

4. <최악>이 매력적인 이유

세 사람의 이야기는 '스피드소설'이란 표현에 걸맞게 흥미진진,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400페이지 정도 미친 듯 읽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쿠다 히데오, 이 사람 어떻게 마무리하려는 거지? 세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종합할 거야?' 인기작가 작품의 결말까지 걱정하고 아주 잘한다ㅋㅋㅋ오쿠다 히데오는 역시 노련한 작가였다. <최악>의 최고 하이라이트, 은행강도 장면(p.472이하)에서 신지로, 미도리, 가즈야 (+메구미까지) 네 사람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며,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야쿠자 야마구치 패거리와 격투끝에 탈출하는 가즈야, 메구미의 탈출기p.431)

이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의 눈을 뗄 수 없게 한다는 점이다. 은행강도사건 이후에도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세 사람 아니 메구미까지 네 사람의 대 탈주극. 한 가지만 집고 가자. 그토록 성실했던 신지로가 은행강도와 함께 한다는 것은 언뜻 보면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정황을 찬찬히 돌아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일단 신지로는 은행강도의 공범으로 몰렸고(경찰에서 '3인조' 은행강도라 할 정도), 은행의 횡포와 지점장의 폭언 때문에 신지로의 상태는 이미 이성의 영역을 넘었기 때문이다.

너무 길어질 거 같아 이야기하진 못했지만, 가즈야와 가에데의 만남(특히 가에데가 가즈야에게 구타당하고 울부짖는 장면p.347은 가슴 아팠다), 다카오의 계속되는 배신(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배신하는 개시키-_-), 미도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시바타 노인(매일 은행으로 출퇴근 하려고 공과금 자동이체는 결사반대하시는 분^^), 가와타니 철공소의 말 없는 종업원 마츠무라와 태국인 코비(비중은 없지만 항상 웃는 코비가 좋아 보였다) 등도 인상적이었다.

5. 오쿠다 히데오 최고의 책!!

처음에 '오쿠다 히데오 한번 까보자' 어쩌구 했는데, <최악>은 악평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책이다. 나쁜 마음을 먹었지만, 결국은 상대방에게 감화된 경우라고나 할까?ㅋㅋㅋ 오쿠다 히데오의 <최악>은 '최고의 책'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지금까지 <남쪽으로 튀어>를 가장 좋아했는데, 순위를 조정해야 할 거 같다.

 

* 양윤옥 역자님의 우리말 작업은 정말 깔끔했다. 역시 대단한 분.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8-09-1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걸』을 보고 오쿠다 히데오를 끊었(?)는데요, 이 작품을 읽으면 다시 애정을 갖게 된단 말씀이지요? 후훗. :)

쥬베이 2008-09-12 01:22   좋아요 0 | URL
네네^^ 오쿠다 히데오가 좀 질리는 감이 있잖아요...
근데 이 작품은 좋아요^^

쥬베이 2013-07-06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속 페이지는 초판 반양장본 기준입니다.
개정판 양장본 페이지하고는 다릅니다.
 
따뜻한 독종 - 세계 양궁 1등을 지킨 서거원의 승부 전략
서거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한 독종>은 1988년부터 국가대표 양궁팀을 이끌며 수십 년간 세계정상에 군림했던 서거원 감독의 책이다. 리더쉽 지침서, 자기계발서를 지향하지만, 한국 양궁의 생생한 발전사로 읽을 수도 있다. 이는 다른 자기계발서와 차별되는 매력이다. 한국 양궁이란 매력적 소재, 생생한 지휘경험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가슴에 와 닿는 정도가 다르다. 추상적이거나, 외국사례를 소개하는데 그치는 일부 자기계발서와는 완전히 다른 레벨. 

