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부르기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시치미 떼고 옆 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 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 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이끼 낀 기적 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 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뱀발. 난독의 시대, 짧은 궤적으로 이름짓고, 지어진 이름으로 전부를 견디기 힘들다. 상처나거나 길을 잘못들어섯거나, 공연한 발저림들로 책망하고 있는 우리들. 인연이 닿는다면 지난 중동말고, 거나하게 부서진 마음들 모아 아래목에 지지고 싶다. 무릇무릇 오르도록..
꿈꾸는 당신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늘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뱀발. 당신은 꿈꾸는가? 마음길들은 안개처럼 자욱하고, 신열처럼 들뜬 마음가지만 잔바람에 쓸려 나뒹굴어진 것은 아닌가? 허기에 지쳐 이젠 꿈꾸어야 할 시대는 아닌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꿈불두덩이 맘 속에 넣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