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말했다. 평화, 인권, 사랑, 사회라는 것은 없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녀는 분개한 듯했다. 철학자라는 사람들이, 인간을 중심에 두고 사유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그리 남성편향적이었냐고..좋아하는 철학가들 면면의 사적행태에 대해 알아가며 진절머리가 나는 듯했다. 그 분한감정은 혼자일 수밖에 없고 한나 아렌트처럼 그 자리를 보란 듯이 뚫고 일어서지 않으면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리고 최근 학교 게시판의 성폭력에 대한 현실에도 편치 않은 감정을 보였다. 페미니스트란 말을 하는 순간 갇히는 것은 아니냐고 말이다. 철학가나 사상가들의 사유라는 것도 시대에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개인, 사회라고 따로따로 이름붙여 사유하는 것도 잘못되었다. 인간이란 존재는 늘 깃털 같은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그 바닥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냐...사회라는 끈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물론 그런 좌절들이 사랑, 인권, 평화라는 개념들을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지만.....대답이 궁색했다. 그녀의 분은 삭아들지 않는 것 같았다....그래도 사랑이라는 끈 하나는 잡아두고 싶다는 그를 보내고 마음이 내내 걸린다...........새벽이 되어서야 생명이라는 것이 그렇게 똑똑 끊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타고 올라왔다. 과거도 곁도...지금도 앞도.....흐름도 누적되는 것이라고.....혼자 생각해도 혼자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고....마음이란 것이 그렇지 않듯 존재도 그런 것이라고.....두서가 없어지는 아침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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