25년간 세계정상으로 군림한 한국양궁의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이 한국양궁을 강하게 만들었을까?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우리 민족이 고주몽의 후예이기 때문이야. 활 잘 쏘기로 타고난 민족이기 때문이지'라고. 저자는 이것이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웃어넘긴다. 먼저 '활은 오랜 역사를 지닌 사냥도구로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였던 것이고, 어느 나라에나 민족 고유의 활 유산이 있다'(p.99참조)고 한다. 또한, 양궁이 서양인 체격에 맞는 스포츠란 점을 상기시킨다. 한마디로 한국양궁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민족적, 선천적인 것과는 무관하고, 치밀한 전략, 엄청난 훈련의 양, 피나는 노력의 결과일 뿐이다.(p.100참조)

엄청난 훈련, 언론을 통해 약간 소개되긴 했지만 직접 지도하던 감독님의 글을 읽으니 훨신 생생했다. 한국양궁의 엄청난 훈련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p.55참조)이다. 이어 다양한 훈련방식이 소개(p.56이하)된다. 소음에 대비한 야구장, 경륜장 훈련, 내면의 공포를 이기고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하이다이빙 훈련, 최전방 GOP 경계근무를 통한 훈련 등. 마지막에 대한 저자의 코멘트가 인상깊었다.

'긴장과 적막이 교차하는 곳이자 실제로 적과 대치된 상황에서 선수들은 정신을 바싹 차리고 밤을 새야 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다 보면 외부의 적이 아닌 자기 내부의 적과 대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본다.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사명감, 자기가 해야 할 도리,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의 각오 등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p.59) GOP에서 군생활의 1년을 보냈기에 저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건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아테네 코린토스 운하에서 실시된 번지점프 훈련이야기(p.109이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올림픽을 두어 달 앞둔 시점, 국가대표 양궁선수들은 120m에 달하는 코린토스 운하에서 번지점프 훈련을 받는다.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저자가 먼저 뛰어내리고, 이젠 선수차례. 제일 먼저 뛰어내린 선수는 여자선수 A였다. "감독님, 저요!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당차지 않은가? 이어 여자선수들이 차례로 뛰고 남자선수만이 남았다. 두 달 후 올림픽이 열렸고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번지점프를 한 순서대로 개인전 메달순위가 나온 것이다. 가장 먼저 뛴 A선수가 금메달이었다. 저자는 이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주어진 과제와 목표를 대할 때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자발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3부부터는 '서칼(저자의 별명)표 리더쉽'이 본격적으로 제시된다. 이미 말했듯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예를 들어, '기다림의 리더쉽'(p.154) 부분에선 고소공포증 때문에 번지점프를 못하던 선수를 끝까지 기다려 주는 지도자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선장 리더쉽'(p.180)에는 IMF때문에 실업팀이 해체되자 끝까지 동거동락을 함께 하던 뭉클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치유의 리더쉽'(p.190)에는 선수간 갈등과 정신적 방황때문에 힘들어 하던 선수를 다독여 최고의 양궁선수로 거듭나게 이끌었던 사례가 나온다. 소개되는 에피소드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저런 일이 있었구나'하고 놀라기도 했다. 원론만 늘어놓고 책과 생생한 사례가 숨쉬는 책,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말이 필요없지 않은가?

이야기 끝부분에 '서거원의 Winning Secret'이란 항목이 있다. 이는 저자가 책을 읽다 메모해 둔 인상깊은 구절을 독자에게 소개한 것이다. 뭐 분명 좋은 말이 실려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나만의 최고 수행 능력을 이끌어 내라'(p.114)뒤에 실린 것은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좋다. 하지만 대부분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그냥 책의 구성을 풍성하게 했다는 정도.

양궁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났건 행복한 일이다. 선수들과 감독, 코치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양궁은 수십년간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서거원 감독님이 있었음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해 온 수많이 이의 노력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기계발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냥 에세이였어도 충분한 감동과 교훈을 선사했을 책이다. 혹시 자기계발서에 거부감을 가진 독자(사실 나역시 자기계발서는 싫어한다)라고, 이 책은 재미있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기리노 나쓰오

가장 과소평가된 일본작가. 국내에서는 폭넓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일부 매니아층에서만 인정 받음. 일본과는 정서가 달라, 작가의 강렬함이 거부감으로 이어지는 듯.

 

 

 

 

 

 

 

 

 

2. 가쿠타 미쓰요

다행스럽게도 작품은 꾸준히 소개되나, 반응은 미미한 편. 빼어난 작품 퀄리티를 생각하면 이런 반응은 의외.

 

 

 

 

 

 

 

 

 

 

 

 

 

3. 히라야마 미즈호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품만 놓고 보면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같은 유명 작가에 전혀 뒤지지 않음. 문장도 좋고, 재미도 있다. 특히 <라스 만차스 통신>은 손에 꼽을만한 걸작.

