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고, 마약하고, 훔치고, 매춘한다. 이때 여가는 보상이 아니라 사실상 도피다./여가로 도피하면 현실세계에서 떨어져 나간다/중독기제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혀실 세계로부터 고립된다. 당연히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없다. 더 이상 사회적 존재가 아니다. 50

흥분은 지겨운 일상에 열정을 불어넣는다/여가흥분은 우리 삶의 균형 장치다./고통이 있기 때문에 여가가 즐겁고, 수고가 있기 때문에 휴식이 달콤하다. 이제 흥분을 즐겨야 한다 53

볕뉘

0. 장시간 노동, 일 관련 책들을 읽다가 시간편집자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무엇인가 시간을 맛나게 우려내는 기술들에 대한 솔깃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했다. 이왕이면 역사의 맥락을 짚어준다면 하고 말이다.

1. 안타깝게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없었다. 사물의 시간을 밝혀내는 시인들. 시간을 꼼지락거리는 사람들. 애써 고독을 찾아 시간의 결들을 나누어보는 사람들. 짓거나 그리거나 만들거나 새기는 사람들. 멍한 시간들, 공백에 가까운 빈 시간의 틈을 칠해보는 잔기술들. 그 문턱을 넘어본 사람들이 그 문을 드나들 수 있다.

2. 장시간 노동의 그늘은 휴식의 질도 형편이 없다. 늘어지거나 늘어지게 쉬거나, 쉽게 손에 쥐거나 욕망을 채우는 것을 쓰고 버리는 일밖에 할 수 없다. 사회여 멍때리는 시간을 다오. 기본소득이 아니라도 좋다. 멍때리는 기본시간을 다오. 물론 다 같은 얘기지만, 맛있는 시간을 다오.

3. 시간을 맛보려면 감각을 잘게 나누어야 한다. 그 음과 맛과 멋을 쓰는 것들의 미묘함으로 다가서야 한다. 초침의 재깍거리는 소리 틈으로 비추는 달빛의 공명도 들어야 한다. 단맛 주위로 쓴맛을 묘하게 스며들어 돋보이는 맛을 느껴보기도 해야 한다. 삶의 이력이 배인 목소리의 성체를 감별해내야 한다. 오감 채우는 소리다.

4. 다가서는 시간들. 줄줄이 앞서서 대기하는 책들. 안타깝게도 오늘은 아니에요. 뒤로 가세요. 저만큼... ...사물들에서 시간을 뺏을 줄 아는 사람들이 어쩌면 시간의 달콤함을 빼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아닐까. 신성‘일‘, 이주‘일‘을 비울 수 없는 휴가. 세븐일레븐(7to11). 우리는 너무 가난하다. 맛있는 시간을 먹어본 경험이 부족한 우리의 나날이 가난하다. 시간이 빈한하다. 비난하다.

5. 별하나라고 얕보지 마세요. 읽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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