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보고 싶다. 책상위에 놓여진 불안의 서를 넘기다가, 이른 잠으로 말곳한 몸에 여름 새벽을 맡겨두고 싶다. 그렇게 나선 거리는 24시간 만화가게, 피시방, 오락실, 편의점, 마사지 불빛들만 고요하다. 불빛이 사그러드는 곳에서만 고즈넉한 감청이 벌써 바래기 시작한다. 4시 40분 남짓의 새벽은 그리 밝다. 한 분 두 분 운동을 나오신 분들. 새벽보다는 비, 비 보다는 새벽비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활짝 타올랐던 장미들은 사위어가고, 수국의 꽃잎이 한잎 두잎 피기 시작한다. 어제는 지인들이 우르르 리빙랩 포럼에 내려와 함께 들었다. 남양주, 대구, 성남, 대전, 대학, 부산, 포항의 온도차가 지역색깔만큼이나 미묘한 차이를 가진 듯 싶다. 모두 다르게 꽃필 수 밖에 없음이 발표자와 토론자, 질의 내내 서로를 이어주는 맥락인 듯 싶다. 민주주의도 분권도 그렇듯이 다른 색깔, 다른 온도, 다른 사람들의 다른 고민과 준비가 그 나름의 싹을 틔우는 듯 싶다. 그 역도 고스란히 반면교사 삼아 있는 것 같다. 소비자로 전락하거나, 조급하거나, 과도한 관의 지원이거나, 뿌리깊은 개념을 몰라 허둥대거나....역시 그르칠 수 있는 것도 투성인 것 같다.

어쩌면 정확한 개념이 아니라 묵묵히 현장의 시도와 실험, 이미 진행되거나 쌓인 것을 바탕으로 또 다른 탑을 쌓아올리면서 확장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의 미니태양발전(성대골), 해운대 IoT 곳곳의 시도와 노력이 적절한 민주주의 온도와 흐름 속에 적절하게 발효되면 좋을 것 같다. 그럴 가능성이 예전과 견주어 많이 높아보였다.

사회 활동가들에게 일반인들과 결합도와 삶의 감수성이 서로 연결되면 좋을 듯 싶다. 사소한 감정이 생겨도 풀 수 있는 감정의 형평을 잘 고려한다면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다.

볕뉘.

1. 처음 참관에서는 브루노 라투르가 생각났다. 프랑스 조개양식의 확산....상품도 그러하지만 다 되어야 된 것이다. 전체를 향한 미묘한 노력이 없다면 어느 순간 , 어이 없이 그르칠 수 있다.

2. 두 번째 나누는 토론 내용을 들으면서는 여전히 민주주의의 문제이고, 분권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 든다. 유행의 파고를 넘으려면 말이다. 보상체계와 책임소재에 대한 해외견학과 보고서가 준비되고 있다는 주최측의 말에는 여전히 일들이 관료틀을 밟을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심하기 딴지 걸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다음의 일일 것이다.

3. 리빙랩과제가 빗발칠 듯 싶다. 리빙랩이라는 옷을 입지 않으면 마치 예산도 가져오지 못할 것 같은 정해진대로 루틴하게 돈을 얻고 집행하고 보고서 쓰는 일들. ....

4. 약간의 우려, 아니 많은 우려와 기대. 하고싶던 것들이 이렇게 구현될 수도 있구나 하는 또 다른 마음들이 교차한다.

5. 그 바탕에는 철학과 섬나라인 우리 여기에 맞는 또 다른 스타일에 대한 고민, 또 지역마다 다른 정서들에 대한 고민들....철저히 달라져야 하는 그 무엇들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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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9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 2020-05-09 20:33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꿈이 늘 곁에 머무르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