 

 

 

 

4. 텐도 아라타

텐도 아라타는 국내에도 많이 알려 졌고 팬도 많음. 하지만 작가의 역량에 비한다면 분명히 과소평가 되었음.

 

 

 

 

 

 

 

 

5. 오사키 요시오

작품 완성도와 판매량이 비례하지 않음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가. 작품은 좋은데, 이상하게 팔리지 않음. 출판사에서도 계약되어 있는 다른 작품을 선뜻 내지 못하는 중.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azydevil 2008-09-0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소평가 XXXX'말이에요, 계속 시리즈로 정리해 주세요!!! 저처럼 게으른 독자들의 정보편의를 위해서요~~~~~^^;

쥬베이 2008-09-02 20:11   좋아요 0 | URL
ㅋㅋㅋ다음엔 '과대평가된 일본작가'를 해볼려고요.
글 좀 자세하게 써서요ㅋㅋㅋ

다락방 2008-09-1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저는 가쿠다 미쓰요의 [대안의 그녀]가 정말 정말 별로였는걸요!!

과대평가된 일본작가편 너무 기대되요. 얼른 올려주세요. 훗.

쥬베이 2008-09-12 01:23   좋아요 0 | URL
가쿠타 미쓰요 <죽이러 갑니다>,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같은 거 읽어 보세요. 진짜 좋아요^^
 
노크 소리가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8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붓코짱>과 더불어 호시 신이치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읽어보면 왜 대표작인지 고개가 끄덕여 진다. '노크소리'란 소재로 탄생시킨 다양한 느낌의 매력적인 작품들, 호시 신이치가 아니면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후기에 이 작품의 탄생비화라 할만한 이야기가 있다. 호시 신이치는 프레드릭 브라운의 단편집을 번역하게 된다. 거기에 [노크]라는 단편이 실려 있었는데, 단 두 문장뿐인 이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 후 주간지 연재를 의뢰받고 하나하나 연재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제목을 정한 이유도 나오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니 꼭 읽어 보시길)

<노크 소리가>의 구성상 특징은 두가지이다. 첫째, 이야기의 시작이 '노크 소리가 났다'란 점. 둘째, 등장인물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초반 작품마다 '노크 소리가 났다'로 시작하길래 '어디까지 계속 될까, 설마 모든 작품을 저렇게 시작하는 건 아니겠지'하며 구성의 묘미를 즐겼다. 첫 작품 [수수께끼의 여자]부터 [인형]까지 무려 15작품의 시작이 저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시작하는 문장과 소재는 같지만 모두 다른 느낌, 다른 매력이 가득한 작품이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등장인물 이름이 구체적이지 않다. 그냥 N씨, A씨 하는 식이다. 하지만  '[수수께끼의 여자]부터 [인형]까지'(쉽게 '노크 시리즈'라 하겠다.)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미야시타 유키코, 쓰지야마 리치로처럼 구체적이다. 의외다. 등장인물 이름에서 풍기는 고정관념을 배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호시 신이치 아닌가?

신기한 건, 이 특징이 '노크 시리즈'에만 해당하고 [기도]부터는 해당사항 없다는 것이다. 수록작품이 완전히 두 부류로 나뉘는 것이다. [기도]부터의 작품이 원래 <노크 소리가>의 수록작품인지 의심스럽다. 후기를 보면 '[인형]이 마지막 작품'이란 코멘트가 있다. 이는 '[인형]까지가 본래 이 작품의 전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작품의 원서를 표기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노크를 소재로 한 15편의 이야기는 완성도가 대단하다. 전체적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노크 소리가'란 제목 자체가 뭔가 으스스하지 않은가? 특히 마음에 든 것은 [꿈속에서의 거금], [계략과 결과], [부드러운 손], [감동적인 광경], [화려한 방]이다. '노크'라는 건 타인의 방문을 의미하므로, 방문을 받는 자와 방문하는 자를 파악해 가며 읽으면 도움이 된다. 읽을 당시에는 신경 쓰지 못했는데, 이 다섯 작품은 모두 범죄와 관련되어 있다. 의외의 공통점.

