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씨

[ 1 ] 나의 단일성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의 동일성이 무너지고 ‘나는 나와 나 사이에‘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그가 한 인간으로 믿어왔던 것들은 모두 의심해야 할 것으로 변모한다./˝나는 내 모든 첫 번째 생각과 우상을 무너뜨려야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줄 몰랐던 나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원할 줄 몰랐던 나와 결별해야만 했다.˝ 144, 145


[ ] 테스트 씨의 끝 - 사물들을 바라보는 기이한 시선, 알아보는 법 없고 이 세계 바깥에 있는 어떤 인간의 이러한 시선은,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 자리한 눈으로, 이는 생각하는 자에게 속한 것이다. 그리고 또 이것은 번민의 시선, 알아보는 법을 잊어버린 인간의 시선이다. 138

[ ] 테스트 씨의 몇몇 생각 - 내가 세계에서 빌리고 싶은 것이라고는 오직 힘뿐이다.....바위. 공기. 물. 식물성 재료 같은 재료 자체에 대한 느낌이다. 그것들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그리고 행위와 국면이다. 125/ 나는 말하니, 원천이다. 하지만 우리가 고통이나 관능의 원천인 것과도 같다. 우리는 ˝우리에서 왔다고...˝. 이로부터 변화가, 값이, 크기가, ‘감지‘가, 더욱 우리의 것임과 동시에 더욱 기이한 ‘가속‘이, 우리의 주인이, 순간과 또 도래하는 순간에서 비롯한 우리의 우리가 기인한다고 느끼고 있다. 126/ 나는 내가 아는 바를 멸시한다. 내가 가능한 바를 멸시한다....내 ‘영혼‘은 바로 내게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더는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은 지점에서, 내 정신이 제 앞에 펼쳐진 길을 폐쇄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128 / 수단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제 감수성에다가, 그 감수성에 영향을 미치며, 또한 그 감수성에 의거하여 작동할 무언가를 부여한다. 여기, 이러한 의미로 실행한 것에 대한 결산이 있다. 감수성이 전부다. 전부를 감당하고, 전부를 평가한다. 129 / 나는 세상 쪽을 향해 있지 않다. 내 얼굴은 벽을 향한다. 벽의 표면 중 그 어떤 부분도 내게 미지로 남은 것은 없다. 131 / 본질은 삶과 맞서 존재한다. 132

[ ] 테스트 씨의 초상 - 우리 안에 있는 것은 전체의 기원이며, 따라서 전무의 기원이다. 반응 그 자체다. 저 안으로의 후퇴다....가능한 것의 소모와 충전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113/ 분명, 언제나 더욱 풍부해져 돌아왔으므로, 뭇 분열과 대체와 극도의 유사성을 지니고서, 그럼에도 회귀와 어김없는 역산을 보장받은 채로 114 / 그는 자신이 상당히 자주 가장 강한 자들보다도 강한 자임을, 가장 약한 자들보다도 약한 자임을 알아차렸다. 이는 기이하게 분배된 과도와 양보의 정치학으로 인도할 매우 중대한 발견이었다. 118

[ ] 단어들을 혼동하지 말아야 하지요. 바라는 대로 단어를 배열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배합에 언제나 꼭 다른 어떤 사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야만 합니다. 잊어버려야 할 단어가 200개 있는데, 그것을 들으면 번역하게 마련이지요. 이를테면 ‘법‘이라는 단어는 어디를 막론하고 정신에서부터 지워내야 합니다. 아무도 안주하지 않게 하려면 말입니다. ˝ 108 / 저 스스로 체득한 그것은, 자신에 대해 잘 들어맞는 관념을 갖는 일이었다.... 사물 전체와 양립 가능한 것이, 인간과도 같은 저 자신이 자리매김했던 것이다....그는 제 시간을 불가능 속에서도 용이함 속에서도 잃지 않았다. 104

[ ] 테스트 씨와 함께 한 산책 - 시작과 끝의 계속적인 힘이 존재들을, 존재의 조각들을, 의혹들을, 걸어가는 문장들을, 처녀들을 소진시킨다. 99


