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소리가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8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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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작품은 <붓코짱>과 더불어 호시 신이치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읽어보면 왜 대표작인지 고개가 끄덕여 진다. '노크소리'란 소재로 탄생시킨 다양한 느낌의 매력적인 작품들, 호시 신이치가 아니면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후기에 이 작품의 탄생비화라 할만한 이야기가 있다. 호시 신이치는 프레드릭 브라운의 단편집을 번역하게 된다. 거기에 [노크]라는 단편이 실려 있었는데, 단 두 문장뿐인 이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 후 주간지 연재를 의뢰받고 하나하나 연재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제목을 정한 이유도 나오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니 꼭 읽어 보시길)

<노크 소리가>의 구성상 특징은 두가지이다. 첫째, 이야기의 시작이 '노크 소리가 났다'란 점. 둘째, 등장인물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초반 작품마다 '노크 소리가 났다'로 시작하길래 '어디까지 계속 될까, 설마 모든 작품을 저렇게 시작하는 건 아니겠지'하며 구성의 묘미를 즐겼다. 첫 작품 [수수께끼의 여자]부터 [인형]까지 무려 15작품의 시작이 저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시작하는 문장과 소재는 같지만 모두 다른 느낌, 다른 매력이 가득한 작품이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등장인물 이름이 구체적이지 않다. 그냥 N씨, A씨 하는 식이다. 하지만  '[수수께끼의 여자]부터 [인형]까지'(쉽게 '노크 시리즈'라 하겠다.)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미야시타 유키코, 쓰지야마 리치로처럼 구체적이다. 의외다. 등장인물 이름에서 풍기는 고정관념을 배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호시 신이치 아닌가?

신기한 건, 이 특징이 '노크 시리즈'에만 해당하고 [기도]부터는 해당사항 없다는 것이다. 수록작품이 완전히 두 부류로 나뉘는 것이다. [기도]부터의 작품이 원래 <노크 소리가>의 수록작품인지 의심스럽다. 후기를 보면 '[인형]이 마지막 작품'이란 코멘트가 있다. 이는 '[인형]까지가 본래 이 작품의 전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작품의 원서를 표기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노크를 소재로 한 15편의 이야기는 완성도가 대단하다. 전체적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노크 소리가'란 제목 자체가 뭔가 으스스하지 않은가? 특히 마음에 든 것은 [꿈속에서의 거금], [계략과 결과], [부드러운 손], [감동적인 광경], [화려한 방]이다. '노크'라는 건 타인의 방문을 의미하므로, 방문을 받는 자와 방문하는 자를 파악해 가며 읽으면 도움이 된다. 읽을 당시에는 신경 쓰지 못했는데, 이 다섯 작품은 모두 범죄와 관련되어 있다. 의외의 공통점.

[꿈속에서의 거금](p.40) 허름한 집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노인에게 두 남자가 찾아온다. 이들은 강도였다. 노인의 금품을 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숨겨둔 횡령금을 찾기 위해서. 두 남자와 노인에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계락과 결과](p.71) 지방 작은마을의 의사로서 만족스런 삶은 살던 사내에게 여자와 총상을 입은 남자가 다급히 치료를 부탁한다. 여자는 총으로 사내를 위협하며 치료를 강요하는데…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머지 작품은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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