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가을 향기 - 태풍의 잔물결은 그렇게 짧은 가을향기를 뿜어내었다.
그 선선함, 홑이불을 챙겨야 될지 모르는 새벽.
나는 외로운가? 우리는 외로운가? 나는 허전한가? 우리는 허전한가?
실존은 그 구석을 채우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1.
힘이 풀어진 시선들, 맥이 소멸해가는 마음들....
불쑥 누적된 실망,우울함의 조각들이 쌓이고 있는터라.
갑갑증은 사막처럼 드리워져 자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가을냄새에 모두가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었음을 안다.
아~!!
폭염이 폭탄처럼 안고 꽂히는 햇살로 존재감은 증폭된다.
2.
누구에게나 비추는 햇살처럼 가을향기는 공평하다.
도토리같은 녀석의 온기를 느끼려 꼭 껴안는 것.
그 스치는 바람의 기억때문에 질주하고 싶은 유혹.
추억을 한옹큼 키워내는 것도.
거절할 수 없는 존재감이자 혼자 맛보는 아련함이다.
3.
언제나처럼 남은 물 반잔에 낙담했던 것은 아닐까?
가을에 실존을 저당잡히지는 않았을까?
함께 느끼고 아파할 수 있다는 것.
함께 고민하고 같은 시선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덩치를 키우고 있는 각박함에 시선이 머물고 있어
가지고 있는 충만함을 소멸시키고 있던 것은 아닐까?
4.
어느 새 더위로 비관만 키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와!!아~!!
가을향기처럼,
탄성을 지를 일들이, 그 충만함에 가슴벅찰 일들이 단풍잎처럼 많지 않은가?
5.
모아서 하나될 우리이지 않는가?
감탄의 탄성을 밀려드는 추억에만 내맡기기엔 허전하고 외롭지 않은가?



6.
우리는
서로를 보지 않는구나
저 너머를 보지 않는구나
무심한 시선은
무엇을 눈여겨 보지 않는구나
TV에 꽂힌 눈
컴퓨터 창에 갇힌 눈
욕망을 좇는 눈
정보에 홀린 눈
혼이 빠진 눈
눈이 아프다
정작 볼 것을 보지 않고
헤프게 굴린 눈
병들어 침침하다
허망한 것
스스로 알아
눈이 감긴다
어둠에 잠긴 눈
그제야 본다
깜깜 절벽
마음 벽
그대로 본다
마음 두룬
익숙한 어둠
그대로 본다
한참
오래
무한정
속눈 뜨이기까지
마음 열리기까지
그러자
차차 보인다
어둠 건너
꼭 나 같은 사람들
희로애락의 뒷자리
이해 못할 세상과 그 너머
지나치고 눈 돌리던
우리 눈 기다리던
하 많은 것
자, 보자
아프도록 유심히
사랑 새겨
볼 것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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