[ ] 테스트 씨의 항해일지 발췌 - 나는 어리석지 않다. 왜인가? 내가 나를 어리석다고 여길 때마다 내가 나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죽이기 때문이다. 73 / 반목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생생한 저항이나 먹잇감이, 타자가, 즉 적수요 세계에 개개로 남아 있는 자, 나의 장애이자 어둠, 또 다른 나, 억누를 수 없는 필적할 만한 지성이, 가장 좋은 친구인 적이, 신성하고 숙명적인 내밀한 적대가 없어서는 안 된다. 71/ 타자, 그를 나는 침묵 속에서 정당히 제물로 바치며, 또한 그를 불태운다. 내 영혼의 코밑에서! 그리고 나! 이자를 나는 물어뜯고, 그에게 언제나 꼭-꼭-되-씹-은 제 고유의 실체를, 그를 성장하게 할 유일한 먹이를 제공한다! 66/ 내가 지닌 미지가 나를 나로 만든다. 내게 있는 서투름이, 불확실함이, 바로 나 자신이다. 나의 나약함, 나의 연약함.... 결함이 내 시작의 바탕이 된다. 불능이 내 기원이다.....내가 처한 현실의 궁핍으로 말미암아 상상의 풍요로움이 태어난다. 62/ 제 안에 저로 인한 궁극의 생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생각을 반성 또는 우연한 기회로 인해 발견할테고, 또 발견한 후에는 마땅히 죽음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는 특정 생각으로 말미암아 죽음에 이르는, 그저 어떤 생각도 뒤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57

[ ] 에밀리 테스트 부인의 편지 - 그의 영혼은 분명 독특한 식물로 이루어졌기에 잎이 아니라 뿌리가 본성을 거슬러 명료함을 향해 뻗어나갈테지요! 이것이 바로 이 세계 밖을 향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43/ 인간의 정신이 어린아이나 개의 정신을 담듯, 그의 정신이 제 정신을 담습니다. 46 / 보편 존재 안에 모든 영혼이 존재하듯이, 저는 개인적으로 한 존재의 친구 속에 존재하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48 / 그는 매일같이 제게 원하는 것이 무어냐에 따라 저를 지칭합니다. 그가 제게 붙이는 이름만으로도 저는 닥칠 일이나 해야 할 것을 알게 됩니다. 특별한 무언가를 바라지 않을 때에는 그는 저를 존재 또는 사물이라 이릅니다. 그리고 가끔은 저를 두고 오아시스라고도 부르는데, 저는 그것이 참 마음에 듭니다. 49

[2 ] 테스트 씨와 함께한 저녁 - 결국 테스트 씨가 우리의 안목으로는 알 수 없는 정신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 이르렀다고 믿게 되었다. 확신컨대 이러한 탐구에 수년의 시간을 바쳤으리라. 그리고 더욱 확신컨대 발명이 무르익고 그 발명을 본능으로 삼는 데에는 더 많은 나날, 수년의 세월이 필요했으리라. 발견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어려움은 발견을 자신에게 합하는 데 있다. 19/인간에게 무엇이 가능합디까? 모든 것에 맞서 사우는 나이건만, 육체의 고통 밖으로, 어떤 정도를 넘어서건만. 그러나 나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고통을 겪는 것은 바로 무언가에 극도로 집중하는 일일 테며...32

볕뉘.

0. 궁금하여 마저 읽다. 그 역시 보들레르, 말라르메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오히려 삶을 뚫고나간다는 점에서는 그 이상인 듯 싶다.

1. 지금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들과 맞물려 흥미진진하게 읽다. 가을이 곁에 들어와 얇은 이불을 몸에 꽁꽁 묶어보았다. 가을 맛이다.

2. 길은 밖으로 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은 그 깊이와 넓이, 크기로 안으로도 나 있는 것이다. 밖으로 난 길은 그저 같아지는 길이다. 밋밋한 사막같은 황량함을 남길지도 모른다. 외려 제 안으로 난 길이 이런 동일함을 주저하게 하고, 다양한 길을 다그칠 것이다. 그렇게 길이 만날 때만이 풍요로움과 다른 삶, 다른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는지도 모른다.

3. 모두의 말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줄 몰랐던 나‘ 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원할줄 몰랐던 나‘와 결별할 때만이 안밖의 길은 교묘히 섞이기 시작할는지 말이다. 하지만 발견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테스트는 말한다. 어려움은 발견을 자신에게 합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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