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경험의 위기: 삶의 의미와 무게는 외연적인 것, 즉 양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 즉 내면에서 느껴지는 체험의 강도에 좌우된다. 87

각성한 인간: 한계가 무엇인지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다. 삶에 가로놓인 많은 제약, 결핍과 부족, 누추함 등등/각성한 인간은 이 모든 것을 그대로 직시합니다. 그리고 “받아들입니다” 모든 게 그럴 수밖에 없고, 그런 대로 견디어내야 하니까요.89/많은 엄겨한 자기 규율의 훈련과 체념만이 이러한 태도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것은 용기이지만 그 특성상 과감함보다는 단호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91

물러남의 위기: 거꾸로 끝 역시 처음 시작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첫 부분의 선율이 이후의 곡 진행 전체를 만들어내듯이, 긑 부분 역시 곡 전체의 형태를 미리 결정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삶은 결코 여러 부분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란 하나의 전체이며,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전체로서의 삶은 삶의 모든 ㅅㅣ기마다 항상 현전하는 것입니다. 94/ㄱㅣ대가 시간을 확장한다면, 답을 안다는 것은 ㅅㅣ간을 수축시킵니다. 늘 무언가가 끝나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더 강해집니다. 96/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감정의 ㅊㅏ원에서까지 사건을 깊이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늙어가는 인간은 당장 일어난 일들을 점점 ㄷㅓ 잘 잊어버립니다. 반면 과거의 일은 더 중요해집니다. 97/ 우리 ㅅㅣ대에 ㄴㅏ타난 ㄱㅏ장 수상쩍은 현상 가운데 ㅎㅏ나는 가치 있는 삶을 단순히 젊음과 동일시하는 경향입니다. 이와 달리 늙는다는 사실에 완전히 투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노인은 삶 전체를 방기해버리고 자기에게 아직 남아 있는 것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노년의 물질주의라는 부정적 양상이 나타납니다. 직접 손에 거머쥘 수 있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되는 겁니다. 99

지혜로운 인간: 삶의 끝도 역시 삶입니다. 끝나가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결코 실현될 수 없었던 가치들이 실현됩니다. 101/요즘 ㅅㅏ람들은 노년의 본질적인 의미를 거의 잊어버린 듯합니다. 그래서 늙어간다는 것은 그저 막연하게 삶의 연장 정도로밖에 이해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막연한 생각 속에서는 ㅊㅓㅇ춘기의 삶의 형상이 규범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노년이란 ㅇㅣ렇게 규범으로 여겨진 삶에 ㄷㅐ한 제약과 결핍으로 ㅇㅕ겨질 뿐입니다....이런 생각에 따르면 노인은 값이 떨어진 청년에 ㅈㅣ나지 않습니다. 106

노쇠한 인간: 기력이 없는 노쇠한 인간은 세상이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자기 존재와 소유를 주장하는 것으로 이러한 위협에 맞서려고 합니다. 자신의 재산과 권리, 습관, 견해, 판단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이죠. 고령의 노인 특유의 옹고집이 나타납니다. 정말 치사하고 터무니없다 싶을 정도로 온갖 일에 고집을 부리며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는 지성과 감정이 더 이상 예전처럼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이유를 설명하고 필요성을 역설해도 납득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121

의미 자체가 퇴색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완숙의 시기에 발생하기 쉬운 피로감과 관련되어 있는 현상이지요. 그러한 피로감은 주어진 과제와 임무가 어떤 새로움과 긴장감도 주지 못하고 그저 의무와 부담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때, 또는 한 사람이 너무나 많은 일, 너무나 많은 책임을 떠안은 채 ㄱㅖ속 버텨야 할 때, 또는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오던 인간관계에서 신선함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오직 충실한 성격만이 그 관계의 버팀목이 될 때 발생합니다. 160

볕뉘

0. ˝삶의 각 시기는 다음 시기를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제각각의 목적과 충만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중년, 노년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 관심의 하나로 손이 간 책이다. 어느 한 시기가 저울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전체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귀를 기울일만 한 것 같다. 시간 한올 한올이 전체 음악을 변주하고 있다는 개념은 일상을 충만하게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싶다.

2. 어제 한 후배가 운명을 달리했다. 학교 잔디밭에서 하던 세미나 장면이 떠올랐다. 서울스런 말투, 서울 스런 표정들.....안타깝고 안타깝다. 또 다른 후배와 삶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그 전날 나누기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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