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따라가길 잠시 멈추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의 진정한 핵심이다. 95
이야기는 온갖 종류의 옷이 될 수 있으므로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 옷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95
희망은 반발에서 나온다. ‘너는 낙오자야‘, ‘너는 사랑스럽지 않아‘따위의 말을 들을 때, 그럴 때 희망이 발생한다....하나는 우리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우리는 역사를 거듭 바꾸어왔다는 사실이다. 96,97 미래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데서 희망이 생겨난다고 본다. 미래는 심히 불확실하나,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곧 희망이다.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는 알 수 없는 것과 확실하지 않은 것을 포용해야만 한다. 98
화가 난 독선적 좌파의 태도는 인터뷰나 운동을 이끄는 건 고사하고 참다운 인간이 되는 데도 전혀 보탬이 안 될뿐더러 조금도 흥미롭지 않다.....나는 선택받았다....구원받을 수 있는 참된 길은 오직 이것뿐이다..99
너는 지옥에 떨어지도록 저주 받았다. 이러한 태도는 불관용과 파벌주의와 분열을 낳는다. 분노는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으며, 어떤 면에선 진짜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100
네바다 핵실험장 – 형식적 돌파구...찾아낸 것이 이야기 서술, 일인칭의 사색, 문화적 분석, 탐사 보도 따위를 모두 아우르되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역사적 목소리였다....꿰맨 자국 없이 매끄럽게 은유를 하고자 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것을 배웠다. 100 어둠 속의 희망은 공적인 삶에 관한 ㄱㅗ무적인 책이고, 길 잃기 현장 안내서는 사적 삶에 관한 매우 우울한 책이다. ..가깝고도 먼곳의 결말도 알려지지 않은 것과 알 수 없는 것, 어둠과 신비에 쌓인 것을 포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마지막 책 결말에는 위급에 처한 삶과 위기 속에서 관계가 재구축되는 방식에 대한 사색도 풍부히 들어 있다. 개인의 질병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101
시위에 미적요소 – 희망과 역사가 운이 맞을 때가 종종 발견된다. 102
미국인의 대다수가 정치와 무관하게 살아가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자아의식이 좁은 테두리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시민으로서의 자의식이 없고 자신의 삶이 정치에서 얼마나 크게 좌우되는지 자각하지 못한다....이 사람들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를 모르는구나 하는 기분이 들 때가 더러있다. 그들이 아는 것이라곤 티브프로그램이나 소설, 시트콤 같은 데서 배운 게 전부인 듯할 때가. 그런 것은 영혼을 울리지도, 시민 의식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지난 20-30년간 민영화를 통한 경제 사유화보다 먼저 진행된 것은 일종의 감정 사유화였다. 103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정치적인 것과 서정적인 것이 어떻게 불가분의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충실한 삶은 양쪽 모두를 성취할 수 있음을, 아니 어쩌면 성취해야 함을 보여준다...존 버거나 버지니 울프는 그 삶은 굉장히 다채로운 영역을 아우르는데..울프는 의식에 관한 글을 쓰면서 그토록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 동시에, 의식을 그토록 정확하게 이해하고 묘사한 작가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107 존 버거의 경우, 매우 미적인 것과 매우 정치적인 것 두 가지 모두에 관여하는 글을 쓴다는 점에서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108
걷기의 역사가 다루는 걷기는 다각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거대한 주제다. 인체 해부학부터 공공 공간과 낭만시에서의 젠더정치학까지, 그야말로 수백 가지 주제를 포괄할 수 있다. 이와같이 좀 더 큰 이야기를 사유하고, 추구한다. 109
볕뉘.
0. 리베카 솔닛에 대한 관심으로 전후 맥락을 알고 싶었는데 지인이 추천한 책 가운데 인터뷰가 있었다. 책에서 짐작했던 부분이나 강렬함에 대한 물음이 많이 해소 되었다.
1. 존버거, 버지니아울프, 라틴아메리카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다. 저자가 미술평론가이기도 한 연유가 있지만, 정치와 예술을 적확하게 묘사하는 놀라움이 매력을 낳는 것이겠다.
2. 악셀 호네트가 사회주의 재발명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좌파의 직선적인 역사관과 진리에 대한 보다 낫다라는 의식은 상황을 헤쳐나아가는데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야기, 글쓰기, 고독, 연대에 관한 꾸준한 말씀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연결성이 느껴지도록 여러권을 겹쳐읽는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