[꿈속에서의 거금](p.40) 허름한 집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노인에게 두 남자가 찾아온다. 이들은 강도였다. 노인의 금품을 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숨겨둔 횡령금을 찾기 위해서. 두 남자와 노인에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계락과 결과](p.71) 지방 작은마을의 의사로서 만족스런 삶은 살던 사내에게 여자와 총상을 입은 남자가 다급히 치료를 부탁한다. 여자는 총으로 사내를 위협하며 치료를 강요하는데…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머지 작품은 읽어 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헐리웃 헐리웃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헐리웃 헐리웃>은 31편의 단편이 실린 작품집이다. 작품수에서 알 수 있듯이 짧은 작품이 많다. [정의], [특효약], [귀가], [눈물의 상봉], [견학], [부부], [자동피아노]등은 한 장이 채 안 되는 소위 '쇼트-쇼트'작품이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쇼트-쇼트의 창시자 호시 신이치와의 관련성. 일단 호시 신이치, 츠츠이 야스타카 두 사람은 유사한 면이 많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세계, SF분야에서의 특별한 위치, 나이도 비슷한 연령대 등등. 그래서 그런 걸까? 여기에 작품을 슬쩍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해도 알아채기 쉽지 않다.

두 사람의 작품세계, 일본 문학계에서의 위치,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여기서는 이 정도만 하겠다. 한가지 알게 된 건, 쇼트-쇼트가 호시 신이치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호시 신이치의 창시이래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많은 작가가 쓰고 있다. 이것을 새삼 알게 된 것은 <헐리웃 헐리웃>을 통해 얻은 뜻밖의 수확이다.

SF, 풍자, 유머, 공포, 미스터리등 다양한 느낌의 작품이 모여 있다. 장편에서 선보였던 광대한 상상력은 짧은 터치로 농축되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타조](p.44)는 인간의 탐욕을 공포스럽게 그려낸 작품이다. 여행자는 길을 잃고 사막을 헤매고 있다. 신기하게도 잘 길든 타조가 그를 따른다. 함께 먹고 함께 자고, 절친한 친구 같은 타조. 하지만 남자는 그리 진실한 친구가 아니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자 타조의 몫까지 전부 먹는다. 배가 고파진 타조는 남자의 회중시계를 삼키고, 남자는 이를 빌미로 타조의 살까지 먹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구판인 <웃지마>의 뒷표지 그림은 바로 [타조]의 내용이다.)

[귀가](p.127)와 [부부](p.135)는 짧지만 인상적이다. [귀가] 집을 나갔다 20년 만에 무일푼으로 돌아온 남편. 날개 꺾인 패잔병 같은 남자지만 부인은 반갑게 맞아준다. "아아, 여보, 역시 돌아와주었군요."(p.127) 이에 남자 역시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여기까지는 부부의 변함없는 애정을 그린 감동의 드라마이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재미있다고 해야할지, 쓸씁하다고 해야할지. [부부] 백화점 인파속에서 4년전 집을 나간 남편을 발견한 아내, 아직까지 사랑이 남아 있던 것일까? 부지런히 뒤를 쫒는다. 이상하게도 남편은 도망치기 바쁘다. 역시 흥미로운 반전이 있다. 부부관계의 황폐화를 비판적으로 그린 작품.

[폐허](p.198)는 뛰어난 묘사와 서술트릭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배경은 핵전쟁 이후 황폐화 된 공간. '지상은 새까맸다. 건물도 주택도 초록의 잔디도 지금은 없고, 단지 요철 형태를 희미하게 남긴 채, 흑토의 평야 일부에 녹아들어가 버린 상태였다. 땅은 말라 있었다. 해가 나는 쪽에는 사막과 구릉이, 해가 지는 쪽에는 산이 있었다.'(p.199) 아직 생명은 숨쉬고 있었다. 동굴에 숨어, 치르와 미아 커플, 가르와 무우 커플이 각각 살고 있었다. 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서술트릭으로 완성된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천재성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파프리카>같은 장편에서 '상상력의 깊이, 광대함'을 선보였다면, 단편에선 '상상력의 다양함, 폭넓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짧은 터치의 작품이기에, 누구나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장편이 부담스럽다면, <헐리웃 헐리웃>을 통해 츠츠이 야스타카를 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