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는 어제 제 가방에 도시락과 언어전달장을 거꾸로 토하게 해서 꺼내더니 과자 한봉지와 음료수를 애지중지 넣는다. "기차 여행"을 간단다. 늦게 자는 것에 재미를 붙인 놈인데 오늘따라 엄마의 자란 소리에 예쁘게 잠을 청한다.

아침, 피곤함으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사이. 녀석은 이것저것 설레발을 치는 것이 부산스럽다. 출발 준비가 완료되었는지. 아침도 냉큼 챙겨먹었다.  부시시한 눈으로 "해민이는 소풍가서 좋겠다"고 하니, 용어를 정정해준다. "소풍이 아니라 기. 차. 여. 행!!"이란다.

아마 지금 쯤 그녀석은 말대로 기차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 움큼 커서, 설레였던 마음. 먹던 과자 맛과 먹을 거리, 볼 거리, 느낀 꺼리들을 기억해낼 것이다. 학교 들어가기 전. 부서지는 햇살 속에 가을을 만끽하고, 그 포만감을 기억해낼지도 모른다. 


학교 가기 전, 작은 골목도, 작은 밭도, 작은 집도, 작은 길도 모두 컸다. 마음에 집어 넣을 정도로 모든 사물은 새로웠고, 신기했다. 풀 한포기도 느낌이 또렷했다. 작아져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 작은 놈은 차창가로 비치는 논도 평야도, 햇살도 신기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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