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리굴젓을 집어, 김이 모락거리는 공기밥에 넣고 꼼꼼하게 비빈다. 윤기나는 계란말이 반을 잘라 그 위에 보기 좋게 으깬다. 그리고 수저에 안다미로 채워 한 입 크게 넣는다.

2. 혓바닥 칫솔질. 맹물로 입을 행구다. 참다래를 알맞게 잘라 입안에 오물오물거려 입안에 가득 퍼지게 만든다. 과즙이 흥건해지면 다시 꼭꼭 씹는다. 검은씨가 터지며 나오는 신맛에 입안이 새그러워지며 눈물이 찔끔 감돈다.

3. 찻잔에 피운 매화에 물멍이 들었다. 꽃술은 힘을 잃어가며, 꽃잎은 색이 바래간다. 청매화는 꽃몽오리가 부풀어 오른다. 매화초옥 그림을 보내 온 벗을 통해, 그래도 헛짓이 아니구나하고 안심한다.

4. 출근길 장바구니를 챙기다. 며칠 빨리 피는 재미에 끌려, 미리 봐둔 조팝나무 새순이 마음에 걸려 흔들거렸다. 한 정거장 이전에 하차 벨을 누르고 내렸다. 에코백 안에 장바구니 자크를 열었다. 걸음은 앞선다. 잎이 난 것, 나지 않은 것, 가지가 풍성한 것을 나누어 담았다. 뭐하시냐고 검문을 받을 것 같은 눈치다. 그리고 막 가지치기를 해 둔 벚꽃 잔가지 몇 개, 버드나무 순 몇 개, 개나리 복잡한 놈 몇 개를 덤으로 챙겼다.

5. 손님이 와서 이른 저녁 겸 술 한잔. 서로 헤어지고 에둘러 돌아돌아 작은 책방에서 두근거리는 책들을 놓고, 홍차 한 잔에 ‘한 책‘하고 싶었다. 낮에 모신 책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다. 아불싸. 헤어진 손님들과 이슥한 다리 한 귀퉁이에서 조우했다. 한 잔 콜. 그래. 마늘 듬뿍, 발라낸 통닭과 야채을 조물조물 섞고, 갖은 양념에 소주 한 잔 콜. 그렇게 거사가 무너져내렸다.

6. ‘ㄷㅏ르니 틀리다‘ 정신에 충만한 이들이 태극기 집회를 다녀왔다고 떠들고 다닌다는 노망에 가까운 소리를 들었다. 챙피하다. 그 놈의 ‘다르니틀리다‘ 정신은 빨갱이에서 종북 종북에서 또 무엇을 찾아다닐까. 그 끈질긴 생명력. ‘다르니 다르다‘로 가보지도 못하는 불퇴진의 정신. 사회적 유아. 다름을 경험해보려고 조차 않는 수구. 그렇게 누리고도 뭘 더 누리겠다고

7. ‘이재명‘을 다시 탐구하는 손님이 6.을 이야기한다. 강남에 사는 그는 자식들이 저녁이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고, 토지보유세로 재원을 만들어 기본소득을 취하는 정책이 실현가능성 높은 신뉴딜정책이라고 한다. 한번은 크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자식들의 삶이 안쓰러워 못보겠다고 한다.

8. 보들레르의 삶을 읽었다. 문학의 아토포스를 다 읽어간다. 정유라의 이인화교수의 답안지 가운데 하나로 적힌 이포토스?를 정답이라고 동그라미 친 그 단어. 토포스는 장소, a는 결여나 없는 이라고 설명하는 jtbc 부장 아나운서. 그를 보고 부장님은 도대체 모르는 게 뭡니까라고 농을 건네는 둥근 안경을 쓴 기자. 비장소, 비시간, 비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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