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꽃마차는 울며 간다
[ ] 과메기 - 푸른 바다 물빛 털며 돌아가는 생이다. /지느러미 흔들고 흔들리며/삶을 부린 저 바다/노대바람 뚫고 명주바람 건너온/아비처럼 어미처럼 돌아가는 길이다/서글픈 속내일랑 뒷산에 묻고/그리운 사랑일랑 가슴에 묻고/시누대에 눈을 꿴 몸뚱이들/덕장마다 환원의 문장을 쓰고 있다/화르르 비늘 돋는 구룡포/차디찬 겨울 빛나는 율동/샛바람이 읽고 있다
[ ] 구름의 손목 - 등나무넝쿨 터널처럼 이어진 식당이었어/사람들이 꽃을 굽고 있었지/손을 뻗어 잘 익은 꽃 한 점 집으려는데/어머나, 시커먼 구름이 내려와 두 팔을 확 잡는 거야/뭉글뭉글한 구름에도 손목이 있더라구/시멘트 위로 끌려가는 내 어깨는/강판에 갈리는 햇감자 같았어
[ ] 11월의 저녁 식사 - 뱃공장 언덕 조광상회 검둥이 눈매 깊은 국/끄무리한 먼 산 지느러미 조림/덕장 시누대 비늘 볶음/수평선 총총 오징어배 집어등 무침/제일 먼저 불 켠 제일교회 첨탑 위 벌건 십자가 구이//그러고도 빌어먹을,/그리움 한잔
[ ] 오해를 풀다 - 너를 닥나무로 알고 베겠다/가늘고 길게 자란 오후에다/터억 무쇠솥 걸고/백피 될 때까지 삶고 또 삶겠다/까칠한 말이 끓어/입안 가득 백태가 끼면/초경처럼 붉은 꽃무릇 닥풀 삼아/풋대질 하겠다/네가 으엉으엉 말문 열면/나도 어응어응 대답하겠다/말과 말이 부둥켜안은 부벽/투명한 화해 한 장/허리 세우는 소리 듣겠다.
[ ] 돌림노래 - 니끼미 시발 지랄났다꼬 내가 수그리나 시발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야마가 확 돌아뿌네 시발 타고 싶어 탔나 목구녕이 포도청이라 자존심 확 구기뿔고 시발 선금 땡겨 오줄없는 짓 안 했나 시발 문디 지랄 같은 기 마 화딱 디비 엎어 뿔고 에이 시벌컥벌컥벌컥컥 컥 // 아지매요, 도루묵 없능교/감자 삐지 옇고 벌겋게 해다 주소 퍼뜩// 니끼미 시발 지랄났다꼬 내가 수그리나/사람 나고 돈 났지 시발 돈 나고 사람 났나//
2. 우아함의 기술
[ ] 우아함은 세상과 편하게 지내는 것이다. 삶이 그대의 바지에 포도주를 쏟을지라도! 14 21세기의 삶은 급하고 서투르고 불만스럽기 일쑤이다. 우리가 서로를 그리고 우리 자신을 대하는 방식 때문이다. 16 우아함은 그 자체로 야단법석을 떨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미묘하게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본질적으로 우아함은 침착하고 편안한 사람으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로 행복이 전이되는 것이다. 19 마치 떠다니듯 움직이고, 모난 데라고는 보이지 않고, 온통 하늘거리며 부드러운 것이, 마치 나지막이 떨리는 우주의 진동에 조율되어 있는 듯한 사람 말이다 19 우아함은 외모나 세련미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전적으로 연민과 용기의 문제다. 23 매끄러움에 대한 감탄이 우리 뇌의 쾌락중추에 일찍이 자리를 잡았다. 24 ‘밝은 얼굴로‘ 주변 사람들에게 겸손하고 너그럽게 굴라고, 그들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충고했다. 25 우아함은 변형작용을 한다. 평범한 순간을 특별한 어떤 것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우아함은 우리가 편안하고 침착하고 용기 있는 인생을 만나도록 도와준다. 264
[ ]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유대감은 몇 분 동안 예기치 않은 기쁨을 선사한다. 그런 유대감은 규모가 클수록 더 큰 기쁨을 안겨준다. 실수해선 안 되는 바쁜 일터에서....조화롭고 효율적인 그들의 움직임은 일종의 춤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자체에 숨겨진 안무를 볼 수 있다. 150 우아함의 핵심에는 편안함이 있다. 그것은 중력에 저항하고, 행동을 매끄럽게 하고, 마찰을 줄인다 세상에 당신의 선물을 풀어놓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동적인 실천이다......당신 자신도 편안하게 해주어라. 깐깐하게 굴지 마라...다른 사람들이 베푸는 친절을 다 받아들여라. ...다른 사람에게 우아해질 기회를 주는 것이니까. 382 우아함은 내면적 강인함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연약함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즉 그것은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의 인간성을, 마찬가지로 부족하고 연약한 인간성을 지닌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과 관련된다. 그것은 조금이나마 우리 자신을 드러내는 문제이고, 몸과 정신을 결합하는 문제이다. 376
[ ]사회적 우아함은 신체적 우아함과 마찬가지로 노력을 요한다. 사람들과 지내는 것은 여타의기술들처럼 하나의 기술이자 훈련이다. 다시 말해 요리나 자전거 타기와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야 일이 매끄럽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지 알수록, 우아해지기를 원하고 우아해지는 연습을 많이 할수록 더 잘 그리고 더 확실하게 그렇게 될 것이다. 92 카리테스 charites, 로마인들은 이들을 그라티아이 gratiae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움과 풍요 그리고 기쁨의 화신들을 불렀는데, 여기서 영어의 grace 즉 우아함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매력, 쾌활함, 기쁨을 선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이 젊은 세 여신이 하는 일은 단 하나, 삶의 즐거움을 고양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것. 15
볕뉘.
0. 한 편은 무용비평가의 글이다. 또 한 편은 10년만에 시집을 낸 구룡포로 간다의 권선희시인의 시의집이다. 우아함을 평하기에는 그리 순조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밖으로 난 길이 아니라 안으로 뻗어있는 길이라 여기고 짚어보았다. 감정을 표출하라고 하지만, 아직도 어떻게를 말하지 않는다. 몸짓과 맘짓은 이것에서 자유롭지 않다.
1. 꽃마차는 울며 간다를 읽다 콕콕 배이는 말. 그 말에 걸려 언어에 가까운 다른 시집에 손길이 덜 갔다. 마음이 뻥 뚫린다. 때로는 언어가 아니라 말이 이 역할을 단단히 한다 싶다.
2. 그리움 한잔 마시고 싶은 가을. 11월. 단풍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든다. 툭...꼭지 떨어지는 소리도 맺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