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가 맑다. 곧 찬기운이라도 섞일 듯하다. 언제부턴가 자판, 아마 마음에 드는 자판이 맞겠다. 그것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없다. 잘 맞지 않는 어색한 키보드라면 생각도 엇박자에 잘려 진도를 나갈 수 없다.

이러게 키보드에 마음을 의탁하고 있다니 말이다. 그럴 수 있겟느냐고, 마음을 바르게 먹고 우주의 기운을 생각하면 할 수 있는지 알았다. 의지박약.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장기가 서로 각자의 중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의 순서만 바꾸어보아도 손은 예사롭지 않다.

문득 지난 노트북을 꺼내 이것저것 끄적여보니, 키보드의 날렵한 감각이 되살아난다. 역으로 얼마나 나쁜 글쓰기 환경에서 어좁이가 되어 자라목을 길게 빼며 손가락과 눈을 혹사시킨 것일까 하는 자각이 드는 것이다.

손에 맞는 자판을 제대로 길들여야겠다. 찬바람이 불면 좀 시원한 손맛을 봐야할 것 같다.

볕뉘. 어제부로 항생제와 부대약을 끊고, 이담제만 먹고 한 달에 한 번 진료만 받으면 된다. 걱정했던 조직검사도 양호하니 걱정말라고 한다. 짧은 병상기간이었지만, 소도시의 병원맛, 의사맛, 병동맛을 제대로 느꼈다. 굳이 냉대가 공존하는 중대형도시의 병원을 선호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환자의 한호흡을 품고 대화할 줄 아는 관계자들의 맛이 깊다. 높지만 시끄럽지 않은 소도시의 말맵시에 빠져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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